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책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들을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서 정리하고자 한다. 이 신간 열전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 의거한 것이다.  

1. 정치학  

정치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책들로는 손호철의『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와 박동천의『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을 꼽을 수 있다. 두 권의 책 모두 일간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에 칼럼의 형태로 쓴 글들을 묶어낸 것이다. 손호철 교수는 최근의 <한국사회 체제논쟁>에서도 잘 나타났듯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한계와 이명박 정권의 괴물적 탄생을 냉철하게 분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그 결실이 이 책에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핵심은 "엠비식 우파 신자유주의뿐만 아니라, 김대중·노무현식 좌파 신자유주의도 넘어서야 한다. 기존 정치세력이나 정파들이 연대하는 상층부연합을 넘어, 민생을 중심으로 대중 속에서 ‘풀뿌리 복지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에 있다(<한겨레>,2010.10.20). 박동천의 책은 프레시안의 연재기사로 실렸던 글들을 묶은 것인데, 한국사회의 정치적 프레임에 대한 근본적이고,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가득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도대체 왜 한국사회는 그토록 급격하게 우경화되었는가?"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 문제의식에 답을 얻기 위해 한국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깊은 낡은 정치적 프레임 네 가지[‘마녀사냥’ ‘권력숭배’ ‘선견지명’ ‘집단생존’]의 실체를 고발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결과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법과 정치에 있어서의 자유주의와 사회적 약자에의 배려로서의 사회주의의 화학적 결과물로서, 그 사상적 원천은 19세기의 밀과 20세기이 케인즈이다.]로 나타난다. 그는 그것이 가능하게 되기 위해서는 공론과 제도의 동시적 변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박동천의 이런 주장은 대안없는 진보주의에 나름의 자극이 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특히 최근 진보진영의 <체제논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지침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 ◇◇◇

  
 

 

 

 

 

 

 

 

2. 철학[형이상학, 사회철학, 정치철학]

철학[사회철학, 정치철학, 미학]과 사회사상에서는 주목할 만한 책들이 꽤 나왔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레닌 재장전』(알랭 바디우 외, 이현우 외 공역, 마티, 2010),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강병호 외, 난장, 2010), 『니체』(하이데거, 길, 2010)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레닌 재장전』은 좌파에겐 여전히 중요한 질문인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요청하는 정치적 유령의 힘을 가진 존재로서의 레닌을 다시 불러내는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레닌을 복구하기>, <철학에서의 레닌>, <전쟁과 제국주의>, <정치와 그 주체> 등 모두 네 개의 세부주제에서 이러한 물음을 확대 재생산한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레닌을 현재화하기>라는 좌파의 시대적인 윤리적 요청에 부응하고자 한다. 이 요청에 바디우, 지젝, 네그리, 발리바르, 이글턴, 제임슨, 그리고 최근에 타계한 벤사이드 등 오늘날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일급 좌파지식인들은 레닌이라는 정치적 유령과의 투쟁을 통해서 응답한다.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은 강병호 외 7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우리 시대의 제1철학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치철학의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정치철학자[르포르, 발리바르, 아감벤, 랑시에르, 호네트, 무페, 고진, 바디우] 8명에 대해서 쓴 안내서이다. 8명의 정치철학자들의 정치철학과 정치사상을 공통적으로 묶어내는 것은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이라는 개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개념으로 묶여질 수 있는, 그들의 정치철학과 정치사상을 통해서,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지금 여기'의 시/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연구자들의 바람이 대중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지젝과 네그리의 정치철학에 대한 소개가 빠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언급한 사상가들 중에서 클로드 르포르가 어떻게 소개되었을까 궁금하다. 르포느는 현대 민주주의론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상가로 그가 제시한 <정치적인 것>이라는 개념은 이후 정치철학자들의 정치철학적 사유의 전개에 있어서 불가피한 준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저작은 국내에 단 한 권도 번역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르포르의『정치적인 것에 관한 시론』이 그린비에서 <프리즘 총서>로 나온다는 것이다. 곧 그의 사상에 대한 밑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 프리즘 총서 ◇◇◇  

 

