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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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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에서 본 무한도전 가요제 노래 중 '사라지는 것들'에 시선이 머문다.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로 중독성이 있다.  어두운 밤 한가운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 보다는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한다. 요즘 노래 가사가 유난히 귀에 들어온다.

문득 모든 게 사라져가는 것 같아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 많던 꿈들과 열정과 희망과
모든 것들이 점점 기억이 나지 않아

어느 새부턴가 하늘의 별보다 더
도시의 불들이 더 반짝반짝 빛나고
사람의 숨결과 따스한 온기보다
차갑기만 한 말들과 온갖 낯선 눈빛들만

사라지네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던 꿈들이
잊혀지네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가네

텅 빈 놀이터에는 어릴 적 아이들의 소리가
텅 빈 식탁에는 그리운 가족들의 웃음이
언제부터 우린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됐을까
무서울 만큼 고요한.

사라지네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던 꿈들이
잊혀지네 세상은 하얀 백지가 되어
사람을, 사랑을 잃은 우리를 덮어주고
모두들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저 하늘 너머로 희미하게 빛나는 별처럼
우리도 이렇게 잊혀질까

사라지네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던 꿈들이
잊혀지네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가네

사라지네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던 꿈들이
잊혀지네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가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네개의 챕터로 나눈 노래에 대해 쓴 글 모음이다. 계절에 어울리는, 특정 계절에 들었던 음악과 일상을 소개한다. 어느날 그가 뮤지션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LP판부터 삼성 마이마이, 더블 데커, 아이 리버는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때 학교 근처 다방에 들러 DJ에게 노래를 신청하고  노래가 나오면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가 그립다.

 

그가 <배철수 음악캠프> 방송에 나가 추천한 다섯곡은 'Sunny Afternoon(The Kinks), 바람의 왈츠(이아립), Sour Times(Portishead), Wind Blows(오지은), The Dreaming Moon(The Magnetic Fields)' 이다. 이 중에서 이아립의 바람의 왈츠를 들었다. 수줍은 듯한 소녀적인 음색과 가사가 예쁘다. 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검색하면 즉시 동영상을 볼 수 있으니 참 편한 세상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닌 음악의 계절이라는 그의 말에 반기를 들기 보다는 왠지 인정하고 싶다. '자연의 모든 색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밤이 오기 전의 노을처럼 곧 겨울이 되어 색을 잃어버릴 많은 것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자기 빛을 발하고 있는데. 하늘은 얼마나 파랗고 나무들은 얼마나 선명한데. 책 같은거 보지 말고 두눈 똑바로 뜨고 이 가을을 보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왜이리도 가슴을 울리는지.

 

'음악은 귓속으로 들어와 모든 빛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바라보면 빨래 세제 광고처럼 흰색은 더욱 희게. 색깔은 선명하게 보인다. 보내도 가지 않던 여름이 가고, 보내고 싶지 않은 가을이 왔다. 바람이 완전, 음악이다.' 아 좋다! 이 사람의 글은 각각 한편의 시가 된다. 

 

딸아이가 요즘 즐겨듣는 루시드 폴의 노래들도 기웃거리고, 오늘은 하루종일 영화 레옹의 OST이기도 한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들었다. 작가도 가을과 겨울에 어울릴만한 노래중 하나로 이 곡을 추천했다. 스팅의 애잔한 목소리는 왜이리도 내 가슴을 파고 드는지.

He deals the cards as a meditation
And those he plays never suspect
He doesn't play for the money he wins
He doesn't play for the respect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The sacred geometry of chance
The hidden law of probable outcome
The numbers lead a dance

그는 명상을 위해 카드를 돌리지,
그는 상대방을 전혀 의심하지 않지,
그는 돈을 따기 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아,
그는 명성을 얻기 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아,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카드를 돌리지,
이길 수 있는 기회의 신성한 기하학,
나올 수 있는 결과의 숨겨진 법칙,
숫자들이 춤을 추네,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을 의미하지,
클로버는 전쟁 병기를 의미하지,
다이아몬드는 이 게임에서 돈을 의미하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하트)의 모양은 아니야,

