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고 아이를 키운다는건 어떤걸까요?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고 갓난 아기를 함께 키우면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 담은 글이라면 잠시 미소짓고 말겠지만 종일 책을 들여다보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개를 돌보는것과 아이를 기르는 것을 병행하게 되면서 비로소 저자는 개의 주인이 되고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하나 둘 깨닫게 됩니다. 그런 과정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엄마였는지 뒤돌아보게 되네요.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유기견이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주기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들, 결국 애를 쓰고 정을 주다보면 마음을 열어줍니다. 그러고나면 사람들은 개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되는건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주기보다 엄마의 말만 따라주기만 바랬다는 사실입니다. 개가 할 줄 아는게 너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기가 울기만 하고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걸 보면서 개가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을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개를 키우면서 아기를 기르는걸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1녀1견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대처할 줄 아는 저자의 모습에 감동받게 됩니다. 개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다면 아기와 개 또한 함께 살 수 있다는 사실!

아기는 늘 개와 함께 놀고 개와 함께 자랍니다. 그러던 어느날은 자신이 개로 변신하고 싶다며 개처럼 발을 핥고 무엇이든 개처럼 하려고 애를 씁니다. 심지어 병솔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며 개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가슴 뭉클합니다. 엄마는 부정의 말을 하기보다 그저 지켜보며 아이와 함께 고민합니다. 아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참 인상적이었던 글은 개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글입니다. 아기 사람이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지 토로하면서 다른 개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 개, 가끔씩 개의 입장이 되어 보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어느날 아이는 자신이 개주인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지나다니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거죠. 주인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이는 압니다. 그저 안아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복종의 관계를 의미하는 그런 주인이 아니라 그저 사랑해주고 안아주는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요. 엄마 또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엄마 뜻대로 아이를 가르치고 다그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아이를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을요!

‘사랑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사랑이었다.‘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가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개와 함께 살아가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삶의 지혜들이 어른들을 부끄럽게 할때도 있습니다. 종이 뭐냐고 묻는 이웃집 오빠에게 그냥 우리집 개라고 우길줄 아는 아이! 세상의 잣대와 묵은 때가 아이의 순수함을 더럽히지 말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이와 개가 함께 하는 사진과 개는 늙어가지만 아이는 점점 자라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가슴 찡하게 합니다. 아이는 이제 걷고 뛰고 말하고 어린이집에도 다니지만 개는 점 점 늙고 기력이 다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잘 듣지도 못하고 산책도 거부하며 종일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어느새 아이가 자라 이제 아이에게 내주었던 자리를 늙은 개에게 다시 내어주며 함께 산책을 합니다. 개와 아이와 함께 서툴지만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참 따스한 오후 햇살처럼 느껴지는 이 책,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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