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별의 기술 - 인류학자가 바라본 만남과 헤어짐의 열 가지 풍경
프랑코 라 세클라 지음, 임왕준 옮김, 조영 그림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사랑이나 이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고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언제 부터인가 나는 사랑을 다룬 소설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소설을 멀리하게 되었다.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의 이면에는 사실은 그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애가 잘 되고 있을 때는 그 사랑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 같았기에 사랑을 다룬 책들에 관심이 없었고 연애가 실패하고 그 사람이 현재 내곁에 없을 때는 가슴이 아파서 그런 책들을 외면한 것 같다. 저자가 말하고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이별이란 것은 정말로 말해지기를 꺼려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이별의 상황중 이 책에서는 주로 남녀간의 이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콕 찍어 말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웃게도 만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결론은 이별도 사랑의 한 과정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에 빠지면 객관적으로 되기가 힘들다. 사랑이란 것처럼 애매모호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는 사실 명확하지도 않고 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조차도 나의 어떤 부분인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의 모호함들, 특성 같은 것들을 이해하면 이별의 과정이 좀 수월(?)해질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예외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증오하기 위해선 그가 아주 평범함 사람들이란 것을,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인간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p164)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주는 공허함은 어쩌면 그 사람 자체라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존재가 습관처럼 되어 그것이 사라짐으로 발생하는 허전함일지도 모른다. 더이상 너는 내곁에 없고 너도 어딘가에서 잘 살겠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그 고통이 너라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습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상황에 초연해지려고 노력했던 지난 경험이 떠올라 혼자 웃었더랬다.
이별할 때 우리가 장례를 치르는 대상은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상실이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남겨 놓은 것들이다. 사랑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 대상이 없어도 사랑이 존속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이 세상에서 우리가 영원히 기다려야 할 대상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어리석은 확신을 우리는 장사지내야 한다. (p 173)
이별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랑이 달콤하지만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도 왜 사랑에 빠지고 또 다시 괴로워하는 것일까. 이별을 하고 때로는 상대를 증오하지만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이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 사람을 이제 마음속에서 영영 떠나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관심 결국 그 사람을 망각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다는 뜻이다. 이별을 사랑의 한 단계라고 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별의 기술인 것 같다. 그리하여 주변에 실연을 한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기를 과감히 말씀드린다. 그리하면 친구의 마음이 정말 편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