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골 초등학교에 감성을 키우다

 

우리 도서관에서 '동화구연지도자과정' 을 강의하시는 샘이 재능기부를 희망했다. 그녀는 이미 교원대 음대 교수님과 협연하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리 도서관은 규모가 작아 인근 초등학교 강당에서 전교생과 선생님, 학부모를 위한 대규모 공연을 기획했다. 도서관 부담은 현수막과 간식 조금. 제목은 '그림과 음악, 이야기가 함께하는 찾아가는 북콘서트' 로 샘이 그림책을 개작한 노래 및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오늘 보여준 그림책은 '시리동동 거미동동', '동강의 아이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였다. 교수님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작곡해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제자인 학생의 클라리넷 연주도 이어졌다. 주로 재능기부로 공연을 다니지만 지난 봄에 대전에서 유료공연을 했는데 매진되었단다.

 

교수님은 머리는 희끗하지만 우리 나이 또래의 젊은(?) 분으로 대학생들과 음악을 함께하니 여유와 온화함이 얼굴에 비친다. "어떻게 이리 좋은 일을 하시냐"고 물으니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많이 받았으니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신다. 그림책 내용으로 직접 만든 피아노 연주곡이 마치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처럼 맑고 곱다.

 

공연을 관람한 학생과 선생님은 처음 접하는 공연이 생소한듯 즐거워하며, 중간 중간 박수를 치고 아는 노래는 따라 부른다. 교수님이 간혹 질문하면 서로 대답하려고 손을 들거나 목소리를 키운다. 문화적 혜택이 적은 시골 학교에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가끔은 이렇게 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좋겠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공모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예산 좀 따볼까? 우리 직원은 싫어하겠지?

 

 

 

 

 

 

 

 

 

 

 

 

 

 

2. 나도 재능기부를 한다

 

가끔은 나도 재능기부를 한다. 지역의 중학교에서 '전문 직업인 초청 특강' 관련해서 의뢰(?)가 들어오면 기꺼이 참여한다. '사서'를 전문 직업인으로 인정해주니 고맙고,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음이 행복하다. 때로는 사서를 희망하는 아이도 있고, 사서라는 직업을 모르면서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지만 수업이 끝나고 난뒤 '사서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 앞으로 사서가 되고 싶은 학생?' 하고 질문하면 몇명이 손을 드니 작은 보람을 느낀다.

 

사서를 부르는 호칭도 불과 몇년전까지는 '아저씨, 아줌마' 에서 '선생님, 사서님'으로 바뀌는 변화도 바람직하다. 도서관에서 수준 있는 독서프로그램과 인문학 강의를 개설하고, 도서관 북페스티벌, 독서캠프등에서 사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나름 도서관의 위상과 이미지도 달라졌다. 

 

'사서' 하면 카운터에서 한가롭게 책이나 읽으며 조용한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 위에서는 유유자적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질을 하는 백조를 연상하면 된다. 작가강연회를 기획하면 강사 섭외가 참 어렵다. 저명 강사를 선정하고 전화를 걸어 스케줄을 잡는다. 어떤 강사는 메일로만 의뢰가 가능해서 구구절절하게 메일을 보내고 난뒤 초조하게 기다린다. 한번에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강사 이름을 순서대로 지워가며 전화기를 수십번 들어야 한다. 강사 섭외가 완료되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작가에게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관리를 한다. 보도자료, 현수막 시안, 홍보자료등을 만들어 배부하며, 홈페이지로 등록신청을 받는다. 행사 당일에도 강사 노선 관리, 행사 접수, 진행, 사인회까지 동분서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라서 행복하다! 

물론 지금은 현장에서 직접 뛰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있는 점도 좋다. 한시적인 즐거움^^

 

 

3. 수요일엔 장미꽃 대신 책 선물

 

비 오는 수요일이다. 비 오는 수요일에 꽃 선물 대신 책 한 권 선물해도 좋겠다. 그런데 비 오는 수요일에 꽃 선물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은 사무실에서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읽고 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보다 이 책이 읽기 편하다. 청소년용이라 편하게 읽힌다. 한자를 무리하게 최소화한 점이 아쉽다. 한자를 읽는 맛도 소소한 즐거움인데 안타깝다. 학생들은 한자를 모두 싫어할까?   

어쨌든 책을 읽는 여유가 좋다.

공자 말씀하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하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랴!"

 

공자 말씀하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느니라."

 

공자 말씀하시다. "지위가 없다고 근심할 것이 아니오, 전문가가 되지못함을 근심할 일이다. 요컨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근심할 까닭이 없고, 오로지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을 일이다.

