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달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시기가 바로 뒤편이 아니라 스무 살 고 언저리를 맴돈다. 올해들어 나의 기억, 누군가의 기억을 덜 신뢰하게 되었다. 유년시절의 참혹한 기억을 되뇌는 그녀에게 나는 그 기억이 한층 비극적인 것으로 윤색됐을 수도 있다고 정말 그런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올해들어 나는 고유 명사에서 번번히 미끄러진다. 어떤 얘기를 누군가에게 아주 그럴 듯하게 해주고 싶은데 고유 명사 부분에서 자꾸 주춤추줌하며 스타일을 구기게 되었다.  

그.리.고. 삶에서 기억이 차지하는 그 커다란 비실재적인 공간의 허무함과 집착에 놀라게 되었다. 나는 결국 지금 이곳에 만질 수 없는 것들이 허룩하게 뭉쳐진 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은 삶 그자체를 불신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죽음 앞에서 우리는 기억만을 남긴다. 다 헛것이었어. 결국 삶은 기억의 덩어리, 추억으로 마침표를 찍고 마는 거야.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의 이 얇은 책은 기억의 그 매혹적인 오류와 부푼 부피감을 적시한다. 사례 중심의 평이한 문장들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의문을 가지고 있던 스무 살 언저리의 그 기억의 돌연한 귀환에 대한 현상이 나만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노년으로 갈수록 그들의 청춘 언저리의 기억들이 득달같이 뒤쫓아 오는 망각의 역현상에 대한 얘기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또렷해지는 기억들은 그 근처에 머무는 것들이 아니라 더 먼 곳 아득한 곳에서 미숙함, 열정, 아쉬움 등으로 둘러싸인 채 도사리고 있던 이십 대의 그것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은 채 그저 그 시기가 가장 기억하기 위한 최적의 메커니즘을 지닌 시기여서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지금은 떠올리지 못하는 스무 살의 기억들이 여든이 넘어 되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묘한 기대감을 갖게도 한다.  

강남역 타워레코드 앞에서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달려갔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첫사랑의 가능성은 인광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뚜욱뚝 끊기고 만다. 닭갈비를 먹으러 가서 어색하게 서로 웃었던 것도 같다. 그 공백은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나의 주름 사이로 다시 차오를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타워레코드에서 뒤편의 닭갈비집으로 가면서 나누었을 그렇고 그런 호구조사나 안부교환의 사연을 기억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추억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두 극 사이의 접촉을 의미한다. <중략> 추억은 불러냄으로써 변화한다.  
   

 

누군가를 호명함으로써 우리는 그를 내 안에서 불러낸다. 정말 진짜 온전한 그를 그대로 내 앞으로 걸어오게 하는 대신 내가 이미지화하고 이상화하고 상상해 낸 나만의 그를 불러 세운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하고 그래서 끝나고야 만다.  

이 책에서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노년이 가장 적은 기억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역설을 끄집어 낸다. 노인들은 자신의 중년 이후의 삶을 복기하는 대신 어리고 여렸던 그래서 끊임없이 넘어졌던 시간들을 움켜쥐려고 한다. 자서전 분량의 비대칭은 청춘 시기에서 비롯된다. 이 역설은 대체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우리는 청춘을 상찬하고 상품화하는 메커니즘이 이러한 기억의 역설과 기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아연해지고 만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 나 대신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지 전혀 몰랐던 어리숙한 나의 귀환을 나는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종착역이라는 것을 알 때 돌연 방향을 틀어 다리를 절뚝거리며 한참이나 걸어 강남역으로 가는 모습은 서글프고도 기묘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10-3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쏭달쏭.

물음표와 마침표.
네. blanca님 딱 저는 그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만을 떠올릴 수밖에(그 선까지 밖에 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가 봐요.

blanca 2010-10-31 21:54   좋아요 0 | URL
제 해석이 맞다면 사이라는 건 항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곳이기도 하잖아요. 바람결님이 계신 곳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철나무꾼 2010-10-3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밌는게요~
남자들은 노인이 되면 김영감,이영감...이렇게 부르는데,
여자들은 영자야,순이야...이렇게 이름을 부르잖아요.

