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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절구역]-노인인 것이 죄인 세상이 도래한다.

  오래 전, 일본 영화 '배틀 로얄'을 본 기억이 있다. 친구였던 소년, 소녀들이 한 섬 안에 갇혀 서로를 죽이고 죽인 후, 단 한 사람만 살아남을 "특권"이 주어지는 영화.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지지만, 그들을 한 섬안에 가둬놓는 이유는 너무나 이기적이다. 어른들이, 기성세대가 청소년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개선의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을 서로를 죽이는 싸움에 몰아넣는다. 우정도 없고, 사랑도 없고, 인간의 연민조차 사치인 싸움으로….  

  이 영화는 경쟁 사회의 극단을 그럴싸한 비주얼로 보여준다. 이미 영화를 본 지 십여 년이 되었고 보는 내내 불편하고 역겨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는 이야기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살아남을 것!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 영화는 물리적 극단을 보여줄 뿐이지만 경쟁의 극단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모습니다.

  오늘 이것과 비슷한 책을 발견했다. 이 책, "인구조절구역"이다. 이 또한 어찌나 섬뜩한지. 이 책은 앞의 "배틀 로얄"과 대척점에 서 있다. '배틀 로얄'과 똑같은 규칙 속에서 노인들은 서로를 죽여야 한다. 마지막 살아남은 한 사람만 살아갈 "특권"이 주어진다. '실버 배틀' 과 '배틀 로얄', 같지 않은가? 다만, 그러한 극단에 처하는 사람이 청소년이냐, 노인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들은 소외자다. 청소년과 노인들. 다르지만 같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 반항하며 이해하기 힘든 존재로 다가가는 청소년들.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급증한 노인들. 그들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취급되고 짐이 되어 제거하고 통제해야만 하는 대상이 되었다. 사회의 기득권 중심세력은 위험조차 무릅쓰지 않는다. 비겁하게. 그래서 쉽고도 간단하게 '이이제이'의 방법으로 주변인들 스스로 숫자를 줄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나의 과거, 현재, 미래다. 내가 항상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 문제다. 나 외의 모두를 죽이고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 영화와 책이 원하는 바가 그저 경쟁사회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설마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이 행복한 사회로, 결국은 행복한 나로 가는 길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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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 덕분에 초등교육에 촉각이 예민하게 서있는 요즘이다. 국민학교를 나온 세대로 초등교육에는 전적으로 무지한 나다. 교과과정이며 학교 돌아가는 사정들을 하나도 모르고 심지어 수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모르는 나는, 고백하건데 학력고사를 치른 이후로 이 땅의 교육 현실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고 학교 갈 시기가 다가오자 이것저것 들리는 것은 많아지는데 좋은 말은 없으니 고민이 많아질 밖에….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서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꼴이다.

   

  이 책들은 학교생활에 관심 많아 하는 아이를 위해 구입한 것으로 학교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저 좋은 '생활 습관'이라고 한다. 스스로 가방을 챙기고, 골고루 먹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걸 이야기하는 고전적인 지침서. 이 책으로 아이는 자신만만해졌다. 
 

 

  초등 6학년인 조카를 몇 년 전부터 보아온 경험으로, 이 친구 학원 다니느라 하루가 바쁘더라. 친구들의 아이들 또한 학원 다니느라 힘들어 하더라. 공부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마찬가지. 부모도 힘들고 아이도 힘든데 빠져나오지 못하는 막다른 길처럼 보였다. 하자니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안 하자니 성적 떨어져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할까 두렵고. 그 사이에 관계는 어그러지고.
나도 여태는 쿠~울 한 척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으로만 보낸 터라 심각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학습지,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학원, 보내지 않아도 괜찮아!"였다가 귀가 팔랑거리기 시작할 때 다가 온 책. 이것저것 꼭 해야 한다는 사람들 말을 그저 웃으며 들어 넘길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그럴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에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 준 고마운 책이다. 

  

   현직 초등교사가 썼다는 이 책은 앞서 소개한 "준비된 1학년", "자신만만 1학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화들짝 놀라 구입했다. 교과과정 개편으로 1학년부터 완전히 달라진 교과 과정에 대한 설명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친절하게도 '상위 1% 공부법'에 각 과목별 공부법까지 설명해 준다. 

