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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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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책 선물을 즐긴다. 최근에는 지인의 발령을 축하하며 <하워즈의 선물>같은 자기개발서나 베스트셀러를 선물하고, 군대간 조카의 인문학적 지식을 높이기 위해 <책은 도끼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처럼 평소에 읽기 어려운 책을, 돌된 아기를 위해 <사과가 쿵> <누가 내머리에 똥 쌓어> 같은 리듬있는 그림책을 선물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니 다소 딱딱한 워드 메모를 삽입하지만,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손글씨로 적다가 오자가 되면 하트를 그려 넣기도 하고 나뭇잎 모양으로 배경그림도 넣는 등 고민하면서 내용을 적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선물했던 책의 메모중 일부가 이렇게 책으로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책의 원주인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주로 대학가 주변 서점에 있던 책들이기에 마치 비밀 일기장처럼 고독, 사랑, 인간관계, 삶, 철학에 대한 고민한 흔적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졸업하는 선배에게 수줍게 건넸을 시집 한 권.

책에 고이 담은 축하의 말 속에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한 사람의 마음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짐짓 명랑한 척 작별 인사를 하지만, 일부러 서점에 가서

찾아낸 시집이 <고통의 축제>다.

마음을 표현할 길이 그것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p. 35    

  '밥값으로 책을 사고는 이틀간 밥 안먹기 책 읽기 두렵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는 삐뚤삐뚤한 글을 쓴 가난한 대학생이 황지우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를 구입하며 책에 적은 내용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막심 고리키 <어머니>등 가볍지 않은 책들이 주를 이룬다.

1996년 4월 15일 시작. 봄이다. 만물이 깨어나 생기를 얻고 있듯이 나도 그래야 한다. 봄의 화려한 자신감을 나도 닮고 싶다. 지금껏 봄처럼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하냐. 그늘, 뒷자리, 밑바닥만 찾아다니며 살아온 게다. 이젠 양지로 햇살로 나가 몸을 따숩게 해야지. 그동안 너무 추었다.

                                                                     p.86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서지는 못하고 그가 아르바이트했던 매장을 찾아 괜히 기웃거렸던 기억, 운동권 남자를 좋아했지만 먼발치에서만 바라 보았던 기억......그들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못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취업 걱정으로 몸무게가 빠져 엄마에게 이끌려 한의원에 가서 한약 먹고 기운 차렸던 대학 4학년의 힘들었던 기억들....... 어디엔가 끄적거렸던 메모가 남아있겠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 가을이랑 참 닮았다. 

모든 것에 서툴고 힘겨웠던 시절,

가장 남루했지만

가장 눈부시게 빛나던 그때,

 

그곳에 두고온 건 없었느냐고.

                                            p. 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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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9-0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에 뭔가(제 느낌이나 생각을) 써 가면서 책을 보는지라, 이런 책이 당기는군요.
남의 비밀 일기장과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겠군요.
책 내용이란 것도 알고 보면 참 다양한 것 같아요. ^^

세실 2013-09-09 08:32   좋아요 0 | URL
밑줄 쫙! 포스티잇 붙이기, 심지어 접기. ㅎㅎ
시대의 아픔도 느낄 수 있고, 책 내지에 적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니......참신합니다^^

페크님 행복한, 즐거운 한주 되세요~~~~~~

순오기 2013-09-1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글들이 한 편의 시 같아요~~
나도 표지 안쪽에 끄적거렸던 것들을 모아 볼까요.^^