He may play the jack of diamonds
He may lay the queen of spades
He may conceal a king in his hand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그는 다이아몬드 잭으로 플레이하기도 하지,
그는 스페이드 퀸을 내놓기도 하지,
그는 손 안에 킹을 들고있기도 한다네,
그 기억들이 점점 멀어져 가네,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the shape of my heart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을 의미하지,
클로버는 전쟁 병기를 의미하지,
다이아몬드는 이 게임에서 돈을 의미하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야,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이 아니야,

And if I told you that I loved you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The mask I wear is one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And find out to their cost
Like those who curse their luck in too many places
And those who smile are lost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 말하면,
그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겠지,
난 여러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난 단 하나의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떠드는 사람은,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되지,
너무 많은 곳에서 자신의 행운을 바라는 이들,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이들,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을 의미하지,
클로버는 전쟁 병기를 의미하지,
다이아몬드는 이 게임에서 돈을 의미하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야,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이 아니야,  

음악을 사랑한 소설가 김중혁은 삶이 참 풍요로워 보인다. 그의 삶에는 음악이 늘 함께 한다. 오래전부터 정형돈의 팬이라는 그의 소탈한 취향이 왠지 정감있다. 대부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클래식을 앞세우는데 그는 주로 팝송이나 인디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맘에 든다. 일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편안한 에세이지만 고급스럽다. 가을과 겨울의 길목인 오늘, 기숙사에 들어가는 움추린 딸아이의 뒷모습과 다시 금요일이나 되어야 볼 수 있다는 허전함에 왜이리 먹먹한지....아이를 보내고 운동장 한가운데서 다시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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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1-1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김 c가 만들었던 그 노래가 참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서울에는 방금 전 첫눈이 흩날렸는데 그 때 음악이 있었으면 더 멋스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세실 2013-11-18 23:01   좋아요 0 | URL
그쵸? 김C 목소리가 참 편안하면서 담백하게 들리더라구요.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지요.
청주엔 폭설주의보까지 내렸어요. 첫눈인데 이렇게 함박눈도 내리는구나 하고 신기해 했습니다.
점심 일찍 먹고 창 넓은 커피숍에 앉아 내리는 눈 보는데 행복하더라구요.

꿈꾸는섬 2013-11-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친구 카스에 올라와서 찜해두었는데......참 괜찮은 책일 것 같더라구요.^^

세실 2013-11-26 13:36   좋아요 0 | URL
네. 강추합니다^^ 문학과 인문학의 접목?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가 될수도 있겠어요^^
 
[인생 수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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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매듭이 풀리지 않을때는 스마트폰으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다. 어제도 신랑과 설거지로 실랑이하다 결국 내가 하면서 마음을 비우려고 법륜스님의 강의를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 감사하다'로 시작하면 하루가 행복하다고 하신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스님의 직설적이고 통쾌한 답변을 듣고 나면 내 일과 연관이 없어도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다. 스님이 강조하는 '현재에 충실하라,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라, 오늘 최선을 다해라'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평소에 잊고 살기에 책을 통해서 상기하려고 노력한다.

 

<인생수업>은 현재의 삶, 생로병사, 죽음, 사랑, 중·장년, 노후 등을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을 상담했던 내용 위주의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인생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먼저 지금까지 욕심내고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 삶의 우선 순위를 뒤로 매겨야 한다는 말은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진리와 일맥 상통한다. 나는 현재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당장 고3이 되는 딸과 중3 되는 아들이 떠오른다. 요즘 주말이면 딸을 위해 요리하고, 아들과는 밤마다 줄넘기 600번씩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쏠쏠한데 눈에 밟힐듯하다. 스님은 욕심이라고 하겠지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매일을 오늘이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사는것도 중요하다. 오늘을 선물처럼 살기!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다보니 마치 단풍잎처럼 알록달록하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도 두고두고 기억하면 좋을 스님의 귀한 어록이다.

먼저 친구들과 늘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워집니다. 같이 있으면 대화할 수 있어서 좋고, 혼자 있으면 혼자 있어서 좋아야 합니다. 그러면 곁에 사람이 있는 없든 아무런 상관이 없고, 언제 만나든 편할 수 있어요.

