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의 일생을 읽는 다는 것은 참 감동적인 일입니다. 한번도 만나본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작가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전해듣다보면 직접 만난것 이상의 감동의 물결이 입니다. 오가와이토, 달팽이 식당으로 반했던 작가의 이번 소설은 리트비아 한 마을의 아직도 살아서 전해지는 전통을 담고 있습니다.

라트비아에서는 엄지장갑을 뜨는 풍습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날때는 할머니가 손수 엄지장갑을 떠주고 10살이 되면 엄지장갑을 뜨는 시험을 통과해야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청혼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꼭맞는 엄지장갑을 떠서 예스를 표해야하고 결혼식 하객들에게 나눠 줄 엄지장갑을 한궤짝을 채워 떠야하고 살아가면서 생활에 필요한 엄지장갑을 뜨게 되고 죽어서 장례식에서도 사용되는 엄지장갑! 이모든건 전통이 살아 있지 않는한 대를 이어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그런 전통이 살아 숨쉬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배경으로 마리카의 일생이 살아 움직이는 소설입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루프마이제공화국의 마리카는 오빠들 틈에 선머슴처럼 자라났습니다. 할머니나 엄마에게 장갑뜨는걸 배우는 것보다 들로 산으로 다니며 뛰어 노는 것을 더 좋아했던 마리카! 10살에 통과해야하는 시험에서도 엄지장갑을 엉망으로 떠 겨우겨우 통과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마리카에게도 가슴설에는 첫사랑이 찾아오고 사랑하는 이와 결혼을 하기 위해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지장갑을 뜹니다. 예스라는 말이 없었던 루프마이제공화국은 참 낭만적인 나라인거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점점 엄지장갑의 매력에 흠뻑빠지게 되는 마리카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얼음제국의 지배를 받는 혹한의 시간속에 홀로 남아 자신만의 엄지장갑을 뜨기까지 결코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지장갑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장갑의 실을 풀어 필요한걸 만들거나 뜨는 법을 알려주며 인생여정을 마치는 순간까지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paldies!‘(감사합니다)

직접 손을 잡아 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어릴적엔 엄마가 직접식구들의 조끼나 쉐타를 떠서 입고 그 옷이 작아지면 풀어서 다른걸로 떠서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때 그시절 뜨개질은 가난의 상징 같아서 엄마는 뜨개질을 배우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어깨너머 몰래 배워 목도리를 직접 뜨거나 인형을 만들어 친구나 애인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바느질도 마찬가지였지만 나이들수록 바느질과 뜨개질을 다시 하게 되면서 문득 왜 우리에겐 뜨개나 바느질이 아름다운 전통으로 남지 못했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나무에도 정령이 있어 함부로 베지 않고 죽어서는 여행을 한다고 여기는 참 아름아운 마을 루프마이제공화국, 꽃을 선물하기 쑥스러워 꽃씨를 선물하는 야니스와 호수에 알몸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마리카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와 살아가면서 터득하고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 오가와 이토는 이토록 감동적인 이야기를 쓰기위해 라트비아를 3번이나 방문했다고 합니다.

나무나 꽃 혹은 동물등에도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라트비아가 소련의 침략으로부터 독립된지 이제 24년, 어두운 시대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던 라트비아의 엄지장갑의 전통이 더 오래오래 남아지기를 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갖가지 상징이 담긴 아름다운 무늬로 엄지장갑을 뜨는 라트비아에 가보고 싶어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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