세실 2013-09-11 09:07   좋아요 0 | URL
굿모닝 오기언냐^^
그쵸. 깊이가 있는 글들이네요.
요즘 제 글이 자꾸 가벼워져서 고민입니다.
오기님 글 모아 모아서 책을 내시어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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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나니 따뜻한 결말에 마음속 무언가가 스르르 풀리는 듯한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전작「상실의 시대」「1Q84」로 우리에게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는 선인세가 16억이라는 소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봄, 생애 처음으로 일본에 다녀오고나니 비록 가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의 주 배경이 된 나고야, 도쿄가 친근하게 여겨졌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쓰쿠루가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 넷에게 이유도 모른채 절교를 당하고, 어른이 되어 여자친구의 조언으로 친구들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사연이다. 나고야시 교외의 공립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인 이름에 색이 들어간 친구 '아카(적), 아오(청), 시로(백), 구로(흑)와 쓰쿠루는 봉사활동, 시험공부도 같이하고 휴일에도 함께 어울리는 단짝 친구들이다. 모두 나고야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고 역을 만들고 싶어하던 쓰쿠루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방학이 되면 나고야로 돌아와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던 넷은 어느날 쓰쿠루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사이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지만 그 기념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그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쓰쿠루는 다행히 자살은 하지 않았지만 대학생활내내 방황하며 은둔 생활을 했다. 졸업한 뒤 철도회사에 근무하게 되고 여행사에 다니는 사라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게 된다. 애써 잊고 싶어하던 과거의 상처는 사라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친구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깊은 오해를 풀게 되고, 관계맺기를 주저하던 쓰쿠루는 사라와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

 

핀란드 남자와 결혼한 구로를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택시 기사는 "휴가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멋진 두가지라고들 하죠"라는 명언을 남긴다. 평소 여행은 나를 위한 선물이며, 나이 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이 새록새록 드는 요즘 잠시 책을 내려놓게 한다.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은 여행과 친구이지만 바쁜 삶 속에서 마음만큼 형성되지 않는 탓이다.

 

나와 고등학교때 친했던 친구들 넷은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에 갔다. 한동안 학교에 같이 다니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과 친구들보다 이 친구들과 더 자주 어울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만날 수는 있을까?

 

책을 읽는내내 반복된 리스트의 '순례의 해'의 애잔한 음악이 귓가를 맴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내는 하루키의 음악적 취향을 공유하는 즐거움도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다. 이 책을 읽는동안 한 친구가 어른거렸다. 사소한 일로 내 마음이 상해서 그녀의 전화도 심드렁하게 받았고 우리는 서서히 멀어져갔다. 가장 오랜 친구이고 어떤 어려움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당장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내 서운한 마음을 위로 받고 다시 좋은 관계로 이어 나가야겠다. 쓰쿠루가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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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8-0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게 별점 주셨네요. 전 너무 실망ᆢ그래도 꿋꿋이 다 읽긴 했어요.ㅠ

세실 2013-08-07 08:55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전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름 좋았는데....... ㅎㅎ

다크아이즈 2013-08-0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부지런히 앞서가시는 세실님...
저 헉헉대는 거 보고 계시나요?
아직 못 읽었는데 노력할게요. 근데 읽을 만한 것 맞지요?^^*

세실 2013-08-07 09:2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요즘 한가하거든요^^
규환이 책 읽게 하면서 저도 읽어요.
이 책은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
읽을만한 가치 충분히 있어요. ㅎㅎ

꼼쥐 2013-08-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살까말까 고민중인데(워낙 떠들썩한 책이라서) 세실님의 리뷰를 읽으니 사야겠다는 마음 쪽으로 살짝 기우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세실 2013-08-10 11:40   좋아요 0 | URL
살짝 아니고 완전히 기우셔도 됩니다^^ 표지도 예쁘고 후회하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라일락 2013-08-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추억 속의 한 순간이 떠올랐어요.

하고 싶은 말이 남았는데, 듣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떠나 버렸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있었기에.
제가 많이 소극적인 성격이었거든요.

오래전에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하루키 스타일을 알기에 작가의 책이 출간되면 습관적으로 읽게 되네요.