추억을 끄집어 내게 되는 글,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0-10-31 21:5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저는 벌써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좀 드물게 만나게 됩니다. 누구 엄마로 불리게 되구요. 노인이 되면 다시 제 이름이 돌아오는 건가요....

2010-10-31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은 그래서 참 좋아...
내 거 잖아요.
형편없던 나에 대한 추억은 망각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더욱 아름답게, 그는 더욱 왕자답게, 그렇게 윤색할 수 있잖아요.

믿지못할 기억이지만, 기억 왜곡이 가능한 점은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blanca 2010-11-03 20:46   좋아요 0 | URL
마고님, 그렇죠? 기냥 맘대로 기억하고 다 좋았다궁 그랬다고 나한테 얘기할래요....신이 주신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말.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지음, 류현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인 노력에서라고 주장하든 선택받은 소수의 얘기는 언제나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서사가 된다. 우리는 그럴 법한 얘기보다는 그랬던 얘기에 허풍을 곁들였을 때 흔히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미 완결된 얘기의 내밀한 속내를 들추어 내는 그 은밀한 즐거움과 누군가의 삶을 편하게 앉아 조망하고 판단하는 그 권력의 맛은 평전과 자서전의 식지 않는 인기의 한 대목을 설명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은 사실 모든 흥행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배우였던 부모님, 처절할 정도의 빈곤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희극배우로서 무성영화시대의 아이콘으로까지 부상한 드라마틱한 성공의 여정, 네 번의 결혼, 공산주의자로 몰려 끝내 할리우드에서 추방되다시피한 이력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막힌 삶의 굴곡들이 그의 입에서 더없이 무감하고 건조하게 뚜욱뚝 단속적으로 끊어져 나온다. 그 어떤 과장도 해명도 덧댐도 없이 그저 있었던 사실들을 성실하게 나열하고 갑자기 다른 기억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런 정직한 면면이 사실 이 자서전의 한계점이기도 하고 매력이기도 하다. 융이 살아 생전에 출판되면 자신의 삶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자서전이 나올 수 없다고 했던 얘기가 사실 찰리 앞에서는 조금 김 빠지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투박하고 정직하고 꾸밈없는 자서전은 낯선 만큼 독특한 이끌림을 가지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산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다 못 읽었고 가끔 꺼내 펼쳐보지만 이내 덮게 된다는 고백을 우리는 쉽게 친구에게 할 수는 있지만 자서전을 쓸 위치가 되어 자신의 삶을 윤색하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솔직하게 얘기하게 되긴 쉽지 않다. 찰리 채플린의 이런 고백들은 군데군데 불쑥불쑥 튀어 나와 듣는 이를 난감하게도 하고 또 안도하게도 한다. 이 자서전은 위대한 사람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희극영화를 미치듯이 사랑했던 영화인의 솔직담백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담에 더 가깝다. 뭉툭한 그 끝이 예리하지 않아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한 셈이다. 

그가 정치적인 배우로 인식되다시피 한 것도 그가 구태여 정치 현장에 대한 심오한 의식과 강렬한 투쟁 의지를 가졌기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결과론적인 우연에 더욱 가깝다. 사실 스스로가 영국인으로서의 긍지 같은 것도 갖고 있지 않고 애국심이라는 것 자체도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단지 그는 전체주의에 대한 당연한 알레르기를 솔직하게 고백했을 뿐이다. 그러나 단순하고 당연한 모습이 쉽게 용인되는 사회는 언제나 조금씩 먼 발치로 밀려 나가기 마련이라 그의 이런 모습은 수시로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전체주의를 거부하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에의 동조로 치부되는 그 뻔하고 치졸한 색깔입히기는 그 시대에도 횡행했다. 어느 순간 그는 갑자기 정치적인 배우가 되어 있었다. 

