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 BBK관련사건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진중권(빠)-나꼼수(빠) 논쟁 일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이 논쟁은 겉으로 보면 진중권 대 나꼼수(빠)라는 두 진영간의 논쟁이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좀더 큰 의미를 두자면 이 논쟁은 지금 이 순간 한국사회를 배회하는 하나의 익명적/실체적 존재와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빠)들 간의 증식하는 유령적 기호놀이일 수 있다. 이 유령적 기호놀이가 어떠한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몫이다. 이 판단을 위해서 관련 자료들을 옮겨놓는다 1) 1차 공판 판결문(2, 3차판결문은 빠졌다. 하지만 김남희 변호사의 기고문으로 충분히 대체될만 하다)이다. 2) 진중권의 트윗 3) 홍성수의 트윗 4) 법학자 박경신, 변호사 김남희의 기고문 5) 조선일보 관련기사
이 자료에서 빠진 것은 다음과 같다. 1) 정봉주 측 변호인단의 변호 내용(미권스 가면 있을까?) 2) 이 사건과 관련된 <나꼼수>의 내용(1화, 3화, 호외 등. 하지만 이 논쟁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중권이 이 내용[그에 따르면 <나꼼수>는 소설이다]을 거의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다 귀찮고 두 가지 정도만 말하고 싶다. 첫째, 맹목적인 나꼼수(빠)들은 좀더 논리적 무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진중권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자신들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덜 깨인 혹은 우로 치우친 세력들을 계몽하는 데 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자신이 나꼼수(빠)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한나라당을 열열히 지지하는 사람들을 나꼼수(빠)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째, 진중권에 대해서. 음, 요즘 진중권에 대해서 드는 느낌은 "애잔하다"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이 느낌이 진해지고 있다. 이는 하나의 <세대>가 져물어가고 있다는 징후다. 남들은 다 아는데 자신만 그걸 모른다. 더 중요한 건 그 징후가 자신의 외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이제 그에게 있어 <유쾌하고 쾌락적인 놀이계(界) 속에 갇힌 놀이주의자>로서의 위치마져 위태로워 보인다는 의미다. 그를 지탱해준 건 그 놀이계였는데, 그것마저 깨진다면 그는 어디로 갈 것인가?
1. 정봉주 전 의원 BBK관련 사건 법원 1, 2차 판결문
[판결문 원문 링크]
2. 진중권의 트윗[http://chirpstory.com/li/3734]
#1 자, 들어오셨나요? 자세히 길게 갈까요? 아니면 짧고 굵게 갈까요? 전 후자를 선호합니다만..
#2 선수들, 여기에 신고하세요. 일단 선수들 소개부터 한 후에 시작하지요. 10분 동안 시간 드리겠습니다. 그 사이에 들어와 있다고 멘션 주세요. 그러면 트위터 아이디들 관전자들께 소개하고 바로 시작하죠..
#3 원래 토론하겠다고 한 분들은 사라지고, 새로 @damduck391 @wydj555 @From30 K 세 분이 신고하셨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판결문에 나타난 정봉주씨의 검찰 진술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대답해주시죠..
#4 “피고인도 이명박 후보자의 주가조작 혐의는 입증하기 어렵고, 이명박 후보자가 ○○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더라도 주가조작 혐의까지는 연결시키기 어렵다고 보았으나...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여기에 대해 해명해 주시죠..
#5 정봉주 전의원이 나꼼수에서 한 말과 검찰에서 한 말이 너무 다르지 않나요? 아니면.... 정봉주 전의원의 말을 여러분들이 잘못 알아들으신 건가요?.
#6 한 마디로 '증거'가 없단 얘기죠? @From30 K @unheim 일단, 나꼼수에서는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의혹을 부담없이 얘기할 수가 있었겠구요.반면에 법원에서는 증거가 있어야지만, 얘기할 수 있기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는거구요..
#7 "의혹"만으로 처벌을 하나요? 그게 어느 나라 법이죠? @From30 K @unheim 의혹제기를 했죠... 그리고 아직 처벌을 하지 않은 상태구요.Reply Retweet Favorite
#8 심증만으로 처벌하나요? 누가 님이 도둑질 했다는 심증만 갖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면, 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From30 K @unheim '증거'는 없지만 심증을 가지겠끔 하는 증거들은 있지 않았나요?.
