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른님이 이벤트를 했다. 내 마음대로 금액을 정해 입금하면 선물을 보내주는 이벤트다. 나는 다이어리 자켓이 필요했고, 소심하게 33천원을 입금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오늘 커다란 박스가 도착했다. 박스에는 마치 요술 램프처럼 선물이 끝없이 나온다. 

 

먼저 깊은 바다를 닮은 짙은 블루빛 다이어리 자켓이 마음에 든다. 스트라이프 체크 무늬 속지가 언뜻언뜻 보이는 깔끔한 자켓이 고급스럽다. 매일 들고 다녀야지. 그리고 이른 봄을 닮은 연핑크 가방은 도쿄에서 본 마가렛 호웰 에코백보다 백배는 예쁘다. 앞면에 덧댄 천도 핑크와 잘 어우러지고 스트라이프 속지, 튼튼한 손잡이, 어깨 끈까지...참으로 감동이다. 가방 메고 당장이라도 여행 가고 싶다. 천가방이 이렇게 고급스러워도 되는걸까? 보림이한테 뺏기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깔끔한 4장의 스트라이프 키친클로스는 반찬 묻을까봐 매트로는 아까워서 못 쓰겠다. 테이블에 포인트로 두거나 티 타임때만 써야지. 예뻐 예뻐! 장인 정신이 묻어나는 고급스러운 머리핀을 세개씩이나 넣으셨네. 질감 좋은 광목 손수건도 참으로 마음에 든다. 그리고 냄비 받침까지.....

 

 

 

 

보내주신 두 권의 책도 마음에 든다. 가끔 꿈을 꾸는 서점 주인이야기는 살까 말까 망설이던 책이다. 윤제림의 시집 '사랑을 놓치다'는 제목이 특히 설레이잖아.

 

 

 

 

 

 

 

 

 

 

 

 

 

사랑을 놓치다

- 청산옥에서 5

 

......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아른님은 산타클로스다. 내 작은 손이 부끄럽다. 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에 큰 기쁨을 준다. 선물은 역시 받는것이 행복하구나.  참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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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2-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보고 알아버렸어요 ^^
좋으시겠어요, 드린 분도, 받으신 분도!

세실 2017-02-17 15:25   좋아요 0 | URL
호호호 댓글 수정중에 다셨군요.
참으로 감동입니다. 햐.....행복합니다^^

2017-02-17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4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2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0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