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장님 안녕하세요~~'

K가 도서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조용하던 공간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한다. '관장님 잘 지내셨어요? 계장님, 전선생님도 잘 지내셨죠? 보고 싶었어요! 오늘 제가 정말 좋은 선물 가져왔어요' 이렇게 K의 방문은 시작된다. 고향은 음성이지만 결혼하면서 서울에 살던 그녀가 5년전에 딸만 데리고 음성에 다시 내려왔다. 얼굴도 예쁘지만 목소리가 특히 예쁜 그녀는 지난 선거때 '여러분 훌륭한 *** 군수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진정한 일꾼 *** 님을 선택해 주세요' 하면서 M.C로 맹활약을 했다. 그리고 다시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성격이 호탕하고, 웃음이 많아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흔의 나이에도 짧고 화려한 컬러의 미니 스커트와 나시를 즐겨 입는 그녀는 주홍빛 립스틱이 트레이드 마크다. 나도 어울릴까 하고 똑같은 립스틱을 샀는데 별로다. 사소한 대화에도 '하하하하~~' 하면서 마치 전원주가 웃는듯한 숨이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낸다. 마치 주홍빛 환타처럼 화려함과 톡 쏘는 청량함이 그녀의 매력이다.

 

늘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는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이 불쌍해요. 받아쓰기도 잘 못해요. 전 빵점엄마예요' 하면서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나는 친구들에게는 다소 얄미운 깍쟁이지만 모성애가 발동하면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된다. '이런.....걱정하지마! 도서관에 잘 왔네. 이제 **이랑 같이 매주 도서관에 와서 책 열권씩 빌려가라. 내가 골라줄게. 그리고 책 읽어줄땐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읽어줘.'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와서 책을 열권씩 빌려간다. '관장님이 골라주신 책 다 재미있어요. 그런거 어떻게 골라요? 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한다. '나 사서라구~~~' 그렇게 그녀와 나의 만남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음성 장날인데 그녀는 파라솔을 펴놓고 화장품을 판다.

 

2.

 

'소독하러 왔어요'

다소 투박한 말투,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우리도서관 화장실을 소독 해준다. 보건소에서 위탁받아 하는 듯한데 딱 화장실만 해주고 간다. 며칠 전, 음료수를 따 주면서 '안녕하세요. 혹시 사무실도 소독해 주실수 있을까요?' 그는 난색을 표하면서 '화장실만 하게 되어 있어요' 한다. 그리고는 잠시후 사무실에 들어와 묵묵히 구석구석 소독해준다. '어머 감사합니다. 혹시 자제분 있으세요?' 하면서 말문을 여니 7살 딸아이가 있다는 말에 '도서관 회원 가입하시고 책 빌려가세요. 제가 골라드릴게요' 했다.

 

다음날 그는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도서관에 왔다. 나는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이름이 뭐야? 예쁘게 생겼네. 이제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꼭 오기' 하면서 책을 골라주고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읽어 주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윽 냄새! 뿌지직.....'하면서 즐거워한다.

 

'제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딸내미랑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도서관에 오네요' 하면서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바빠도 아빠가 딸에게 하루에 2권씩 읽어주세요.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읽으면 한글도 빨리 깨칠수 있어요' 하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재미다.

 

3.

 

두 아이에게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읽었던 책 열심히 골라주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 도서는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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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7-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관장님 최고에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애정 담긴 눈으로 담아내시고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저 그림책들 진짜 불후의 명작들이네요. 다 가지고 있어요 저도 아직.
우리 아이들과 보았던 그때의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어 조카들한테 넘기지도 않고
다 가지고 있는 그림책욕심쟁이랍니다. 가끔 들춰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들이죠^^

세실 2014-07-07 13:37   좋아요 0 | URL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직원 삼겹살 파티 했어요. 도서관 로비에서 구워 먹는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K도 와서 한바탕 웃음보따리 풀어 놓고 이제 가네요. ㅎㅎ
전 우리 아이들이 보던 그림책들 조카 주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어릴때 추억을 생각하면서 가끔 읽어도 좋을텐데.....
우리 드디어 수욜!! 두근 두근^^

섬사이 2014-07-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관장님이세요. 글을 읽으며 제 마음까지 따뜻해져요. ^^