#9 수꼴 똥파리들은 좀 꺼지세요. 너그들에 비하면 나꼼파는 아인슈타인이니까..Reply Retweet Favorite
#10 이걸 말이라고 하시나요? @GibsonSGWannaBe 도곡동 땅-다스-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고, 이 모든 가능성을 충분히 밝혀낼만한 정황증거들이 부족했다 판단하는 건 사법부의 무능이지 정 의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함..
#11 입증의 책임(onus probandi)은 그것을 주장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즉 정봉주 전의원에게 있지요. 재판부에서 그런 것까지 밝혀야 한다는 법이론은 어느 나라 건가요?.
#12 이건 정봉주 의원의 검찰진술과 배치되네요. @GibsonSGWannaBe 세번째로,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면 그가 주가조작과는 또한 무관할 거라 주장하는 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거 아니냐는 의심이 생긴다는 거고...
#13 님이 늘어놓은 증거들이란 것은 모두 다 탄핵됐습니다. 판결문은 읽어 보셨나요? @GibsonSGWannaBe GibsonSG! @ unheim 다시 물을게요. 전 이미 어제 제가 의심을 품을 만한 널리 알려진 증거들을 좌악 풀어놨어요..
#14 “, 이명박 후보자가 ○○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더라도 주가조작 혐의까지는 연결시키기 어렵다." 정봉주의 검찰진술입니다. 대답이 됐나요? @GibsonSGWannaBe.
#15 먼저 주가조작부터 봅시다. 핵심은, 옵셔널벤처스의 인수자금과 주가조작 자금의 형성과정, 주가조작을 통한 이익금이 어디로 갔느냐, 이거겠죠? 정봉주 의원이 이 핵심적 사안에 대해 뭔가 밝혀낸 게 있던가요? 없습니다..
#16 나꼼수 재방송 하지 마시고 논점에 주의하세요. 님이 말한 이러저러한 정황들을 정봉주 의원이 잔뜩 늘어놨는데, 검찰과 특검에서 뚜껑 열어 까봤더니 인수자금, 조작자금, 주가조작의 이익금. 각하와는 아무 상관 없더래요. @GibsonSGWannaBe.
# 17 쉽게 말하면, 남들은 상장의 뚜껑을 열어 내용을 확인까지 했는데, 님은 계속 상자의 포장지가 좀 이상하다고 우기는 꼴이죠. 진도 좀 나가죠. @GibsonSGWannaBe.
#18 소설 그만 쓰시죠. 핵심적 증거는 인수자금, 조작자금, 수익금의 출처입니다. 각하와 연루된 게 없습니다. 정봉주도 검찰진술에서 인정했잖아요. 그만 좀 우기세요. @GibsonSGWannaBe.
#19 나꼼수 소설 아무리 늘어놔봤자, 증거능력 없는 정황에 불과하고, 핵심은 각하가 연루된 흔적이 계좌상에 전혀 없으며 ,그 점은 정봉주 자신도 인정했다는 거. 조사를 통해 드러난 계좌의 자금 흐름을 뒤엎는 새로운 증거가 없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죠..
#20 정봉주의 변호인의 방어논리 중의 하나가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며, 그것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봉주의 변호인조차 정의원의 폭로가 '허위사실'임을 인정하고 들어간 거죠. 여기에 대한 견해는?.
#21 관전포인트. 1. 나꼼수에서 정봉주는 각하의 다스(혹은 BBK) 실소유 및 주가조작을 거의 기정사실화. 그러나 정작 검찰에서는 각하가 실소유자임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우며, 입증한다 해도 그게 주가조작의 근거는 못 된다고 진술..
# 22 2. 나꼼수에서 정봉주는 자신의 폭로가 진실(이른바 "실체적 진실")인양 얘기하지만, 정작 변호할 때는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며, 그것은 진리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그 폭로가 허위임을 스스로 인정..
#23 아, 물론 방어논리로 무슨 소리를 못 하겠느냐고 반론할 수 있겠죠. 하지만 국제 앰네스티의 양심수로 천거될 정도의 민주투사라면, 쟁점에 모든 것을 걸었어야 합니다. "어, 아니더라도 진짠줄 알았어요"라고 빼는 건 스타일 구기는 일이죠..
#24 하여튼 내 개인적 생각은, 다스는 아직 각하가 실소유주라는 강한 의혹이 남아 있고, BBK는 각하가 발을 담갔다가 뺀 것 같고, 주가조작에는 각하가 가담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24 에리카 킴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기소유예 받고 나간 것, 140억이 스위스 계좌에서 다스로 송금된 것 등은 각하와 김경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사실이 밝혀지기는 힘들다는 것..
