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정

주말엔  "우리 아들 수시 떨어졌어. 넘 우울해. 와줄래?" 하는 친구 전화에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친구는 울먹이며 지금 지옥에 선 느낌이라고 한다. 얼마전 수능을 망친 딸아이땜에 지옥을 경험한 내 맘이리라.
재수하기로 마음먹은 친구 아들은 혼자서 독서실 다니며 공부한다는데 슬쩍 걱정이 되어 기숙형 학원을 권해본다.
내년에 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한다.

2. 도서관

청주엔 밤새 하얀 눈이 내렸다. 어릴때는 눈이 오면 강아지처럼 좋았는데 운전을 하면서는 눈이 무섭다. 원망스럽다. 차라리 낮에 오면 좋을텐데 왜 주로 밤새 오는 걸까? 눈 오는 날 출근하다가 두번 돌고 나서는 버스를 이용한다.
새벽에는 규환 복사라 성당에 함께 가면서 출근길을 걱정했는데 도서관 주변엔 다행히 눈이 오지 않았다. 좁은 땅이지만 이럴땐 넓어보인다.


출근하자마자 어제 곱게 갈아온 케냐AA를 내렸더니 사무실안에 커피향이 그득하다. 커피는 신선함이 특히 중요하다. 커피메이커로 내렸지만 맛이 깔끔하면서 그윽한 향이 난다. 농도를 흐리게 해서 물처럼 하루종일 마셔야겠다. 커피는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여유를 주며 음식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오전엔 신문에 보낼 서평 다듬고, 내년도 프로그램을 기획해야겠다. 주말에만 하던 초등학생 프로그램을 평일에도 개설할 예정이다. 오후엔 교육청으로 가정폭력 교육에 참석해야한다.
이번 한주는 나보다는 주변 사람들 챙기기 미션^^

 

3. 나눔

 

성당 친구가 이번주에 암 수술을 한다. 성당일을 함께 하면서 말로 떼우려는 친구가 얄미워 사소한 트러블도 있었다. 열심히 음식 만들고 설겆이 하는 옆에서 사진만 찍어대던 친구에게 "찍지 마. 번잡스러워!" 하며 직언을 날리기도 했다. 건강하지 않아 몸을 아낀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침에 "그동안 서운한거 이해해주고, 앞으로는 더 아껴주며 살자. 미안해, 사랑해!" 하는 문자를 보냈다. 전화 통화하면 서로 울까봐.....투병 생활 잘 하리라 믿어본다. 친구에게 읽고 싶은 책 고르라고 하니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선택한다.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을 고른다. 제목은 별로지만....... 오늘 하루는 이 친구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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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2-0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엄마는 엄마도 수험생이죠
다른사람을 챙기시는 세실님 멋지세요

세실 2014-12-08 13:32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되더라구요.
보림이는 어쨌든 끝났으니...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위로해주었지요.
나만 행복한건 반쪽짜리 행복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moonnight 2014-12-0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 세실님 덕분에 위로가 되었겠어요. 입시 치르는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너무 힘들 것 같아요. ㅠ_ㅠ;

세실 2014-12-08 14:1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도 풀었지요. 잘 이겨내리라 믿어요.
입시는.....아쉬움도 남지만 만족도 해야할듯요.
중3 아들이 남아있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큰애랑 다르거든요. ㅜㅜ

바람돌이 2014-12-0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수능을 쳤군요. 세월이 참....
아이들은 자라고 우리는 늙어가는거겠죠? 뭐 에너지 넘치시는 세실님 보면 세월이 비켜가는것 같지만요. ^^
이번 한주도 힘내자구요.

세실 2014-12-08 14:15   좋아요 0 | URL
그쵸? 어린 보림이가 벌써 수능을 치렀어요.
요즘 저 거울보면서 늙는거 느끼고 있어요. ㅜㅜㅜ 나이는 못 속이네요.
하루가 달라요. 내 젊음 돌려도~~~~~~~
바람돌이님 돌아오셔서 기쁘고요, 앞으로도 쭈욱 옆에 계셔주세용^^

무스탕 2014-12-08 21:16   좋아요 0 | URL
이젠 사진 찍기도 싫다니까요ㅠㅠ

나두 바람돌이님 뵈니 정말 좋아요. 진짜 좋아요 ^^

세실 2014-12-09 09:50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그니깐요. ㅜㅜㅜㅜ
몸은 불고, 얼굴은 늙고. 흑.....슬퍼요.

`진짜 좋아요.` 참 정감있어요^^

바람돌이 2014-12-09 15:06   좋아요 0 | URL
앗 무스탕님 반가워요. 언제나 반겨주셔서 고마워요. ^^
무스탕들은 잘 지내죠? ^^

무해한모리군 2014-12-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행복과 지인분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이글을 읽고 잠시 기도드립니다.

세실 2014-12-08 14:1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감사합니다. 기도가 큰 힘이 되죠.
나이가 들어가니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네요. 모두 모두 건강하길 소망합니다.


라로 2014-12-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많이 무거운 하루네~~~ 그래도 친구까지 잘 챙기는 맘 고운 세실님~~~~❤️
난 요즘 커피 마시면 설사(?)를 해서 좀 줄이고 있다는~~~ㅠㅠ 책상도 정갈해 보인다~~~ 내 책상은 개판~~~~ㅎㅎㅎㅎㅎ;;;;;;

세실 2014-12-08 14:18   좋아요 0 | URL
고딩친구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맘에 안들면 팩하는 성질이.....왜그리 못견디는지...이것도 자격지심이라고 합니다.
어머 스벅은 어쩌구요? 전 늦은 밤 커피만 아니라면 괜찮아요.
가끔은 카페라떼도 좋아요^^
출근해서 찍은거라 그렇고 지금은 사뭇 달라요. ㅎㅎ
아 졸리운 시간.....전 2시에서 3시사이가 넘 졸려요.

하늘바람 2014-12-0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은 다시 보니 디자이너책상같아요

세실 2014-12-08 17:53   좋아요 0 | URL
핑크색은 달력판이예요. 예쁘죠? 아이디어상품이네요.

수이 2014-12-0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세실님 세실님_ 주변 사람들 챙기는 세실님이 왜 이리 예뻐보이죠.

세실 2014-12-08 17:54   좋아요 0 | URL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살짝 이기적인 성격이라 주위를 살피려고 노력합니다^^

섬사이 2014-12-0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토닥이며 챙겨주는 거, 쉽지 않은 일인데..
바쁜 일과 속에서도 세실님은 참 따뜻하고 넉넉한 품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저는 나이들수록 나잇값에 대한 부담이 느껴져요.
아직 나는 좋은 어른이 될 자신이 없는데, 속절없이 나이만 보태며 사는 것 같아요. ㅜ.ㅜ

세실 2014-12-09 09:53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잘하니 그것도 문제네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도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니.....
절대 안 넉넉해요. 넉넉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감사해요^^
나잇값에 대한 부담 저도 심합니다.
50이란 숫자 다가옴이 참으로 부담스러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