                                                                                                                      p.27

 

 

'아이에게 나는 신과 같이 절대적인 존재다'라는 것을 늘 자각하고, 아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헌신할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의 정신적인 씨앗이 튼튼해서,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p.84

 

원수는 남하고 되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부부간에 원수가 되고, 부모 자식간에 원수가 되고, 형제간에 원수가 됩니다. 남하고 원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부부가 원수되어 이혼하면 전화 한 통 안 합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재산문제 등으로 마음이 틀어지면 찾아보지도 않습니다. 또 형제간에도 유산문제로 갈라지면 서로 얼굴도 안 봅니다.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하고 바라는 게 있는데 그걸 못 채우니까 원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억지로 결혼하고 특별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겁니다. 

                                                                                                                      p.131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해야 하고 칭찬을 받으려면 먼저 칭찬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자기가 먼저 사랑하고 자기가 먼저 칭찬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칭찬받습니다.

                                                                                                                      p.142

 

많은 부모가 자식에 대해 집착과 외면을 되풀이합니다. 자식에 대해서 잔소리하는 것은 집착이고, 성질대로 안 되니까 "에라, 공부를 하든 말든 너 알아서 해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하는 것은 외면입니다. 그런데 집착과 외면을 늘 반복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고통이 계속됩니다.

                                                                                                                      p.165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소박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반면에 많이 먹고, 많이 입고, 많이 쓰겠다고 마음을 내면 돈이 많아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p. 176   

 

평범한 내용이라 다소 진부한 면도 있지만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이들에게 집착이나 외면이 아닌 꾸준한 사랑과 잔소리 줄이기,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50대라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자식도 어느 정도 커서 힘이 덜 들고, 몸도 그런대로 활동할 만해서 좋은 것이다. 50대 진입이 가까워오니 경제적인 욕심보다 지적 욕구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10대, 20대가 아닌 50대 이후를 말한다. 삶을 관조할 수 있고, 내가 최고라는 생각,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하다. 아름답게 물들려면 나이듦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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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11-0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서 스님의 즉문즉설 들어봐야겠어요

세실 2013-11-09 00:07   좋아요 0 | URL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 맘이 꽈배기처럼 되었을때 스님 말씀을 들으면 어느새 편안해 집니다.
세상엔 저보다 힘든 사람이 훨씬 많더라구요~~~~

바람돌이 2013-11-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륜스님의 말씀은 정말 명쾌하죠. 세상일이란게 결국 보면 아주 단순하잖아요. 그런데 거기다가 온갖 상황과 핑계거리를 만드니까 복잡해보일뿐이다. 뭐 이런거겠죠. ^^

세실 2013-11-09 00:0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바람돌이님 이젠 자주 만나기여요^^
딩동댕동! 역시 바람돌이님도 명쾌해~~~
우리 단순하게 살아요.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이렇게 표현하며 살아요. 바람돌이님이 보고싶었어요!!!!!

2013-11-08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9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3-11-0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10대, 20대가 아닌 50대 이후를 말한다.
- 아, 이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잘 물든 단풍을 어제 보았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빛깔이 고왔어요.

저도 평범한 내용의 문장이라도 깊게 음미하며 읽으면 참 좋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벌써 그런 나이에 진입했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연륜이 주는 이득도 있으니 나이 듦이 덜 억울하지요. 그런데 한편으론 먹은 나이가
다 어디로 갔는지 철 없는 행동을 하곤 합니다. 이것도 인간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정신 연령과 육체 연령이 꼭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ㅋ

페크pek0501 2013-11-08 15:15   좋아요 0 | URL
이미 추천을 눌렀다는군요. 언제 눌렀는지 나는 모르겠다는...ㅋㅋ

세실 2013-11-0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페크님은 잘 물든 단풍^^ 저도 곱게 물든 단풍~~~~~
나이듦을 인정하며 애써 꾸미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그렇게 흘러가고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지킬 앤 하이드가 되지요. 이기적이고....
그런것도 그냥 인정하며 살아요.
음. 페크님 정신 연령이 낮다 하시면 저는???? 그런 말씀 하심 저를 욕되게 하는 겁니다요^^
추천은 왜 꼭 한번만 눌러야 하는걸까요? 열번 누르면 어때~~~~~ ㅎㅎ