#25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02년 시장선거 때 나왔다가 들어가고, 2007년 대선 때에 다시 나왔다가 들어간 이 영양가 없는 사건을, 각하가 이미 레임덕에 빠져 물러날 때가 된 이 시점에, 새삼 무슨 대단한 사건인양 떠드는 이유가 뭐냐는 것..
#26 그건 정봉주의 개인적 관심삽니다. 그걸 나꼼수에서 각하까는 소잿거리로 활용했는데, 나꼼수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난데없이 사회적 의제화한 거죠. 결과는? 정봉주가 졸지에 대권주자로 뛰어올랐다가 이제는 '앰네스티 양심수'로 천거된 거죠..
#27 선거법 자체를 문제 삼아 개정할 순 있겠죠. 가령 진실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맘껏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게. 하지만 그 경우 이쪽도 저쪽 스나이퍼들에게 똑같이 당하겠죠. 아무리 조중동이 맛이 갔어도 작정하고 덤벼들면 사람 하나 못 묻겠어요?.
#28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읽어볼 자료. (1) 1~3심까지 판결문. (2) 진보측 시각 http://t.co/YOhuU1nx (3) 보수측 시각 http://t.co/uUB7GVvp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들입니다. 각자 읽고 판단들 하세요..
#29 우리가 전지적 시점을 갖지 않은 이상, 모든 사건에는 설명되지 않는 구멍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구멍을 상상력으로 메꾸어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노는 것이 문자문화와 구별되는 디지털시대 고유한 특성입니다..
#30 다만, 그게 하나의 '놀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죠. 그걸 절대적으로 믿을 경우, 정봉주라는 아키텍트가 프로그래밍한 매트릭스의 주민이 되어, 그가 쓴 시나리오를 자신의 세계로 알고 살아가게 되죠..
#31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게 파타피지컬한 태도. 가상을 마치 실재인 척 대우해주나, 동시에 그것이 한갓 가상임을 스스로 항상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 as if가 결여될 때 애먼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하는 가상의 광신도가 됩니다..
#32 그러니 나꼼수는 그냥 시사 개그 프로그램으로 즐기세요. 그걸 통해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정치참여도가 높아진다면, 그걸로 이미 나꼼수는 충분히 제 역할 하는 겁니다..
#33 이상 정봉주 편을 마칩니다. 김어준에 대해선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정리 해 드리죠. 그 시기가 대선 이후가 되기를 바랍니다..
#34 논객은 사건이 벌어질 때 개입합니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죠. 사건의 진행에 따라 전사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지식인은 해질녘에 날개를 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죠. 사건이 끝난 다음에 개입하기에 그들은 비교적 안전하죠. 그렇다고 논객이 더 나은가?.
#35 그냥 하는 일이 다를 뿐입니다. 지식인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건의 본질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죠. 그렇게 얻어진 통찰은 논객과 대중에게 매개되어, 그들로 하여금 매 순간, 매순간 판단을 하는 데에 적용하는 기준이 되어줍니다..
#35 따라서 누군가 반지식인 선동을 한다면, 일단 그 사람을 의심하세요. 열정을 위해 논리를 버리지 마세요. 논리를 열정으로 추동하세요.ㅜ.
#36 가령 대선과 같은 커다란 계기를 앞두고 진보-보수 간에 이 문제로 싸움이 붙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됐을까요? 보나마나 참패겠죠. 그래서 논쟁에 들어갈 때는 프레임 설정부터 하고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머리를 써야 해요..
#36 논리의 기관총은 뜨거운 가슴이라고 비껴가 주지 않습니다. 꼽더라도..... 그냥 총선/대선 앞두고 좋은 훈련 했다고 생각하세요..
3. 법사회학자/법철학자 홍성수의 트윗[http://chirpstory.com/li/3734/(@sungsooh]
1)진중권씨가 BBK/정봉주 관련해서 논쟁을 벌였는데, 재밌게 봤습니다. 일단, 검찰을 만만히 보면 안됩니다. 검찰은 종종 황당무계한 소설을 쓰지만, 논리(?)를 개발하는데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입니다(바보가아님..;;)
2)그런 검찰의 수사결과를 놓고 비판하려면 철저해야 합니다. BBK문제에 대한 비판도 검찰의 논리를 뛰어 넘어려고 해야지, 대충 의혹 몇가지 가지고 감정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식으로는 실익이 없습니다.
