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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작은 아이와 모처럼 데이트를 했다. 신랑은 약속이 있고, 큰아이는 친구 만나러 갔다. 요즘 핫 플레이스라는 '블랙 스톤'에서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30분이나 기다렸다. 아이는 배고프다며 스테이크와 고르곤졸라 피자, 해물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다. 둘이 먹기에는 많은 양인데 '맛있다'를 연발하며 허겁지겁 먹는다.

 

새해가 되면 친구가 다이어리를 보내준다.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으로 산뜻한 노란 표지가 인상적이다. 판화가의 고운 글과 그림이 페이지마다 있다. 가방에 늘 소지하는 다이어리는 1년동안 일기장, 가계부, 메모장이 된다. 다이어리에 아이와 데이트한 느낌, 비용 45,000을 적었다. 한 켠에 보이는 딸기 그림에 시선이 간다. '겨울딸기' 글을 읽는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마음에 든다. 그림과 글, 글씨가 참으로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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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토론도서는 '이기적 유전자'다. 

인문학자들이 추천하는 책이지만 난해하다. 뼛속까지 문과 성향이라 참으로 어렵다. 생존 본능으로 이기적인 유전자가 될 수 밖에 없을텐데 참 어렵게, 길게 설명했다. 120페이지를 읽었는데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쯤에서 포기할까? 이동진 빨간책방 대충 들은 것으로 마무리할까? 사서의 체면이 있지'  별별 생각을 한다. 만약 이 책을 완독한다면 내 정신력은 참으로 위대한거다. 120페이지중 아래 글은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다.

 

'이기적' 이라는 말은 동족끼리 잡아먹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상당히 절제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다음의 예는 이기성의 정의에 잘 부합한다. 남극의 황제펭귄에 관해 보고된 비겁한 행동을 살펴보면 아마도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황제펭귄은 바다표범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물가에 서서 물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중 한마리가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은 바다표범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어느 펭귄도 자기가 희생물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황제펭귄들은 그저 누군가 뛰어들기만 기다린다. 무리 중의 하나를 떠밀어 버리려고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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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읽다 포기하고 머리 식힐겸 고른 책이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진 간결함. 딱 내 스타일이다.

지난번 아이와 도쿄에 다녀오면서, 다음 여행지는 가족이 함께하는 '오키나와'로 정했다. 4박 5일 정도 느긋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옆지기, 작은 아이와 함께는 곤란할 수도 있겠다. 오키나와는 딸과 단둘이 갔을때 더 즐겁겠다. 바다가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은 빵이랑 커피로 간단히 해결하고 동네를 어슬렁거려도 좋겠다. 

하루종일 해변에서 책 보다, 졸다를 반복해도 좋겠다. 어쩌나?

 

오키나와에서 만난 누군가가 말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게 내 신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그것은 여행에서 우리가 맛보고 싶은 것, 바로 여유와 느긋함 아닌가.

여행처럼 살고, 사는것이 여행 같은 사람들이 오키나와에 살고 있었다.

 

 

 

 

다시, 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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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2-12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키나와 관심 갖고 있어요. 보관함에 넣습니다. 예전에 논문 쓸 때 생각났어요. 시간이 촉박하여 조급증이 나는데 저도 모르게 재밌는 책에 얼굴을 묻고 있는. ^^;

세실 2017-02-13 09:25   좋아요 0 | URL
저도....딸과의 여행을 꿈꾸지만 운전에 자신 없어서....오키나와는 제주처럼 교통이 불편해서 렌트하면 좋다 하더라구요.
논문..리포트 쓸때 책이 눈에 들어오는 그 느낌 알지요. 아우 어떻게 졸업했는지 제 자신이 대견하더라구요.
새로운 한주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