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 피크닉 (Ukulele Picnic) - 우쿨렐레 피크닉 
우쿨렐레 피크닉 (Ukulele Picnic) 노래 / 루오바뮤직(Luova Mus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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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순전히 계피 때문에 이 앨범을 네이버에서 음원으로 구입했다. 우쿨렐레가 한창 유행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왠지 한시적일 것 같다는 예감으로 구입은 했지만, 내 기대와는 좀 많이 다르다. 아니, 이런 음반일 줄 알면서도 구입한 내 탓이다. 뮤지션들이 잘못한 건 아니다. 그저 '나의(내가 기대하는) 계피는 이렇지 않을 뿐'이지. 

한 곡 건너 카피곡인 것도 별로. 계피의 목소리가 '음반'에서 Fly me to the moon 같은 노래에 낭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피씨가 언젠가 이런 노래들을 부르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마냥 이렇게 구김살 없이 이지 리스닝의 노래를 부르는 것만은 싫다. 좀더 그늘이 드리워진, 자의식이 느껴지는 노래들이 그녀에게는 어울린다는 생각 때문이다... 

뭐, 다 푸념이고. 여름을 나기에는 나쁘지 않다. 달달한 아이스티 한 잔 마시는 기분이랄까. 이 앨범에서의 발견은 데이비드 최의 목소리. Sleigh Ride는 아무리 들어도 좋구마.



 
 
 
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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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출간되는 '거의 모든' 여행기를 사서 봤다. 가이드북 말고 여행서라는 것이 그닥 많지 않을 때였다. 떠나지 못하는 자, 소파에 길게 누워 남의 유랑기를 읽으면서라도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꿔서였다. 그리고 한동안 여행서를 멀리 했다. 재미가 없어서였다. 책의 꼴은 멀끔하게 진화해가는데, 내용은 갈수록 시시해졌다. 아니, 내가 불감증이 되어가는지도 몰랐다. 웬만한 글빨, 웬만한 여행지가 아니면 지갑이 열리지 않았으니까.  

<굴라쉬 브런치>를 집어든 것은 순전히 표지의 카피와 사진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행자가 있다." 그리고 두 사람 앞으로 펼쳐지는 어딘가의 풍경. 이제는 퇴화해버린 줄 알았던 역마살이 꼬리뼈 쪽에서 움찔거렸다. 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칠 년 사회생활로 자의 반 타의 반 잊고 있었던 내 안의 여행 본능!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렇게 3개국을 여행하는 이 여행기는, 사실 여행지에서 (혹은 여행을 다녀온 후 그곳을 회상하며) 씌어졌다뿐, 그냥 수필이라고 칭하고 싶은 글들이다. '여행기'라는 좁은 카테고리 안에 이 글들을 가두고 싶지 않다.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재기가 빛나는 문장들에 혹해, 윤미나라는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여행지와 내면을 유연히 넘나들며 독서, 음악 취향 등을 부담스럽지 않게 내비치는 재주, 그리고 그 취향을 수첩 한구석에 끼적이게 하는 인간적 매력, 햇빛에 잘 그을린 듯 뽀송뽀송하고 칼칼한 문장들. 내 또래의 이렇게 건강하고 경쾌한 글쟁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독서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윤미나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것?



 
 
 

 

 

 

 

 

 

 

시즈토는 무덤 앞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무덤을 보면서 말했다. 
나,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 알아. 베란다에서 내내 지켜봤었거든...... 이 아이, 아빠랑 엄마 쪽으로 목을 길게 뽑고 울었어...... 하지만 지금은 여기 잠들어 있어......그걸 아는 건 나하고 엄마하고 이 아이 엄마하고 아빠뿐이네. 우리가 잊으면, 이 아이의 엄마하고 아빠밖에 기억하지 못하겠네. 
준코는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새는 사람처럼 오래 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이 아이를 아무도 모르게 되는 거야? 조금씩 자라 이제 곧 날갯짓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런 건 아무도 모르게 되는 거야? 
그러게...... 시즈토가 잘 기억해주렴.
시즈토는 무덤으로 시선을 돌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욱고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러니, 시즈토. 왜 울어? 준코가 묻자, 시즈토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떻게 하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
 



 
 