3)예컨대, BBK 동영상은 (검찰 말대로) 결정적 근거가 못됩니다. 4년 동안 대통령님의 과장법은 잘 보셨잖아요? 소유주가 아니어도 그 정도 과장은 충분히 하실 분입니다.(물론 그 동영상은 의심의 계기로는 중요한 자료지요)
4)많은 의혹이 남아 있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는 한 이 문제는 일단 덮어두는게 맞다고 봅니다. 의혹이 해소되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그렇단 얘깁니다.
5)하지만 천하의 진중권도 몇가지 허점을..;;. 이번 소송은 허위사실 유포죄 소송이죠. 정봉주 변호인의 입장에선 정봉주의 진술이 설사 '허위'라고 해도, 정봉주는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건 소송전략상 당연한 겁니다.
6)그런 변호전략이 법정밖에서 보기엔 좀 궁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소송전략상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일단 허위사실유포죄 무죄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선 당연한 겁니다. 그걸 가지고 '정봉주는 허위임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하면 곤란하죠.
7)진중권씨가 입증책임이 정봉주씨에게 있다는 것은 소송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신듯. 이번 소송은 BBK실체를 밝히는 소송이 아니구요. 검찰이 정봉주씨를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형사소송이었기 때문에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습니다.
8)검찰은 정봉주의 발언이 '허위라는 것', '허위의 인식'이 있다는 것을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허술했는데도, 법원이 유죄판결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입장입니다.
9)저도 나꼼수 즐겨 듣고, 그들의 열정을 존경하지만, 진중권씨 얘기도 귀를 기울여보는게 좋다고 봅니다. BBK를 더 파는게 좋은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계속 하실 분들은 일단 휴전하고 확실한 한 방을 찾는데 주력하는게 좋을듯하구요.
--------2차 최종 지금부터는 홍성수교수(@sungsooh)의 트윗-----------
1.어제 트위터 타임라인이 '초토화'되는 걸 보면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문약한 먹물인지라 험한 토론을 잘 견디질 못합니다...;;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고 논문이나 쓰는 게 체질에 맞는 듯 합니다^^;;
2.그래도(본의 아니게)제가 벌인 일이니 정리는 해야겠죠. 판결의 논리중 두가지만 문제 삼아 보겠습니다. 트위터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지만, 길어도 양해 바랍니다..
3.먼저 '허위사실'에 대한 판결문의 일부입니다.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 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할 수 없다. 검사가 그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검사의 입증책임을 확인한 부분이죠.
4.그런데 이어서 좀 다른 내용이 나옵니다. "의혹제기자는 사실에 대한 소명자료 제시의 부담을 지고, 검사는 그것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을 증명할 수 있다. 허위성이 증명되면 허위 사실공표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5.일견 모순되는 내용이라 판결문의 입장이 불분명하지만,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게 '원칙'이고, 그 '구체적 방법'은 의혹제기자가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가 그것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정도로 저는 해석합니다.
6.아무튼 대법원은 입증책임을 사실상 정봉주에게 돌려 버렸고. 따라서, 정봉주가 소명자료를 제시 했어야 했는데, 법원은 그 자료가 검찰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탄핵되었다고 봅니다. 결국 정봉주의 발언은 '허위'라는 것이 인정되어 버린거죠.
7.그런데, 이렇게 입증책임을 의혹제기자가 지게되면 자유로운 의혹제기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아직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는 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확증되지 않은 발언이 검증되는 과정이 민주주의고 선거이구요.
8.판결문처럼 의혹제기자가 소명하라고 해버리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입증책임을 의혹제기자에게 돌리면, 우리는 검증되기 전까진 아무 말도 못하고, 국가기관이 결정한 '팩트'에 도전할 수도 없습니다.
9.여기까지 결론: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가 져야하고, 검사가 그 입증에 실패하면 무죄판결하는게 맞음. 따라서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돌리는 법원의 입장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됨.
10.다음 논점. 설사 정봉주 발언이 '허위'라고 해도 무조건 처벌되는건 아닙니다. 판결문부터 보시죠.
"근거없는 의혹제기여도 진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엔 허용된다. 심지어 나중에 그 의혹이 허위로 밝혀져도 벌할 수 없다"
11.좋은 대목이네요. 그런데 법원은 정봉주의 발언이 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죠. 즉, 정봉주의 발언은 '진실인 것으로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본인 발언이 허위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거구요.
