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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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의 저자 박웅현의 강연을 들었다. 주로 질의 응답으로 이어진 강연회에서 그는 매사 감동하며 사는 삶과 촉수를 예민하게 하며 살 것, 울림을 강조했다. 책을 읽을때 다독보다는 정독을 하며 책에 밑줄 긋고, 메모를 하며 감동받은 구절은 옮겨 적고 암기한다고 했다. 53세의 나이답지 않게 귀고리에 하얀 남방, 파란 바지, 맨발 운동화를 신고 나온 모습이 신선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그는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여덟단어>는 이 세상에서 중요한 가치인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라는 8개의 키워드에 대해 강의 형식으로 꾸몄다.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자존은 어떤 위치에 있건, 어떤 운명이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를 중히 여기는 것이다. '자기 안의 점을 무시하지 않고 밖에 찍어놓았던 기준점을 모두 안으로 돌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고 점을 다시 찍었다. 그리고 그 안의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별을 만들었다.'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본질은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고 명쾌한 답을 준다. 돈을 따라가지 말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실력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다. 고전은 시, 문학, 클래식 음악,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와 무라카미 하루키도 추천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를 반복해서 들으니 애잔하면서도 울림을 준다. 견(見)은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로 시작하는데 시인처럼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뭘 봤니? 라고 물었을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다. 즉 들여다 보라는 거다."

 

키워드 현재의 부제목은 개처럼 살자.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와 닿는다. 현재에 집중하며,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산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 외의 단어 권위, 소통, 인생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단어들과 일맥 상통한다.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 이 자리를 행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는 박웅현식 지혜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인생은 전인미답이다. 내 안에서 끊임없는 질문을 하고, 내 안의 점을 만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좋은 그림을 보며, 감성을 울리는 책을 읽으면서 오늘 하루 온전히 즐기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일까 고민하며 내 안의 별을 찾고 있다. 언제쯤 내 안의 별을 찾을 수 있을까?

 

강연회에서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주원의 <지식의 미술관>, 김한민의 <그림 여행을 권함>,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소개하였다.

"여행지에서 랜드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갔다가 다신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이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견.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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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6-2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어이 사셨나봐요.
저도 일단 사고 보려구요.
책에 비에 (사진으로만 봤지만)박웅현 님 비주얼은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나름 괜찮게 보셨나 봐요.
밑줄 긋고, 메모하고, 외우고 - 이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이어요.^^*

세실 2013-06-24 23:35   좋아요 0 | URL
전작주의자의 꿈? ㅎㅎ 박웅현의 감성과 촉을 닮고 싶어요~~~~
함께 하기엔 부담스럽겠지만 대리만족 비주얼은 좋은데요. 전 통통 튀는 스타일도 좋아한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요즘 열심히 밑줄 긋고, 외우고,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2013-06-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처럼 살자! 결국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에 충실하자는 말이군요. 같은 뜻도 다르게 표현하는 힘, 그것이 필요하죠. 계란을 다르게 배열하는 힘. 광고쟁이다운 발상이고 표현입니다. 세실님의 총애를 받고있는 박웅현의 책, 저도 조만간 만날 작정이야요^^

세실 2013-06-24 23:39   좋아요 0 | URL
네.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자의 그 의미는 아니고요. ㅎ
단순하게 순간에 충실하자.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
시 한편으로도 눈물 흘릴줄 아는 고운 감성을 갖고 있는 53세의 아자씨의 감성, 촉을 닮고 싶어요.
전 너무 드러내 보여서 다 뽀록나요^^ ㅎㅎ
여덟단어 안에 우리의 삶이 함축되어 있답니다.

순오기 2013-06-25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의 조국과 박웅현 사랑~ ^^
우선 소장한 책 D/B 작업 끝나면 새책이 들어올거에요. 그때 요책도 넣을게요.^^

세실 2013-06-25 09:05   좋아요 0 | URL
조국에서 한명 더 늘었지요~~
나를 좀 바라봐줘야 하는데....나만 해바라기 아 슬퍼라^^ ㅎ
넵. 기대하셔도 좋아요!

