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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2010-03-25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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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 심난했던 오늘, 햇살 가득한 봄날이 그립다. 매년 가을을 앓았는데 요즘 매사 심드렁하고 의욕 상실한 듯한 일상이 봄앓이를 할듯 하다. 무언가 삶의 활력소, 설레임의 대상이 필요하다. 다락방님의 공개구혼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뻔한 레오와 에미의 사랑이 그래서 더 애틋하게 다가왔나 보다.

출장길 기차안에서 순식간에 읽어버린 후 소리내어 울지는 못하고 흐느끼면서 내다본 창밖 풍경은 봄이기 보다는 추운 겨울같은 황량한 느낌이었다. 언뜻 지나친 책에는 그들의 뒷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하지만 왠지 이쯤에서 멈춰야 할 듯 하다. 

만약 미래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레오와 에미처럼 메일로만 주고 받다가,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움이 일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후버 카페 같은 곳에서 찾으려 애쓰지 말고 '이 사람일것이다' 하는 서로의 느낌만 간직한채 만남을 대신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가능하긴 할까?

에미의 두번째 사랑이라는 것만 빼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 언어 심리학 조교수인 레오와 웹 디자이너인 에미의 정기구독을 취소하는 메일의 착오로 시작된 만남. 문자나 전화통화보다는 훨씬 정제되는 글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며 서서히 호감을 갖게되고, 2분뒤, 1분뒤, 50초뒤로 이어지는 메일의 대화글이 보여주듯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서로를 갈망하게 된다.

레오가 애인이었던 마들레네에게 했던 말은 에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그 여자는 나를 휘저어놓고, 들뜨게 한다. 종종 그 여자를 달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꼭 그 마음 만큼 그 여자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어진다. 나한테는 이 지상에서 그 여자가 필요하다. 그 여자는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고 영리하며 재치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여자는 온라인에서지만 내 곁에 있다는 점이다.  
   

잠들기 전 메일에 쓴 레오의 인사가 참 따듯하다. 아 멋져라. 
    
   
  새벽 세시예요, 북풍이 부나요? 굿나잇.  
   

그렇게 아무일 없이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던 그들의 사랑은 에미의 남편이 알게되면서 혼란속으로 빠지게 된다. 결국 한번의 만남도 갖지 못한채 레오의 떠남으로 그들의 사랑은 끝이 난다.

   
 

레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어요. 제 감정이 모니터를 벗어난 거예요. 전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베른하르트는 그걸 알아차렸어요. 추워요. 북풍이 불어오고 있어요. 이제 우리 어떡하죠? 

10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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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봄앓이를 할 수 밖에....

쉽게 타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닌 글을 통해서 서서히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느린 사랑은 어떨까? 우표를 붙여야 하고, 직접 우체국까지 가야하는 수고로움 없이 컴퓨터 자판을 통해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때로는 나의 생활에 대해. 때로는 내가 추구하는 것들에 대해 함께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그들의 사랑이 읽는내내 안타까웠다.
레오......에미.......            



 
 
다락방 2010-03-26 08:40   댓글달기 | URL
하하. 세실님. 이 리뷰는 스포일러 다량 포함이로군요!! ㅎㅎ

인용하신 부분은 저도 엄청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그 여자는 나를 휘저어놓고, 들뜨게 한다. 종종 그 여자를 달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꼭 그 마음 만큼 그 여자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어진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잡힌달까요. 봄앓이에 담긴 속뜻은 아픈데 봄앓이라는 단어 자체는 참 예뻐요. 그쵸? 사랑같은건가봐요, 봄앓이는.

세실님.

레오와 에미가 한게, 이메일 속에 들어가 있던 그 감정들이, 사랑이겠죠? 그것도 사랑인게 맞죠?