순오기 2013-11-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잘 물든 단풍으로 행복하게 살자고요~ 나이 먹으니까 여러가지로 편하고 좋아요!
공감의 추천 꾸욱~ ^^

2013-11-1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11-19 13:59   좋아요 0 | URL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소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점심도 빕스에서 세접시나 먹었어요. ㅠㅠ
나이 먹으니 관망할 수 있는 위치(지위)가 되는것도 좋아요. 제가 아둥바둥하지 않아도 된다는거....
전 28일 불가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 중요한 회의에 가야 합니다.
 
여자의 서랍 한국대표정형시선 21
노영임 지음 / 고요아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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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은 동료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떠남을 망설인 적이 있다. 그 중에는 아이 키우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로 조언을 구하면 망설임없이 도와준, 예의 바르고 따뜻하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한 분이 있었다. 교육청 앞마당의 아름드리 마로니에 나무가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고운 빛깔을 가장 먼저 알려준 분이다.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글을 썼고, 현직에 있으면서 시조 시인으로 활동하던 분이었는데 이번에 <여자의 서랍> 으로 첫 시조집을 냈다.

 

마치 시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듯 하지만 글자수를 세어보면 시조의 형식에 맞는다. 그래서 더 절제미를 살려낸듯도 하다. 직장인으로, 엄마의 딸로, 선생님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삶의 애환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시인의 일상을 조금씩 엿보게 된다.

 

 "동백꽃//겨우내 물질하던 어린 누이 손등이랄까?/얼음 박혀 터진 틈새 내비치는 붉은 속살/못본 척, 눈가 훔칠 때/뜨건 눈물이/후두둑" 노는 것과 노동으로 인한 터진 손은 사뭇 다르겠지만 이 시조를 읽는데, 내 어린 시절과 오버랩된다. 어릴적 방 윗목에 떠 놓은 물이 어는 한 겨울에도 밖에서 놀다보니 내 손은 늘 터져 있었다. 엄마의 꾸지람에 하루 이틀은 잠잠하다가 몰래 나가서는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이끌려 들어오고는 했었다. 놀다가 터진 손이지만 참 아팠던 기억이 있는데 겨우내 차가운 물질 하느라 터진 어린 누이의 손등은 얼마나 아팠을까? 활짝 피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는 허무한 동백꽃과 누이의 손등이 동일시된다.

 

"가을 속내//무른 속내 비칠까/기척도 없더니만/뽀얀 솜털 자위 뜨고/뚝, 떨군 덕석밤/명치끝/치받던 그리움/그렇게 아람 번다" 명치끝 치받던 그리움을 읽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마음 한곳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일어난다. 나에게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우리말인 '자위 뜨고, 아람 번다'라는 표현이 생소해 사전을 찾아보니 '밤톨이 익어서 밤송이 안에서 밑이 돌아 틈이 나다'라는 뜻풀이도 예쁘다. 시인의 글에는 고운 우리말이 자주 보인다.

 

