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가 작고 가벼운 문고판이라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며 읽기 좋았어요. 마음 먹고 읽는다면 5권을 하루 이틀에 다 읽었을수도 있었겠지만, 전철을 탈때만 읽다보니 5권을 두달 읽었네요. 책장에 꽂아두면 멋져보이는 묵직한 양장본도 좋지만, 역시 읽기에는 가볍고 핸디한 문고판이 실용적인것 같아요.^^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궁금한점이 있으면 끝까지 파고 드는것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일까?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그녀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박학다식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식 코스 요리가 실제로는 러시아 스타일이라는것을 처음 알았네요. ^^

 

'미식 견문록'을 읽으면서 미각의 대한 편견이 없어서 정말 다행인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저랑 약속을 잡으면 다양한 음식을 접할수 있어 좋대요.  친구들도 새로운 요리를 먹고 싶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못 먹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음식에 도전을 하는것을 보면 제 친구들도 미각에 대한 편견이 없는것 같네요.

 

저자가 어릴때 먹었던 터키쉬 딜라이트(할바)의 맛을 찾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할바를 선물 받고 너무 달아서 제대로 못 먹었고, 한국에서도 터키 디저트 먹다가 너무 달아 죽을뻔해서 더 이상 터키 디저트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저자가 먹은 전통 할바의 맛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게 하는것을 보면 새삼 그녀의 글에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는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러 글들중에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는데, 특히 해외에서 한국음식을 먹고 싶을때의 그 간절함이 생각났어요. 반대로 이제는 해외에서 먹었던 맛을 한국에서 찾게 될때 힘든데, 그나마 요즘은 점점 세계화가 되어서인지 예전보다 찾을수 없는 식재료나 음식들이 많이 없어져서 다행인것 같아요.

 

그외 동화와 맛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저도 어릴때 읽고 기억에 남았던 호랑이 버터 잠보 이야기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왠지 마리님과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기분이랄까~~??? ^^

 

사람을 고향과 이어주는 끈에는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위대한 문화, 웅대한 국민, 명예로운 역사. 그러나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닿아 있다. 아니, 위에 닿아 있다. 그렇게 되면 끈이 아니라 밧줄이요, 억센 동아줄이다.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프라하에 3년 살았다고,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 속 이야기가 다른 책들에 비해 굉장히 공감이 되었어요. 오래전에 미국에서 읽었던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읽을때가 생각나더군요. 그때도 제가 미국에 살지 않았더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책속 배경이 되는 문화와 생활을 알면 이야기에 더 공감이 되어 재미가 있구나..하고 느꼈었거든요.

 

타국에서의 삶 공감되었는데, 보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픈것도 두렵고, 말이 잘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픈 상태를 설명하러 간다는것도 힘들었어요. 한편 일본인 공산주의자의 삶은 잘 몰랐던 상황에서는 지금에야 이 책을 읽을수 있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에 그녀의 책은 불온한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요네하라 마리의 박학다식함과 시간이 흘렀음에도 집요하게 친구들을 찾아가는 집념의 여정에서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습니다.

 

변해버린 친구(야나의 변절),

변해버린 상황(보스니아 내전- 야스민카)

 

 방은 다섯 개였고 부부의 침실, 각자의 서재, 두 아이들의 방으로 각각 사용했다. 야스나의 서재는 컴퓨터의 주변에 서류가 어질러져 있었다. 외교부를 그만둔 다음엔 번역가가 되었단다. 도쿄의 주택 사정에 비하면 큰 공간이었으나 세간은 모두가 검소했다. 하지만 그 모두가 높은 안목으로 골라진 것들뿐이다. 이 모두가 하루하루를 분에 맞추어 착실하게 사는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왔다.

 "아아, 한숨이 나올 정도로 부럽네."

 "그런데 마리,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어느 순간에 파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고 있단다. 번역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부엌에 서 있을 때도, 갑자기 이런 것으로 머리가 꽉 차버려. 일단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털어도 털어지지 않는 소름 끼치는 이미지가 솟구쳐 올라 미쳐버릴 것만 같아."

 "......."