세실 2013-08-19 11:27   좋아요 0 | URL
하루키에 대해 마음 맞는 분이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당시엔 죽고 못 살던 친구도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기도 하더라구요.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는 풀어야겠죠. 친구에 대해 서운했던 마음들을....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기에 더 와 닿았답니다.
하루키 수필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네요.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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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떴다. 세찬 비가 내린다. 밤새 꿈을 꾸었다. 아이들이 시간내에 돌아오지 않아 하루종일 찾아 헤매던 꿈으로 요즈음 정유정의「28」과 김영하의「살인자의 기억법」을 연달아 읽어서인듯 하다. 얼마전 문학동네가 개최한 김영하 낭독회에 다녀왔다. 참여 자격은 예약도서 구입자에 한정했는데 인원이 천명을 넘는다. 콘서트가 아닌 작가 강연회에 이렇게 많은 독자가 모인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옥수수와 나」를 읽고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라는 첫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70대 노인이 무수히 저질렀던 살인의 추억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신경숙의「엄마를 부탁해」처럼 첫 문장에서 오는 강렬함과 사실적 묘사는 책의 전체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초, 중반부는 범인을 쫓거나 스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흡입력으로 단숨에 읽어가다가 '순간 멈춤' 하는 스토리 전개는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듯한 재미를 더해준다.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새로운 살인범과의 대결로 자신의 목숨은 잃지만 딸의 목숨은 지켜내겠지하는 다소 평범한 결론을 생각했지만 거대한 반전이다.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딸 은희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저 치매 노인을 가끔 돌봐주었던 사회복지사였다는 것, 주인공 김병수와 피 말리는 신경전을 벌였던 연쇄 살인범 박주태도 존재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것은 꽤 오래 정적으로 이어졌다. 딸이었다고 믿었던 은희도 결국 김병수가 죽인 것일까?  어릴적 술만 마시면 엄마와 여동생을 두들겨패는 아버지를 죽이며 살인자의 길을 걷게 된 김병수의 삶은 불우한 가정환경이 평생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그에게 알츠하이머는 순간의 기억조차 잊어버리는 무서운 형벌이 되고, 결국 연쇄살인자라는 과거의 악이 세상에 공개된다. 

  

낭독회에서 사회자로 나온 가수 이적이 반전있는 결론에 대한 질문에 작가는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은 중요하지 않으며 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노인이 1인칭 화자인 지극히 주관적인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불안정한 정서임을 강조한다.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한번의 실수도 없었던 영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 죽음, 노쇠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두번씩이나 반복한 반야심경의 구절, 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적절히 묘사된 고급스러운 문체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한 여름밤 무더위로 잠이 오지 않을 때, 휴가때 읽으면 좋을 책 1순위로 이 책을 추천한다.

  

밑줄 긋기

 

"나는 꽤 오래 시 강좌를 들었다. 강의가 실망스러우면 죽여버리려고 했지만 다행히 꽤나 흥미로웠다. 강사는 여러 번 나를 웃겼고 내가 쓴 시를 두 번이나 칭찬했다. 그래서 살려주었다. 그때부터 덤으로 사는 인생인 줄은 여태 모르고 있겠지? 얼마 전에 읽은 그의 근작 시집은 실망스러웠다. 그때 그냥 묻어버릴걸 그랬나.

나 같은 천재적인 살인자도 살인을 그만두는데 그 정도 재능으로 여태 시를 쓰고 있다니. 뻔뻔하다."                p.9

딸내미와 커피숍에 앉아 팥빙수를 먹으며 이 구절을 읽다가 한참을 웃었다. 딸에게 보여주고 후배에게 카톡으로 사진찍어 보내주며 '대단해!'를 연발했다. 전직 살인자인 노인이 시 강좌를 듣는것도, 강사에 대해 평을 해놓은것도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유머가 곁들여있다. 

내 마음은 사막이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습기라곤 없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 날도 있었다. 내겐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나는 늘 사람들의 눈을 피했다. 그들은 나를 소심하고 얌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p 34

 

살인자로 오래 살아서 나빴던 것 한 가지 : 마음을 터놓을 진정한 친구가 없다. 그런데 이런 친구,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있는 건가?                                                                                                                              p. 57

 

수치심과 죄책감 :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죄책감은 있으나 수치는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수치는 느끼지만 죄책감은 없다. 타인의 시선이나 단죄는 원래부터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부끄러움은 심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죽이게 된 사람도 있다 - 나 같은 인간이 더 위험하지.                                                                          p. 105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딱 한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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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3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옥수수와 나>를 재밌게 읽었어요.
9쪽에 있는 글, 웃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웃음이 나와요. ㅋㅋ
재밌고 깊은 사색의 시간으로 몰고 갈 책인 것 같군요.
<살인자의 기억법>, 딱 우리 남편이 좋아할 스타일의 제목이에요.
책 뭐 살까, 물어 보면 이 책을 대답해 주겠습니다. ^^