라로 2013-06-2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만나게 될 책이랍니당~~~세실님 덕분에!! 박웅현씨가 알랑가 몰라???ㅎㅎㅎ
근데 저는 7월에 주문하려고요,,,쿠폰적용받으려고,,ㅋㅎㅎㅎ
조국과 박웅현 비쥬얼 엄청 차이나는,,,세실님 취향의 극과 극???3=3=3=333=3==33333

세실 2013-06-26 09:32   좋아요 0 | URL
그쵸? 전 한번 빠지면 좀 그런 면이 있죠? 책은 도끼다 몇권 샀는지 몰라~~~~
비쥬얼 차이가 심하긴 하다.
음 박웅현은 마인드? 열정? 닮고 싶고, 뭐니뭐니해도 조국 스타일이 좋아요^^ ㅋㅋㅋㅋ

수퍼남매맘 2013-06-2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제도서전 오셔서 박웅현 님 강의 결국 들으셨군요!
예사롭지 않은 스타일의 작가님이시네요.흠흠~~
이 분에 대해 모르지만 세실님의 적극적인 전도 덕분에 관심이 갑니다.

세실 2013-06-26 09:33   좋아요 0 | URL
제가 국제도서전에 간 이유는? 오로지 박웅현 때문에 갔지요.
감성과 지성, 열정을 겸비한 그 마인드를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요.
책은 도끼다 꼭 사세용~~~~~

2013-06-27 0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30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3-06-2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웅현 님의 책을 하나도 읽지 못했어요.
그래서 리뷰를 잘 보고 갑니다.

여행은 생활처럼, 생활은 여행처럼... 기억해 놓겠습니다. ^()^

세실 2013-06-30 11:03   좋아요 0 | URL
어머나 어머나 이러시면 안됩니다^^
책은 도끼다 강추합니다! ㅎ
광고기획가답게 책속 구절들 참 좋더라구요.
안나 카레니나 읽으며 책속 구절 찾는 즐거움이 꽤 컸어요.
박웅현이 추천하는 책만 읽어도 감성이 지금보다 열배는 늘어날듯. 호호호.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창비시선 239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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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가끔 주말근무하는 날이면 일은 미루어두고 책장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신간코너도 기웃거리고 이용자 반납도서도 들추어본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시집을 읽을까? 그동안 소홀했던 영어책을 볼까? 행복한 고민이다.

 결국 고른 책은 안도현의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제목이 참 시적이네. 안도현의 시는 담백하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박웅현이 추천한 안도현의 시를 읽으면서 마음으로 그려보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글들이 씨줄 날줄처럼 와 닿는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도 지나고나면 바래지는데 그의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p. 82

 

살아남은 자의 슬픔

 

비닐 조각들이 강가의 버드나무 허리를 감고 있다

잘 헹구지 않은 수건처럼 펄럭거린다

 

몸에 새겨진 붉은 격류의 방향,

물결 무늬의 기억이 닮아 있다

모두들 한사코 하류 쪽으로 손을 가리킨다

 

                              p. 34

 

 

조팝꽃

 

조팝꽃이 피었다

 

보란듯이,

그동안 내가 씹어 삼킨 밥알들을

그 가는 가지에 줄줄이 한알 한알 빠짐없이 붙이며

얼마나 많은 밥그릇을 비웠느냐고

 

조팝꽃이 여기, 저기 피었다.

 

                                p. 79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음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스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퀴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p. 81

 

옆모습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p. 88

<강>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울어야 닿을 수 있는 강이 만들어지는 걸까?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개울에 나뒹구는 하찮은 비닐봉지를 보며 눈살을 찌뿌리기 보다는 비닐봉지조차 살아있는 생명체로 본 듯하다. 어떻게 이런 감성을 간직하며 살 수 있는 걸까? 비닐봉지는 그렇게 그렇게 떠 내려가다가 누군가의 손에 건져질까? 아니면 넓은 바다로 긴 여행을 떠날까?

<조팝꽃> 무심천을 걷다보면 내 종착역에 보이는 아롱아롱 밥알을 닮은 조팝꽃. 조팝꽃은 함께 어우러질때 더 아름답다. 내가 씹어 삼킨 밥알들이 환생한 거구나. 예쁜 꽃으로.......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는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을까? 자전거도 좋겠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꽃과 나무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까....

<옆모습> 가끔 아이들, 옆지기의 잠자는 옆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를 향해 누워 있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누군가 내 옆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은 나도 그도 행복할듯.

