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전에 떠나는 엄마 딸 마음여행
박선아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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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끝에 달금한 냄새가 난다. 사람 사는 냄새다. ---p37



엄마와 딸이 시골 마을을, 옛 모습을 간직한 시장을, 옛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동네 골목길을 느릿 느릿 걷는다. 길가에 나와 계신 할머니에게 쪼로로 달려가 말을 걸고 심심하던 할머니는 해사하게 웃으시며 이쁘다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골목길에서 튀어 나온 아이들에 섞여 아이도 함께 뛴다. 시장통에 야채를 쌓아 놓고 다듬고 계시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다 팔아주자고 조르고 그런 만남속에서 아이가 뒷걸음질 치지 않고 하하호호 웃으며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는 그저 행복하다. 자꾸만 뒤쳐지는 엄마손을 잡아 끄는 아이가 오히려 엄마를 할머니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게 만든다. 그렇게 사람을 느끼게 하는 이 여행책은 기존의 관광지를 소개하고 맛집을 일러주는 그런 책과는 너무도 다르게 내 마음을 울린다.





'엄마, 우리가 이 골목을 왔다 갔다 하니까, 꼭 이 동네 사람 같아!' --- p119




하회 마을을 들렀을때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래전 우리 가족의 여행이 떠오른다. 저자처럼 우리 또한 한밤중에 하회마을을 찾아들어 길을 헤매며 민박집을 잡고 주인으로부터 반찬이 입에 맞을라는지 모르겠다시며 꺼내 놓으신 저녁을 맛있게 얻어 먹고 다음날 헤어지기 아쉬워했던 그런 기억들이 그곳 마을의 한옥들을 구경하거나 맛난 음식을 먹은것보다 더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있다. 또한 시골에 가게 되면 꼭 들르게 되는 장터에서는 아이나 어른이나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아이에게는 서울 살이에서는 볼수 없는 온갖 진귀한것들이 그저 신기하고 놀랍고 엄마 아빠에게는 어릴적 시골장이 떠올라 그때를 추억하며 그렇게 천천히 걷는다. 나중엔 아이들도 지금 우리가 추억하는것처럼 시골장터를 추억하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 중의 하나가 나의 삶으로 주어질때 필연적인 이유는 없을 것이다. 긴 생의 여정 중 이렇게 저렇게 건너야 하는 다리 위에 내가 서 있을 땐 항상 돈보다는 중요한 '무엇'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 내가 손양과의 철산동 골목길에서 찾은 숨은 보물 하나였다.

---p181




아이들 어릴적에는 그저 엄마 아빠가 가는데로 따라만 다니던 아이들이라 싫어도 어쩔수 없이 길을 걷고 산을 오르곤 했는데 이제 아이들이 집에서 혼자 지낼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보니 신랑이랑 단둘이 가는 나들이가 더 많아졌다. 다니기엔 수월하지만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드는건 그만큼 아이들의 자리가 크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 또한 이 책의 제목처럼 아이가 열살이 되기전에 아니 뭣도 모르고 따라나서는 어릴적에 많은 곳들을 두루 두루 다니기를 추천한다. 꼭 멀리 길을 나서려 하지 않더라도 이 책의 모녀처럼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도 얼마든지 아이들에게 사람과의 만남이 즐겁고 오래 묵은 낡은것에 대해 소중히 여길줄 알게 되며 항상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저절로 깨칠수 있는 나들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어릴적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며 길을 걷지만 아이는 또 엄마와는 다른 추억을 하나둘 만들며 골목길을 간다. 아이는 낡고 오래묵은 것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측은지심을 발통시켜 골목길에 나와 야채를 팔고 있는 할머니를 도와주고 싶어 하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보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것들을 스스로 깨쳐가는 아이를 기특해한다. 아이는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동물을 사랑하는 법을 깨치고 이름도 얼굴도 낯선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통을 배우고 엄마는 괜히 쓸쓸하고 외롭던 마음을 떨어진 감꽃 하나로 쓸쓸해 보이는 대문을 화사하게 만드는 아이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어느곳 어디에 얼마나 멋진고 맛난것들이 있는지를 소개하기 보다 그곳에 가면 사람을 만날수 있으며 마음을 가득 채울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여행책이라니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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