 
버터 계란 없이 만든 채식 베이킹 - 두유, 두부, 바나나, 식물성 오일로 만든 건강식 홈베이킹 
박지영 지음 / 청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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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혼자 과자와 빵을 구운 지 벌써 사 년째다. 사 년째라고는 하지만 초반에 화르르 불타올라 베이킹도구 및 재료들을 사모았다가 한동안 시들시들 했다가 다시 잠시 불이 붙어 다시 몇 번 굽고 오븐을 방치해뒀다가 한 세월이 그만큼이라는 거다. 딱히 제과점에서 파는 빵과자가 못 미더워 직접 굽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해보고 싶어서였다. 왠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직접 해먹으면서 괴로웠던 것이, 들어가는 설탕과 버터의 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만들어서 먹어야 할까, 이렇게 몸에 좋지 않은 걸 굳이 만들어서까지 먹어야 하나. 그래서 발효빵이 아니면 사실 좀 저어하게 되었다.
누구든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직접 만들어 먹는 이유라는 것이,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 느끼는 뿌듯함은 둘째 치고라도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지향이 아닐까.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것이 길티 플레저가 되어 나를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우유와 계란을 먹는 나로서도 우유 대신 두유를, 버터 대신 식물성 오일을, 계란 대신 두부를 넣는 이 레시피가 반갑다. 목록을 보아도 여느 베이킹북 못지 않은 막강함을 자랑한다. 왜 이런 책이 이제야 나왔나, 사 년 전에 오븐을 지르고도 간간이 해먹는 빵과자에도 괴로워했던 나는 갸웃거렸더랬다. 
두유 초코칩 쿠키, 바나나 오트밀 쿠키, 올리브 포카치아, 사과 케이크를 만들어 맛나게 먹었다. 


올리브 포카치아
  

요 위에 있는 사진은 올리브 포카치아 인증샷. 블랙 올리브 대신 냉장고에 있던 그린 올리브를, 그리고 방울 토마토를 반 갈라서, 그리고 놀고 있는 치즈를 잘라서 박아넣었다. 아무래도 만들자마자 먹는 게 제일 맛난다. 좀 묵혔다 먹으면 지나치게 딱딱해진다.
기본적인 베이킹 툴(계량스푼, 전자 저울) 정도만 있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다. 재료가 간편하고,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또치 2010-01-15 14:59   댓글달기 | URL
땡투 하고 가요~ 목차를 보니 <이양지의 특별한 홈베이킹>보다 이 책이 나은 거 같아요!
나도 포카치아 되게 좋아하는데! 꿀꺽.

lecteur 2010-01-16 12:54   URL
감사합니다 ^^ 제가 본 베이킹북 중에서는 제일 쉬운 베이킹북이에요 ^^;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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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한 고등어의 몸통이 생각나는 캘리그래피로 쓴 제목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그리고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는데, 자뻑도 이런 자뻑이 없다. 작은 행동 하나도 자신의 편리대로 하기보다는 대의에 비춰보아 그것에 납득되어야 실천하고, 그러고는 그런 선택을 한 자기자신에게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의 남편은 또 어떤가. 이 가족은 시시콜콜 의논하고, 주장하고, 싸우고, 기어코 납득할 만한 결론을 도출한다. 이거 참 피곤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바다와 먼 뮌헨에서 고등어는 사치라나. 그러니까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한다나. 자가용 따위는 없다. 그녀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난방을 틀기보다는 따뜻한 탕파를 끌어안고 자며 뿌듯해한다. 뜨뜻하다고. 
읽으면서 어떤 열패감에 손톱을 잘근거리다가 (가지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삶이 이렇게 풍요로울 수 있다니!) 이럴 것까지 있나 투덜거리다가, 결국 마음이 훅 가고 말았다. 이런 매력적인 여자 같으니라고, 이런 멋진 가족 같으니라고.  

삶이라는 것은 자잘한 선택들의 총합일 텐데, 그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인생관/세계관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관'이 건강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이렇게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그 건강한 관점을 세우느라 그녀가 고군분투했을 세월이라는 대가는 치루지 않고 독자는 이렇게 공짜로 멋진 사람을 만난다.  

고등학교 때부터 독일에서 살았다는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내밀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근래 읽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책 <파리지앵>과 여러 모로 비교되는 책이었다. 삶을 예술처럼 사는 프랑스인들과 그보다는 좀더 생활 밀착형 삶을 사는 독일인들의 다른 점이랄까. 시시콜콜 따지기로는 프랑스인들도 못지 않지만 무언가 좀 다른 느낌이다.  

이 책을 뚝딱 끝내고 임혜지라는 저자가 작년에 사두고 책꽂이에만 꽂아둔 책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을 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펼쳐들었다. 역시, 첫 페이지부터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