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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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소규모 독서모임이 꾸려졌다
. 부지런한 후배가 일을 벌였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토론한다. 최근에 공지영의 신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가 토론 도서였다. 젊은 후배는 이 책 어려워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어요한다. 나는 마치 작가를 대변하듯 이 책의 키워드는 공감, 연민, 희망이다. 할머니의 의미는 현 시대를 풍자한 것으로 부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과 생명 연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공지영의 소설이 새롭게 출간했다.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 그동안 지면에 발표했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소설은 작가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삶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민낯을 보여준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을 읽을때 그 안에서 내 모습을 투영한다. 나의 과거를 떠올리고, 나의 상처를 기억하고는 별 내용도 아닌데 꺼이꺼이 운다. 이 소설이 그랬다. 두 아이가 어릴 때, 내가 멀리 출장가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아팠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만끽하거나,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보며 자유를 누리려는 마음일 때 그랬다. 아이를 봐주는 시어머니와 남편을 원망했고 하필이면 그때 아픈 아이를 원망했다.

 

많이 공감했던 소설의 첫 글은 월춘장구. 월춘장구는 봄 길을 걸어갈 때 필요한 장비를 의미한다. 그래 봄을 맞이할때도 준비가 필요하지. “거기에 가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 있을 뿐이었다.” 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인과 여행을 떠났던 저자는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한밤중에 지리산부터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아픔도 성장의 한 과정이지만 그 순간은 왜그리 힘들던지....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는 모성본능이 슈퍼급으로 발동한다. 작가의 월춘장구는 쓰기, 읽기, 웃기, 기도하기라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평생을 억척스럽게 돈만 쫓은 할머니와 유산에만 관심 있는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가진 것은 돈밖에 없다! 라는 농담이 어쩌면 돈 말고는 그렇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수가!’ 라는 뜻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목숨을 연명하는 다소 섬뜩한 소설이지만 주인공 를 통해 희망을 본다.

 

두 자매이야기 부활 무렵은 어려서부터 가난에 찌들었던 자매는 결혼 후에도 파출부를 하며 살아간다. 주인집 명품 핸드백을 훔쳐 경찰서에 간 동생 정례를 찾아가는 언니 순례. 다행히 그녀는 깜깜한 밤에 보이는 한 줄기 별 빛을 보는 눈을 가졌다. 순례는 말한다. "한번 살게만 해주면 어떻게든 사는 거거든. 한번 살게만 해준다면..." 언니의 넓은 마음과 이해심은 동생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겠지. 소설에 작가의 개인적 현실을 녹여내 자칫 자전소설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털어놓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 받았다

 

삶이 한 달 남았을 때 글을 쓰겠다는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힘듦을 이겨냈다우리 독서모임 회원들은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낼까를 주제로 토론했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동굴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객관화하면서 이겨낸다고 말한다. 다른 이는 여행, 사진을 통해 힘들었던 삶을 이겨냈다고 한다. 나는 힘들 때 책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한다. 신영복님의 '담론'은 큰 힘을 준다. 공지영의 소설도 도움된다. 책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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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6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0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7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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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도서관에서 정호승시인 강연회가 열렸다. 시인은 강연시간보다 2시간 먼저 도착해 직원 몇명과 함께 식사하고, 햇살 좋은 카페에서 차도 마시는 여유를 가졌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데 시인에게서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나이듦의 아름다움, 고요한 마음으로 관조하는 여유로움을 느꼈다.

 

행사는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강의 주제는 '10대에게 힘이 되어주는 한마디' 였다. 10년 뒤에 내가 무엇이 되어 있을까를 지금 항상 생각하라,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는 내용이다. 시인의 시와 노래가 어우러진 강연에 학생들은 감동하고 몰입했다. 같은 이야기를 부모가 말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시인의 말 한마디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도서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저, 비채)'는 시인의 강연 내용을 풀어 놓은 책이다. 시인의 산문 읽는 즐거움은 군더더기없는 간결함과 따뜻한 시선이다. 추천사에 남긴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이 책을 대변한다. "세상을 끌어안는 따스한 마음, 현실을 깊이 통찰하고 재해석하는 예리한 시선, 탁월한 시적 표현으로 가득한 다양한 빛깔의 이야기는 읽는 이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진솔하고 정직한 자기성찰,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랑을 다시 배우며 우리도 좀 더 올곧게 살고 싶은 갈망을 불러 일으킵니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라는 첫 제목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와 작고 미미한 존재인 나를 대입하며 욕심을 버리라는 말을 한다. 눈앞의 사소한 일로 고민할 때 우주와 지구의 크기를, 나의 존재를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마음만은 우주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품자. 견딤이 있어야 귀하게 쓰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지금 이 시간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 중에 가장 젊은 시간이라는 말도 와 닿는다. 고등학교 3학년인 내 아이는 요즘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 책에 나온 진주를 품은 조개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처와 고통을 인내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진주가 만들어진다고 위로했다. 천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네가지 양념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많이 들어온 '단순함, 절제, 소박함, 작은 것에 만족함' 이다. 종교를 떠나 현재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기억하면 좋을 구절이다.

