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만 읽어보았어요. 프라하에서 생활할때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만들었다는 '성'을 읽어보려했으나... 역시 생각에만 그쳤고, 그래서 그의 책은 '변신'만 읽고 마는구나...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내게 '꿈'이 들려있네요.

 

어찌보면 무척 촌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어찌보면 무척 심플하게 느껴지는 책표지. 그리고 책을 받아 들었을때의 허탈함과 다 읽었을때의 뿌듯함, 다시 보니 책이 괜찮네..라는 묘한 느낌들. 그러니깐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카프카의 소설은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꿈을 읽게 될거란 생각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저도 꿈을 엄청 많이 꾸었고, 친구들에게 내가 꾼 꿈들을 이야기했으며, 친구들은 왜 나의 꿈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

 

카프카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러프크래프트가 떠올랐어요. 그도 자신의 꿈을 배경으로 멋진 악몽의 세계를 만들어냈고, 카프카 역시 자신의 꿈을 바탕으로 그런 이야기를 썼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최근에 꿈에서 깨어났을때, 내 자신이 러브크래프트가 아닌게 아쉽더군요. 아니면 내 곁에 그가 있었더라면 꿈을 팔았을텐데...ㅎㅎ

  

 

행복한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은 '한순간'

 

항상 꿈을 꾸는것 같지만, 깨어나고 곧 꿈을 꾸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 잊어버릴때가 많아요. 하지만 가끔씩 잊혀지지 않는 꿈이 있습니다. 깨어나서 그 꿈을 계속 생각하다보니 기억에 남는데... 그런 꿈들의 대부분은 악몽입니다.

 

꿈 하나 

 

친한 친구들과 베네치아로 여행을 가면서 운하를 운행하는 배를 타면서 발에서 느껴지는 출렁거리는 물결 흔들림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그 순간, 무척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한순간 장소가 바뀌어서 친구들과 헤어지고, 친구와의 약속 장소인 카페를 찾기 위해 베네치아 골목을 헤맬때 갑자기 밤이 찾아오고 낮에는 축복처럼 느껴졌던 그 장소가 어둠이 찾아오는 동시에 지옥처럼 무시무시한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나는 어두운 골목 사이로 밝게 비추는 빛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불빛을 등에 지고 검은 실루엣의 남성이 나타날때, 직감적으로 반가움보다 두려움이 앞서고,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내 꿈이니깐 내 맘대로 할수 있어..라는 강한 주문을 외며 어떻게 하면 저 남자를 제치고 저 불빛으로 재빨리 뛰어갈수 있을까 온힘을 비축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어요.

 

꿈에서 조차 낯선 남자와의 고립된 장소에서의 만남은 공포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꿈 둘

 

깨어나는 순간 여전히 가슴이 두근 거렸습니다.

만약 내가 '러브 크래프트'였다면, 이번에 꾼 꿈으로 얼마나 멋진 글을 써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꿈은 기묘한 악몽이었지만, 은근 짜릿하고 스릴있었습니다.

 

그러니깐... 나는. 나를 잡아 먹으려는 외계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외계인 친구들과 함께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그 외계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급박할때 본성이 드러나는데 '스트레인'에서 나오는 뱀파이어처럼 혐오스러웠고, '기생수'처럼 기묘했어요.

 

나는 나를 잡아 먹으려는 외계인 때문에 무서워했어야했지만, 솔직히 어두운 골목에서 만나는 낯선 남자보다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 차이는 뭘까?  아마도 현실감이겠지...

 

나를 잡아먹으려는 외계인을 내 평생에 만날 확률은 정말 우주의 티클만큼 적지만, 낯선 남자에게 폭력적인 상황이 놓일 확률은 그에 비해 엄청 높기 때문에....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카프카의 꿈과 전혀 상관없지만, 제 꿈과 상관 있다보니 '악어 프로젝트'를 함께 페이퍼로 묶었어요.

 

남자를 악어로 표현해서 불편하다는 남성분들이 있었어요. 그럼 어떻게 표현하면 그들이 안 불편할까요?  농담처럼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고전적인 말 '아빠말고 남자들은 다 늑대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은연중에 남성의 시각이 드러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남성을 표현하는데, '악어'나 '늑대'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남성을 포식자로 그려졌다는것입니다. 인간이 포식자를 만나게 되면 두렵고 경계심을 품게 됩니다. 바로 여성이 일반적으로 낯선 남성을 만날때 느끼는 공포입니다.(실제로 낯선 남성보다 주변인이 더 무섭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왔다지요.)

 

하지만, 반대로 남성이 낯선 여성을 만날때 두려움을 느낄까요? 살면서 어두운 골목길에 낯선 여자가 뒤에서 걸어올때, 두려움을 느끼시나요? 폐쇄된 공간에서 술취한 여성을 만날때 위협을 느낀적이 있나요? 이런류의 두려움은 여성이라면, 어릴때부터 본능적으로 갖고 두려움을 느끼며 경계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경계심이라도 갖고 방어할 태세라도 할텐데, 느닷없이 겪는 폭력 앞에서는 무기력함이 느껴져요.