헐리우드에서 영국 국적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은 그 시절에도 끊임없이 안티를 양산했나 보다. 결국 찰리 채플린은 미국을 부랴부랴 떠나 스위스에서 여생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스무 살이 넘게 차이나는 유진 오닐의 딸 우나와 재혼하여 다복한 가정을 이루어 안정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게 되는 그의 모습으로 자서전은 대미를 장식한다. 찰리 채플린이 할리우드에서 추방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선입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가 행복하다고 되뇌는 대목도 사실 그가 희극배우로서 눈부신 성공을 구가했던 나날들이 아니라 바로 이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의 궤적들을 되짚어 오면서 결국 '사랑'을 얘기한다. 칼 융이 하나의 화두처럼 희미하게 던지고 간 바로 그 사랑이 이 위대한 영화인의 목소리로 다시 재생되는 묘한 우연의 일치가 신기했다. 자신의 인생은 하나의 투쟁이었다고 평가하며 그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바로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를 만난 것이라고 고백한다.  

구질구질한 다락방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집에 놀러갔다 돌아온 소년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따뜻한 점심밥 대신 "너의 엄마 미쳤대!"라는 말이었다. 영양실조로 반쯤 정신이 나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연탄재를 나눠준 엄마 앞에서 울먹이던 아이는 그럼에도 삶의 황혼기에 서서 인생의 아름다운 의미와 사랑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일까.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이 2010-10-2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별이 세개인 것을 보니 그 재미가 채플린의 재미가 아니라 블랑카님의 글맛 때문인가봅니다?

blanca 2010-10-28 21:01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제가 요새 책에 집중이 좀 안되어서 제대로 못 읽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자꾸 각종 사념이 들어서, 큰일입니다.

2010-10-28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8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0-2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세 개 밖에 안 되네요.
오래 전에 그의 전기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전기 영화는 잘 만들어 봤자 본전치기라고는 하지만
전 그 영화 나름 재밌게 봤어요. 지금은 별로 기억엔 그다지 남아 있는 게 없지만...ㅜ
이거 대따 두꺼운 책인데 완독했네요. 축하해요!^^

blanca 2010-10-28 21:0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대따 두꺼운 책 읽었으니 칭찬받아도 되는 거죠? ^^ 전기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이제 두꺼운 책은 안읽을랍니다.^^;; 삼백 페이지 이하인지 확인하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0-10-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멋진데, 별셋이라...
음,, 가로로 인쇄된 이상한 책을 읽은 영향일까요, 아니면 책 자체가 그냥그냥했나요?
나는 자서전이라면 홀랑 넘어가기 때문에, 무지하게 궁금해여.

blanca 2010-10-28 21:04   좋아요 0 | URL
ㅋㅋ 마고님, 이 자서전 리뷰들 보면 극찬 일색이에요. 제가 오독했을 수도 있는데 재미가 좀--;; 표지를 뒤집어 읽어서 그런 걸까요?

마녀고양이 2010-10-28 21:45   좋아요 0 | URL
음,, 추후 제가 읽어보고 판단해서 말씀드릴게요.
만일 제가 좋다하면, 제대로 된 책으로 다시 읽으셔여... 크크크.

양철나무꾼 2010-10-2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반품하세요~
읽으신 연후니까,제대로 된 책으로 가지고 계셔야죠~^^

전 책이 어떻든,찰리 채플린을 아주 애정해서 말이죠.

blanca 2010-10-29 15:4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ㅋㅋㅋ 비밀글로 하셨어야 그렇게 하죠 ㅋㅋㅋ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시는군요. 이 책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나름대로의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꽂아두기로 했어요. 할머니가 되어 이 거꾸로 된 책을 보면 기분이 묘해질 것 같아요..

2010-10-29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9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표지와 가름끈이 거꾸로 되어 있는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을 데면데면하게 읽고 있다. 교환할까 생각하다 워낙 게을러 터져 보내고 받는 그 절차가 번거로워 가름끈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괴이한 행동을 하며 생각보다 안 넘어가는 책장을 꾸역꾸역 넘기고 있다. 처절할 정도로 빈곤했던 어린 시절의 역경을 딛고 잭팟이 터지듯 재능이 시의적절하게 발화하고 톡톡한 보상을 받는 그 대목들을 넘기면서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닌데 하필 이 사람이 그럴 수 있었던 동인이 뭔가 반문하게 된다.   

