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정말 맘에 안 드네... 이 이유로 살까 말까 망설인 책이었다. 책 살 때 표지도 유심히 보는 나로서는, 아 이런 류의 책표지는 절망감에 가까운 느낌을 안겨 주곤 한다. 물론 저마다의 취향이 있으니 이 책표지가 맘에 드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여기서 더 왈가왈부할 내용은 아닌 듯 하지만 말이다.

 

슬픈 이야기이다. 미국의 1920년부터 1950년까지 조재아 탠과 멤피스 산하 테네시 보육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이게 전쟁 때도 아니고 그것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가능했던 이야기인가 라는 현실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게 한다. 미국이 잘나서가 아니라, 1950년대까지 이런 일들이 그냥 덮어진 채 자행되었다는 자체가 놀랍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릴과 그 오남매의 인생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이기도 하다. 강가에서 브라이니와 퀴니라는 엄마 아빠를 두고 아카디아라는 배 위에서 단란하게 살던 릴과 카멜리아, 라크, 펀, 가비언 오남매가 있었다. 이렇게 강가를 떠돌아다니며 사는 가족들이니 일종의 집시라고 할 수 있겠지. 퀴니가 쌍둥이를 낳는 와중에 위기가 닥쳐와 아빠와 근처에 사는 지드 아저씨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일이 벌어졌고 결국 쌍둥이는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 아이들에게 들이닥친 것은 엄마와 아빠가 아니라 경찰들 비스므레한 낯선 남자들이었다. 엄마 아빠를 보러가게 해주겠다며 억지로 끌려간 아이들은 보육원에 갇히게 되고 학대와 폭행이 이어지는 현실에 맞부닥치게 된다.

 

과거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와 맞물려, 70여년이 흐른 어느 날, 명문가인 스태포드의 막내딸 에이버리가 우연히 다녀간 요양원에서 아흔의 메이라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 돌아가게 된다. 할머니가 에이버리의 손을 잡으며 "펀?" 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에이버리가 자신의 친할머니인 주디 할머니로부터 받은 팔찌를 메이라는 할머니가 자기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부터, 그리고 메이 할머니의 방에서 발견한, 부부의 사진을, 주디 할머니와 빼닮은 여자의 얼굴을 보면서부터 과거에 대한 탐색은 시작되고, 결국 드러난 진실은... 아...

 

가난한 아이들, 집시들의 아이들 등을 유괴하거나 부모를 속여 서명을 하도록 하여 보육원에 가두고는 명망있고 돈 많은, 그러나 자식이 없거나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던 조지안 탠이라는 여자. 어려운 아이들을 구하는 데 삶을 바친 대단히 훌륭한 여성으로 칭송받던 그 여자. 나중에 이 악독한 일들이 세상에 드러난 직후 암으로 죽은 여자. 죄에 대한 벌조차 죽음으로 비껴간 여자. 그리고 이 일에 연루된 수많은 명망가들에 의해 스르르 덮여간 아이들, 그 친부모들... 이런 끔찍한 일이 20세기에 벌어졌었다니... 놀라움을 넘어서 슬픔이 밀어닥친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거다. 소설에서, 가난했던 그 아이들은 친부모와 형제들과 떨어져 부유하고 품위있는 집안에입양되어, 아마도 친부모와 형제들과 살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삶을 누렸다는 것이다. 사랑을 받았고,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좋은 집안의 사람과 결혼하여 평생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냥 그대로 남겨졌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느 순간 다른 행로를 탄 이 인생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잘 모르겠다. 여기에서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쩌면, 입양되어 산 세월이 그들을 더 행복하게 했을 수도 있었을까... 하지만, 혈육이란 것을, 그들과의 이별을 잊을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건 확실한 것 같다. 인생이 바뀌어 좀더 풍요로와지고 좀더 품격은 있어졌을 지라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사랑은, 늘 그들을 지배하지 않았을까. 외로움의 근원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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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4-29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화라고요. 음음... 잠시 생각해보니 울나라에선 더한 일도 일어났을 것 같네요. 리뷰 보니 저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마지막 대목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친부모랑 살았으면 누리지 못할 삶.... 다시 태어나면, 그리고 친부모랑 사는 게 가능했다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요, 그들은.

비연 2018-04-29 20:47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꺅. 오랫만이에요.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더한 일들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한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
저도, 그들의 인생을 생각하면서, 어떤 것이 최선이었을까. 이 나쁜 짓의 결론에 대해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 아이를 유괴하고 부모에게서 억지로 빼앗고 학대하는 그 천인공노할 죄를 물어야 하는데, 결국 어쩌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정말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들 때문에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마태우스님 리뷰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