"교무수첩1-스승의 날//밟혀 줄 그림자조차/찢겨긴 지 이미 오래/주홍글씨처럼 카네이션/매달려 있던 하루/아홉 시/저녁 뉴스엔 또/어떤 죄목으로 단죄될까" 스승의 날에는 부족한 내 아이를 보듬어 안으시는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꽃바구니를 보내 드렸는데 혹여 누를 끼칠까 조심스럽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사제지간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쪼보장한 배롱나무//단단히 말라 쪼보장한 배롱나무 한 그루/당신 좁은 뜨락에 꽃등 환히 밝히시더니/긴긴 날/옹이 하나를 안으로 키우셨나?/바닥난 링거병 따라 흔들거리는 중심/검붉은 오줌 팩을 생의 무게로 매단 채/고장난 메트로놈처럼/박자 잃은 어머니/어미젖 보채 쌓는 하릅송아지 같은 삼남매/비싼 일수 찍듯이 하루 벌어 한 끼니/고봉밥 짓던 아궁이/짚불 환한 기억들/꽁초만큼 남은 목숨 바작바작 타들어 갈 때/숨어서 우는 자유 그마저 빼앗겼다/자꾸만 도돌이표에 맴도는/엄니 엄니이......" 배롱나무에 달린 분홍빛 꽃이 지고나면 스산하다. 가끔씩 대화중에 내비치던 친정엄마 일상을 듣고는 했는데, 병든 노모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조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그녀의 글은 언뜻 시 같기도 하면서 시조의 은율이 느껴지는 절제미가 흐른다. 자연 풍경, 아이들, 교사생활, 유년시절, 고전의 재해석, 현시대 풍자 등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드넓은 시간과 공간에 펼친 관찰력과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한 이승하 교수의 해설이 와 닿는다. 눈부신 가을날, 은행나무길 한가운데 벤치에 앉아 가족 혹은 친구와 이 시집을 낭송하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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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0-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서랍... 제목이 좋네요.
이런 분도 알고 지내시는 거예요?
저도 어릴 적 손이 터진 적 있어요. 겨울에 추운지도 모르고 놀다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씩씩했어요.

님의 좋은 코멘트와 함께 좋은 시조를 감상하고 갑니다. ^^

세실 2013-10-26 15:01   좋아요 0 | URL
예전 교육청 근무할때 앞짝꿍이셨거든요^^
호호호 저두 저두! 겨울이면 손이 터서 아프기도 하고.....맞다. 볼도 늘 빨갰어요. ㅎㅎ
막대기 들고 칼싸움 하고 댕겼어요.

늘 힘이 되어 주시는 페크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되세요.

프레이야 2013-10-3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서랍,이라니 제목부터도 참 좋군요.
아람 번다,는 무슨 뜻일까 궁금하고. 시조는 곱고 정감 가는 우리말을 살리기에도
더 좋은 형식 같아요.^^

세실 2013-10-31 16:27   좋아요 0 | URL
아람번다도 자위 뜬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밤이 익어 벌어진다는 의미..... 참 예쁘죠?
절제미와 은율이 있어 좋아요.
우리말을 참으로 사랑하시는 이분!!
프야님. 행복한 시월의 마지막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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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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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를 보면 왠지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가끔 외국영화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옆이나 거실에 그 집의 계보를 보여주는 초상화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마치 죽은 자들을 집에 모신듯한 느낌이 든다. 낯선 풍경이지만 외국에서는 우리네 족보 풍습처럼 보편화된 듯 하다. 이 책은 폴란드계 유대인 비평가인 마르셀 라이히리츠키가 수집한 초상화와 관련된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이래 가장 뛰어난 작가로 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부터 모제스 멘델스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호프만, 하인리히 하이네, 안톤 체호프, 프란츠 카프카등 세계적인 음악가와 문학가들을 망라한 다양한 인물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니체는 쩨쩨하지 않았다. 하이네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대범한 면모를 보였다. 그의 철학적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의 한 대목을 보자. "최소의 서정시인이란 무엇인지를 내게 알려준 이가 바로 하인리히 하이네다. 수천 년 역사의 온갖 보고를 헤집어보아도, 그처럼 달콤하고 격정적인 음악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는 신성의 심술이 있었으니, 모름지기 그것 없이 어찌 완벽을 그릴 수 있으랴. (...) 게다가 독일어를 구사하는 그 솜씨라니!"

                                                                                                p. 74     

 

어떤 세대든 '햄릿'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자신의 문제와 고초, 자신의 좌절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대개는 찾던 것을 발견해낸다. 바로 이 점이 대단하고 기막히고 놀랍다못해 가히 불가해하며, 바로 이런 까닭에 '햄릿'은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고의 극작품으로 꼽힌다.