하이데거의 『니체』(하이데거, 길, 2010)는 아마도 상반기 번역서 가운데 가장 핫(hot)한 작품이 될 것이다[번역 및 출간 소식은 내 페이퍼 http://blog.aladin.co.kr/booktopia/3397768에서 다루었다]. 서양철학사에서 하이데거 이전에 니체는 거의 시인이나 문학자로 알려졌다. 그런 니체를 비로소 형이상학자로 규정하고, 부활시킨 장본인이 바로 하이데거다. 하이데거의 니체 해석에 주를 이루는 것은 <권력의지>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다. 전자를 통해서 하이데거는 인간 및 존재하는 모든 것들[존재자들]의 근본적 성격을 규정하고자 하며, 후자는 전자의 존재형식에 상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 가운데 존재자들과 존재와의 관계를 논의하려는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적 도전이 시도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이데거는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서 니체를 서양 형이상학의 파괴자가 아닌 완성자, 서양적인 니힐리즘의 극단을 완성한 형이상학자로서 규정한다. 우리는 이런 하이데거의 니체 해석에서 두 가지 정도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그가 니체의 자필유고만을 해석의 준거점으로 참조함으로써 의도적 왜곡을 낳을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니체의 존재자들과 존재와의 관계를 <동일한 것의 반복으로서의 영원회귀>으로 해석함으로써 니체의 존재의 일의성을 왜곡했다는 점에 있다. 우리의 생각에 동일한 것들은 절대 반복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회귀 할 수도 없다. 차라리 차이나는 것들의 생성을 통한 반복만이 있고, 그것들만을 통해 영원회귀가 가능하다. 하여 이러한 <존재의 일의성> 테제는 하이데거가 존재자들과 존재와의 관계에서 후자의 특권[그리하여 그가설정한 어떤 <기원>으로 끊임없이 회귀하려는]을 강조하려는 그의 의지가 거짓된 것임을 폭로한다. 존재자들과 존재의 관계의 평등을 통해서만 <존재의 일의성> 테제는 성립할 수 있고, 바로 거기서 우리는 차이나는 것들의 생성으로서의 반복[차이와 반복]으로서의 영원회귀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결국 니체는 하이데거가 해석한 것과 달리 서양 형이상학의 진정한 파괴자가 된다. 하지만 그 때의 파괴는 단순히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파괴적destructive 창조creation이다. 우리는 니체의 사유이미지에서 파괴적인 이미지만을 보려하지만, 그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파괴함으로써 창조하는 것 혹은 파괴를 통한 창조다.  

3. 미학, 사회사상

미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알랭 바디우의 『비미학』(알랭 바디우 외, 장태순 역, 이학사, 2010)과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돌라르/지젝, 민음사, 2010), 이진경의 『역사의 공간』(이진경, 휴머니스트, 2010), 그리고 프랑스아 줄리앙의 『무미 예찬』(프랑수아 줄리앙, 최애리 역, 산책자, 2010)이다.
 


 

 

 

 

 

 

 

바디우의 책은 한국에 몇 권의 책이 띄엄띄엄 소개되고 있는데, 이 책은 그의 미학적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하는 첫 신호탄이라고 한다. 불어의 원제를 그대로 해석하면 <비미학의 작은 매뉴얼> 정도가 되겠다. 알라딘[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471295]에 이 책의 핵심적 내용이 잘 소개되어 있으니 참조하시길 바란다.  

한편, 랑시에르의 『미학 안의 불편함』은 바디우의 『비미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또한 비판하고 있으므로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2부 <모더니즘의 모순들>에 실린 <알랭 바디우의 비미학: 모더니즘의 비틀림>에서 바디우의 <비미학> 테제를 예술의 모더니즘의 문제와 연결시켜 사유한다. 랑시에르는 거기서 바디우의 <비미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그것은 예술은 '고유성'과 예술의 동음이의를 다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의 이름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반미학적 원한과 포스트모던의 어리석음과는 반대로 바디우의 글에서 예술사상에 대한 대한 모더니즘의 잇기를 다시 의문시하는 장소와 시간일 것이며, 예술의 식별과 예술의 동음이의에 대한 잘못된 증거들을 다시 생각하는 장소와 시간일 것이다."(141)    

 

 

 

 

 
 

  

 

슬로베니아 학파의 일원인 돌라르와 지젝이 의기투합해서 쓴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은 오페라의 두 거장인 모차르트와 바그너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고찰이다. 돌라르는 우리에게 지젝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다만 여러 학자들과 같이 쓴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에 그의 글 두 편이 실려있다. 이 책에 핵심적인 내용은 국내의 충실한 교조주의적 라캉/지젝주의자인 역자인 이성민의 글에 담겨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지성적인 독자와 오페라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인데, 한국에서 과연 그런 독자가 몇이나 될까 생각한다. 아마도 역자는 이 모든 영역에 자신이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문구는 이제 지젝도 한국의 지성계에서 그렇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징환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진경의『역사의 공간』(이진경, 휴머니스트, 2010)은 출판사에서 이진경이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최초로 쓴 저작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5, 6, 7장은 이미 아래의 책에서 쓴 내용을 다시 수록한 것이므로 엄연히 말해서 최초로 쓴 것은 아니다. 그 이외의 내용들은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씌어진 것들인데, 목차를 살펴보니 내용의 대충이 짐작이 간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책은 프랑스아 줄리앙의『무미 예찬』(프랑수아 줄리앙, 최애리 역, 산책자, 2010)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중국학 관련 최고의 권위자인 파리 7대학 교수[중국 고대사상 및 미학] 프랑스의 줄리앙의 중국의 담(淡) 사상에 관한 책이다. 줄리앙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신지영이 쓴『내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들뢰즈의 <내재성>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줄리앙의『사물의 성향』을 곁다리 텍스트로 활용했다. 줄리앙은 그 책에서 중국의 고대사상 및 철학의 핵심을 <내재성의 철학>으로 규정하고, 이를 고대 그리스 철학의 <초월성의 철학>과 대립시켰다. 
 
  

 

 

 
 


 

 
 

지금까지 번역된 줄리앙의 저서는 절판된『운행과 창조』까지 포함하면 모두 5권이다. 이중 네 권이 모두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번역된 것이다[그 중『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는 2004년에 출판한 것을 동일한 역자(허경)가 다시 번역한 것이다]. 이처럼 한 철학자, 사상가의 책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여러 권 번역된다는 것은 그의 철학/이론/사상이 한국사회에서 실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인데, 줄리앙도 과연 그러한가는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