세실 2013-07-31 09:05   좋아요 0 | URL
딸내미랑 팥빙수 먹으며 읽다가 빵 터졌어요~~~
지난번 김영하 낭독회에서 김영하가 정돈된 톤으로 읽어주는데 또 웃음이 나더라구요.
무서운 내용인데 전혀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드는 책입니다.
유머와 지적인 내용이 겸비되어서? ㅎㅎ
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좀 얇은게 흠!

2013-07-30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31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8-0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책은 읽은 게 없는거 같아요.
나도 팥빙수 억고 싶다~~~~~~~~~ ^^

세실 2013-08-04 13:12   좋아요 0 | URL
김영하 작가 매니아가 많더라구요.
지난번 낭독회 갔다가 천명이 넘는 인파에 깜짝 놀랬답니다.
광주 다음 모임은 청주에서 해요^^
청남대 갔다가 수암골 풀문 커피숍에서 팥빙수 먹어요!
 
나의 프랑스식 서재 - 김남주 번역 에세이
김남주 지음 / 이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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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아즈 사강, 아멜리 노통브, 알베르 카뮈, 로맹 가리... 번역가 김남주를 통해 우리는 당신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책 띠지에 적혀 있는 글이 작은 설레임을 갖게 한다. 고등학교때 진로를 생각하면서 잠시 번역가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는데 "번역은 내 삶의 징검다리 같은 것이라고 여겼다. 강 저편으로 가기 위해 딛고 가는, 오랫동안 내 시선은 내가 딛고 있는 그 징검다리가 아니라 내가 당도해야 할 강 저편 기슭에 고정되어 있다고 고백한다. 문화와 정신을 전달한다는 감동과 자부는 대개는 무능과 게으름과 악조건 속에서 사그라들고, 표현과 내용의 좌충우돌 속에서 많은 밤들을 새웠다. 저울의 한쪽에 착실히 말들을 올려 놓으며 한 권의 번역을 마치고 나면 머릿속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듯 일상적인 대화조차 더듬고 버벅대고 순서를 바꾸기 일쑤였다."는 번역가로서의 고단함과 어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선택하지 않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물론 그때나 지금의 내 영어실력으로는 어림도 없겠지만......

 

<나의 프랑스식 서재>는 프랑스 문학을 꾸준히 번역한 저자의 번역서중 '옮긴이의 말'을 모은 것이다. 5장으로 나누어 사랑, 문학, 내면, 그림, 음악, 사람 등의 주제로 구분한 각 장의 제목이 시적이다. 1장은 사랑, 그 성스럽고 치명적인 탐닉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 로베르 인명사전>, 안느 그로스피롱의 <이제 사랑할 시간만 남았다> 등 사랑과 관련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다가온 사랑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낸 당신에게 평생 외로움 속에 살아야 할 고독형을 선고합니다."라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구절이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2장은 문학, 지금 여기를 넘어서서 라는 제목으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이방인>,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의 또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의 <가면의 생>,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녹턴, 나를 보내지마>등을 소개한다. 3장은 내 안의 니콜라에게 말 걸라는 제목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장루이 푸르니에의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꿈꾸는 소년 푸르니에>, 실비아 플라스의 <침대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은 그림과 음악과 사람에, 마음을 두다로 <레몽 장의 <세잔, 졸라를 만나다>, 엘렌 그리모의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을 소개했고, 5장은 발길 닿는대로 걸어도라는 제목으로 장 지오노의 <진정한 부>, 에드워드 베르의 <미국 미국 미국>등을 소개했다.