  독서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부습관을 잡아 주어야 하며, 기초를 튼튼히 하는 활동들을 이러저러 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1학년부터 차근차근 하지 않으면 3~4학년부터는 따라가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무시무시하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한 해도 쉬엄쉬엄 할 수 없는 빡빡한 초등학교 생활이 눈에 보인다. 물론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추천하지 않고 오로지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지만 말이다.

 

 

  이 책 또한 비슷하다. 다만 대상이 초등 1학년뿐만이 아니라 전 학년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차이다. 이 책도 물론 각 과목 공부법을 교과서를 중심으로 더욱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표도 제시해 준다. 그것도 책 맨 앞에. 수치를 제시하며 초등학교에서 반에서 1등 하는 아이가 일명 SKY 대학에 갈 확률이 1/2도 안됨을 보여주고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설계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아이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마지막은 정말 중요한 조언,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이거야 말로 수많은 육아서와 교육서에서 하나같이 말하는 부분이긴 한데, 여기선 뜬금없다는 느낌이다. 학교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러저러하게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열심히 설명하고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궁극적인 목표, 즉 아이가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아이의 직업, 꿈을 제한하지 말고 현실화 시켜주라고 한다. 말씀이야 너무도 훌륭하고 훌륭하지만, 아이의 성취에 민감하고 이렇게 매니저로서 역할을 하는 엄마(여기선 항상 엄마가 주체다. 아빠도 할머니도 이모도 아닌.)가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 이 만큼의 노력과 정성을 (많은 돈도) 들였는데, 너도 내게 이 정도의 결과는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니냐?' 이런 생각들에서 말이다.

  아마도 나 또한 이런 행위들, 기대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이에게 종일 붙어 있는 나도 아이가 똑똑한 것이 좋고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 만큼의 노력을 들였으니 내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아마도 나는 여기 책들에서 설명하는 공부 방법을 숙지하고 이러저러하게 하라고 아이를 다그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예습과 복습, 시험공부, 많은 독서에 일기와 독서록 쓰기, 자신만의 사전도 만들고, 리더쉽을 기르기 위해 반장, 전교 회장도 해야 하고 발표력 훈련은 물론이려니와 영재과정, 운동도 꼭 해야 하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 좋기 위해 노래도 잘 해야 하는 우리 아이를 만들기 위해, 이 많은 것들을 내가 만든 인생 설계도에 따라 이루게 하기 위해 나는 아이를 얼마나 닦달해야 하는 걸까? 했으면 좋겠는 일, 해야만 하는 일들을 스스로 하게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른인 나도 힘든 일을…. 아이니까 친구들과 놀기도 해야 하고, 혼자서 빈둥대며 뭔가 만들어 보기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 하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로만 가득 찬 생활, 행복할까?

  이 책에 따르면 현행 2009 교과과정과 현재 사용되고 있는 2007 교과서는 상위 1%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다 알고 입학한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 같은 1학년 교과서, 어려운 전문용어를 설명 없이 제시하는 3학년 교과서 등. 체계적인 통합 없이 만들어 통일성 없는 내용들,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교과과정 등등. 
   

  여기서 예로 제시한 문제는 2학년 1학기 수학책에 나온다. 간단히 말해서 암호 찾기. "암호는 세 자리 수 다섯 개이고 이 수들은 가장 작은 수부터 70씩 뛰어 세기를 한 것입니다. 3□□-□□7-4□□-□57-□□□ " 이걸 9살짜리가 풀어야 한다는 건데, 이러니 아이들이 공부를 하느라 죽어나지. 또 하나의 예는 "~생각합니까,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서로 생각을 교환해 봅시다" 이런 게 잔뜩 있다는 것. 여기에 대한 교과부의 대답이 가관이다. "교과서 내용은 다른 나라에서 쓰고 있는 방식으로 집필했고, 아이들이 2학년에서 선행학습을 했고, 교과서에 있는 방식으로 충분히 학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 하고, 이유를 알아내고, 의견을 교환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 어른도 벅차 헉헉거릴 만큼 많은 것들을 외우라고 시켜놓고 생각을 내놓으라니. 시간만 충분하다면 우리 아이들도 핀란드 아이들처럼 2×2=4인 이유를 열 가지 쯤 생각해 내 수 있을 테고, 21÷3=7인 이유 세 가지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낼 수 있을 텐데, 그 시간이 결정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그것을 모르나보다.