                                                                                                p.15 

 

토마스 만은  상냥한 사람이었을까? 호감 가는 성격이었을까? 아, 이런 질문에 단호하게 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맞다. 그는 예민하기가 프리마돈나 같았고, 거만하기가 테너 못지 않았다. 그랬다. 그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인데다가 독선적이었다. 종종 냉혹했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했다는 것 역시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p. 187

 

저자가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가고 싶은 음반중 하나가 말러의 교향곡 8번이라고 한다. 목탄과 연필 스케치로 그린 구스타프 말러의 초상화가 멋지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초상화이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요제프 로트는 심오함보다는 우아함을 사랑했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은 없지만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토마스 만은 예민하고, 거만하며,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성격이지만 수천 통의 편지에 하나하나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보니 유명한 예술가중 성격 좋고 호감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듯 하다.

 

이 책에서 예술가를 몇명이나 다루었나 세어보니 41명이나 된다. 예술가의 특징을 잘 묘사한 초상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내용을 다루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 전개에 다소 아쉬움도 남는다. 많은 사람을 다루기보다는 꼭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의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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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0-2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무조건 흥미 있어요. 어떤 독특함이 느껴져서도 그렇지만
예술가만큼 매력적인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죠.
예술가적 기질이나 재능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관심이 가기도 하고요.
이런 류의 책을 저도 다른 작가의 책으로 몇 권 읽은 적이 있답니다. ^^

바쁘실 텐데, 신간 평가단 일까지 하고 계시군요... 멋져요!!!

세실 2013-10-26 15:05   좋아요 0 | URL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 참 즐거운 일이죠.
망각이 심해서 늘 새로운것 같기도 하고요. ㅠㅠ
수박 겉핥기식이라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인물이 나와서 덮고나니 멍!! ㅎ

요즘 신간평가단에 얽매여서 읽고 싶은 책을 못 읽는 불편함이 있어요.
한달에 두권의 서평.....생각보다 힘들어요.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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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컵 들고 손바닥만한 베란다로 나가 화분을 들여다본다. 여름내 피고 지던 빨간 시클라멘, 작은 알멩이같은 초록잎이 몽글몽글 달려 있는 타라, 한겨울 추위도 견뎌낸 강인한 아이비 넝쿨, 비 오던 날 인심좋은 커피숍 사장님한테 얻어온 커피나무, 좀처럼 꽃을 보여주지 않는 고고한 군자란, 이제 조금씩 주홍빛을 보이는 부를 가져다 준다는 남천, 선물받은 난화분, 다육이들.....몇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초록의 싱그러움을 보여주는 그들은 이미 나의 친구다. 
그리고 알라딘 지인의 표현처럼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을때 삶이 무료하거나 권태로울 시간도 없이 늘 아쉬움에 목이 마른다. 선물중에 알라딘 박스가 가장 반가운 것을 보면 책 읽는 것도, 쌓아두는 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이 책은 <데미안>,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아래서>로 우리에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제목과 저자만 보고는 동명이인이라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책과 자연,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는 그의 삶은 여유와 고요가 흐른다. 얼마전 잠깐 고구마를 캐고는 마치 고구마를 심을때부터 참여한 듯한 생각으로 밭을 가꿀까 했던 마음에 웃음이 난다.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여름목련나무 예찬이다. 목련에 대해 이렇게 섬세하고 자세한 묘사는 마치 목련을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는 실제 정원사처럼 하루의 일상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자신의 방에서 바라본 정원의 풍경은 단순한 식물의 개념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소중한 친구이고 이웃이다.

 

소설가인 그는 그림에도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과 주변 풍경, 목련꽃, 나무, 백일홍 꽃다발, 정원등을 수채화로 그린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나에게 감명 깊은 세 권의 책을 꼽으라면, 그 안에 이 책이 있다."고 말한 법정스님이 그리운 밤이다.  

 

가장 좋은 교제상대를 들자면 내 작은 아파트 방 벽 책꽂이를 가득 채운 많은 책이다. 그것들은 내가 깨어 있을때나 잠이 들었을 때, 식사할 때나 일할 때, 날이 좋거나 궂거나 가리지 않고 나와 함께 한다. 그것들은 나에게 친근한 얼굴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함께 있으면 마치 고향 지에 있는듯한 기분 좋은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중략)

내 방에서 바라본 풍경들, 정원의 테라스와 덤불 숲, 그리고 나무들은 내가 앉아 있는 방과 그 안의 사물들보다 더 가까이 내 삶에 속해 있다. 그것들이야말로 진정한 내 친구들이고 내 이웃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그들은 나를 지탱해주는 믿을 만한 존재이다.