   
 

  

성공을 우리 노력의 결과로 여길수록,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성공을 미덕에 대한 포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 끈질긴 믿음은 단순한 오해이며, 버려야 할 그릇된 통념이다.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중

 
   

 

그건 정말 찰리가 다른 누구보다 더한 극한 상황에서 몇 배의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일까? 동시대의 궁핍과 특출난 재능이 그만을 조준할 걸까? 설사 그랬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사회적 명예와 경제적 대가로 보상받게 된 필연성을 지녔을까? 이런 식의 의아함들을 품고 누군가의 드라마틱한 성공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자서전의 바람직한 독자의 태도가 아닌 것 같다. 한 마디로 몹시 비딱하게 책표지까지 거꾸로 들고 줄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올리며 하는 요즘 나의 독서는 나의 마음 같기도 하다. 

십여 년을 들락날락하는 까페에서 누군가가 심하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닉네임으로 통용되는 그녀의 그 상처를 주기 십상이라는 댓글을 나는 사실 기억하지 못했다. 우르르 나도 상처 받았다,고 호응하는 과거의 기억 들추기 댓글들에서 슬며시 나도 그녀가 다른 사람한테 단 어떤 댓글로 간접적으로 상처받았었다,는 기억을 끄집어 내게 되었다. 이유는 원글이의 경험이 나와의 것과 흡사했고 그녀는 그것을 한 마디로 아주 부정적인 것으로 단정짓는 심판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면 그것에 맞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것에 심하게 화르륵 하는 것은 그것이 어느 정도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그 뼈아픈 독소에 데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알지만 외면하고 싶은 것을 그녀는 용케도 집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도 나도 그녀의 댓글이 아팠다고 댓글 하나로 이미지화한 그녀 전체를 매도하는 모습도 섬뜩했다. 누군가를 지목해서 한꺼번에 욕하기는 너무 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 대열에 참여하는 것도.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나도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은 내가 그 누군가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비겁한 안도 밑으로 슬몃 가라 앉고 만다. 사이버 공간은 그래서 자판을 치며 튕겨나갈 칼날을 벼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원래 소심한 성격이 직장 생활도 따악 그런 분야로 가서 더 소심해지고 나이가 들어 켜켜이 얹어지는 소심증까지 한꺼번에 엉켜 나중에 살아서 행동하고 말하는 그런 생명체가 아니라 남 눈치만 보다 구둣점 하나로 오그라들지나 않을까 싶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optrash 2010-10-2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너무나 멀고도 가까워요. 우리는 외롭고 상처받지만 그 어느 것도 우리를 구원해주지는 않을 거예요. (저는 술을 마시면 중2가 되는 거 같아요)

하이드 2010-10-26 03:52   좋아요 0 | URL
중2병

blanca 2010-10-26 20:02   좋아요 0 | URL
poptrash님,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음주 댓글인거죠 ㅋㅋㅋ 중2정도면 아주 준수한 수준이 아닌가 싶네요^^;; 유아 수준이 되는 분들도 있잖아요.

마녀고양이 2010-10-2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버 공간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더 경솔해지고 더 무책임해지고 더 극단적으로 나가는거 같아요. 배려가 부족해지기 쉽상이죠. 저 역시 그렇지만, 글과 사람이 같다고 보기는 어렵죠. 글은 실제 보는 모습보다 훨씬 포장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많은 생각과 많은 반성과 많은 희망, 가을에 어울리지 않나요?
블랑카님,, 힘내요. 지인이 제게 한 말 중에 "타인은 생각보다 당신의 일에 관심이 없다"고 충고해주었는데
그게 묘하게 안심과 위안을 가져다주고 있어요.... 위축된 나를 다독이게 되더라구요.

blanca 2010-10-26 20:10   좋아요 0 | URL
그 분의 충고는 제가 유념해야 될 얘기인 것 같아요.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연말도 다가오고 하니 괜시리 더 위축되는 것 같아요--;;

