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을지대병원 4층 중환자실이 16일 울음바다가 됐다. 한 환자와 그의 가족이 겪은 ‘메르스의 비극’ 때문이다. 병원 측이 전한 사연은 이렇다.

 이날 오전 7시, 지난 4일 뇌경색 증상으로 입원한 A씨(65)의 남편(63)이 중환자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내에게 쓴 가족들의 편지를 간호사께서 대신 읽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목소리에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남편은 전날 병원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기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갈 수 없었다. 아들(37)과 딸(33)도 마찬가지였다. 이 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지난 8일 오후부터 2주간 면회인 출입이 금지됐다. 환자 20여 명과 의료진 50여 명이 ‘코호트 격리(의료진과 환자를 함께 병동에 격리하는 것)’된 상태다. 8일까지 A씨를 간병해 온 3명의 가족은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랐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됐다. 그 뒤 A씨의 상태가 악화돼 12일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승에서 다시는 아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은 간호사를 통해 아내에게 가족의 편지를 들려주기로 했다. 희미한 의식에 가족들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남편이 읽어 주는 편지글은 간호사실 막내 박진경 간호사가 받아 적었다.

 오전 10시, 5명의 중환자실 간호사가 A씨 곁에 섰다. 김용숙 간호사가 남편의 편지를 낭독했다.

 “남편이 OO 엄마에게 전합니다. OO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김 간호사는 목이 메어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이송희 간호사가 대신 나섰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아들의 편지가 이어졌다.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딸의 편지를 읽으려는 순간 다섯 간호사가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조미연 주임 간호사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낭독을 시작했다.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간호사 셋이 7분간 편지를 읽었다. 간호사들에 따르면 A씨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가족의 이별사(離別辭)를 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17분에 숨을 거뒀다. ‘임종 편지’가 낭독된 지 약 5시간 뒤였다. 병원 측은 가족에게 “간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통보했다. 메르스는 끝내 남편의, 그리고 자식의 임종을 가로막았다. 장례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의 가족들이 메르스 격리 대상자라 정상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격리는 22일에 풀린다. 이 비극을 지켜본 홍민정 내과계 중환자실 파트장은 “간호사 생활 14년 동안 숱하게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목도했지만 오늘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중앙일보

 

 

아침에 일어나다가 읽은 뉴스로 베갯잇을 적셨네요.

 

이번 메르스. 너무 호들갑스럽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가족이 메르스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도 마지막 임종을 함께하지 못하고 보낸다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져요. 남의 일 같지 않고 내 일 같아 가족들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던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2권의 책과 요즘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요즘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요... -.-;;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게 되었을때 그 절망감에 힘들겠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앞의 죽음을 볼수 없는것이 우리의 삶인지라..... 비관적인 의미는 아니고요. 그냥,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켠에 두고 있었는데, 책과 메르스 그리고 해피북님의 댓글을 보면서 '유언장'을 처음으로 써봤어요.

 

막상 유언장을 쓰려니 무슨 말을 적어야할지...

어떻게 첫 글을 떼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뭐 제가 남길것이 있어야, 유산은 어쩌고 저쩌고 할텐데...^^;;

그래서 편지를 썼어요. 전체 편지를 쓰다가 세부적으로 남기고 싶은 가족에게 따로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얼마나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지 이야기 하고 싶었고...

내가 없더라도 슬픔에 잠식되지 말고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외 신랑에게는 좀 더 세부적으로 요구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내 책들은 어느 W도서관의 ERC에 기증해 달라. (아... 가장 먼저 정리할 목록이 '책'이 나왔어요. 분명 제 책들은 다른 식구들이 읽지 않을걸 아니깐... 그러니 구매 정말 자제해야할것 같아요. ㅠ.ㅠ)

 

그 동안 함께 여행 가려고 여행 비상금 만들었는데, 그거 가지고 머리식힐겸 여행갔다와라..

(비상금이라고 하지만 신랑도 알고 있는 비상금입니다.ㅋㅋ)

 

그런데 한가지 고민이 생기더군요.