 

공자 말씀하시다. "군자란 남에게 베풀 것을 생각하고 소인은 이익을 생각하며, 군자는 제 잘못을 생각하고 소인은 남을 탓하니라."

 

그외 요즘 읽은, 읽고 있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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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09-25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랴!<----이거 어째 좀 틀린 거 아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아야 군자가 아니랴 아냐요???ㅎㅎㅎㅎ

암튼 청소년 용이라고 막 쓰면 안 되는데,,,

그나저나 재능기부 할 재능이 없이 지끔까지 살다가 지금도 뭐 할까 걱정하는 인생,,,좀 서글프네,,ㅠㅠ
사서라서 행복한 세실님 늘 부러워~~~거디가 미모까징~~~흥

세실 2014-09-25 14:07   좋아요 0 | URL
아니겠는가...의 뜻인듯 아뢰옵니다^^
절대 막 쓴건 아니고 한자를 최소화에서 아쉬워요.

가끔은 제 능력보다 과대평가 받는게 남의 옷 입은 것처럼 불편할때도 있지만 기꺼이 오케이 하고 있습니다.
한 때겠지요~~~~
요즘 퇴직후 뭐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헤~~~
오늘 카스엔 더 부러운 일 하고 왔어용. 카스 돌아오세요~~~~~~~~

수퍼남매맘 2014-09-2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섭외 이야기에 100% 공감합니다.
해 보니 쉽지 않더라구요. 은근히 신경 쓸 일도 많고...

희끗희끗하신 교수님의 재능 기부는 참 아름답네요.
다 읽어본 그림책들이라서 어떤 음악으로 태어났을지 궁금하네요.
˝많이 받았으니 환원한다˝ 이런 생각 가진 지식인들이 점점 많아졌음 좋겠어요.
세실님의 재능 기부도 정말 멋집니다.

세실 2014-09-28 15:08   좋아요 0 | URL
슈퍼남매맘님은 아이들 가르치면서 하려니 더 힘드시죠.
전화 혹은 메일을 처음 보냈을때 성사가 되면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5명 정도 적어놓고 줄 그어 나갈때면 서글퍼집니다. 누구를 위해서 이 고생을 하나..... ㅎㅎ

어제는 충북중앙도서관에 박웅현님 왔는데 참 좋았어요.
참여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받아 칠판에 가득 써놓고는 답변해주고는 하나씩 지워가는거죠.
저명인사니 가능하겠죠? 내심 부러웠답니다.

교수님이 저랑 동갑이라고 하더라구요. 젊은 분(과연 젊은분이라고 해도 되나.....)의 생각이 참 멋지더라구요.
저도 기꺼이 재능기부 합니다.

페크pek0501 2014-09-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

세실 2014-09-28 15:09   좋아요 0 | URL
그쵸? 재능기부 쉽지 않을텐데......
저도 봉사하며 사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저 사서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9-2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학생들은 부모세대에 비해 한자실력이 좋아지고 있더군요.한자능력시험 보는 학생들이 요 몇 년전부터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죠.우스개 소리로 어릴 때 부모 이름 못쓰는 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어 이젠 자식 이름을 한자로 못쓴다고 하죠.하지만이제 자식들이 한자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 다행이긴 하죠.이러다가 부모는 한자문맹인데 자식들은 한자에 능통하게 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거에요.

세실 2014-09-28 15:14   좋아요 0 | URL
한자 공부도 고딩을 겪은 부모들이 아이 공부에 한계를 느껴서 인듯합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한글보다는 한문으로된 단어가 많아 해석이 어려우니...영어, 수학, 한자는 미리 해두어야 고생을 덜하더라구요. 어쨌든 한자 실력, 역사 실력 더 좋아질듯요^^

요즘 아줌마들이 문제여요. 목소리는 커지고, 책은 읽지 않고.....
뭘 믿고 저렇게 용감한지요. (저는 책은 조금 읽으니 포함안되는걸로~~)
공부하는 엄마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2014-09-28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8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2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2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5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9-2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동강의 아이들 중 한명이었어요.어릴 때 우리 집에서 5분만 걸어내려가면 동강이었거든요.영월!

세실 2014-09-29 14:01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러셨군요. 물 좋고, 산 좋은 동강분이셨구나. 몇년전에 동강으로 레프팅 하러 갔었어요^^
영월 참 아름다운 지역이예요. 청령포도 좋았구요. 작은 미술관, 박물관도 참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