 

프랑스 문학을 거의 접하지 않았지만 막연한 동경으로 이 책을 펼쳤는데, "햇빛, 반짝이는 커피, 반들거리는 크루아상, 그리고 코끝을 간질이는 입맞춤과 함께 나는 잠에서 깼다. 최고의 순간은 언제나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지는 법"이라는 <솔로몬 왕의 고뇌>의 한 구절이 사랑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몇년전에 제목에 반해서 구입해놓고는 잊고 있던<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이 책을 읽고 구입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당장 읽어야 겠다. 당분간 프랑스 문학에 푹 빠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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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새로운 책을 알게 되었네요. 관심 가네요.
검색해 봐야겠어요.
좋은 아침!!!!!!!!!!!!

세실 2013-07-15 09:42   좋아요 0 | URL
페크님 굿 모닝~~~~~
표지랑 내용이 매력적인 책이예요^^
제가 사는 청주엔 어제 소나기가 몇차례 쏟아졌고, 지금도 하늘이 무겁게 내려 앉았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다크아이즈 2013-07-1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벌써 읽고 리뷰를!
저도 빨리 접수해야겠어요.
누군가에게도 말한 것 같은데 김남주식 문체가 궁금해요.

세실 2013-07-17 10:28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며 프야님이 생각났어요.
얼마나 좋아하실까.....
내일 가져가려구요^^
김남주식 문체 섬세하고, 멋스러워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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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와 <상실의 시대>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번째 에세이인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일본의 이십대 여성이 주 독자인 잡지 <앙앙>에 일년동안 연재한 오십편의 모음집이다. 글을 쓰기 전에 오십개 정도의 토픽을 미리 정해놓고 생활 속의 새로운 화제가 생겨나면 목록에 덧 붙인다고 한다. 오십오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글은 발랄하면서 쿨하고 유머러스하다. 동시에 단순한 신변잡기가 아닌 음악, 영화, 그림에 조예가 깊은 박학다식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도 그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다.

 

친절심이라는 키워드로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에 '사랑은 가도 친절은 남는다'말을 인용하며 다음의 글을 도출해낸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 때 친절심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되도록이면 상대가 읽기 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시도해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알기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말을 골라야 한다. 시간도 들고 품도 든다. 얼마간의 재능도 필요하다. 적당한 곳에서 "그만 됐어"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다.

                                                                                        p.23

글을 쓸때 재능이나 깊이는 없지만 가급적이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쓰려는 내 글쓰기 법칙과 통한다. 글을 써놓고 출력해서 몇번이고 읽다보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나 난해한 부분을 발견해서 수정을 하게 된다. (알라딘 서평은 다 써놓고는 제대로 읽지 않지만!)

 

 <여덟단어>에서 박웅현이 추천한 음악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하루키도 추천했는데 시공간을 초월한 음악의 힘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인용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가 "Soup or Salad?"를 슈퍼 샐러드로 오해해서 몇번을 반복한 내용을 다루면서 메뉴로 슈퍼 샐러드가 있었으면 한다는 그의 채식 사랑에 웃음이 난다. 선물을 잘 고르는 사람은 선물을 고를때 에고가 드러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이 되어 물건을 고른다는 이야기는 배려심과 연결된다. 그의 취미중 하나인 마라톤이나 철인 3종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마치 소풍 전날의 초등학생과 같은 기분이라는 그의 운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부럽다. 전화받는 것, 파티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고 인터뷰에 답하는 것, 메일에 답장쓰는 것도 힙겨워하는 하루키는 천상 글쓰는 사람이다.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책을 읽고 싶을때, 마음이 심난해서 깊이 있는 책 읽기는 어려울때 하루키의 에세이는 쉽게 읽히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읽는 즐거움을 준다. 글의 키워드를 완벽하게 소화한 코믹한 삽화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유쾌하면서 경박하지 않은 작은 울림이 있는 하루키의 에세이가 좋다.

 

가을  

        기야마 쇼헤이

 

새 나막신을 샀다며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나는 마침 면도를 다 끝낸 참이었다.

