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왜 늘상 정해져 있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철석거리는 파도, 바다위를 유유히 흐르는 커다란 배등등. 그런데 포구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없다. 포구를 정류장 삼아 살아가는 바닷가 마을과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는 이 책! 마치 그 바닷가 마을을 내가 걷고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읽게 되는 책이다.

시인 곽재구의 포구기행, 2002년에 출간해 티비 프로그램 ‘책을 읽읍시다‘ 추천 도서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로 16년만에 새롭게 출간됐다. 시인의 문장이 아름다운건 물론이거와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이 압권인 이 책은 구간보다 더 많은 사진들을 담았다고 한다.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책장을 넘겨 사진을 먼저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끌리는 부분부터!

배 한척 홀연히 떠있는 푸른 바다, 막 해가 지고 있는 붉은 바다, 잔잔하게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 소박하게 피거나 흐드러지게 핀 꽃, 바다위 사공이 노를 젓는 배, 어부가 그물을 정리하는 포구, 배들이 하나가득 정박해 있는 포구, 순박한 얼굴의 팥죽할머니, 바다로 향하는 꼬부랑 길, 오징어배의 알전구들, 동백꽃 떨어진 숲길, 폐선이 정박해 있는 바다등등 바다거나 아니거나 그가 담은 사진에서조차 시인이 말을 건네는것만 같다.

전라도 화진포를 시작으로 전국을 두루 다니며 쓴 총 25편의 글을 3부로 나누어 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여행객들의 이야기등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행문이 다 그렇지라는 그런 느낌이 아닌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는 글들이다. 또한 본인의 시는 물론 타인의 시도 함께 인용해 그곳에서의 풍경과 회상과 추억등을 공감하게 한다.

정지용 시인의 ‘별똥‘ 시를 인용해 마치 고인이 된 시인에게 말을 걸듯, 그와 함께 여행하듯 그렇게 써내려간다. 길을 서성이며 해메이다 들어선 도로를 지도에도 없는 1004번 길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마을 이름을 짓기도 하고 자신이 읽는 책이 보이느냐고 묻기도 하며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내용을 들먹이기도 한다. 별똥을 바라보았던 언덕에서 사라져버린 배초향꽃 이야기를 하고 언젠가 시인과 함께 1004번 도로에서 다시 그 길을 함께 찾아보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한다.

나의 어린시절 추억이 가득한 내 고향이나 다름없는 삼천포 여행기 이야기에 반갑고 괜히 설렌다. 백석 시인의 시에서도 그랬듯 따사로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삼천포는 이제 사천으로 속해 아쉽기만 한데 마침 여행길에 만난 두 아가씨와의 뜻밖의 동행!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소풍 가듯 고향인 삼천포를 찾아간다는 두 아가씨중 누군가는 마치 나인것처럼 시인과 함께 동행한듯 그렇게 읽게 된다. 삼천포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 한참 기억을 더듬거려야했던 즐거운 시간!

시인의 글을 읽으면 그 풍경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진다.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바닷가 마을인데 시인이 고뇌하고 번뇌하던 그 순간에 함께 있었던 것만 같고 시인의 걸음 걸음에 함께 하는 것만 같다. 다시 찾아간 곳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이미 떠나고 없는 할머니의 꿈이야기! 꿈을 꾸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음을, 시인과 함께 느끼며 책을 덮는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하지만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포구기행,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곽재구 시인에게 감사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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