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주말에 종합자료실에서 근무한다. 우리도서관 종합자료실은 중학생 이상이 이용하는 곳이다. 책을 정리하는 수고로움은 덜었지만 민원을 주로 다룬다. 어쩌다 한번 근무라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마음 먹지만 가끔 울컥한다. 바로 오늘이다.

 

자료실내 복사기는 무인 복사로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 직접 복사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 사용법 잠깐 읽어보면 되는데...매점에서 복사카드 구입 후 사용해야 하는데 무료인줄 안다. 심지어 한 사람이 복사 오래 한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 둘 다 인상이 험악하다. 조금 무섭다.

 

오늘은 자료실에 들어오자 마자 "축구 책 어디있어요?, 태백산맥 어디있어요? " 하는 사람이 여럿이다. 컴퓨터를 잘 못하는 어르신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40대 초반인데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않고 책 내놓으라는 심보다. 입구에 검색대가 있고, 청구기호 출력도 가능하며 서가마다 친절하게 번호를 붙여 놓았는데 안중에도 없다. 화는 꾹꾹 누른채 인내심으로 검색하는 법, 분류번호로 찾는 법을 알려준다. 직원들은 책 정리하러 서가에 들어가고 나 혼자 있는데 난감하다. 오늘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요구한다. 바쁜가? 귀찮은가?

 

도서관에 와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컴퓨터로 검색(서명, 저자명, 키워드 검색 가능하다)하고, 소장 유무를 파악한뒤 청구기호 출력해 서가에 가서 번호순으로 찾으면 되는데.....어려운가? 3분이면 되지 않나? 물론 컴퓨터를 잘하지 못하는 분이나, 서명, 저자명을 모르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서가 한바퀴 돌면서 수시로 도와준다.  나는 서점에 가서도 절대 책 찾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힘듦을 알기에.....알라딘 중고서점엔 검색대가 있어서 편리하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분이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어둠속의 작업, 흔들리는 아이들' 책을 찾으신다. 완벽한 저자명이나 서명이 아닌 다른 영어명을 이야기했지만, 유능한 사서인 나는 네이버와 알라딘의 힘을 빌어 용케 정확한 서명과 저자명을 찾았다. 우리도서관에 2권의 책이 있는데 1990년도 판이라 서고에 보관중이다. 다른 직원이 책을 찾아줬는데, 이용자는 이런 귀한 책을 서고에 두었다가 폐기할 예정이냐며 다짜고짜 책을 판매하란다. 유럽 여행중에 도서관에 들렀는데 폐기도서를 판매한다며.....

 

몇년 전, 나도 유럽의 도서관에 갔을때 폐기 도서를 구입한 적이 있어서 알고 있다.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좋은 지적 감사하며 담당자에게 전달되도록 메모를 남기겠다고 하니, "수시로 건의했지만 시행된 적은 없다"며 심드렁하다. "제가 어찌 해야 하나요?"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테니 노여움을 푸세요.

 

자료실을 한바퀴 도는데, 어느 이용자는 열 권의 책을 탑처럼 해놓고 본다. 옆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거나 논문을 준비하는 사람일수도 있지만, 집에 갈때는 분명 그냥 갈거야. 제발 꼭 읽을 책만 가져오세요. 다 본 책은 제자리에 꽂아 주세요. 그리고 몸에서 냄새 나요. 요즘 마음만 먹으면 매일 목욕할 수 있지요? 옷은 세탁기가 빨아주지요?

 

젊은이(대학생은 아닌듯한) , 자료실에서 10분에 한번씩 왔다갔다 하지 말아 주세요. 산만해요. 왜 이쪽에서 저쪽으로 종횡무진 다니며 중얼중얼 하나요? 답답한가요?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요? 눈이 마주치면 동그랗게 뜨고 "왜요?" 해서 눈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지만 신경 쓰인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나도 생소하다. 벨기에 출신 여류작가다. 

세상에 읽지 않은 책은 많고, 생소한 책은 더 많다. 

 

 

 

 

 

 

 

 

 

 

 

 

 

오후 4시40분이 지나고 있다.

이제 자료실도 안정을 찾는다. 그 많던 이용자는 어디로 갔을까? 조금 여유가 생긴다. 직원은 책 정리하러 다시 서가로 들어갔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4차 산업혁명 앞으로 5년'을 읽는다. 자료실에서 잠깐씩 책을 읽을때 소설보다는 한 챕터씩 읽을 수 있는 책이 좋다. 삼성맨이라 그런가 앞 부분은 주로 삼성 이야기다. 이런걸 원한게 아닌데... 구입했으니 끝까지 읽어보자.

 

  

 

 Internet of things

 주변에서 흔히 보고 쓰는 사물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전등, 커피포트, 가스 차단 등

 

 

 

 

 

 

 

 

현재 통신망은 또 한번의 진화를 해서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출발점은 5세대 이동통신의 표준이 설정되는 2020년이다. 4차 산업혁명은 '모바일 유비쿼터스 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모바일 인터넷 속도가 지금보다 100배에서 1,000배가 빨라진다. PC를 기반으로 발전되어온 온라인 시대가 모바일폰을 기반으로 전환을 하고, PC 화면으로 정보를 읽는 시대에서 모바일폰으로 보는 실감형 동영상 정보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통신망의 발전은 사람간의 통신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람과 동물, 동물과 사물들이 통신망에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서막을 예고하고 있다.

