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건너 바다 건너까지는 아니라도 포항, 부산, 광주에서 우리 도서관에 오기란 참으로 어렵다. 국화가 지기전에, 일일초가 떨어지기 전에, 꽃패랭이가 스러지기 전에 오셔야 할텐데하는 조바심만 생겼다. 며칠전, 그녀들이 우리도서관에 왔다. 오송역에서 도서관까지 픽업해준 후배가 없었다면 결코 오지 못할 거리였다. 우린 현관에서 깊은 포옹을 하며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요즘 숲해설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순오기님은 웨이브 퍼머에 헤어 코팅을 해서 십년은 젊어 보이셨다. 문학 강의와 강연회 사회로 바쁜 팜므느와르님은 보브 스타일의 단발이 잘 어울리셨다. 그리고 물광 피부에 나이를 거꾸로 먹는 프레이야님은 여전히 소녀 같았다. 봄에 경주에서 만나고 가을에 음성에서 만.났.다. 우리는 작가강연회를 듣고 봉학골 계곡, 반기문 총장 생가, 운보의 집, 플라워 카페 빈센트 마퀴스까지 바쁘게 움직였다. 요즘 보림이를 위해 성당에서 9일기도 중이라 일찍 헤어져야 했지만 짧아서 더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순오기님께 받은 '나, 꽃으로 태어났어'와 내가 드린 책들......

 

 

 

 

 

 

 

 

 

 

그 날은 김이설 작가도 우리도서관에 왔다. 도서관 '인문학 서평쓰기' 회원과 5공주를 위해 '무용한 소설을 읽는 유용한 소설'을  주제로 강연을 해주었다. '문학이란 시멘트 바닥에 피어난 민들레와 같다. 그만큼의 모양과 그만큼의 의미로 족하다.'고 말한 노학자 김윤식 선생의 당선 축사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소설이 민들레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무용한 소설을 읽는 의미에 대해 김현 선생의 '내가 사는 세상이 과연 살만한 세상인지,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를 예로 들면서 나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둘러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소설이 대부분 '햇빛을 덜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것도 같은 의미다. 그들의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지, 그래서 그 사람들을 닮은 나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의심을 품고, 의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세상에 아무 도움 될 것 없는, 쓸모없는 무용한 소설, 을 읽는 의미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무용한 소설을 읽는 것이 유용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 까닭이다.'

 

아담한 키에, 해맑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활짝 웃는 김이설 작가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평상시에는 수줍은듯 다소곳 하지만, 강의할때는 강단있는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똑부러지는 열정적인 목소리에 다양한 제스처는 눈을 뗄수 없게 한다. 한시간이라 아쉬웠지만 그만큼 임펙트가 있었다.   

 

 

 

 

 

 

 

 

 

 

 

 

동아리 회원은 간식을 준비했다. 도자기 작가이자 회원인 L은 '선화'를 생각하며 직접 만든 도자기에 약밥과 송편, 팝콘을 이용해 꽃으로 만든 음식을 선보였다. 우리도서관 우쿨렐레 강사이기도한 회원 B는 우쿨렐레로 '선화' 노래를 만들어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고운 마음이다. 우리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작가에게 궁금한 질문을 하고,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는 행복을 누렸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은 내 삶을 더욱 가치있게 한다. 책이라는 공감대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알라딘이 맺어준 소중한 분들인 5공주, 또한 알라딘에서 만난 좋은 인연 이설 작가님, 사랑하는 후배, 새롭게 만났지만 소중한 인연이 될 인문학 서평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고 참으로 소중하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며,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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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4-11-0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습니다. 좋은 시간 행복하셨겠어요.

세실 2014-11-08 10:27   좋아요 0 | URL
먼 걸음 해주셔서 더욱 감사하고 행복했지요^^
귀한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순오기 2014-11-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김이설작가 강의를 어쩌면 요렇게 잘 요약했을까? 역시 세실님은 똑똑해~ 엄지 착!!
나한테 준 책은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에요. 딱 맞춤한 책이죠!^^
짧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던 행복한 가을나들이~~~~~~~

세실 2014-11-08 10: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똑똑한데 책 제목도 기억못하고.....ㅎㅎㅎ
짧은 시간의 만남이라 많이 죄송하고 안타까웠어요.
날짜도 참....ㅎㅎ
더 늦어지면 도서관 꽃이 떨어질까봐 미루지도 못했어요^^
내년 부산에서는 여유있게 만나요.

