오늘 정형외과에 갔다. 한달 여전에 택시에 내 왼손 검지를 물린 사건이 있었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것이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내 손가락을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는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었는데.... 2주전 붕대를 풀고 오늘 가서....치료가 끝났음을 알리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 아아...기뻐.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인생이 어찌나 허접해지는 지. 맨날 손가락을 치켜 들고 다녀야 했고 샤워할 때 물건을 들 때 화장을 할 때 머리 드라이를 할 때 등등등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물 안 들어가게 하려고 비닐 봉지를 손가락에 칭칭 감고 샤워하는 모습이라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손가락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 것도 괴로왔다. 설명하다보면, 결국 나만 정신머리 없는 여자로 치부되기 일쑤였고 자해라느니 세상에 불만이 있느냐느니 뭐 이런 소리 저런 소리에 입을 다물게 되었다. 결국 나자신도 이게 자해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ㅜ 그러나 무엇보다 택시에 물린 손가락을 쳐다보며 한동안 뜨아 했던 그 심정과 문을 열었을 때 다 찢기고 부러진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들고 있던 책 표지가 벌겋게 물들던 그 장면들이 계속 머리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뭘 해도 불안하고 손가락 어떻게 될까봐 몸을 사리게 된 게 더 속상했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붕대를 풀고 나니 뼈가 그대로 붙어서 굽혀지지가 않는 것. 연습 안 하면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의사의 엄포에..(아 정말) 퉁퉁 불어 무슨 남의 손가락 같던 손가락이 차츰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켜 나는 아픔을 무릅쓰고 손가락 굽히기 연습에 들어갔다. 헛둘헛둘.. 어이상실. 어쨌거나 삼사일 만에 손가락은 제대로 굽혀지기 시작했고 붓기도 많이 빠지고 그런데 감각은 여전히 완전히 안 돌아와 남의 손가락 같은 느낌. 괜한 불안감.

2주 정도 지내고 나니 이제 좀 낫다. 그래도 여전히 약간 색깔이 다르고 찢어진 부위 꿰맨 자국이 벌겋고 가끔 스치는 아픔이 있어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몇 달 지나야 제 모습을 찾는다네. 흑. 그저 손가락 하나 택시에 물렸을 뿐인데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다니. 새삼 정형외과를 찾은 팔 부러진 사람 다리 부러진 사람을 가엾게 여기게 되었고 그 고통이 뼛속까지 전달되는 느낌을..(오바..ㅜ)

암튼, 생활의 질은 사소한 고장에 의해 바닥을 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절감한 사건이었다. 오늘 다시는 정형외과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이 어찌나 크던지. 손가락 다시 다칠까봐 장갑 끼고 뒷짐지고 그렇게 걸어다녔다. 웃겨서.. 암튼 해방! 이제 좀 조심하며 살자 비연!



이제야 공개하는 손가락 부상시절...으으.






 
 
하이드 2011-11-24 21:39   댓글달기 | URL
전 지난 여름 지산 롹페에서 델리 스파이스 공연때 수영장 뛰어들어가서 물 튀기고 난리치다 새끼 손가락 삔게 여적 아파요 ㅡㅜ 이거 오래가더라구요. 진짜 어이가 없죠. 이런 이상한 자해는 말입니다.

제 친구 하나는 회전문에 끼어서 ^^; 팔 부러진 적 있어요. 지도 지가 황당해서, 어쩔줄 몰라했다죠.

비연 2011-11-27 21:13   URL
으으. 하이드님도 그런 일이. 회전문에 끼여 팔 부러진 친구분은 더욱 황당..이게 진정한 자해도 아니고 말이죠..ㅜ 어디다 얘기하기도 무안스러워요=.=;;

마녀고양이 2011-11-24 23:39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의 스스로 손가락을 끼인 이야기에, 하이드님의 홀로 손가락 삔 이야기,,, ㅠㅠ,
저는 맥주 몇잔 마시고 화장실 가다가 어두컴컴한 두단짜리 계단을 못 봐서 굴렀어요.
덕분에 발목 인대가 나가서, 일주일 회사 못 나가고 한달 깁스에, 오년 지난 지금도
비오는 날 발목이 욱신거려요... 지 스스로 술먹고 저질렀으니, 누구 원망도 못 하고.

여하간, 비연님 손가락 다 나으셔서 정말 축하드려염!!

비연 2011-11-27 21:13   URL
이런. 마고님도...ㅜㅜ 발목 인대 이런 곳은 정말 오래 가는 데다가 계속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이런 안전사고는 더이상 우리에게 없기를..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