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H. 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임병권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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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너대니얼 호손, 허먼 멜빌, 월트 휘트먼 등 익히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이다. 그렇다. 19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들의 이름이다. 널리 알려진 그들의 작품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어셔가의 몰락>, <주홍글씨>, <모비딕> , <풀잎>. 딱히 문학 작품을 좋아하지 않은 이들이라 할지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 작품들일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작품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여전히 새롭게 번역 출판되어 나오고 있으며 때로는 영화나 다른 예술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고전문학 작품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은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그 분야가 워낙 방대한 이유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고전이라는 이름하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 또한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미국 고전문학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을 다소 해결해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흔히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잘못 알려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영국 작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가 앞서  얘기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논평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로렌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국 고전문학의 허와 실이라고 해야 될까. 해당 작품들 속에 녹아있는 미국인의 영혼과 삶 그리고 역사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로렌스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다운 면모를 그지없이 보여준다. 난해할 정도의 비유와 은유가 함축되어 있으며 때론 민망할 정도의 거칠고 날카로운 표현으로 작품을 비평한다. 과연 진정 이것이 문학 작품을 대하는 태도로써 적합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비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대작가의 면모는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다. 특히,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대한 논평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멜빌의 작품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다. 최고의 해양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작품에서  로렌스는 고래와 포경선 선원들 간의 싸움, 보리새우가 고래에게 먹히는 장면 등을 묘사하는 멜빌의 섬세한 표현력을 아낌없이 칭찬하고 있다. 그 대목에서도 역시 고개를 저절로 끄덕일 수밖에 없다. 멜빌만큼 마치 나 자신이 바다에 있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쉽고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로렌스의 거칠 것 없는 비평이 낯설어 이해가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면 앞서 얘기한 내용들을 금세 잊어버려 도통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집중해서 읽는다면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으면서 느꼈던 로렌스 특유의 문체가 오히려 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그로 인해 미국 고전문학을 이해하고 그간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한번 처음 언급했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작품들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 차이가 못 견디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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