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중기의 문인 백운거사 이규보 선생의 시작품집을 읽고 있다가,

시의 한구절이 .......

 

<눈병으로 시를 짓지 못하다>

요즈음 왼쪽 눈이 아파서

오랫동안 시를 짓지 못하였네.

아직 오른쪽 눈은 남아 있는데

어째서 시를 짓지 못하느냐고.

그대는 아는가 손가락 하나가 아파도

온몸이 괴로워 견디기 어렵단 걸.

어찌 한쪽 눈이 서러워하는데

똑같은 눈으로서 태연히 버려둘 수 있겠는가.

흥취가 다시 어디에서 나와 시를 지을 수 있겠느냐고.

 

이규보는 이 시를 1241년 8월 29일에 짓고 며칠뒤인 9월 2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시는 이젠 정말 시를 쓰지 못하겠는다는 고백으로

그의 시와 그의 삶이 함께 마무리되고 있는것이다.

 

난 현재 엄살 중이다.

왼쪽 두번째 발가락이 찢어지고 골절상을 입어 몇바늘을 꿰매고 깁스를 했다.

태어나 처음입은 상처라서 더 낯설다.

난 지금 발가락 한개때문에 밥맛도 없고, 잠도 못이룬다.

외출은 커녕 씻는것도 어렵다.

아기를 돌봐가면서 왼쪽발을 이리끌고 저리끌고 하는 내 자신이 애처롭다.

 

허허 웃는다. 웃어야지....이런일로 울수는 없잖아.

난 엄만데....그것도 아이셋을 낳은.......ㅋ 뭐 그까이꺼....

그래도 그것만으로 내 자신을 다잡기에는 에잇..불편해도 너무 불편해..

이규보 선생의 말씀처럼 발가락 하나 아픈데 온몸이 괴로워 견디기 어렵다니?

엄살이 심해도 너무심하다.

 

안그래도 심난한 발을 하루종일 쳐다보며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오늘도 역시나 택배아저씨는 우리 아가 기저귀를 갈때 방문하셨다.

아픈 발을 이끌고, 대충 아기를 싸매고 안고나가니 벌써 가버리고 없었다.

그 순간 울리는 전화벨,,

"집에 안계세요?"

"아니 집에 있었는데...제가....(구차하게 설명하려는 순간)"

"근데..왜?? 대답이 없어요? 초인종소리 못들었어요? 알았어요"

다시 올라오신 택배아저씨에게 괜히 미안해 주눅이 들어서는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가세요"하며 세번 인사를 건네는 동안 대꾸 한번 안하시고 쌩하니 무시하고 가시는 그분..

내가 초인종 울릴때 빨리 안나와서 화가나셨다는 거구나...

야속해도 너무 야속하시네요. 물론 힘드시니까 그러신거죠?

우리집은 아파트 이층이며, 이층인데도 유모차때문에 엘리베이터도 운행시키는 우리집.

자주 오시는 택배기사님께는 힘드시면 한층이라도 엘리베이터 타시라며 권해드리까지했었는데.....

안그래도 아픈발, 안그래도 빡빡 못씻어서 근질한 몸, 이런 칠칠한 엄마를 둔 우리아가때문에

속상한데......더 속상하구나! 택배를 받는일은 언제나 불편하며 어렵다.

 

그리그리하여 받은 책이..

 

 

하필이면  매거진 B 10월호 <기네스>야...쯧

기네스가 이렇게 안반가워보기는 처음이야~

내가 매일 목 혈관돋게 외치는 이 한잔을 어찌하라고.....

속탈때 한잔,

외로울때 한잔,

배고플때 한잔,

즐거울때 한잔,

기름진거 먹을때 한잔하는걸.....그것도

딱~~ 한잔만 하는걸 좋아하는 나의 행복마저도 흘려버린 항생제여......ㅠ

내 이 시원함을 기꺼이 포기할지니 부디 덧나지않고 잘 아물거라~

 

 

 

 

 

지극히 적게라는 말도 전혀 우울하게 느낄 틈도 주지않는 글이

내마음 들었다 놨다.

