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첫 작품을 읽을때부터 그냥 쉽게 술 술 읽는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몇권의 책을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 이미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가든이 멋진 일러스트 그림의 리커버북으로 재출간되어 펼쳐본다. 에쿠니 가오리의 첫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가호와 시즈에! 어쩌면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일것만 같은 두 여자의 이야기는 참 다른듯 비슷한 우리의 이야기인것만 같다. 물론 너무도 개성적인 두 여자의 우정은 어쩐지 너무 경계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서로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치거나 그러지 않는 미적지근한 복숭아같은 그런 우정! 이미 5년전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가호, 안경점에서 근무하면서 저녁을 직접 차려 친구를 초대해 같이 밥을 먹지만 늘 곁에서 맴도는 나카노에게는 어쩐지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그런반면 시즈에는 이미 자식까지 있는 유부남과 원거리 연애중! 그를 만나는 시간은 그저 즐겁지만 그렇게 만나고 잠시 이별하고 또 만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할뿐! 

서로 절친인듯 챙기지만 때로는 시기하고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서로를 반목하며 그렇게 관계를 이어가는 가호와 시즈에! 깨뜨리지 못한 마지막 홍찻잔을 상자에 담아 둔 것처럼 그녀들의 우정 또한 그렇게 상자속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느낌이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방식과 서로 다른 삶의 방식, 그렇지만 우정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가호와 시즈에의 이야기는 시대를 앞선 에쿠니 가오리식의 우정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10년이 지나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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