 

76개의 글 제목이 각각 한 편의 시다.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 나만 뒤쳐지는 느낌일 때, 울고 싶은 마음일 때 책을 펼치면 위로가 된다. 우리집 서가 한 켠에는 내가 뽑은 '아름다운 책' 코너가 있다. 신영복의 담론,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안도현의 백석평전,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이 있다. 이 책도 포함해야겠다. 좋은 책 한 권은 삶의 멘토가 될 수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강연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시인의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책을 한권씩 나눠줬다. 강연이 끝난뒤, 학생들은 여운이 있는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0여명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사인을 받으려고 긴 줄을 섰다. 선생님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밝은 미소로 한명 한명 정성스러운 사인을 해주신다. 내가 받았던 감동 이상으로 학생들도 감동했으면 좋겠다. 지칠 때 펼쳐보면서 힘을,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다음 강연회는 큰별샘 최태성선생님이다. 학교에 공문을 보냈는데 150명 접수에 당일 선착순 마감되었다. 도서관이 단순히 개인 책을 가져와 공부하는 곳이 아닌, 좋은 작가를, 좋은 책을 만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으면 좋겠다.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 / 정호승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젊은 느티나무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아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무량수전 무거운 기와지붕을

열여섯개 배흘림기둥이 받치고 선 까닭이

천 년 전

느티나무가 사랑했던 모란 때문임을

늦어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오늘 홀로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느티나무 무늬로 남은 모란꽃을 쓰다듬어봅니다

오늘부터 다시 천 년 동안

무량수전 열일곱 번째 배흘림 기둥이 되어

당신을 받치고 서 있겠습니다

 

 

봄  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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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5-07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 강연회를 하셨군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을 듯~ 멋져요!♥

순오기 2017-05-07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광주 강연에서 조근조근 하시는 말씀에 인품이 묻어나듯 잔잔한 감동을 받았어요! ^^

세실 2017-05-07 15: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조근조근, 따스한 미소.....여운이 있는 분이세요.
학생들이 많이 좋아했고, 많이 행복해했어요. 덕분에 보람도 있었구요^^
편안한 오후되세요!

yureka01 2017-05-07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시인중에 한분이랍니다.^^

세실 2017-05-07 15:19   좋아요 0 | URL
만인의 연인 같은....
가까이서 뵈니 더 좋아지는 시인입니다.
아련한 추억도 떠올리게 하는....ㅎㅎ

단발머리 2017-05-08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강의가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일텐데... 정호승 시인님의 따뜻한 마음이 학생들에게 잘 전해졌나봐요~~~ ㅎㅎㅎㅎ

세실 2017-05-10 22:16   좋아요 0 | URL
그쵸? 시인님이 아이들 속으로 쏙.....마치 아이돌 가수를 대하듯 반응이 뜨거웠답니다.
요즘 도서관 인기가 많아졌어요. 기분 좋은 현상이죠.ㅎㅎㅎ

페크pek0501 2017-05-13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오디오북으로 들었어요. 위의 책도 형식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둘 다 제목이 참 좋죠?

세실 2017-05-18 22:34   좋아요 1 | URL
이런 댓글을 이리 늦게 답니다~~
네 두 책이 먼저 나오고 늦게 나오고의 차이랍니다. 힘이 되어준 한마디가 좀더 임팩트 있어요.
쉬우면서 간결하고, 기억하면 좋을 구절들이 많아요.
힘들때 꺼내보면 좋을.....
환절기 잘 지내시지요?

펠릭스 2017-06-04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세실 2017-06-04 20: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 글도 잘 읽었습니다. 내공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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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주간(4.12-18) 행사가 열린다. 우리도서관에도 정호승시인 강연회와 가족 독서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제, 섬진강으로 독서탐방 장소를 사전 답사했다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메마을에서 구담마을로 이어지는 시골길에는 고운 홍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곱게 피었다. 올망졸망한 꽃송이와 은은한 매화향은 가던 길을 종종 멈추게한다.