 

그의 시들은 조분조분 이야기하듯이 편하게 다가온다. 어수선한 마음일때, 무언가 욕심이 날때 그의 시는 나를 다독이는 힘이 된다. 이렇게 적어두고 가끔씩 읽어보며 상처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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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6-1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비가 곧 쏟아질 듯한 월요일 오후가 행복해졌어요.

세실 2013-06-1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엔 비가 쏟아지고 있어요.
규환이랑 보림이 기다리고 있는 차안인데 빗소리가 경쾌합니다.
지금은 빗소리가 마냥 좋으네요.

2013-06-18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2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참 좋으네요.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군요. 다시 태어나면 자전거도 좋고 옆모습 바라보는 사람도 좋아요. 그래서 자전거 타셨구나. ㅎㅎ 뒷모습과 앞모습이 반반씩 섞인 그 모습, 공감돼요. 눅눅한 날 시 읽기가 잘 어울리는 요즘^^

세실 2013-06-21 11:06   좋아요 0 | URL
좋죠.... 얼마나 울어야 너에게 갈 수 있을까? 슬퍼요!
가끔 아이들, 신랑 옆모습 보면 설레여요. 그리고는 얘기하죠. '어쩜 이리 잘생긴거야~~'하고.
요즘 저녁에 자전거 타기 딱 좋아요.
초록빛이 어찌나 싱그럽던지~~~~
신랑은 뒷모습만 보여주더라구요. 자전거 길이 좁아서 나란히 갈수도 없지만요.


라로 2013-06-2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도 시인이네~~~~~.^^
예전에 어떤 설문조사에서 저도 다시태어나면 자전거라고 말 한 적 있어요~~~찌찌뽕
우린 이렇게 감성이 닮았던거얍!!!!!ㅎㅎㅎㅎㅎ
N군은 자전거를 못타요,,,어렸을 때 트레이닝 윌을 해서 태운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자전거 도둑맞고 무심하게 지내다보니
딸아이는 자전거를 잘 타는데 녀석이 자전거를 타지 못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뭐에요,,ㅠㅠ
그래서 미국가면 녀석 자전거 타는 법 가르치면서 저도 자전거 타고 다녀볼까 생각중이에요,,
옆모습에 대한 세실님의 글 괜히 제 맘도 뭉클해지네요!!!

세실 2013-06-21 17: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감성이 닮아있어요. 감정도 풍부하고~~~~ 맞장구 잘 쳐주고, 잘 감동하고....이런 사람들 만나기도 힘들죠? ㅋ 자화자찬!
우리 아이들은 자전거 잘 타요. 근데 요즘은 귀찮은지 안타려고 합니다.
가끔 옆지기랑 자전거 타면 비록 뒷모습만 보지만 안심이 되고 좋아요. 이상하게 자전거는 혼자 못타겠더라구요. 규환이랑도 타야겠다^^
자고 있는 옆모습 보면 참 예뻐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 갤리온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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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또는 직장동료와 사소한 트러블로 힘들어질 때면 대범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화가 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 안의 긍정을 끌어내기 위해 주문을 걸기도 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힘이 들 때는 긍정의 힘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다. 이 책은 며칠 전 토요일자 신문 북섹션에서 읽고는 제목에 끌렸는데 마침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저자 이근후는 전직 이화여대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퇴직한 뒤 76세의 나이에 사이버대학에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였고, 30년 넘게 네팔 의료봉사, 40년간 광명 보육원 아이들을 돌본 아름다운 경력의 소유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의 제목처럼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재미있게 산다는 의미는 오락, 향락을 추구하는 삶이 아닌 내가 해야 할 일을 재미있는 쪽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신과 폐쇄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고, 환자들의 속마음을 털어내는 사이코 드라마를 시도하며, 정신이 아플 뿐 몸은 건강한 환자들을 위해 체력 단련실을 만드는 등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는 "진정한 긍정은 일단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수긍하고 그 다음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삶이 좋은 쪽으로 흐르도록 하는 에너지다. 나에게도 늘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진정한 긍정의 고수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잘 견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5장으로 나누어 삶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1장에서는 가족 삼 대 열세 명이 한 지붕아래 사는 비결, 일흔 넘어 시작한 공부가 제일 재미있는 까닭 등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은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2장은 나이듦에 대한 준비, 나이듦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한다. 3장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노년의 삶을 미리 그려보고, 지나온 삶을 후회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장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으로 내가 만난 사람들이 곧 나의 인생이며, 내 삶을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5장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그대에게 라는 부제로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며,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다양하게 생각하고,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일을 찾으라고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은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들었던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덮고 나니 삶의 가치관으로 삼아도 좋을 세 개의 글귀가 입가에 맴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 지금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 하루에 한번씩 주문처럼 외우며 하루를 시작하면 내 일이, 지금 이 순간이, 내 주변의 사람이 사랑스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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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5-2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있던 소중한 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실천하기. 그것이 새로운 지식보다 더 중요하겠어요. 동감^^ 세가지 주문, 저도 입력해야겠어요.^^