12.그런데 과연 정봉주씨는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 얘기한 것일까요? 그 양반 스타일 아시죠?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거.;; 게다가 정봉주씨가 발언할 당시에는 특검도 하기 전이었습니다. 국회가 특검 왜 했죠?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어서 아니었던가요?
13.국회도 검찰 수사결과를 믿을수 없다는 이유로 특검하기로 의결했는데, 국회의원 정봉주는 검찰 수사 못믿겠다고
의혹제기하면 안되나요? 국회가 공식적으로 의혹제가하면 괜찬고, 정봉주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감옥행?
14.이런 상황을 두고"정봉주는 허위일 가능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허위를 말했다"고 할 수 있나요? 오히려 정봉주는 사실임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판결이 이런 상식적인 논리에 배치되니까 황당한 겁니다.
15.다른 논점도 있는데, 일단 BBK실체에 대해선 굳이 따질 필요 없다고 봅니다. 확실한 물증 나오면 그 때 또 얘기하면 됩니다. 정봉주 구금 건은 철저하게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점으로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16.정봉주 유죄판결은 한국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문제에 대한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저는 법원이 매우 퇴행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봅니다. 이 정도 발언으로 처벌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밖에 안됩니다.
17.악의적인 허위사실유포가 아닌 이상, 사회의 자정능력을 믿어야 합니다. 저번 선거 때 박원순에 대한 허무맹랑한 문제제기가 어떻게 되었나 보세요? 왠만한 의혹 다 걸러졌고 선거에서도 이기지 않았습니까?
18.어제 논쟁하고 이어보면, 이번 판결은 진중권 선생의 평소 자유주의적 지향에 비춰 봤을 때 대단히 문제가 많은 판결입니다. 진 선생이 유죄 판결 자체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은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19.진 선생(@unheim)은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한나라당이 또라이를 내세워 문재인을 같은 수준으로 물고 늘어진다면, 과연 그걸 용납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정봉주건과 같은 수준이라면 법정이 이니라 정치적으로 다퉈야 한다고 봅니다.
20.진 선생 생각처럼 모든 사람들이 '진영논리'로만 싸우는 건 아닙니다. 저는 법사회학/법철학 연구자로서, 이런 류의 사안이 '법정'에 오르는 것 자체에 매우 부정적입니다. 좌파건 우파건 다 마찬가지구요.
21.정봉주 사건이 법정에 갔다는것 자체가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보여준다고 보구요. 마찬가지로, 정봉주-주진우가 나경원을 맞고소한 것에도 비판적입니다. 박근혜 고소한 것도 소 취하를 권하고 싶구요.
22.정치문제를 자꾸 법으로 가져가면 정치영역이 좁아지고, 법에도 과부하가 걸립니다. 괘씸하고 화도 나겠지만, 법에 기대지말고 정치적으로 싸워야지, 상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해서 되겠습니까?
23.물론 진 선생께서, BBK문제와 정봉주 판결 등에 대한 일부 나꼼수팬들의 맹목적 지지에 '경종'을 올리려고 한 '취지'는 저도 동감합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BBK문제는 확실한 근거 찾고 나서 다시 야기하는게 전략적으로 맞다고 봅니다.
24.마지막으로, 지금 인권활동가/학자들이 모여서 '표현의 자유 보고서'를 발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저도 참여하고 있구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쟁점을 망라한 종합 보고서가 곧 나옵니다.(제 분량 집필하느라 지금 밤샜습니다.ㅋ)
25.'표현의 자유 보고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나중에 꼭 읽어 봐주십시오. 경제,복지,환경 다 중요한 이슈지만,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에선 다 언감생심입니다. 표현의 자유에대한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이만 맺습니다.
4. 박경신 교수 기고문[http://www.peoplepower21.org/859592]
정봉주와 BBK, 이명박 그리고 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에 ‘허위’라는 판시가 없다 -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하다
정봉주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도 명예훼손죄와 마찬가지로 허위에 대한 규제이며 나는 다른 허위규제와 마찬가지로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이 왜곡되어 있다고 본다. 즉 허위여부를 판시하기 전에 발화자의 성실성 즉 ‘말한 사람이 자신의 말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 판단을 먼저 하거나 그러한 성실성 판단 만으로 사건을 종결짓는다. 나는 이러한 입증책임의 왜곡은 전적으로 판사들이 형법 제307조 제1항 진실적시명예훼손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명예훼손에서 진실이든 허위이든 법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으니 재판의 포커스가 허위 여부가 아니라 발화자의 성실성이 되어 버린다. 이런 태도는 공직선거법상 허위규제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봉주 판결문에서 그 논리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우선 대법원은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검사가 가지고 있음을 확정적으로 말한다.