세실 2014-07-08 10: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마음이 쭉 이어지도록 노력해야겠죠?
요즘 시골살이에 푹 빠졌습니다.
이러다 도서관 화단에 상추, 오이 심는건 아닌지....ㅎㅎ

울보 2014-07-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관장님 참 잘어울리세요,류랑 제가 다니는 도서관 관장님도 여자분인데 처음에 오셔셔 이런저런 문제로 몇번 엄마들과 모임에서 뵙고 한번도 뵌적이 없는듯 한데,,
저도 그림책 다가지고 있어요 이상하게 그림책은 누군가를 주기 그렇더라구요 제가 류랑 하나둘 정말 열심히 고른책들이라서,,그런데 작은 집을 넓게 사용하려면 치워야 하는데 , ㅋ 옆지기가 그냥 두라고 하네요,,ㅎ

세실 2014-07-08 10:11   좋아요 0 | URL
세실관장이라 정관장보다 백배는 나아요~~ 땡큐^^
저는 그래서 프로그램이나 열람실, 자료실에 수시로 들락거린답니다. 싫어해도 어쩔수 없어~~
그림책 아이들 초딩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조카들 줬어요.
아깝긴 하지만 쌓아둘 공간도 부족하거든요.
사무실에, 집에 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ㅜㅜ

순오기 2014-07-0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도서관이라 더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거 같아요.
아니 멋쟁이 관장님 덕이겠지요!^^

세실 2014-07-08 10:11   좋아요 0 | URL
언니. 그렇죠?
샘이 집에서 직접 기른거라면서 토마토, 호박, 오이도 갖다 주시네요.
그냥 여기서 천년만년 살까봐~~~
낼 뵈어요! 왜이리 설레이는지...ㅎㅎ

난티나무 2014-07-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안녕하세요???? 넘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관장님, 이라니, 넘 멋져요~~~~~^*^

세실 2014-07-11 10:06   좋아요 0 | URL
어머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고즈넉한 프랑스 생활 멋집니다~~~~
자주 뵈어요!!

라로 2014-07-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사에 기고 할까봐~~~~. 음성 시골에 미모의 관장님이 있는데 멋지고 귀엽기까지 하니까 취재좀 하라고!!!!

세실 2014-07-18 17:29   좋아요 0 | URL
음 그러고보니 아직 취재한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ㅎㅎ
나를 귀엽다고 해주는 분은 우리 오공주밖에 없는듯요.
오공주 포에버~~~~알 라 뷰~~~
근데 시아님 공감 안 눌렀다.....................흥!!!


단발머리 2014-07-2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장님, 정말 너무 멋지세요. 계신 곳이 음성인가봐요.
아.... 저도 도서관 자주 다니거든요. 요즘엔 좀 뜸하지만, 예전엔 동네도서관 6군데를 다니면, 6군데 직원분들을 다 알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말 몇 분은 아이들을 그렇게 예뻐라, 하시고... 이름은 모르시는데도, 인사를 건네시고 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그런데도, 책을 골라주시는 분은 없었어요. 아마도 다들 바쁘셔서 그런시겠지만.
책을 골라주는 관장님이라니요.... 우앙.. 부러워요^^

세실 2014-07-24 10:07   좋아요 0 | URL
네 충북 음성에 있는 시골 도서관이랍니다^^
이곳에도 한번에 15권씩 빌려가는 엄마들 계세요. 6군데를 도신다니.....대단하세요.
아이들 이름 불러주면 좋아하는데 매일 잊어버려요. 밤새 제 머리는 리셋 되나 봅니다. ㅎㅎ
요즘 아이들 만화책을 많이 읽어 만화책 한 권 읽고, 다음엔 줄책 한권 읽자...하면서 유도하지요.
벽에 붙여놓은 권장도서목록도 애용하네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거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님의 응원에 막 힘이 납니다.
오늘도 오후 4시에 자료실에 놀러가려고 합니다^^

희망찬샘 2014-08-0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누군가에게 주신 작은 친절이 이 다음에 크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겠지요?

세실 2014-08-04 11:21   좋아요 0 | URL
부모들이 의외로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구요. 시골 아이들일수록 도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큰 힘이 될텐데....아이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