세실 2013-05-26 21:49   좋아요 0 | URL
공감이 가는 말이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 지금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
지금 이순간엔 프레이야님이 가장 소중해요~~~~~
우리 부산에서 비포 선라이즈처럼 달콤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그런 시간 보내요^^
우리끼리도 할 수 있어요! ㅋ

다크아이즈 2013-05-2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랑색 세 개 강조글 이미 실천하고 계시는 세실님^^* 맞지요?
근데 여성적 시각을 버리지 못하는 저는 삼대 열세 명 한지붕 생활은 반댈세~
누군가, 특히 며느리 위치에 있는 사람의 일방적 희생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가정 구조 ㅠ

세실 2013-05-27 20:49   좋아요 0 | URL
제게 부족한건 뭐? 주변에 대한 사랑입니다. 은근 냉소와 무관심이 있어요.
한번 애정이 식으면 얼음처럼 차가워집니다.
ㅎㅎㅎ 아무래도 한지붕 세가족은 부담스럽죠?
부모님이 땅을 대고, 자식들은 능력만큼 집을 지었답니다. 일정 부분은 사생활이 보장되고, 덜 외롭고.....좋은 점도 많을듯요^^

순오기 2013-05-2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도 아직 안 봤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 지금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 는 잘 하고 있다고 최면을 걸어요.^^

라로 2013-05-28 20:43   좋아요 0 | URL
개츠비 보실 시간이 없으셨어요??? 언니 더 늦기 전에(내리기) 꼭 보시길요~~~~~
그리고 저도 언니따라 최면 걸며 살아야지!!!>.<

순오기 2013-05-29 11:31   좋아요 0 | URL
개츠비 상영 시간과 내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몽타주' 봤어요.
5월이 가기 전에 개츠비 봐야징~ 내일 봐요, 우리!^^

세실 2013-05-29 12:36   좋아요 0 | URL
어머 5공주는 개츠비 봐야해요. 그리고 개츠비에 반해야해요. ㅎㅎㅎ
오기님 후기 궁금해요. 언능 보셔요~~~
내일 개츠비 이야기 보따리 풀어야 하는뎅^^
저랑 팜므님, 시아님 다 두번 봤답니다^^

라로 2013-05-2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서 카톡 댓글이~~~~ㅋㅎㅎㅎㅎ 나도 읽어봐야 할 책인듯~~~~ 근데 별점이 4개??? 그럼 평범한 책????ㅎ

세실 2013-05-29 12:37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제가 낼 가져갑니다^^ 나비님을 위해~~~
에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5개 주기엔 쫌? ㅋㅋ

페크pek0501 2013-05-2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만난 사람들이 곧 나의 인생이며, ..." 이 문장이 꽂히네요.
행복하려면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네요.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죠.

저도 하루에 한번씩 주문처럼 외우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 지금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 ^^