프레이야 2010-03-26 08:43   URL
앗, 다락방님. 와락~
아래 댓글쓰고 클릭 하니까 락방님의 댓글이 위에 먼저 뜨네요.
거봐요, 세실님 ㅎㅎ

다락방 2010-03-26 09:10   URL
ㅎㅎ 프레이야님 ♡

세실 2010-03-26 09:13   URL
100% 님 덕분에 읽게 된 책입니다.
유일한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그런 슬픈 결말은 싫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 얘기 듣고나니 책 한권 읽은것 같다는 뭐 대수롭지 않음...친구도 관둘까봐요. ㅎㅎ
사랑 맞죠. 아주 큰 사랑.
언뜻 둘의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보여지잖아요.
보고싶을때 보고, 만나고 싶을때 만나면 여운이 오래 가지 않죠.
무언가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 터질듯한 사랑...느꼈습니다.
아 가슴 아픈 사랑 레오와 에미.

프레이야 2010-03-26 08:42   댓글달기 | URL
곧 다락방님의 방문이 있을 듯해요 ㅎㅎ
워낙 이 책 전도사였잖아요.(씽긋^^)
세실님, 이 책 보셨군요.
봄바람이 매서워요. 아직은요.
그래도 오늘 따스한 봄날하루 맞으세요.

세실 2010-03-26 09:16   URL
프레이야님도 읽으셨나요.
님의 느낌 궁금합니다.
오늘은 모처럼 집에서 쉬고 있어요.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느라 잠깐 나갔는데 매섭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뒹글거리며 책이랑 놀아야 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03-26 10:00   URL
헤헤.. 리뷰도 썼지요.^^
뒹굴거리며 책이랑 노는 거, 아주 좋지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세실님.

세실 2010-03-26 10:11   URL
어머 님 못 찾겠어요.
어디다 꼭꼭 숨겨놓으셨을까요...

다락방 2010-03-26 10:50   URL
프레이야님은 [일곱번째 파도]에 관한 리뷰만 쓰신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는. 그 리뷰에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언급하셨고 말입니다.

:)

프레이야 2010-03-26 11:41   URL
앗, 맞아요 맞아.ㅎㅎ 다락방님 말씀이요.
이렇게 요즘 깜박거리며 산다우~ 치매? 흑흑..
일곱번째 파도, 리뷰로 묶어썼다지요.ㅋ

세실 2010-03-26 17:55   URL
아 일곱번재 파도...
읽어야 할까요? 그냥 이렇게 마음 아파하며 지내는 것도 괜찮을듯 한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요. 영원한 이별. 넘 슬프긴 하겠지만요.

다락방 2010-03-26 17:59   URL
세실님. 꼭 읽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음, 저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결말이 대단히 완벽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일단은 새벽 세시 결말의 여운을 좀 더 가져가는게 좋을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나중에, 나중에 읽어도 될 것 같아요.

세실 2010-03-26 23:31   URL
그렇죠? 이메일 사랑 다운 완벽한 결말이었어요.
많이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지도...
그래야 맞는 거잖아요.
여름 즈음에 볼래요^*^

2010-03-26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6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3-26 17:41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그렇군요. 에궁. 우짜지요. 힘내셔요

세실 2010-03-26 17:50   URL
호호호 그래서 이렇게 힘내려고 하루 쉰답니다.
3일 연휴에서 2일 남았습니다.
님도 해피한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0-03-26 19:15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도서관에서 이 책 빌려와서 책상위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세실님은 늘 에너지가 떨어질 날이 없는, 활기 있는 모습으로만 연상되었었는데 세상에 365일 그렇기만 할 수는 없는것이겠지요. 워낙 날씨도 이랬다 저랬다 하고 해가 좀 짱~ 하고 나면 우리들 기분도 나아지지 않으려나 싶네요. 저는 오늘 남편이 다린이 데리고 어딜 가서 저 혼자 영화보고 돌아다니다 들어왔답니다.

세실 2010-03-27 00:23   URL
아 님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각자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다르겠죠.
에너자이저..ㅎㅎ
애써 노력하는 부분이지만, 요즘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랄까. 청주가 좁아서 그런지 왠지 아는 사람 만나면 머쓱할듯 하여 아직도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지 못합니다. 오전에 영화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요.
무슨 영화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