“공직선거법 제250조제2항 소정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이 필요하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그 증명책임의 부담을 결정함에 있어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이고 어느 사실의 부존재 사실의 증명이라도 특정기간과 장소에서의 특정행위의 부존재 사실에 관한 것이라면 여전히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그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3.11.28 선고 2003도5279 판결, 대법원 2004.2.26. 선고 99도5190판결, 대법원 2006.11.10. 선고 2005도6375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의 논리 모순
게다가 다음과 같이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까지 한다.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고 그것이 선거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공직담당 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그 적격검증을 위한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며,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아니된다.”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 재판에서는 더욱더 허위입증책임을 검사가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바로 뒤에, 위 두 문단에 할애된 종이가 아까울 정도의 법리 전개가 나온다.
“한편,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나중에 그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 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하며,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이를 벌할 수 없다 (대법원 2003.2.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7.13. 선고 2007도2879 판결 등 참조)
위의 문단을 잘 읽어보면 ‘근거가 박약한 의혹제기는. . .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한다’고 한다. 얼핏 문제없어 보이는 문장이지만 심각한 오류가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허위에 오도되는 것이지 ‘근거의 박약’에 오도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허위’라는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 발화자의 성실성 만을 문제삼고 있다.
비리의 가벌성과 비리행위자의 권력이 강할수록 비리의 비밀성은 더 높을 것이고 비밀리에 저질러진 비리일수록 의혹제기자가 접한 근거는 박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비리에 연루된 자가 중요한 선거의 후보자일 때 근거가 박약할수록 의혹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선거 때는 심각한 비리일수록 의혹제기를 하지 말라는 명령과 같다.
선거 때는 심각한 비리일수록 의혹제기를 하지 말라?
혹자는 위 문단이 ‘허위인 경우에만 그러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문단이라고 선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뒤의 문단을 읽어보면 그런 희망적 해석은 불가능함을 알 수 없다.
허위사실공표죄에 있어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검사는 제시된 그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서의 증명을 할 수 있다. 이 때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위 법리에 비추어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성에 관한 검사의 증명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은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법원 2005.7.22. 선고 2005도2627 판결, 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도11743 판결 등 참조) (편자 주 - 같은 취지의 내용이 위에서 강조된 200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나와 있음.)
대법원은 놀랍게도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서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결국 의혹제기자에게 전환시켜 버렸던 것이다. 의혹제기자에게 의혹이 진실임을 소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검사가 이를 탄핵하기만 하면 허위사실공표죄 유죄판결이 내려진다. 검사는 허위임을 직접 입증할 필요가 없이 의혹제기자가 제시한 근거를 탄핵만 하면 된다. 대법원이 이런 기준으로 원심과 항소심의 사실판단을 수긍하였기 때문에 필자는 정봉주의 대법원 유죄판결에 ‘허위에 대한 판시가 없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원심판결과 그 채택증거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제시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반면 피고인이 직접적인 표현 방법 또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 방법으로 공표한 ‘이명박 후보자가 허위사실공표죄에 ‘허위’라는 판시가 없다 -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하다 김경준과 공모하여 주가조작 및 횡령을 하였다는 사실’,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허위임이 증명되었으며, 피고인의 이명박 후보자에 관한 의혹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필요한 ‘허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혹자들은 말한다.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의혹제기를 신중하게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헤서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한다는 것은 ‘진실이라도 증거가 없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것이 되고 결국 선거를 진실에 있어서 궁핍하게 만들 뿐이다.
선거는 진실의 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고 긴절한 시점이라는 것에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진실의 추구가 그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의혹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가장 잘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빛 속으로 걸어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가 BBK주가조작 여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은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겠는가? 바로 이명박을 포함한 BBK관련자들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진실을 밝힐 동기가 전혀 없다. 결백하다면 결백하니 밝힐 이유가 없고 잘못을 했다면 더욱 밝히길 거부할 것이다. 이들이 침묵을 포기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타인들이 침묵의 장막을 뚫고 나온 미미한 단서에 근거해서라도 의혹을 제기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입증책임을 바꿔서라도 의혹제기를 힘들게 하지 않으면 ‘선거판에서 흑색선전이 난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걱정을 가장 잘 해소하는 방법이 바로 가장 의혹을 쉽게 해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명할 수 밖에 없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를 포함한 대부분의 명예훼손성 허위규제에서 진위를 잘 밝힐 수 있는 사람은 항상 말의 대상이 된 사람이다.
