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사서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은 주말 근무다.
독서교육 업무를 담당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자료실 근무를 지원한다.
지난 12월 31일, 이용자와 큰(?) 실랑이가 있었다.
연말이라 6시 정각에 퇴근하고 싶은 마음에 20분 전부터 서둘렀다.
‘도서 대출하실 분 미리 부탁드립니다. 6시에 문 닫습니다.‘
십 분 전, 무인 대출 반납기를 끄고 카운터에서 대출, 반납 업무를 처리했다. 이용자 3-4명이 우르르 와서 조금 번잡스러웠다.

어떤 이용자는 5분전에 와서 도서 검색을 하겠다며 우왕좌왕했다. 12월 31일에....


그때, 야무져보이고 당돌해보이는 한 이용자가 ˝왜 우리가 책을 쫓기듯 빌려야하죠? 6시까지 기계는 다 켜놓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도서관 소속이 어디죠? 도청? 시청? (도교육청 입니다) 왜 명찰 패용도 안하신거죠? 의무 아닌가요?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에 당황했다.  

직원이 좀 늦게 퇴근하면 어때서...
타성에 젖은, 안이하게 행동한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미안하다고 사과 했지만 그녀는 쌩하고 가버렸다.
(다행히 확대된 민원은 없었다)

어제, 근무하면서 최대한 이용자의 입장을 생각하고 불편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검색대가 번잡스러우면 카운터에서 도와주고, 책을 찾지 못하는 이용자는 직접 찾아주었다. 내가 솔선수범하니 직원들도 열심히 움직인다.
오후 6시 10분,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작은 깨달음을 준 이용자가 새삼 고맙다. 물론 당할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그리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내가 잘못한걸로. 
내 나태함을, 안일함을 버리게 도와 주었으니 고마운 이용자다.


아직은 내 열려 있는 귀가, 사고의 유연성이 괜찮군.
그러나 그 이용자와 다시 마주칠 용기는 없다.
인간미가 많이 없어 보이는 이용자다. 부드럽게 말해도 충분히 대화가 될텐데...왜 웃음기 가신 얼굴로 팍팍하게 살까?

(이른 시간이라 이용자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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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30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자료실 문을 닫기 전에 사서님들이 미리 알리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료실 업무 종료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직 나가지 않는 손님들이 있으면 문제가 생겨요. 종료 시간 이후에 책을 빌리려는 손님들이 올 수 있거든요.

자료실 문 닫은 후에 사서님들이 야근을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사서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저도 그 중에 한 사람입니다) 사서가 자료실 문 닫고 바로 퇴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세실 2018-01-30 22:18   좋아요 0 | URL
굳이 40분부터 서두르게 해야 하냐고,
6시에 얘기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따지네요.
우리도서관은 평일에는 무려 밤10시에 닫거든요.
주말에 5시40분 공지하는걸 따지고 ㅜㅜ

문 닫고 야근까지는 아니고 십분~이십분정도 마무리 한답니다.
책 정리, 서류 정리...

전 카페도 문 닫기 이십분전에는 알아서 나와요. 그니들도 얼마나 집에 가고 싶겠어요.

어느 장소에 가든 문 닫기전 이십분에는 나오는 센스~~
카페, 놀이공원, 서점, 도서관...등등요.ㅎㅎ

잠자냥 2018-01-30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쫓기듯 책을 빌리면 좀... 사서들한테 섭섭한 생각이 들기도 하던데, 그래도 또 이런 글을 보니 그들의 고충도 이해되고 그럽니다. ㅎㅎ

세실 2018-01-30 22:20   좋아요 0 | URL
우리도서관 종합자료실은 평일엔 밤 열시까지 하고 주말만 6시까지 한답니다.
야간에도 개관하는 도서관 많아용. 홈페이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미리미리 빌리시는 센스~~ 점심시간 이용해도 좋지요?ㅎ

라로 2018-01-31 0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30분부터 계속 얘기해. 30분 남았다. 15분 남았다. 10분 남았다. 그 이후까지 있어본 적이 없어서 5분 남았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네~~~ㅎㅎㅎㅎㅎ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 공무원은 그렇게 무작정 기다려야 된다는 법이 있나? 합리적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그 시민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만 공무원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는데? 자기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듯. 아무튼 잘했어 세실!!! 그렇게 가르쳐야지~~~~! 기죽기는. 세실답지 않게~~~~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