 

 

 

나는 월 1회, 지역신문에 서평 칼럼을 쓴다. 주로 주말 근무할때 서평을 쓰게 된다. 내용에 우리도서관 프로그램도 슬쩍 홍보한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스크랩 되니 주로 교장샘, 일반직, 교사들이 읽는다. 덕분에 처음 만나는 교직원도 내 이름을 이야기하면 "어디서 뵈었는데..." 한다. 안타깝게도 원고료 없는 무료 게재다.   

 

3월 서평은 "뭘해도 괜찮아"

 

  

 

 

 

 

 

 

 

 

 

 

 

우리도서관은 여름방학에 독서캠프를 계획 중이다. 중학생 대상으로 80명이다. 북한군인도 무서워한다는 시크한 중학생은 주입식 수업보다는 함께 토론하고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할 무언가 필요하다. 행사의 하나로 저자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작가강연회를 고민하는데 도서뭘해도 괜찮아(이남석 저. 사계절)'가 눈에 띈다.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과학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경영 칼럼니스트, 애니메이션 기획자, 인지과학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은 청소년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겠다. 부제목이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으로 청소년 소설이며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이번 독서캠프의 타이틀인 진로 독서캠프와도 잘 어울린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태섭이다. 태섭의 엄마는 나와 비슷하다. 성적표를 보면 충격을 받아 공부하는 방법, 자세, 생활태도의 문제점에 대해 잔소리를 한다. 아이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안쓰러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너는 할 수 있어" 하면서 다시 막연한 기대를 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태섭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다. 태섭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김영아 사서선생님도 있다.

 

김영아 선생님은 태섭에게 링컨 위인전을 권한다. 청소년에게 위인전을 추천하는 이유는 성공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고 더 큰 성장을 위해 도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태섭이는 여자 친구 규리와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보람을 찾는다.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 이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 한다.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고, 격려해주면 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주도적으로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평생직장이 드물고 안정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 적응력 등 다양한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고전문학, 역사, 철학 등 깊이 있는 인문학 책읽기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괜찮겠다. 독서캠프 첫날 아이들과 이 책을 미리 읽고 질문지를 만들어 작가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인주의 2017-03-05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불문 참을성이 사라지고 있다 싶어요...내 시간만 귀함;;
그리고 우기면 되더라라는;;;
못된 자신감도 충전하고 다니고

세실 2017-03-06 23:08   좋아요 0 | URL
그쵸? 내 시간만 중하고...
도서관에서 여유있게 책 찾아 읽는 즐거움을 모르네요. 무조건 물어보는것도 습관인듯 해요.
못된 자신감... 무대뽀라고 하죠? ㅎ

수퍼남매맘 2017-03-0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서점이나 도서관 갈 때 어지간하면 검색대를 이용하는데 참 너무들 하는군요. 어르신도 아닌데.... 학교 도서실도 무조건 사서샘한테 찾아달라는 애들이 있어요. 책 찾는 법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7-03-06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서의 괴로움이 묻어 나오네요.
사실 남들이 보면 젤 여유로워보이는 일 같은데
만만치 않을 거 같네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요?‘ ㅎㅎㅎㅎㅎ

세실 2017-03-06 23:12   좋아요 1 | URL
어제는 유난히 피곤했답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땡땡이는 아니구 조퇴하고 놀았어요.ㅎ
눈 마주치길 바라는 듯해서 더 피했지요. ㅎㅎ

페크pek0501 2017-03-07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밥벌이의 고단함. 공감합니다.

세실 2017-03-08 09:31   좋아요 0 | URL
벌써 30년이 되어갑니다. 공감할 수 있는 페크님이 계셔서 좋아요^^
제 맘대로의 삶은 아마도 60세 이후가 될듯 합니다만....

잠자냥 2017-03-14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갈 때마다 사서의 생활(?)이 궁금했는데 이 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사서를 괴롭히는 이용자는 아닌 것 같아 안도했습니다. ㅎㅎ

잠자냥 2017-03-14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궁금한 점은... 서고에 보관하는 책들은 보통 오래된 책들이거나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경우 그런가요? 저는 서고에 있는 책을 사서에게 가져다 달라고 할 때도 좀 미안해서.... 검색해서 서고에 있는 책으로 나올 때는 그냥 대출 안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

세실 2017-03-14 18:50   좋아요 0 | URL
호호 궁금한건 언제든 사서에게 물어보셔도 되지만 일단 시도는 해보시는걸루~~친절한 설명이 곳곳에 있답니다. 잠자냥님은 우수 이용자시네요.ㅎ
서고 보관 책은 오래된 책들 위주입니다. 폐기하기는 아까운...
출판년도 확인하시고 언제든 말씀하세요. 판매하라고만 안하시면ㅎ
저희가 보기에도 아까운 책 많아요.
공간은 한정되고, 신간은 계속 구입하니...
알라딘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무심이병욱 2017-05-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씨가 글쓰기를 즐기는 분이란 걸 느꼈습니다. 문장들이 깔끔한 게 마음에 듭니다.😎

세실 2017-05-06 20: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알라딘이 제 놀이터거든요. 한동안 알라딘에서 살았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