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시의 신간이 나왔다. 밤산책 (夜步く) .

요즘은 추리소설에 조금 시들해져서 다른 책들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 책만큼은 꼭 사서 읽고 싶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1902년에 태어난, 완전 옛날 일본 사람이고 그래서 문체도 옛체라 어색한 점도 없지 않지만, 묘하게 사람을 잡아당기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 좋아한다. 특히 그 뭐랄까. 일본의 역사나 일본사람들의 심리나 전통을 추리소설에 잘 버무려 담아 읽고 있으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스윽 딸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그가 창조해낸 긴다이치 코스케는 내가 지금 열독하고 있는 만화책인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긴다이치 하지메 (김전일)의 할아버지 역할로 계속 소리쳐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탐정 캐릭터이다. 더벅머리에 조금 허술해보이지만 추리만큼은 날카롭고 그러나 어딜 가나 다 죽고 나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단점도 있는 탐정이다. 무엇보다 누구든 이 탐정을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캐릭터가 가지는 장점일 수 있겠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보니,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 산책』은 그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잡지 〈남녀〉와 〈대중소설계〉에서 연재되었다. 1978년, 1990년 두 번 드라마화된 이 작품은, 영화화된 『이누가미 일족』『팔묘촌』 등에 비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요코미조 세이시 마니아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요코미조 세이시 팬 사이트인 요코미조 월드에서는 『옥문도』와의 박빙의 차이로 ‘최고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2위에 선정, 열광적인 찬사와 논란으로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를 끈다.

시공사에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계속해서 번역해내고 있다. 손에 잡기 쉬운 크기의 책 사이즈와 으스스한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표지가 쉽게 집어서 읽게끔 만든다. 나온 책은 다 읽어본 것 같다. 물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혼징살인사건>의 표지가 확 튀어버리는구나...;;;;; 표지 중에서는 <이누가미 일족>의 표지가 검정색 바탕에 하얀 마스크로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도 잘 드러내고 있고. (더이상은 스포일러~) 찾아보니 시공사에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4권을 묶어서도 팔고 있다.


 

 

 

 

 





대부분 재미있었다. <팔묘촌>이나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같은 책들이 좀더 좋았던 것 같고. 물론 <옥문도>의 그 음산한 분위기와 기기묘묘한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누가미 일족>은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많이 제작되어 친근한 이야기임에도 볼 때마다 참 새로운 내용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필 꽂혀서 줄곧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었던 작품이고.   

나는 솔직히, 최근의 일본 추리소설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이 훨씬 마음에 든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명성이 바래지 않는 것은 주인공들이 그냥 자르고 죽이고 이런 범행을 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그들의 심리상태, 그들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배경, 그리고 그것들을 반영한 살해방법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요코미조 세이시도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비슷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 논리적 근거를 맞추고 가급적 이성의 흐름에 따라 추리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이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이 좋다. 신간이 나오니 읽고 있던 재미있는 책도 접고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곧 그럴 셈이다. 내일 당장 서점 가서 사와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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