  영어에 와서는 초등과정에 영어를 넣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 나로서는 오륀지 정부에게 할 말이 많다. 멀쩡함을 넘어 훌륭한 모국어를 두고 외국어에 몰입해서 국사, 국어조차 영어로 강의하라는 정부이지만 영어의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조차 설명하지 않는다. 영어가 세계어로서 기능을 하니 알면 당연히 좋을 것이고 유리한 점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어를 무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말은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은 말을 지배한다. 한 세기 전 열강들이 식민지에 자국의 언어를 강요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언어의 구조와 표현 방식은 문화와 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에, 생각의 폭을 넓히고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모국어의 어휘와 표현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일찍 시작하고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기만 하면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우리말과 글을 알고 다양한 표현들을 익히기 전에 한국말로도 어려운 단어들을 외우게 하는 사람들, 정말 그렇게 믿는 걸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영어‘만’ 잘하는 사람인지, 유엔의 반기문 총장처럼 영어‘도’ 잘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분이 연설 하는 것을 들었는데, 발음, 구리다. 알아듣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와 일한다. 아이들이 영어‘만’ 죽어라 파는 시간에 우리말, 글을 읽으며 생각하고 공부해야 정부에서 말하는 ‘글로벌’ 한 인재가 나오지 않겠나? 식민지 한국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말이다!
  3학년 때부터 원어민과 수업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그 수업을 이해할까? 문장을 통으로 주고 외우게 하면 5, 6학년 아이들이 다양한 변환이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Do you like~?”를 주면 시제와 명사를 바꿔가면서? 사교육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리미리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서 익혀 놓아야만 공부할 수 있는 구조. 이러한 것을 던져주고 시험 볼 테니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식이니…. 이 정도면 상위 1% 아이들도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나머지 99%의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쓰다 보니 열을 좀 많이 올렸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어려워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게 된 건 내 아이를 위해 안심되는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학교 공부를 시작했으니 공교육을 포기하기 전엔 공부를 해야 할 텐데 답답하다. 2011년, 올해 교과과정이 또 바뀌어 순차적으로 진행된단다. 우리 어린이가 6학년이 되는 2016년엔 올해 바뀌는 교과과정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 또 걱정이다. 올해 6학년인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역사 등의 과목을 배우지 못하고 중학교에 가야 한다. 그동안 6학년에서 하던 수업이 올해부터 5학년 수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알아서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중학교에서 요구하는 사회, 역사 지식이 부족한 채로 진학해야 한다. 그런데 2016년에 또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총체적 난국이다.

 


  다음에 읽을 책은 이거다. 현재의 교육과정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는 게 잘 사는 길인지 모색해 보고자 하는 책. 이걸 읽고 익히면 초연해질 수 있을까?
 



  내 앞엔, 정확히 말해서 우리 어린이 앞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아마도 처음엔 내가 갈 길을 골라서 끌고 갈 수 있을 테지만, 결국 대부분의 길은 혼자서 가야한다. 그 많은 길들이 어떤지 미리 알고 안내해 주고 싶지만 나도 혼란스럽다. 선택을 스스로에게 맡기고 싶지만 불안하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그러리라. 수많은 안내서와 교육서들, 지침서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많고도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내 아이에게 딱 떨어지게 맞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주류라고 하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경쟁적으로 1등을 하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대안을 찾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문제. 두 길 모두 쉽지 않음을 알기에 갈 길 고르기를 머뭇거리게 된다. 어찌되었든 길은 가야하고, 가다보면 내게 맞는, 아이에게 맞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보자. 두렵고 두렵지만 이젠 출발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좋은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그래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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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밀레니엄이라는 소설은 처음엔 강렬한 표지로 다가왔다. 그 표지는 소설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아마도 많이 팔리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게다. 이번에 나온 책의 표지는 리스베트의 뒷모습이 세련되어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을 기억하고 다시 읽기를 하는 건 표지 때문이 아니다. "밀레니엄"은 잘 된 추리소설이면서 사회소설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실종된 또는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자를 찾는 이야기와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금융가 베뇌스트룀의 부정부패를 쫓는 과정이 함께 엮여있으며 독특한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소개한다. 사라진 여인 하리에트를 찾는 중에 사건은 커지고 심각해지면서 주인공들을 극단의 위협으로 몰아가고, 그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재미있어서 800쪽 가까이 하는 책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장르 소설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내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것은 은퇴한 기업 총수 헨리크 반예르의 기업가 정신. 공장의 문을 닫고 노동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을 미안하게 느끼는 그의 대사에서 신선함을 느꼈다고 한다면 나를 누군가는 빨갱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영의 어려움을 우선의 노동자 해고로 풀려고 하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노동자 해고가 마지막 선택이 되는 이런 한줄의 문장만으로도 감동하게 되는 게다. 더불어 사회의 불의를 파헤치는 집념의 기자 미카엘을 멋지기만 하고. 그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은 낯설지만 그 또한 한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합의와 자유로움이 우리와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며 법을 지킨다면 자신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을 자유. 상상만해도 부럽다. 

