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안드레아 - 열여덟 살 사람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다
룽잉타이.안드레아 지음, 강영희 옮김 / 양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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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가 열여덟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3년동안 주고 받은 편지 칼럼! 정말로 열여덟살 아들과 이런 편지가 가능할까? 문득 그런 의구심과 함께 지금 내 아이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면 어떤 대화가 오고가게 될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 어릴적엔 무슨 놀이처럼 편지쓰기를 종종 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묻고 감정적으로 화를 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사랑한다는 말로 마무리 하곤 했던 편지들! 하지만 열여덟 아들과 엄마가 주고 받는 이 두사람의 편지는 너무도 성숙되고 진지하고 어른스럽다. 열여덟이면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놓인 아이일텐데 인종주의가 어쩌고 빈부의 격차가 어쩌고 정치가 어쩌고 하는등의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한 엄마의 편지는 더더욱 수준 높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우리 아들이 지금 딱 안드레아와 같은 또래인데 다시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면 이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을까?





독일인 아빠와 대만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안드레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열여덟 안드레아와 생활환경과 문화의 차이로  거리감과 어색함을 느끼던 엄마는 아들에게 편지칼럼을 제안하게 된다. 호기심 반 혹은 반항심 반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한 안드레아는 결과적으로 3년동안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엄마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남기게 되는데 그들의 편지 내용이 정말 예사롭지가 않다. 같은 부모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들의 편지 내용을 보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철없는 아들을 한심스럽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서로의 안부나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을 바탕에 깔고 나아가 두 사람은 정치, 문화, 예술, 사랑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참 진지하고 솔직하게 주고 받는다. 대만에서 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엄마의 생활환경에 비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난 열여덟의 안드레아는 그 나이만큼 호기심 많고 활발한데다 때로는 너무도 직설적으로 엄마를 공격하고 너무도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반면 엄마의 지나친 걱정이나 노파심을 잠재우기 위해 엄마를 다독일줄도 안다. 

아들의 당황스러운 이야기에 엄마 또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편지에 고스란히 담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등을 바탕으로 정치, 문화, 사회, 예술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글로 써내려가고 있다. 결코 아들의 문제에 대해 어떤 해답을 주려 하기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중국과 타이완의 정치 상황에 대해 아주 소상히 이야기해주면서 안드레아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지칼럼 중간중간 메신저로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 또한 생생함이 전해져서 흥미로웠다. 엄마와 아들, 그리고 가끔은 남동생까지 합세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이런 모습이 전혀 평범치 않아 보이는건 지금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는 자식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좀 더 일찍 안드레아와 엄마처럼 일방적인 잔소리가 아닌 편지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더라면 이런 부모와 자식의 모습이 오히려 더 평범하게 다가왔을까?






이들의 편지칼럼은 참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엄마와 아들의 편지내용을 보고 각자 자신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거나 편지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이메일이나 편지등을 통해 이야기한다. 안드레아가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홍콩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홍콩문화에 대해 쓴 편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참 뜨겁고 흥미진진했다. 어디나 그들만의 문화는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제 막 홍콩에 발을 들여 놓은 안드레아가 짧은 소견 한마디를 내뱉고 독자들의 편지로 호되게 야단맞았을듯 하다. 

3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마감시간을 재촉받으며 써야했던 안드레아의 편지속에는 내가 생각한것보다 성숙되고 진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깜짝놀랐다. 그저 철없는 아이로만 생각했던 우리 아이들도 이 모자의 편지속 이야기처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부당한것에 반항한 자신의 행동이 옳은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연 당해 실의에 빠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들려줄 까? 반면 아이의 물음표와 고민과 갈등에 대해 나는 어떤 조언을 들려줄 수 있을지 문득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냥저냥 살아지는대로 지금 이순간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인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 일방적으로 잔소리만 늘어 놓으며 너무 이기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던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꼭 편지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소통할수 있는 방법을 찾을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바램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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