 "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맞아, 5년 동안 난 가구 하나도 더 사지 못했어. 아니, 요만한 식기 하나 컵 하나도 살 수가 없었어. 가게에서 좋은 게 눈에 띄어 하나 사보자 싶어도, 깨진 다음 맛볼 슬픔이 늘어날 뿐이지 하는 마음이 금방 들어 사고 싶은 마음이 흩어져버려. 그보다 내일이라도 혹시나 우리 가족이 몰살당하면 어쩌나 하고..."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통역일을 하는 '요네하라 마리'는 말의 힘을 믿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해야 진짜 통역사가 될수 있다는것도 알았습니다. 그녀의 글에서 여러 문화의 이야기를 읽을때면 새로운 것을 함께 배워가는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살았던 시대상황도 함께 이해가 되었는데, 그것이 글의 힘일듯.

 

관념 조작에 가장 빈번하게 동원되는 것이 바로 이 '나라'며 '민족'이라는 '불 지피기 쉽고 타오르기 쉬운'도구다. 이보다 좀더 체계적인 수단으로는 배타적인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를 들 수 있다. 이 또한 일종의 '이민족'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게 하는 마법이라고 할까. '민족'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힘은 엄청나다.

 

(중략)

 

그러면 관념조작에 의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완고한 장벽을 극복할 방책이 있을까? 있으면 좋겠다. 아무리 거리상 멀리 떨어진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지만 정체 모를 타인이라 할지라도, 피붙이처럼 소중하게 여기게 할 마법 같은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뛰어난 소설, 연극, 만화, 영화, 드라마에는 때때로 그런 이상한 힘이 숨어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른이'에게 품는 소원한 감정과는 반대로 친밀해지고픈 마음을 일으키는 픽션 말이다.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한낮의 별 하늘'이라는 원서 제목이 '교양노트'보다 더 좋았지만, 책 속의 내용이 워낙 알면 좋은 상식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보니 '교양노트'라는 제목을 선택한것 같네요.

 

현실에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있다. 반대로 압도적인 현실로 인식되던 것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의 뒤편에 놓인, 틀림없는 또 하나의 현실. '낮별'은 그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비유였다.

 

-음주가 종교보다 바람직한 이유-

 

1. 술은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아직 없다.

2. 다른 술을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

3. 판단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4. 마시는 술의 상표를 바꿨다는 이유로 배신자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다.

5.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화형이나 투석형에 처해진 사람은 없다.

6. 다음 술을 주문하기 위해 2000년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다.

7. 술을 많이 팔기 위해 속임수를 쓰면 법에 따라 확실히 처벌받는다.

8. 술을 실제로 마시고 잇다는 것은 간다낳게 증면할 수 있다.

 

'유리 가가린' - 달착륙자. 그의 이야기를 듣는순간 우리가 이데올로기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친 세상만을 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네하라 마리를 통해 내가 몰랐던 세계를 다시 바로 보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3월

 

몇번 느낀것은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의 포경을 반대하는 나라 특히 서구에 강한 반감정을 느끼는것 같습니다. '마녀 한다스'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선조때부터 내려온 방식이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포경을 했는데, 왜 자기나라만 제재를 가하는지. 자신들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편해하지만, 문화라도 생명 윤리와 관련된 상황이고, 시대가 변화화되어서인지 나는 그부분을 읽을때면 내내 불편하게 느꼈어요.

 

아마 우리나라 개식용을 문화로 인정해아한다고 외치던 때를 떠올렸던것 같아요. 앞서 고래를 포획했던 나라가 이제 고래 포획을 금지하는것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것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잘못된것을 바로 잡으려하는것보다는 마치 너는 나쁜짓을 다하고 왜 지금 우리는 하면 안되냐. 따지는것 같아서 불편했던것 같아요.

 

그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가도 가끔 답답함을 느끼는것은 아마도 이런 비슷한 문제를 만날때 그런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글은 이미 몇십년전의 글이기도 하니 문화 자체만 다른것이 아니라 시대도 다르니 사고방식도 많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점을 발견하면 반갑기도해요. 한편으로는 그녀의 신랄함은 다른 문화권의 나라에만 있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도 강하데, 그런점에서 그녀의 직설적인면이 불편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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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22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슬비님 친구분이 부럽네요.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는 기회니까요.

보슬비 2017-09-22 22:30   좋아요 1 | URL
제 주변에 음식에 까탈스러운 사람들이 없어요. 그래서 제게도 다행인것 같아요.^^ 확실히 음식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는 방식도 좋은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맛있는 음식을 접하면 자연스래 그 나라에 대해 관심이 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