 

  두 번째 "밀레니엄 : 휘발류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이번에는  "밀레니엄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라고 제목이 바뀌었다.)에서는 전편에서 독특했던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작과 비슷하게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수사물과 비슷한 느낌이고,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은 더욱 구체적이다. 잡지 『밀레니엄』에 싣기 위한 기획기사는 성매매를 한 유명 인사들에 대한 르포다. 그 기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 혐의를 쓰고 용의자로 쫓기는 리스베트와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쓰는 미카엘의 활약이 재미있다. 마지막 리스베트가 죽어가는 장면에서 슬퍼하며 아직 나오지 않았던 "밀레니엄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이 언제 출간되는지 인터넷을 뒤졌더랬다.  

 

 

 

 

  무려 반 년이나 기다려서 만난 "밀레니엄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밀레니엄 : 벌집을 발로 찬 소녀)은 두 번째 이야기와 이어진다. 죽어가던 리스베트가 성공적인 수술로 살아나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기까지의 이야기와 리스베트를 괴롭히던 배후의 세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리스베트는 감금되어있는 상황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미카엘은 리스베트의 자유와 배후세력을 밝히기 위한 밀레니엄 발행을 위해 애쓴다. 자신들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한 여자 아이를 정신병자로 몰고, 사회무능력자로 몰아 감금하고 통제하던 인간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은 스릴 넘치는 첩보물이다. 이들과 리스베트의 법정 싸움은 통쾌한 법정 드라마이기도 하다.  

여기에 가미된 이야기는 역시나 사회문제. 아동 노동의 부도덕함을 알고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묵인하는 기업가와 기업의 이야기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인해지는 자본주의의 단면이다. 아이들조차 생존을 위해 극한의 상황에서 노동해야만 하는 사회. 그러나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 성숙해보인다.

아동 포르노 사진을 컴퓨터에 가지고만 있어도 강력하게 처벌받는 사회는 내게 꿈의 나라 같기만 하다. 성폭행을 해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합의하라며 피해자의 연락처를 주는 나라, 반성하고있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집행유예를 받는 나라, 성폭행당한 것은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공공연한 취급. 어린 아이를 성폭행해도 겨우 몇 년의 징역형에 감형까지 허락하는 이 사회. 이런 것들이 일상의 신문을 도배하는 이 나라에서 아동 포르노 사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경력과 인생을 바꿀한만 강력한 범죄행위가 되고 처벌 받는다는 것이 너무도 부러웠다. 

아마도 이야기 속의 스웨덴 사회는 실제의 스웨덴 사회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의 그 사회는 모순과 잘못된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스템에 의한 정화가 가능해보였다. 시스템이 공정해 보인다는 말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언론 또한 비판의 기능을 잃지 않은...

'사회적 지탄을 많이 받았기에'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보면, 이미 무너진 것처럼 보였던 시스템은 절망적이다. 이미 나는 귀족과 평민이라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게다. 더 이상 평등사회인 척하는 가식도 없이... 학생시절 배우던 역사 교과서에는 국가의 문란과 멸망의 징조로 귀족들의 문란함을 들고 있다. '귀족'들이 평민의 딸을 강제로 취하고, 평민을 폭행하고, 불법으로 재산을 불려도 처벌받지 않는 그런 사회 말이다. 나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것이 좋다. 귀족과 평민으로 나뉘지 않는 대한민국 말이다. 하지만 방사능을 두려워 하는 것만으로 '사회 전복 세력'이 되는 것이라면,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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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요즘은 동시다발적 독서가 계속되고 있다. 본래 한권을 읽고 또 읽고 하는 식의 독서를 하고있는데, 어쩌다보니 서너권을 한번에 읽으며 길을 잃고 있는 중이다. 