물론 “A는 X를 했다”라는 의혹제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A는 X를 하지 않았다”라는 소극명제를 입증해야 하고 이게 만만치가 않다. 누군가 무턱대고 “박경신이 호스트바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의혹제기를 하면 나도 당장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입증하기 쉬운 사람은 결국은 A일 수밖에 없고 박경신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법원들도 수십년 수백년을 걸쳐 실험을 해보다가 결국에는 검찰이 입증책임을 지는 것으로 확정하였고 우리 대법원도 일반론으로는 검찰이 입증책임을 가져야 함을 호기롭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아랫것들"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
그런데 그 호기가 선거법에서는 흔적없이 사라져 200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고 이상훈 대법관은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판례 하에서는 BBK관련자들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 백번 유리하다. 허위사실공표죄를 수사하는 검사도 의혹제기자의 근거가 충분했는지만 조사하면 되지 실체적 진실을 밝힐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당연히 의혹제기자는 백번 불리하다. 그럼 진실은 누가 밝히는가? 선거에서 진실이 간절하다면서 도리어 진실을 위한 투쟁이 선거판에서 추방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누군가 자신에게 근거없는 의혹제기를 할까봐 밤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왜 내가 “호스트바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추정으로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가? 고려대 교수라서? 특정 대학 출신이라서? 외관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 것부터가 위선이고 편견이다. 나아가 모두가 ‘나는 소수가 아니다’는 추정 속에 살려는 욕망이 바로 소수에 대한 차별의 토양이다. 그래서 모든 차별은 원래 자기증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자기증오 속에서 명예훼손죄 모욕죄는 태어났다. 이 법들이 모두 사회적 강자들이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 "아랫것"들을 처벌하기 위해 시작된 법임은 역사적 사실이다.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한 자들, 편히 주무시길 ?!
명예는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지 전제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의혹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런 주장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오늘도 편히 잠을 잔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마음껏 몰아세울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기에 나는 편히 잠을 잔다. 대한민국에서는 모 의원이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해서 근거없는 주장을 했다가 당한 돌팔매질 못지않은 비판의 자유가 허용된다는 사실에 나는 편히 잠을 잔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호스트바종업원과 같은 소수의 한 명(아니 강간범이라도 마찬가지이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를 끔찍하게 여길 정도로 나 스스로 ‘완벽한 다수’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편히 잠잔다. 그런 두려움에 잠을 못 주무시고 명예훼손죄 모욕죄를 사수하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공직선거법에서는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시켜서 ‘증거가 없으면 침묵하라’는 법리로 정봉주를 감옥에 넣고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한 분들", 편히 주무시길.
* 이 글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5. 김남희 변호사 기고문[http://www.peoplepower21.org/862471]
정봉주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정봉주 유죄판결문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너무나 비굴한 판결
1,2,3심을 모두 합치면 8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정봉주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판결문을 모두 정독했다. BBK 사건,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의 관계, 정봉주를 비롯한 민주당의 의혹제기, 대통령 선거 전후의 급박한 정치적 상황과 특검의 수사발표까지,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 그러나 판결문을 전부 읽고 난 소감은 한 마디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것이다. 판결이 얼마나 정치적일 수 있는지, 얼마나 정권의 눈치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법률적 쟁점은 차치하고, 법원의 사실판단과 그에 대한 근거가 너무나 비약적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이 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정봉주의 범죄사실을 꼼꼼히 보자. 정봉주 전 의원이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은 이명박 당시 후보자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이명박 후보자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정봉주가 공표했다고 인정된 허위사실은 ① 박 변호사(이명박 대통령을 변호하다가 사임한 사람)의 사임이유에 대한 추측성 진술, ② 2001. 5.경 김백준(이명박 측근)의 계좌에 98억원이 들어왔다가 김경준의 주가조작 범행에 동원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준 것으로 보아 이명박 후보자의 (김경준과의) 2001. 4. 경 결별선언은 거짓이라는 주장, ③ 이명박 후보자가 2001. 7.자 세금계산서에 LKe(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이 설립했던 회사) 대표이사로 기재된 점 등에 비추어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의 2001. 4.경 결별선언은 거짓말이라는 주장, ④ (BBK는 100% 이명박의 소유라는 취지의) 김경준의 자필메모를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발언, 이렇게 4가지 점이다. 위 발언 하나하나를 아무리 뜯어봐도 정봉주가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①번 발언을 보면, 정봉주는 기자에게 “박변호사가 본인이 자료를 확인한 후 이명박 후보자가 기소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이게 어디가 ‘허위’이고, 어디가 ‘사실의 공표’냐. 