두 사람은 교외로

가을을 툭툭 차며 걸어갔다.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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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3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땡스투유~~~^^ 리뷰도 하루키만큼이나 좋아요. 우린 벌써부터 심장을 조이는 여름을 툭툭 차며 걸어가볼까요^^

세실 2013-07-01 11:26   좋아요 0 | URL
와 이리 극찬을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월요일에요^^
호호호 바로 응용하시는 프야님.
여름을 툭툭 차며 걸어가는 그 느낌 좋아요. 모래사장에서 바닷물 툭툭 차며 걷고 싶어라~~


야클 2013-06-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사자나 호랑이가 샐러드를 좋아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을 잠시 해봤어요.
"샐러드 한 접시 주면 안잡아먹~~~지"를 외치는 호랑이부터 , 동물원에서 삽으로 사자 우리에 샐러드를 던져 주는 사육사, 써커스에서 재주 부릴때 마다 샐러드를 얻어 먹는 사자들, 사자들이 먹다 남은 상한 샐러드를 노리는 하이에나들....
오늘 하루 너무 더웠나요? ㅎㅎㅎ

세실 2013-07-01 11:29   좋아요 0 | URL
샐러드는 양상치랑 방울토마토가 무난하겠다.
별로 씹을것도 없는 샐러드만 먹다보면 이빨이 퇴화되겠죠? 그럼 쉽게 빠지려나? 이빨 빠진 호랑이는 우리랑 함께 놀수도 있을거야~~~
동물원에서 함께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녀도 좋으려나? ㅎㅎ
오늘도 느무 더워요~~~
가만히 앉아 있어야 겠어요^^

라로 2013-07-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책엔 눈 길 안 주려구요~~~~.ㅠㅠ
어제 집안에 있는 책을 거실에 꺼내놨는데 책이 거실 가득인거야요,,,딸아이도 방에 있는 책을 다 꺼내놨는데
제 책 만큼 많았어요!!! 그런데 우리 둘의 차이는 딸아이는 그 책들을 다 읽었다는 것이고 저는 10분의 1도 읽지 못했다는 사실!!!
양심이 많이 찔렸고 있는 책이나 정말 열심히 읽어주자 결심했어요,,,하루키 책도 사놓고 안 읽은 책이 5권은 되는 듯요~~~.ㅠㅠ
암튼 세실님 열심히 책 읽으시고 리뷰 올리시는 모습 하루키보다 멋져요~~~~~~^^

세실 2013-07-01 11:38   좋아요 0 | URL
그 책 다 가져가지는 못하실거고......아까우시겠다.
따님 미국가면 두각을 나타낼듯. 독서의 힘은 정말 위대하더라구요.
특히 언어, 외국어는.....
님은 저보다 열배는 더 많이 읽으시는듯.
요즘 나의 프랑스식 서재랑 글쓰기의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읽고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요.
전 그저 가벼운 에세이가 수준인가봐 ㅠㅠㅠ
땡큐~~ 시아님과 프야님땜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수퍼남매맘 2013-07-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작가 모두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이 곡 참 좋아하는데....
하루키의 에세이가 우리 집에 굴러다니는(?) 게 보이는데 방학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세실 2013-07-02 09:51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자주 듣고 있어요.
첫 피아노음도 좋고...애잔하면서 마음을 정돈시켜주네요.
ㅋㅋ 굴러다니는 하루키책! 에세이는 쿨하면서 금방 읽어요. 조금 있으면 방학! 부러워라~~~

2013-07-03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3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3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팜므느와르 2013-07-0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세이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 때 친절심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되도록이면 상대가 읽기 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시도해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 저도 오늘 이오덕 관련 단상 쓰면서 이 말과 상통하는 글을 썼었거든요. 쉬우면서 모든 걸 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요. 시도하는 자는 그 어려움을 알지요. ㅋ
결론 쓰기는 너무 어려워, 세실님 맞지요?

세실 2013-07-04 23:53   좋아요 0 | URL
저도 친절심을 발휘하려고 노력합니다. 쉽게 읽히지 않는 글은 싫거든요.
하지만 요즘 갈수록 글 쓰는게 어렵다는거.....책 읽는것도 어렵고요. 음. 고민스러워요.
서론 쓰기도 어려워요. ㅠㅠ
ㅋㅋ 세실입니다. 팜므님^^

2013-07-04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4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