세실 2013-05-31 15:23   좋아요 0 | URL
정신과 의사인데 참 멋진 삶을 살고 계시네요.
30년의 네팔 의료 봉사, 76세에 사이버대학교 수석 졸업, 연구소......
이 나이에 공부해서 뭐하냐는 제 생각이 부끄럽더라구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긴 해 그쵸? ㅎㅎ
지금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 참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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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무심천 산책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 날 둥근 달이 환하게 떠있다. 가만히 올려다보면 달도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고 가슴 한켠에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을 때면 달에게 속내를 드러내고 투정을 부린다. 보름달에게는 이루고 싶은 소망을 슬쩍 내비치기도 한다. 달은 그렇게 한줄기 빛이 되고 위로가 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그녀의 전작 『엄마를 부탁해』에서 보여주는 무거움, 먹먹함에 비하면 이 책은 솜털처럼 가볍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즐겁게, 때로는 가슴 따뜻하게 보여준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달빛처럼 반짝이는 스물여섯가지 짧은 소설이며,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로 구분지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달 모양에 따른 특별한 개연성은 없지만 나름대로 유추해보니 각각의 달이 주는 이미지처럼 글에도 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초승달은 이웃, 동물, 가족, 친구, 엄마, 추억 등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운 겨울 길고양이 가족을 위해 준비한 사료를 까치가 점령하고 다른 까치 무리와 음식 다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겨울나기 하는 동물들에 개입한 나를 탓한다. 매일 아침 엄마에게 문안 인사를 했던 여동생이 미국으로 떠난 뒤, 무심했던 나는 동생처럼 연속극 이야기를 시시콜콜 하면서 엄마와의 거리감을 좁혀간다.

반달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이 묻어난다. 나비장을 좋아하는 딸에게 갖다 주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전철을 탄 노모를 지켜보는 타인들의 시선에는 안쓰러움이 담겨 있다. 11월이 되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 북카페에 매일 들르는 남자의 이야기,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 를 인용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 한다.

보름달은 소원을 빌 듯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귀농의 꿈, 드럼을 치고 싶어 하는 고2가 된 딸의 꿈, 동년배 커피집 주인의 꿈과 세계를 상대로 일생을 걸었다가 좌절하고 지금은 마비되어가는 몸으로 커피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노인이 오버랩 된다. 치열한 삶을 살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이 행복이지만 삶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음을 우리는 한참을 살고 난 뒤에야 깨닫는다.  

그믐달은 더불어 사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과에 가기 싫어 몇 번을 예약 취소하는 어른의 일상에 웃음이 난다. 교수 임용시험장에서 번번이 만나는 Q와 A의 공생하는 모습이 처량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다행스럽다. 치과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예수에 대한 허무맹랑한 대화에 그만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평범한 일상이 무료하다고 생각될 때, 함박웃음을 짓고 싶을 때,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 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휘저어놓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 인가 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 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고 끝을 맺는다.

 

할머니1 : 야야! 근데 예수가 죽었다 카대.

할머니2 : 와?

할머니1 : 못에 찔리 죽었다 카네.

할머니3 : 내 그리될 줄 알았고마. 머리를 그리 산발하고 허구헌 날 맨발 벗고 길거리를 그리 싸돌아댕기싸니 못에 안 찔리고 배기겠나.

할머니4 : 근데 예수가 누구꼬?

할머니5 : 글쎄...... 모르긴 해도 우리 며늘애가 자꼬 아부지, 아부지, 해쌌는거 보이 우리 사돈영감 아닌가 싶네.

 

p. 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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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4-2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후훗!!! 할머니들의 대화가 <개그콘서트>저리 가라네요.

세실 2013-04-2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빵 터졌어요. 카피해서 직원들 나눠줬네요.
지금은 나가사키 게스트 하우스예요^^

프레이야 2013-04-2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야모야 ㅎㅎ 할머니들 유머 대단한대요 ㅎㅎ
세실님 제목처럼 솜털처럼 가벼운 이야기가 막 그리워라~

세실 2013-04-26 13:24   좋아요 0 | URL
그쵸? 읽고 싶어도 조금만 참으세용^^
예수님 이야기 ㅋㅋㅋ 저도 빵 터졌답니다.
재미난 이야기 많아요~~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제12회 '천상병 시상' 수상작 창비시선 310
송경동 지음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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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선택하는 기준은 마음에 와닿음, 따뜻함, 진솔함, 정화, 미사여구 배제 등이다. 감언이설이나 낯간지러운 시, 현혹하는 시는 참으로 부담스럽다. 송경동의 표현처럼 '오래 산 나무에 대한 은유로 가득찬 시들을 보면 벌목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나도 느낀다. 시인과 나는 동시대를 살았다. 그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공단 노동자로 살아갈때, 나는 운동권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간직한 채 맹목적으로 한 남자를 좋아한 적이 있다. 물론 그가 나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고 나만의 짝사랑으로 끝이 났다. 어렴풋하게 감옥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붕어빵아저씨 고 이근재 선생님 영전에)