 



김용택 시인이 어릴 때 살던 집은 섬진강이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았다
. 기와지붕에 자그마한 대청마루는 소박하지만 정갈하다. 뒤편에는 새로 지은 서재와 실제 거주하는 집이 있다. 섬진강은 눈부신 햇살을 듬뿍 받아 반짝거린다. 대청마루에 놓여있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시인을 기다리는데 내 마음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도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저. 예담)’ 는 시인이 고른 독자들도 꼭 한번 필사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선한 101편의 시와 독자들이 뽑은 써보고 싶은 김용택 선생님의 시 10이 실려 있다. 책은 왼편에는 시, 오른편은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필사가 가능하다. 학창시절에 예쁜 노트에 시를 베껴 쓰던 감성이 살아난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준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은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린다. 내 첫사랑은 고등학교때 옆 남학교 학생으로 참 잘 생겼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노랫말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를 좋아하는 남자애의 친구였다. 밤을 지새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돌아온 답은 '나는 여자보다 친구가 중요하다' 그날 나는 여자 친구를 붙들고 대성통곡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첫사랑은 싱겁게 끝.났.다. 그때 그 남자애는 공부를 못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 대학을 안갔다는 말도 있던데...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시는 대부분 낯익다. 백석의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최영미의 선운사에서’, 파블로 네루다의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등 익숙한 시라 반갑다. 김용택시인의참 좋은 당신은 특히 좋아하는 시다.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매일 들여다본다.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늦은 저녁, 시 한편씩 필사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한다. 이제는 사랑에 관련된 시를 읽어도 감정이 무뎌져 감흥이 덜하다. 소녀적 감성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할듯. 여성도 남성도 아닌 어정쩡한 중성은 싫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으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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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3-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필사하는 책이 유행인가 봐요.
저도 필사 노트를 마련해 놓고 쓰곤 했는데 요즘은 안 하게 되네요. 팔이 아프다는 핑계로... ㅋ
필사가 좋은 공부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알라딘에서 준 예쁜 노트에 필사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네요.

세실 2017-03-26 22: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왼쪽에 시, 오른쪽에 필사하는 빈공간...독자를 위한 맞춤 책이예요.
저두 이번에 알라딘에서 필사용 노트 받았는데 이뻐요.
독서클럽 노트로 사용하려구요. 기억하면 좋을 구절을 적어서 가급적 외우는걸로~~~~ 가능할거야요^^

낭만인생 2017-04-06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보고 싶네요.. 동화 같은 분위깁니다.

세실 2017-04-07 09:22   좋아요 0 | URL
그쵸. 4월에 가면 특히 예쁜.....
청주에는 벚꽃이 한창입니다. 이번주가 클라이막스^^
 
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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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우리와(나를 확장하는) 다르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지나치게 자유롭고, 지나치게 경험이 많고, 지나치게 시크하며, 지나치게 독선적일거라는 생각....친언니 이상으로 따뜻하고, 배려심 많고, 나긋나긋한 지인 팜므느와르님과 소설가 살로메님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비약하면 요조숙녀같은 살로메님 내면에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열정의 아이콘 조르바가 살아 숨 쉬는걸까?  평범하지 않은 소설의 소재는 어디서 찾았을까? 열개의 단편은 전혀 연관성없이 열개의 중편 같은 중압갑으로 한편 한편 읽을때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나의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를 봐도 그렇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왜 그리 당당할까? 어려운 시기에 대학까지 보냈으니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시는걸까? '알비노의 항아리'속 어머니는 아픈 남편을 위해 결혼 전부터 며느리의 경혈을 원한다. 결혼후에도 소변을 원하는 황당함이 지나쳐 무식한 어머니에게 반항해 보지만 달라지는건 없다. 현재 7-80대의 어머니가 당당함의 마지막이 된다면 위안이 될까?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여자의 <암흑식당>,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자 떠난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지미와 샌드리가 주인공인 <라요하네의 우산>. 남편의 이혼 요구로 힘든 지미의 여행 컨셉은 "그 어떤 장미꽃도 길들이지 않기, 그 무엇과도 관계 맺지 않기" 였다. 그러나 좌우대칭이 맞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강박증이 심한 샌드리와 룸메이트가 되면서 지미의 여행도 심난해진다. 여행 이야기는 몇년 전 출장길에 만난 새로운 인연을 떠올린다. 그녀의 선택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룸메이트가 되었고, 7박 내내 함께 자고 함께 먹고 나란히 앉아 이동하는 사이가 되었다. 술과 여자보다 남자를 편해하는 그녀는 자주 취했고 난 그녀의 보호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이지만 처음엔 나와 다른 성격, 다른 취향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호의나 친절은 풀어놓는 순간 지속성을 요구한다. 계속하지 않으면 상대는 변했다고 생각하고 서운함을 느낀다. 자칫 예만한 상대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도덕적 노예가 되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내면을 힐링하려는 자는 섣불리 제 패를 다내어 놓아서는 곤란하다. 힐링하기도 전에 자신과 상대를 킬링하게 될지도 몰랐다. 거친 내면과 불안을 지탱한채 힐링 마당에 나선 제 모습 역시 샌드리와 다를 바 없었다. 스스로 안쓰러웠고 남편을 생각하면 부아가 끓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만큼 공허하고 허망한 인연을 왜 이리 쉽게 끊지 못하나. 라요하네를 떠날 때까지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지미는 밤새 그 생각에 시달렸다.