 

이 책을 읽고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특별히 큰 일이 없이 평범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저조차도 떠올리고 보니 직장내 성희롱이나 길거리 혹은 술자리에서 성희롱의 경험이 있다는것을 생각났어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지워지지 않는 불쾌한 기억들... 그래서 잊은척, 없었던척 연기하면서 생활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사회생활 초년생 당시 '직장내 성희롱'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하던 때여서 관심있게 뉴스를 접할때 였어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제가 경험하고 보니 황당하고, 수치스럽더군요. 

 

그 동안 잘 지내왔고, 나름 친절한 상사라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제게 사랑을 고백할때 망치로 머리를 맞은것처럼 멍해졌어요.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뻘이 되시는 분이 외롭다느니... 부인과 관계가 좋지 못하다느니... 완전 3류 드라마 찍었습니다. 도대체 날 뭘로 보고???  그런말에 순진하게 넘어갈 사람으로 보았나? 그 순간에는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강하게 거절을 하지 못하고, 헤어질때는 볼에 뽀뽀해달라해서 어쩔수 없이 볼에 뽀뽀하려니 키스하려고 해서 깜짝놀라 뿌리쳤던 기억... 이렇게 글로 쓰려니 아직도 수치스럽군요.

 

제가 처음 행동한것은 엄마에게(아빠에게 알리지 못했어요. 엄마가 이야기하셨는지 모르지만...) 사실을 알리고 직장을 관두기로 결정했고, 같은 부서 직원에게 그 상사와 저를 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달라 부탁했으며, 인사과 과장님께는 사실대로 말하고 사표를 제출했어요. 솔직히 인사과 과장님은 제가 직접인 피해를 이야기하지 않고, 상사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했을때는, 제가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고 말씀하시길래 그날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후 이것이 나만의 예민한 상황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으며 이 사실은 그냥 묻고 공식적으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표를 제출하는것으로 처리해달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부분은 아쉽지만, 논란이 되면 여자인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크게 피해를 당하기 전에 정리되는것만으로도 안도를 느꼈던것 같아요. 그리고 혹 저처럼 피해를 입을 직장내 여직원이 있을까봐 적어도 여직원들에게는 사실대로 말해 주의를 주었어요. 아마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직장내 남성직원들일겁니다. 인사과 과장님은 자신의 상사이니 절대 아는척 하지 않을거고, 자신이 부끄러운 행동을 했으니(적어도 제가 사표를 냈다고 하니깐, 화를 내면서 빨리 사표처리하라고 - 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어디가서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이야기한다면 저를 꼬리치는 나쁜 년으로 포장해서 이야기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제가 직장을 옮길까 고민하고 있었던때였고, 지금처럼 구직이 어려웠던 시기도 아니라 쉬원하게 사표를 제출했지만, 만약 당장 직장을 잃으면, 생활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피해자인 내가 직장을 관둔다는것이 부당하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사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방황할수도 있었을텐데,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제 주변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한것은 잘한것 같아요.  아마도 그동안 들어왔던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뉴스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거라 봅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페미니즘이 논란이 되고 관심이 된적이 있을까? 싶을정도 시끄럽지만, 이런 관심이 나쁘거나 불편하게 생각되지 않아요. 적어도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함으로써,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서 피해를 입는 여성이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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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6-12-22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란츠 카프카 꿈은 사실 알라딘 책베개로 낯이 익네요. ㅎㅎㅎ 카프카의 성은 유시민 작가도 세 번 읽어보려다 포기했다는 작품이라 전 나중에 작가에 대한 애정이 극에 달할 때 한번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러브크레프트도 한때 크툴루신화에 관심이 생겨서 전집은 샀는데 고이 먼지만 쌓이고 있어요...ㅜ.ㅜ 잠깐 나태함을 반성해 봅니다. 흥미가는 작가와 책들은 많은데 그게 오래가지 않고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점이 제 독서인생의 가장 큰 단점 같아요....

보슬비 2016-12-22 20:10   좋아요 1 | URL
^^ 저도 카프카의 꿈은 알라딘 책베개로 알았어요. 확실히 알라딘이 굿즈로도 책 홍보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카프카의 성, 캐모마일님의 글 덕분에 위로가 됩니다. 정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읽지 않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소장하고 싶은 욕심 다들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읽어주길 기다리면 먼지 맞고 있는 책들이 많아요. ㅠ.ㅠ 2017년에는 그런 책들을 소생시키는 한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

캐모마일 2016-12-22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성희롱 이야기는 정말 공감이 됐습니다. 가해자가 인식조차 부재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이게 왜 성희롱이고 수치심을 주느냐 식으로요. 그리고 한번은 제 예전 여자친구가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타면서 엉덩이를 꽉 쥐고 탔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문이 닫기니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고, 억울한 마음에 장시간 통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슬비 2016-12-22 20:13   좋아요 1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이 글을 페이퍼로 올려야하나 고민하다가, 혹 저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분이 계실때 조금이나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올렸어요. 참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지우고 싶은 기억인데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그런데 더 큰 상처를 받은 분들은 어떠할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진짜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당할때는 어찌 행동해야할지 판단도 되지 않을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나서 더 울화통이 나요. 최대한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망신을 주려 하지만 생각과 실천은 똑같지 않으니... 제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뿐이죠.

참...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많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