섬사이 2014-11-0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 서늘한 밤에 차분히 읽고 있자니 저절로 제 입끝이 올라갑니다. ^^

세실 2014-11-08 10: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 행복을 공감해주시니 더욱 포근해집니다.
알라딘은 제 삶에 참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섬사이님도 뵙고 싶은 한 분!

마립간 2014-11-0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글을 읽다가 ... 궁금해서요.
알라딘 5공주 ; 순오기 님, 팜므느와르 님, 프레이야 님, 그리고 세실 님. 한 명은 누구인가요?

세실 2014-11-08 10:46   좋아요 0 | URL
호호호 마립간님~~~~~ 궁금하시죠^^
나비님(=시아님) 이랍니다.
지금은 미국에 계셔서 함께 할 수 없지만 우린 영원한 5공주예요^^
언젠가 미국에서 만날 수 있겠죠?

페크pek0501 2014-11-0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공주께서 드디어 만남을 가지셨군요. 축하드려요.

˝포항, 부산, 광주에서 우리 도서관에 오기란 참으로 어렵다.˝ ㅡ 그래서 그 뜨거운 열정의 걸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정이라는 것도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이에 와 있어요. 저는.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책도 풍성, 음식도 풍성... 세실 님의 마음도 풍성한 가을이 될 것 같군요.
잘 구경하고 갑니다. ^^

세실 2014-11-17 10:00   좋아요 0 | URL
참 멀리 있는 분들이지만 거리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네요.
체력이 약하시구나.....
아이 시험 잘 치렀나요?
전 기대 이하의 수능 성적으로 멘붕이 왔지만 이것 또한 이겨내야지...하고 있습니다.
뭐가 옳은건지....
이런 저런 후회가 듭니다.
다행히 아이는 수능 후의 즐거움에 빠져있습니다. 초 긍정적인 아이라 잘 이겨내는듯 합니다만 제가 더 힘드네요.
화이팅 해야겠죠?

다크아이즈 2014-11-16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이런 후기를.
세실 관장님이 얼마나 바쁘고 얼마나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알기에...
시간 쪼개어 알차게 쓰는 건 세실님 따라갈 자가 없을 듯.
음성도서관이 관장님을 닮아 얼마나 깔끔하고, 이쁘고, 완벽하던지요.
도서관을 가고 싶어지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세실님의 세심함에 몇 번이나 감동했답니다.

오공주와 음성 인문학 클럽과 이설작가님이 함께 한 늦가을을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고맙습니다. ^^*

세실 2014-11-17 10:03   좋아요 0 | URL
팜므님 그날 뵈어서 참으로 행복했지만 몇마디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안타까웠어요.
우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다녔지요. ㅎㅎ
언니들이 그저 예쁘게 봐주셔서 그렇겠지요.
소박한 시골도서관........
내년엔 좀 더 나아질듯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날의 풍성함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참 다이나믹한 하루였죠^^

프레이야 2014-11-25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이 페이퍼를 보는 게으름뱅이ㅜㅜ
기억이 새록새록, 그날 세실님 비롯 여러 분들 덕분에 아주 많이 행복했어요.
날씨도 어찌나 좋았던지요. 빈센트 마르퀴스에서 가져온 그 꽃 한 송이는
드라이플라워로 잘 매달려 있어요. 볼 때마다 기분 좋아요. 고마워요들^^

세실 2014-11-25 14:45   좋아요 0 | URL
언니 알라딘 넘 안들어오시긴해요^^
알라딘에 와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아요.
그 날은 날씨도 한 몫 했죠. 덕분에 운보의 집 산책도 하고.....
넘 짧은 시간 함께 해서 아쉬운 마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