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고르는 9가지 방법'이 이번 책에 담겼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뿌듯하다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해낸 내용도 아니고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경험을 참고한 것도 아닌 오직 나 자신의 경험의 소산이라서 이 글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그 9가지 방법이란 무엇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스테디셀러와 고전을 가까이할 것
  
우선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코너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베스트셀러도 좋은 책이 많다그러나 아무래도 스테디셀러에 비해서는 '검증'이 덜 된 책일 확률이 높다실제로 세월이 지나서 버려야 할 책을 추려낼 때 가장 흔히 보이는 책들이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경우가 많다
  
스테디셀러는 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기에 베스트셀러보다는 좀 더 오래 두고 읽을 가치가 있을 확률이 높다화려한 반짝 스타보다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강자를 선택하는 편이 좀 더 낫다는 말이다물론 베스트셀러도 옥석을 잘 고르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고전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안전성을 고려하면 고전만큼 좋은 선택도 드물다길게는 1000년이 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목록이니 당연하다고전이 걱정만큼 어렵고 지루한 책만은 아니다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든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박지원의 <양반전따위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무서운 몰입감이 발휘되는 '재미있는책들이다
  
고전 중 많은 책이 당대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많은 사람이 '내 인생의 소설'이라고 엄지 척 치켜드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같은 소설은 난해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서 완독하는 데 몇 달이 걸리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책 열댓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흔히 명품이라고 하면 기능이나 디자인이 일반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몇십 갑절 비싸지만 고전은 유행하는 책에 비해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그리 비싸지 않다얼마나 매력적인가.
  
출판사와 뛰어난 번역가를 알아둘 것
  
셋째모든 분야를 종합 발행하는 출판사도 있지만비교적 일정 분야를 전문으로 펴내는 출판사도 많다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면 어느 출판사는 국내 문학을어느 출판사는 해외 문학그중에서도 러시아 문학을또 어느 출판사는 인문서와 과학서를 주력해 출간한다또 모 출판사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에세이를 꾸준히 출간하고어떤 출판사는 글쓰기 및 독서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펴내고낭만적인 모 출판사는 고전 철학과 고전 문학에 집중하기도 한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이 러시아 문학 하면 어디국내 문학 하면 어디교양과학서 하면 어디, SF 하면 어디어린이 책 하면 어디라고 꼽는 출판사들이 대개 그런 곳이 다나는 모 출판사의 책은 무조건 사고 있으며타인에게도 무작정 사야 한다고 말할 만큼 신뢰한다
  
번역서를 고를 때는 번역가를 눈여겨보는 편이 좋다각 외국어별로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는 번역가가 있다프랑스 문학이 라면 김화영 교수가 되겠고고대 그리스 고전이라면 선택할 여지없이 천병희 교수다이런 실력 있는 번역가들은 대개 위에서 말한 일정 분야에 특화된 출판사와 일하는 경우가 많다.
  
번역서를 고를 때 기준이 될 만한 또 하나는 완역본인지 축약본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축약본인데도 독자가 보기에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따라서 번역서를 살 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비교해 분량이 턱없이 적다면 축약본으로 의심할만하다직역인지 중역인지도 살펴야 한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도스토옙스키 문학 전집의 번역이 유명한 까닭은 우리나라 최초의 직역본이기 때문이다러시아어를 우리말로 옮겼다는 것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열린책들에서 이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역본이나 일역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중역본밖에 없었다당연히 번역에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번역본을 고를 때는 되도록 최신판이면 좋겠다오래된 번역은 아무래도 오류나 시대착오적 어휘가 많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근에 번역된 판본이 더 좋은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
  
책도 쇼핑의 대상임을 기억할 것
  
넷째책도 충동구매 대상이 되기 쉬운 품목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다른 취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드는 취미가 독서여서인지 의외로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책을 살 때도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꼭 사고 싶은 책이더라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한 달 뒤 다시 그 책을 보면 구매욕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다섯째일단 신중하게 생각해서 꼭 필요하고 두고두고 읽을 책이라는 판단이 서면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우리나라 출판계는 절판이 잦아서 나중에 생각나 구매하려고 하면 절판본이 되어 사지 못할 수도 있다좋은 책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격언은 틀리지 않다
  