 

 도미니크 로로씨의 심플하게산다를 읽고 주저없이

 읽자, 읽어보자라는 기대감으로 ...냉큼쏘옥

 

<지극히 적게>는 표지부터 메세지가 강한듯.......(내착각)

내 삶에 그 무엇이 지극히 적더라도 절대 내 삶까지

우중충해보이는 건 아니라는 뵝뵝 거리는 최면을 걸어주는 구나...ㅋ

 

뜨문뜨문속지와 중요글들(책편집고급명칭을 몰라서~)도 보라빛깔의 그것.

흔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들은적이있다.

 

보라색은 치유의 색으로 만약 아이가 보라색을 많이 사용한다면 어디가 많이 아픈곳이 없는지를 살펴야한다고 한다.

보라색은 휴식이나 진정의 효과,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치유한다.

빨강과 파랑의 성질을 포함한 보라색은 기분을 안정시키고,활기를 부여하며 균형감을 준다고하니,

그동안 잘못된 인식으로 보라색을 좋아하면서도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못한

이 못한 사람에게는 그 당시 제대로된 보라색의 정의? 는 환희의 빛이었다.ㅋ

 

불안이 쌓이면 불행이 된다.

때로는 내 발가락도 아플수 있다고 내 스스로를 위로할수있는 마음이 빨리....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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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1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힘드셔서 어떡해요...아기까지 돌보시며..
그래도 더 큰일 액땜하셨다 생각하시고 잘 견디시길 바래요...ㅠㅠ 토닥토닥...
하필, 그와중에 택배아저씨는 왜 또 그렇게 울 블루데이지님 마음을 야속하게
하셨는지요. 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여유가 없으셔서 그랬을 거라고 마음 푸셔요.
앗, 기네스!! 오 저의 기네스~~매거진 B, 급히 담아요...^^;;
<지극히 적게>는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읽는 내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던
책이었지요~~보라빛깔의 그것,도 저 역시 넘 마음에 들었구요~ㅎㅎㅎ

블루데이지님! 비가 오네요. 빨리 나으시길 기도드리며, 좋은 책들과 함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루데이지 2013-10-17 00:55   좋아요 0 | URL
appletreeje님의 위로에 불편했던 마음이 싸악~가시는 놀라운 일이!!!!!!!
감사합니다.

발가락 한개때문에 엄살쟁이에 툴툴이로 변했던 제가 조금은 제자리를 찾는것같아요^^
날씨가 추워지니 목구멍까지 시원한 맥주한잔 생각은 조금 누그러졌는데
요~~기네스 책만 들추면 음주욕구가 마구 샘솟으니....ㅋㅋ
저는 매거진B 참 좋아해요^^
appletreeje님께서 만약 브랜드를 깊이있게 좋아하신다면 분명히 좋아하실거예요..

부쩍 쌀쌀해지는 날씨에 조금 걱정이 되네요.
따뜻한 차 한잔 곁에 두시고, 좋은 가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드려요~ appletreeje님^^

자목련 2013-10-17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좀 나아지셨을까요?
움직일 때마다 많이 아프실 텐데요.
이 기회에 게으름을 피우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 블루데이지 님은 그리 하지 않으실 듯 보여요.

보라색, 저도 참 좋아하는 색이에요. 치유의 색이라니 더 좋은 걸요.
일교차가 심해 아이들 감기 걸리까 걱정이네요. 독감 예방 주사는 맞추셨나요?

우선, 블루데이지 님의 발가락과 마음부터 잘 챙기시질 바라요.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맑은 하늘처럼 그리 투명한 하루 보내시구요^^

블루데이지 2013-10-21 00:00   좋아요 0 | URL
네..자목련님! ㅋㅋ 놀라울 정도로 아픈발가락에 몸이 맞춰가고 있어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가을 하늘도 맑고, 나무들도 부지런히 가을옷으로 바꿔입고 있는 아름다운계절이네요^^
나무바라보느라, 하늘바라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잘 모른답니다.

자목련님의 마음속 가을도 아름답고 멋진 가을이길 바라며~ 데이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