                                                                      p. 128-129

 

우물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비롯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탄하고, 베일에 감춰진 삶의 마지막 비밀에 경외심을 갖게 되는 이 길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이 한밤중의 시간에 더 인내심을 가지며 주의 깊고 진지해진다.

이런 식으로 잠 못 이루는 모든 사람은 분명 힘겨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가치를 얻는다. 나는 그들이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가능하면 치유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경솔하게 살아가면서 건강을 자랑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실오라기 같은 졸음도 느끼지 못한 채 다만 누워서 내면의 삶을 나무라듯, 겉으로 드러내는 밤을 보내는 날이 언젠가 한번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p. 41

 

여름이 한창이다. 벌써 몇 주 전부터 커다란 여름목련나무가 내 방 창문 앞에 꽃을 활짝 피운 채 아수엉이다. 언뜻 보기에는 느긋하고 무관심하고 느린 듯하지만, 사실은 다급하면서도 흥청거리듯 풍성하게 꽃을 피워댄다. 눈처럼 하얗고 커다른 꽃받침 가운데에는 늘 몇 개 안되는, 많아야 여덟 개 내지 열 개밖에 안되는 꽃잎이 동시에 피어난다. 나무에는 약 두달간 꽃이 핀다. 그동안 꽃들은 항상 같은 크기로 피어 있는 듯 보이는 이 멋지고 커다란 꽃송이들은 피어나자마자 너무나 허무하게 지고 만다. 어느 것도 이틀 이상 버티는 꽃잎이 없다.

 

                                                                        p. 53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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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9-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님, 저는 오래전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어요.
옛날 생각 나네요. 수레바퀴~의 주인공 소년에게 연민을 느꼈고 그가 느낀 고독을 사랑했죠.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그 소년을 만나기 위해서...

이 에세이는 감성적일 것 같아 저처럼 드라이한 글을 쓰는 사람한테 꼭 필요한 책일 듯해요.ㅋ
하지만 저도 아파트 베란다에 화초 많이 배열하고 테이블도 놓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했던 촉촉한? 적도 있는 사람이에요. 화초 감상을 즐겼죠.
지금 사는 이 집은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한 집이라 베란다가 없어서
화초의 수를 줄여서 실내에 들여 놓았죠. 아쉽게도...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멋진 정원을 꾸며 놓고 살 거예요. 그래서 이 책을 찜합니다. ^^

비밀 댓글 : 아, 세실 님은 부지런하시다. 매일 출퇴근하시면서 이렇게 리뷰를 올리시다니...
(아, 이 댓글이 첫 댓글이 될 것 같아 기분 좋아요.ㅋ)

세실 2013-10-01 17:31   좋아요 0 | URL
러블리 페크님^^
이제 축제가 끝나고 조금 여유로워 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여유를 즐기며 내일 떠날 제주도 여행지 계획하고 있답니다. 지난 겨울에 다녀오지 못한 우도에 가려구요.

전 데미안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를 읽으며 마음을 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때 베란다에 꽃이 즐비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초록만 가득합니다. 꽃이 피지 않아요. ㅠㅠ

이 책 구입하지 않으셨으면 보내드릴게요^^
비밀 댓글로 주소 남겨 주세요. 책 표지에 제 이름 적혀 있어도 괜찮으시죠? 느낌 아니까~~~~~

페크pek0501 2013-10-04 23:08   좋아요 0 | URL
저도 우도에 간 적이 있는데 바닷물 빛깔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죠.

책을 보내 주시다니... ㅋㅋ 횡재한 느낌이네요.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주소는... 비밀댓글로...
(물론 낙서가 있어도 괜찮아요. 아예 사인해 주세요.)

2013-10-04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10-05 11:21   좋아요 0 | URL
우도 바다는 참 이국적인 풍경이죠. 어쩜 그리도 투명하고 고운지.....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제주에서 한달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도에서도 한 이틀쯤 살고~~~~
오케이! 헌책이...랑 정원에서....두권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