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관에 누워보거나 유언장을 쓰는 등 미리 죽음을 체험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자살을 미리 체험해 보는 건 어떨까? 마흔다섯에 혼자가 되어 죽고 싶어하는 실비의 이야기를 통해 죽기전에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 이 책! 자살에 관한 책인데 행복하다니, 게다가 해피뉴이어? 표지는 또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2019년 영화 개봉 예정이니 궁금하지 않을수가!

‘내가 결정한다는 것. 내 인생에서 대단한걸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었으니까. 적어도 죽음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하고 싶어요.‘

가족이건 집이건 키우는 개든 뭐라도 하나쯤은 있을법한 마흔 다섯살의 실비는 자식도 남편도 없고 아버지의 죽음을 끝으로 이제는 누구의 딸도 아닌채 철저히 혼자가 된다. 아버지를 장례 치르고 자신의 묘지를 선물하는 실비, 스스로를 어중간하고 무기력하고 창백하고 못생기고 적당히 평범하다며 무너져 내리는 자존감을 어쩌지 못한채 세상에 몸을 던진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 용기에 힘입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적어도 죽음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며 크리스마스날 죽겠다는 포부를 이야기한다.

자살을 이야기하는 이런 책은 사실 결말이 뻔하다. 아마도 여주인공은 자살이 아닌 삶을 택하게 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것은 문장이 어두운 주제인 자살과 어울리지 않게 통통튀고 유쾌하고 재밌다는 사실이다. 사실 실비는 살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음을 알겠는데 그녀를 살게 하는 방법이 과연 무얼까? 하는 궁금증에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매력적인 정신과의사에게 엉뚱한 제안을 받고 그것들을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하나씩 해나가며 변화해가는 실비를 만나게 된다.

그저 그냥 죽고 싶을 뿐이라는 실비! 왜 가끔 그럴때가 있잖아! 그냥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지고 싶을때! 태어나는 건 내맘대로 못했지만 죽는것만은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실비의 용감한 한마디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실비에게는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정신과 의사가 주는 숙제! 늘 규범의 틀 속에 갇혀 살았던 실비에게 그 틀을 깨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왁싱을 하고 수퍼에서 물건을 훔치고 게다가 처음 만난 남자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는 등등의 과정중에 실비는 점점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채 변해가고 있다. 긍정적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겠다고 말하는 실비! 그리고 한 노숙자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엿보게 되는 실비는 그녀의 장례를 치르며 과거의 실비를 함께 묻어버린다.

실비는 혼자만 자신의 틀을 깨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친구 베로니카까지도 스스로를 깨고 나올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런 멋진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영화에서는 어떤 배우가 실비를 멋지게 재탄생시켜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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