여섯째의외로 많은 사람이 '제목'에 끌려 책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나만 해도 그렇다한번은 야구 팬답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다카하시 겐이치로웅진지식하우스, 2017)라는 소설을 무심결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한겨레출판, 2003)과 같은 소설인 줄 알고 샀다가 적잖이 실망했다물론 20세기 일본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또 일반적으로 자기 계발 서적에 독자의 이목을 끄는 '요상한제목이 많은데 내용을 먼저 요모조모 따져보는 편이 좋겠다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어가 포함된 제목의 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우리가 사랑하는 명작들의 제목을 살펴보자. <태백산맥>, <토지>, <죄와 벌>, <부활등 제목에 기교를 부린 흔적이 전혀 없다
  
유연하고도 깊이 있는 독서가가 될 것
  
일곱째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구독해야 한다요즘 시대에 종이 신문을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종이 신문은 좋은 책을 소개받는 가장 편리한 매체다물론 인터넷에서도 서평 기사를 검색해서 읽을 수 있지만 일삼아 찾는 것과 펼치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종이 신문의 서평 기사를 읽다 보면 절로 독서 트렌드와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길러진다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읽지 않고 책을 고르는 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주목할 만한 서평 잡지로는 <기획회의>, <Chaeg()>, <비블리아>가 있다.
  
여덟째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 모임에 참가해보자때로는 전문가나 대단한 독서 고수보다는 평범한 동료 독서가에게 추천받는 책이 눈높이에도 맞고 유익하다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든지관심 분야가 전혀 아닌 책은 읽기에 부담스럽다또 독서 모임을 통해서 같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히는지 확인하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 한다.
  
아홉째만화나 자기 계발서라고 무작정 무시해서는 곤란한다만화는 텍스트로 된 매체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장점이 많다나만 해도 조선 시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의문이 생길 때 제일 먼저 펼쳐보는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2015)이고 <파우스트같은 난해한 고전의 워밍업으로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문학동네, 2012)를 들춰 본다소장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자기 계발서 분야에서도 분명 양서가 있다. <카네기 인생론같은 책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07-07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박균호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박균호 2018-07-07 18:29   좋아요 1 | URL
네네 정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8-07-07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9가지 방법 한가지라도 공감안가는 게 없네요^^

박균호 2018-07-07 20:45   좋아요 1 | URL
와...감사합니다...주말 잘 보내세요.

비연 2018-07-07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박균호 2018-07-07 21:25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합니다. 비연님..

cyrus 2018-07-07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독서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를 비판하는 소수 의견 또는 서평은 무시받거나 조용히 묻히는 경우가 많아요.

박균호 2018-07-07 22: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일단 비판하고 싶으면 해야죠..^^

레삭매냐 2018-07-07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 신문에 실린 서평들을 찾아 보지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주례사 서평 아니면 거의 출판사에서 제공한
서지 정보의 짜깁기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최소한 책을 읽어 보고 쓴 서평이라면 디테일
이 한두가지는 들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박균호 2018-07-08 06:59   좋아요 1 | URL
네 단신은 보통 그냥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심층 서평기사는 책을 제대로 분석한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도 신간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방법은 종이 신문 만한 것이 없어요. 물론 책의 선택은 독자의 몫이고요.

양철나무꾼 2018-07-07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김화영 님보단 이세욱 님이요. 김화영 님은 뭐랄까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는 책을 읽었을 때도 30년이 지난 개정판인데도 불구하고 역자 후기는 바뀌었을지언정 내용은 30년전 고대로라서 경악을 금치 못했었어요
고인물은 썩는 법이겠지요~--;

박균호 2018-07-08 07:00   좋아요 1 | URL
아..마자요. 이세욱님이 hot하긴 하죠..ㅎㅎ

심술 2018-07-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경향신문 [한기호의 다독다독] 오장칠부가 된 인간의 글쓰기에
박선생님 얘기가 나와 모처럼 들러봤어요.

날 더운데 잘 지내시죠?

박균호 2018-07-11 23:0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반갑습니다. 일부러 찾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잘 계시죠?

심술 2018-07-12 17:18   좋아요 1 | URL
덕분에 잘 지냅니다. 월드컵 때문에 심심할 겨를 없었고요.

stella.K 2018-07-1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새책 내셨다더니 이책이군요.
전 왜 이제 안 걸까요?ㅠ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박균호 2018-07-17 14:25   좋아요 0 | URL
아...뭐 모르시는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요.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극곰 2018-07-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 축하 드립니다~!^^

박균호 2018-07-26 19:5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