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는 나의 정신적 체력이 너무 부족했다. 그 때는 3권짜리 혜원출판사의 <레 미제라블>을 읽고 있었다. 






<레 미제라블>을 읽거나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작품을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역사와 철학과 드라마의 종합 예술이므로 산책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쟝 발쟝이 어떻게 되었는지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보다는 쟝 발쟝이 시가전을 피해 하구수 속으로 숨었다면 파리의 하수구 역사에 대해서 설명이 이어진다. 나는 워털루 전쟁에서 낙오했다. 마리우스의 아버지 뽕메르시 대령이 떼나르디에에게 구출되는 장면을 보지 못한 채로. 






다시 이 책을 잡기까지는 16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야권의 대선 패배라는 분위기 속에서 집어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8개월이 걸렸다. 2천 페이지의 대작을 읽으면서 나도 적지 않은 시간을 희생했다. 이제 읽기를 끝낸다. 내게 가장 감명을 주었던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었는데, <레 미제라블>은 그것을 넘어서는 작품이었다. 2008년 소설을 쓰는 펜을 꺾은 이후로 다시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작품이다. 문학이 어떻게 시대와 호흡하고 소설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깊이 배웠다. 아울러 파우스트나 신곡, 그리고 카프카의 작품 등 고전 소설을 놓지 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축복된 시간이었다. 빅토르 위고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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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08-29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언젠가는 도전해야지 생각중인데,
8개월이 걸리는 군요.
안식년이라도 받아야 도전이 가능하겠는걸요.

승주나무 2013-08-30 15:23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한번 도전해보세요. 저도 일하면서 읽어서 8개월 걸렸는데, 집중해서 읽으면 그보다 적게 걸리겠죠~ 다른 책도 읽으면서 읽었으니. 안식년 받으시길 기원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