 Alice는 언제나 길을 잃는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한곳에 진득하니 앉아있지 못하고, 엉덩이가 뜨거운 고양이처럼 어쩔줄 모르고 빙빙 도는 꼴이다. 

  

다시 읽는 책으로는 "밀레니엄" 시리즈. 3부로 되어 있고, 각 2권씩이라 모두 6권의 책들을 다시 읽는 중이다. 이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좀 더 세련된 표지로 나온 기념으로 서평이라도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잡았지만,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며 정신 못차리고 있다. 

  이 책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작가가 쓴 다른 책. 책속의 주인공이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발터 뫼르스는 번역가로서 역할에 충실한 듯한 설정이 재미있다.  차모니아 시리즈는 항상 그렇지만... "푸른곰 선장의 13과 1/2의 삶"에서 보던 것과 같은 배경 큰숲. 발터 뫼르스만의 재기넘치는 이야기다.  

 

 이제 학교에 들어간 우리집 어린이를 위한 여러가지 책들... 학교가기 숙제하기, 공부하기를 생각보다 어렵게 느끼는 듯해서 여러가지 도움이 될 것들을 이리저리 뒤적뒤적...공부는 잘하고 싶다고 하면서 공부 시작하자마자 교과서 잃어버려서 황금같은 토요일에 교과서 사러 갔어야 했던 나.......  

 이제 4월도 되었으니 정리된 삶을 살고 싶다. 우리 가족들, 나도 우왕좌왕 3월을 보냈다. 길안내 토끼는 어디로 갔는지, "바쁘다 바뻐!"만 외치고 역시나 사라져 버렸다. 결국 뒷감당은 우리 몫.  

힘내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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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귀신 시리즈의 첫번째 책!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옛날옛적 이야기 속에서만 주인공일 것같은 도깨비가 주인공이고, 책을 읽게 되는 과정도 재미있어서 자꾸만 웃게 된다. 나도 "책 읽는 도깨비 도서관"에 가고 싶다. 거기서 도깨비를 만난다면 악수와 사인을 받고싶다. 그런데 냄새는 싫을 것 같아... 그래도 예절바르게 괜찮은 척 해야지!

   

 전편에 나온 세종대왕과 책 좋아하는 온달이 함께 나온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재미를 더 한다.  이 책 이후로 우리집 어린이, 책 읽을 때 불러도 모르는 척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자기도 온달이랑 충녕처럼 책을 좋아한다나 뭐라나... 그래도 엄마가 부르면 대답 좀 하란 말이다!!!   

 

                       

 바둑이라는 녀석이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다니! 그것도 망태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이 시리즈의 좋은 점은 옛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주인공들이 나온다는 거다. 도깨비에 망태귀신에, 이름도 고전적인 철수와 바둑이까지... 사전 먹고 말하게 되는 바둑이는 교과서 또는 사전을 찢어 먹으면 기억이 잘된다나 하는 속설을 생각나게 해서 재미있다. 망태귀신에게 잡혀가서 책 밖에 없는 환경에서야 책을 읽게 되는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그래도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집에 무사히 돌아 갔으니 다행!   

  

 

 

      

 내게 이 책은 전편들보다 재미가 덜했지만, 우리집 어린이에게는 재미에 차이가 없었던 듯하다. 무인도 생존기라는 모험담이어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책 제목이 참 좋다. "마음이 딴딴해지는 19가지 이야기", "2박 3일 무인도에서 수제비 끓여먹기" 같은 것들... '마음이 딴딴해지는 이야기'라니,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같지 않은가? 솔봉이는 무인도에서 돌아와서 나머지 14가지 이야기를 모두 읽었을까? 내게도 이야기 해준다면 좋을텐데... 솔봉이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언젠가는 '아기엄마섬'을 살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 나도 초대해줄거지? 우리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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