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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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익명의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데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 좀 섬뜩하다. 이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던 경찰서 여직원인 잔느에게 편지가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무척 그 수법이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여러 소설 작품들을 읽어봤지만, 이 작품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은 참 오랜만이다. 

잔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살인범의 심경이 그대로 독자에게 노출되고, 그와 더불어 살인범을 쫓는 형사의 초조함도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 이미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알고 있지만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갖게해준 그 편지 때문에 잔느는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이후로 그녀는 제대로된 일상 생활이 무척 힘들었다.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게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정말 이 모든 것을 끝낼 방법으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살인 피해자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그 어떤 것으로도 용서하기 힘든 잔인한 범죄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유의미한" 살인이 되었다.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엘리키우스의 행적은 잔느가 아니었다면 결코 추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과연 이 사건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무척 궁금했는데, 사실 이런 결말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읽었던 그 어떤 스릴러나 추리소설과는 아예 다른 스타일이라,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라하면 단연 좋아라할만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우울해서 여기저기 추천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흡입력은 상당하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장편 소설이지만, 꽤 빠른 시간 안에 다 읽어버렸다. 어떻게든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지만, 이미 큰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는 치유의 과정이 너무나도 힘든가보다. 독특한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을 찾고 있다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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