아무리 읽어봐도 추측과 의견으로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또 ④번 발언은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데, 이 발언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의 유포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단은 기가 막힐 정도다. ②번과 ③번 발언 역시 김백준의 계좌(검찰의 증거조사 결과 이 계좌는 김백준의 개인계좌가 아닌 ‘김백준 이비케이증권 님’ 명의의 계좌임이 밝혀졌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봉주의 위 발언 이후에 밝혀진 것이다)가 존재하고 돈이 오고간 사실,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세금계산서, 이명박 대통령의 BBK 대표이사 명함, 이명박 대통령의 광운대 강연(“(주어생략) BBK를 설립했다”는 유명한 내용) 등의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위 증거들은 법원도 모두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들이다)를 근거로 한 발언으로, 허위가 아니거나 (설사 위 일부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발언 당시에 정봉주는 위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은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정봉주가 자신의 공표사실이 허위라는 것에 대해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그 근거로 “김경준을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하지 않았고”, 나경원 의원이 이미 그 점에 대하여 해명했거나, 한나라당에서 반박 보도자료를 낸 점을 들고 있다(2심 판결문 24면 이하). 아니 이게 뭔가. 미국에 도피했다가 잡혀서 한국으로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송환되서 감옥에 있는 공범자 김경준을 면회가서 확인을 받았어야 한다고? 게다가 자기당 대통령 후보자를 옹호하는 한나라당 의원 말을 그대로 믿었어야 한다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판단이다.
더 나아가, 법원은 정봉주가 자기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특정한 공직 후보자의 범죄 혐의 등과 관련한 의혹의 제기는 원칙적으로 수사 및 재판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공적 기관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하고, 공적 기관의 판단은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인 점을 들고 있다(2심 판결문 32면). 한 마디로, 검찰이 수사하고 발표할 때까지 다른 사람은 감히 나서지 말고, 검찰의 수사를 믿으라는 거다.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신뢰할만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기관이었나?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범죄자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특검의 수사결과는 대통령 선거 2달 뒤에 나왔다) 검찰이 집권당 후보자의 혐의를 수사하라고 내버려두고 의혹제기도 하면 안된다는 것인가? 국가기관의 오만함과 권위의식이 그대로 읽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게다가 법원이 정봉주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정한 증거들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특검의 수사결과물들로, 정봉주의 의혹제기 시에는 밝혀지지도 않은 것들이다. 법원의 판단이 너무나 정치적이고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징역 1년이라는 가혹한 형량의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1심 법원은(양형에 대해서는 2심, 3심 법원은 모두 판단하지 않았다) 양형이유로 “이명박 후보자 본인의 개인적인 인격권은 물론 유권자들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중대”하고, 정봉주가 제시한 소명자료가 “해명이나 반대증거의 내용과 비교하여 볼 때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근거가 박약한 것이고, 확인절차를 소홀히 하였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윤리적, 법적 문제가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심각성과 긴급성, 아직까지도 모두가 납득할만큼 명백하게 해명되지 않은 BBK 사건의 전모, 누구든지 의혹제기하기 충분할만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증거들(세금계산서, 명함, 광운대 발언, 김경준의 자필메모 등)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그 당시 상황이나 증거들을 보면 설사 나중에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해도, 의혹제기 자체는 정당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인데도, 이를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은 정권의 눈치보기라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정봉주 등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는가. 도대체 정봉주의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격권과 유권자들의 판단에 어떠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대법원 판결문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2심의 판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재확인하는 내용인데,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가 그 당시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언급하면서(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등), 정봉주가 의혹제기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원심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한 것은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법원의 판단을 이해해보려고, 다른 자료들은 참고하지 않고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나 증거만을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는다. 과연 법원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기관인가. 법원의 중립성에 관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판결이다.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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