내가 죽으면 신랑에게 인터넷에 남은 저의 모든 글들을 삭제해달라고 부탁하려는데, 알라딘 서재는 어떻게 할지 살짝 고민이.. ^^;;  ㅋㅋ

 

하나 정도는 남겨야할지,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것 처럼 없애야할지 좀더 고민좀...ㅎㅎ

 

유언장을 쓰면서 마음이 애틋해져서 더 잘해야지...마음 먹었는데, 오늘 하루만해도 신랑을 향해 여러번 흘깃했어요... ㅠ.ㅠ;; 괜한 말에 뾰로통해지고...  지금 다시 페이퍼 쓰면서 마음 가다듬고 있지만, 아까 뾰로통한 일 생각하면 다시 삐짐모드가 되서리....ㅋㅋ 아직 저는 덜 성숙한자인가봅니다..

 

유언장을 쓰긴 했지만 유언장을 제 가족들이 먼저 보게 될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쩜 그런 마음에서 유언장을 적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처음 유언장을 써보니 마음이 묘해요. 살면서 종종 가다듬어보려해요.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uni 2015-06-1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네요~~ 오늘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세상살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보슬비 2015-06-18 10:26   좋아요 0 | URL
그 사실을 알고 하루 하루를 후회없이 살면 좋을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더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2015-06-17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8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8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8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6-1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예전에 삐삐나 자동응답기 있던 때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어요.문득 가까이 있을땐
엽서나 쪽지라도 남길 수 있었다가 떨어지게 되면서 (친구들) 전언을 남길 수단이 사라
지게 되버려서요. 그런데 이 알라딘 알게되고 가끔 물만두님 방엘 가요. 견디는 것이
구차하다 싶을 때 .. 울고 싶을 때 .. 뭐, 생판 남이죠..우린 글한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었
으니까..한번이나 되나..그런데 그냥 거기 존재하는 것으로도 위로가 되고 ,미안하고
유치하지만 혼자 이런 저런 넋두리를 하다 오는 거죠. 그러면 또, 한동안 견딤을 잊고
살고 있더라....^^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가 될 필요는 없겠으나 누군가는 당신이 흔적을
남겨주길 바랄 거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보슬비 2015-06-18 10:45   좋아요 0 | URL
이메일과 핸드폰이 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연락이 더 쉽지 않은것이 참 이상하죠.

그장소님도 물만두님 서재에 가시는군요. 저도 가끔씩 예전 물만두님 댓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책도 살펴보기도해요. 그장소님 말씀을 들으니 어쩜 알라딘서재는 놔두는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제가 물만두님과 같은 동급은 아니지만...^^;;

`누군가 당신의 흔적을 남겨주길 바랄거다`라는 그 장소님 말씀. 아마도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봅니다. 그 말씀이 그렇게 좋고, 행복해지네요. 정말 감사해요.~~~~~ ^-^

해피북 2015-06-1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내내 뭉클하고 울컥했어요. 저는 아직 시작해보지 못한 유언장인데..저도 쓰게되면 가족 앞으로 하나하나 작성해야겠어요 아..생각만해도 슬프네요 그리구 가지고 있는 책에대한 처분도 곰곰히 생각할 부분이였어요 보슬비님은 멋지세요 도서관에 기부를 생각하시고 말이죠 ~^^ 그리구 알라딘 서재글은 그장소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ㅎ

보슬비 2015-06-18 23:1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도서관에 기증하는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데요.^^ 관리 하기 힘들다고... ^^;; 그나마 제가 정한곳은 영어책 기증을 받는곳이라 정말 다행인것같아요. 아무래도 영어책은 일반책보다 기증이나 예산이 적어서 그런것 같아요.^^

저도 유언장 처음 써보는데, 마음이 이상하긴하지만 미리 적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1년에 한번씩 유언장 쓰면서 수정도 하고 그럴까봐요. ㅎㅎ

알라딘 서재는... 알라딘이 쭈욱 존재하는한 함께 남아있는것도 좋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