 

어떤 그럴듯한 표현으로 그려줄까

13년 동안 밀가루값 가스값 빼면

100원 벌었고 200원 벌었고 300원 벌었고를 헤아리며

변함없이 붕어빵만 구웠을 당신의 무미건조한 삶을

당신 옆에서 또 그렇게 순대를 썰고 떡볶이를 팔던

당신의 아내를

 

어떤 그럴듯한 은유로 보여줄까

2007년 10월 11일 오후 2시 일산 주엽역 태영프라자 앞

트럭을 타고 갑자기 들이닥친 300여명의 용역깡패들과 구청직원들에게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조각난 리어커라도 지키려다

부부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던 날을

 

어떤 아름다운 수사로 그 밤을 형상화해줄까

잘난 것 없는 죄, 못 배운 죄 억울해

붕어빵 순대 떡볶이 팔아 대학 보낸

자식들 마음 아플까봐 몰래 숨죽여 울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부르튼 아내 손 꼭 잡은 채 잠들지 못했다는 그 밤을

 

어떤 상징으로 그 아침을 새겨줄까

뜬눈으로 새웠을 새벽 4시30분

일용일이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나간 아침

일은 잡지 못하고 낙엽처럼 떠돌다

길거리 나무에 목을 매단 당신

 

당신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아름다운 시로 이 세상을 노래해줄까

어떤 그럴듯한 비유와 분석으로

이 세상의 구체적인 불의를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구조적으로 덮어줄까

송경동. 그는 참 감성적인 사람이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출신 대학, 소속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들에, 바다물결에, 꽃잎에 흔들린다는 표현이라니.... 통쾌하다.

지극히 현실 참여적이면서도, 지극히 시인스럽다. 아 좋다!

 

붕어빵 아저씨에 대한 글을 읽으며 방관자적인 내 모습이 많이 부끄러웠다. 그들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남겨진 부인은 어떻게 살아갈까? 자식들은..... 용역 깡패들과 구청 직원들은 죄의식은 느끼고 있을까?
도서관 아래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의 주름 가득한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그 분도 힘든 하루 하루를 살고 계시겠지.


금요일 오후 사무실에 앉아 그의 시를 읽으며 혼자 훌쩍거린다. 왜 세상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까? 당연히 누려야할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왜 힘들게 하는걸까? 왜 구청 직원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로 인식되도록 하는걸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공무원! 말로만 더불어 사는 사회, 공정 사회가 아닌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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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2-1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경동 시인집이군요.
문득, 제목을 다시 봐요. 사소한 물음에 이젠 하나씩 답을 하며 살아야할 나이인데 싶어서요.
아직도 리처드 파커랑 살며 허우적대는 저를 반성하며..
세실님의 심플하고 맑고 경쾌한 에너지 좀 받아야겠어요.ㅎㅎ 그날^^

세실 2013-02-16 09:04   좋아요 0 | URL
사소하다고 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들.....
현실 참여 작가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에이. 저도 이제 쇠락해가고 있어요. 호호호
그날 뵈어요^^

라로 2013-02-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저도 송경동의 시집 넘 좋아하는데 이거 평점이 너무 짠거 아냐요???ㅎㅎㅎㅎ

세실 2013-02-16 09:05   좋아요 0 | URL
쿄쿄쿄 전 분명 별점 네개 했는데 지금보니 세개. 하나 추가요~~~
넘 현실감이 강하고, 절 울려서 별점 하나 뺐어요. ㅋㅋㅋ

2013-02-15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6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6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6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02-1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버스>때문에 시인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시집은 읽어 본 적이 없네요.
위에 써진 시를 보니 한 번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실 2013-02-18 13:03   좋아요 0 | URL
시가 좀 강성이지만 우리가 외면하면 안되겠지요.
시인이 겪은 혹은 지켜본 일들을 시로 표현했는데 참 좋아요.

2013-02-16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8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2-1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집은 너무 마음이 아파서 힘들어요.
우리 현실은 글보다 더 아프지만, 문장으로 찌르는 힘은 현실보다 더 아프게 느껴져요.ㅠ

세실 2013-02-18 13:08   좋아요 0 | URL
저두 글썽거리면서 읽었습니다.
살아있는 시, 마음에 콕콕 와닿는 시네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2013-02-19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0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0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