 

그 외에도 소설엔 의사와 간호사의 부적절한 관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 엄마와 딸의 일그러진 관계가 나온다. 평범한 내용이 없다. 내 주변에는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가면 속 모습들일까? 속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일까?  내가 SNS에 올리는 사진은 일상은 아닌 가끔의 모습이다. 설마 매일 여행가고, 매일 예쁜 그릇에 밥 먹는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고춧가루가 주변에 묻은 반찬통 뚜껑만 열어 올려 놓거나 일회용 김을 그대로 올리는게 일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데...

 

저자의 첫 소설임에도 몇년 동안 공들여 써온 내공이 느껴진다. 단문이라 가독성이 좋고, 우리말을 잘 사용했다. 라요하네라는 가상 도시는 신비로운 기운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면서, 여럿보다는 혼자의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스타일도 보인다. 여성스럽고 평범한 삶을 살았을 그녀에게 그악스러운, 다소 충격적인 소설의 내용들은 참으로 낯설다. 작가의 이중성이 신선하다. 넘치는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 그녀의 다음 소설이 벌써 기다려진다.

 

산다는건 어쩌면 지루한, 평행선 같은 일상이 지속된다는 걸 알 나이가 되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과는 상관없음에 위안을 삼아야하나? 작가는 촛불 시위에 한번도 나가본 적 없는 내가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이중성을,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비웃는 듯 하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잠시라도 갖게 하는것, 소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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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2-06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굿모닝. 리뷰 반가워요.
끼를 다 어쩌고 살라구 ㅎㅎ
살로메님의 매력은 무한대랍니다.
그날 행사장에서도 느꼈어요.

세실 2017-02-07 23:05   좋아요 0 | URL
그리운 프야언니. 잘 지내시지요?
살로메님의 끼, 변신은 이제 시작인거죠? 무한대ㅎ
섹시한 드레스도 깜짝 놀랐어요^^

페크pek0501 2017-02-06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예술적 끼가 있기 마련일 것 같아요. (평범한) 아무나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는 뜻도 되겠죠?

좋은 리뷰를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부지런히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여러 권을 병행해 읽다 보니... ㅋ

세실 2017-02-12 09:44   좋아요 0 | URL
어머 이제야 댓글 씁니다. 죄송!!
오늘은 마치 봄날처럼 포근한 하루로 시작합니다. 왠지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예요.
그쵸? 소설가는 예술적 끼가 80%는 되야 할듯 합니다.
훌륭한 소설이예용~~
저는 지금 이기적인 유전자 읽고 있는데 당췌.......힘들어용^^

2017-02-07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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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다.
일요일 오후, 목수정의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을 읽는다.
감성 좌파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작가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사회 부조리에 표현하지 못함이 못내 죄스럽다. 프랑스의 가치이자 행동 양식이라는 ‘부드럽게‘ 를 메모한다. 부드럽게 말하기, 부드럽게 행동하기, 부드럽게 대하기...

북 소믈리에 직업에 대해 생각한다. 퇴직후 동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할까? 아니면 작은 서점을 직접 할까?
내 마음대로 ‘첫 눈에 반한 책, 이달에 꼭 읽을 책, 기분 꿀꿀할때 읽으면 좋을 책...‘을 선정해서 권해도 좋겠다.

 

'첫 눈에 반한 책'

1.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저

2. 백석평전 / 안도현 저

3. 담론 / 신영복 저

4. 공부할 권리 / 정여울 저

5.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 강창래 저

6.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 목수정 저

7. 표현의 기술 / 유시민 저

8.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저

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저


 ˝교육부는 지식을, 문화부는 사랑을.˝ 문화부가 수행해야할 사명 마음에 든다. 그 최초의 사명은 여전히 프랑스 동네 서점의 한구석에서 발견된다니...
책의 구절에 밑줄 긋고, 띠지 붙이느라 읽는 속도가 느리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당찬, 미모도 되는 목작가 멋.지.다!
멀다는 핑계로 광화문은 가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한다. 추운 밤 기꺼이 동참하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

 

 



*


지난 금요일.

수개월전부터 계획된 친구 열넷에 샘까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에 가지 못했다. 시엄니가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셨고, 아버님도 타박상을 입으셨다. 갈까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출발 당일 티켓을 취소했다. 친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고, 선의의 거짓말로 나에게 몰카를 선사했다. 많이 속상해하는 나를 위해 수시로 사진을 보냈고 내 취향이라며 티 포트와 잔을 선물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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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11-27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림트 주전자, 찻잔 탐나네요^^

세실 2016-11-28 20:31   좋아요 0 | URL
호호 예쁘죠?
이걸 보는 순간 제 맘에 꼭 들거라구 확신했답니다.

책읽는나무 2016-11-28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탐나네요!!!^^

세실 2016-11-28 20:32   좋아요 0 | URL
이런...제주도 가서 사올까용? 헤~~

북프리쿠키 2016-11-28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레버도 탐나요!!^^

세실 2016-11-28 20:34   좋아요 1 | URL
드리퍼가 클레버군요^^ 네이버에 컨닝했습니다.ㅎ

cyrus 2016-11-28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티 포트와 잔이 테이블 무늬와 귤이랑 같이 있으니까 잘 어울립니다. 주황색의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

세실 2016-11-29 10:27   좋아요 1 | URL
예리하시네요^^ 나름 깔맞춤? ㅎㅎ
도자기만 썼는데 이 잔도 왠지 저랑 어울리는듯한? ㅎㅎ
추운 겨울 따뜻한 느낌 좋지요~~~

bomdam 2016-11-29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주문하고~ 생각나서 들릅니다
클림트~제가 좋하하는 작가인데~~~
이뻐요~~^^

세실 2016-11-30 22:37   좋아요 0 | URL
반가워라~~
그대는 촌스럽다 할까 했는데 다행이네.ㅎ
이 책도 샀나요?
뭔 책 샀을까?

프레이야 2016-12-09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 소믈리에 ^^
포트와 찻잔이 너무 멋진걸요.
깔끔하고 따뜻하고! 딱 세실님이에요. 친구들 마음이 이쁘네요.

세실 2016-12-13 09:57   좋아요 0 | URL
언니 잘 지내시나요? 보고 싶어라~~~
희령이...소식 궁금해요.
북 소믈리에 매력적입니다. 조금씩 준비해야겠어요^^

포트와 찻잔 우울할때 꺼내면 좋을...겨울에 특히 어울리죠.
어릴적 친구들이라 참 순수하네요.

페크pek0501 2016-12-12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아홉 권 중 네 권은 내가 읽은 것... 하하~~

저는 이달에 꼭 읽을 책,이 아니라 2017년에 꼭 읽을 책을 선정해야겠어요. ㅋ

세실 2016-12-13 09:53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쵸? 내년 독서클럽에서 읽을 책 정하면서 즐거웠어요.
‘그리스인 조르바‘ 다시 읽고, ‘이기적인 유전자‘도 꼭 도전해보자. 이러면서요~~

양철나무꾼 2016-12-12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 소믈리에, 왠지 님에게 잘 어울릴듯~^^

님의 그릇들, 하나같이 탐나요.
거슬러 올라가 럭셔리 접시부터...^^
세트가 아니라 하나씩 사 맞추신 것 같은데,
그게 잘 어울려서 더 더욱 좋아뵈요~^_____^

세실 2016-12-13 09:59   좋아요 0 | URL
호호호 감사합니다. 북 소믈리에.....와인도 한잔 마시면서요? ㅎㅎ

청자빛 도자기도 예쁘죠?
한 작가의 작품을 구입 또는 선물 받으니 잘 어우러집니다.
작은 스크래치 있다고 막 주는.....ㅎ
음성에서 만난 귀한 인연입니다.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엔 더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