2010-10-26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6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0-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품 그거 몬 할거더라구요.
저는 한 10쪽이 잘못 된 책 한권 교환하기 위해 10여일을 허비하고 있는걸요~ㅠ.ㅠ

blanca 2010-10-26 20:1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안 한 저가 잘한 거겠죠?^^;; 하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좀 뭣하기는 해요. 가름끈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다 보니 무언가 아주 기묘한 행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열흘이나 걸리는군요. 저는 반품, 교환 이런 거 웬만하면 피하려고 해요.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너무 게을서러서요--;;

프레이야 2010-10-2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상의 소통만이 아닐 거에요.
일상의 소통도 얼마나 허무한지요.
오해, 몰이해, 과대망상, 이기심, 지나친 나르시즘, 이런 것들이 관계를 망치고 있어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문득 소심해져요, 저도. 평소 대담하다 생각했는데..

blanca 2010-10-26 20:1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요새 스산한 날씨에 맞추어 인간 관계에 참 저 자신을 포함해서 고민이 많이 되네요. 요새는 모든 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져요. 어릴 때는 몰랐던 관계에 들어가는 그 사악한 조종의도, 질투, 나르시즘 이런 거가 자꾸 느껴지고 보이고 저도 그런 것 같고. 그냥 푹 엎어져서 내 살이 네 살인지도 모르는 그런 편한 관계에 겁없이 묻혀가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힘들어집니다. 제 자신도 그런걸요.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 카를 융 자서전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조성기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어가면 타협과 체념과 친해진다. 가장 비극적인 타협은 무의미와 하는 악수다. 내가 유한한 존재이고 나의 삶이 역사책의 주석 한 줄에도 끼이지 못하고 그대로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담담하게 읽어 낼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악의 현존도 수긍하고 감내해야 한다.  

감히 삶의 의미, 본질 따위를 논할 수 있는 오만은 예술작품과 종교들이 떠맡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전부인 마냥 오도방정을 떠는 드라마에 중독되고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자문하는 문학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착각일지라도 나의 삶은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지 그냥 어쩌다 뻗어나온 잔챙이 정도로 나와 나의 삶이 폄하되는 것을 맨정신으로 견딜 자신은 잘 서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마냥 취해 있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은 우리보다 질기다. 우리보다 세다. 우리가 죽고도 남는 것들은 쉼보르스크의 말처럼 박물관에 갈 것이다.  

독특한 자서전이었다. 태어나 살고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집착하는 것 같은 외연적인 풍경은 희미한 자서전. 오히려 내면적인 의식의 흐름과 인식의 성숙에 초점이 맞추어져 독자를 아리송하고 난감하게 하는 약간은 불친절한 자서전이었다. 자신의 생애가 외적인 경험면에서 빈약하다,는 프롤로그에서의 그의 엄중한 경고를 명심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자서전이 출간되지 않는 조건으로 제자이자 비서에게 이 자서전의 내용을 구술하게 된다. 여든이 넘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 융은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라고 말한다.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는 사실 좀 난감했다. 끊임없이 언급되는 꿈의 얘기, 연금술에 대한 천착, 신비주의적인 태도가 낯선 이물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이물감은 어느덧 하나의 감동과 경탄의 감정 속에 녹아 버렸다. 어쩌면 불편한 낯섦이 나의 무의식의 원형으로 조금이나마 다가가기 위해 뚫어야 했던 투박한 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융 자신도 대부분의 사람과 자신과의 차이점을 '칸막이벽'들이 투명하여 그 뒤의 것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더욱더 큰 본질적인 것, 의미로운 것들과의 연결 속에서 자기를 응시하는 자아의 모습이 결국 융이 얘기하고자 하는 궁극의 의미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과거의 기억들을 조각조각 이미지로 떠올리며 마치 꿈같다,고 느끼고 지금 집착하고 경험하는 것들이 순간 순간 무의미하다고 되새김질할 때 단편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실재이다. 그러니까 나는 안다. 지금의 것들이 언젠가는 다 무너지고 스러지고 마침내 '내'가 '나'라고 느끼는 이 절대적일 것만 같은 존재의 주체감마저 흩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이 허무의 지점에서 그 두껍고 무거운 철책을 더 밀고 나가 마침내 수많은 우리의 조상들, 역사들, 신화들의 거대한 원형의 흐름 속에 그 허무를 싣고 장려한 존재의 의미를 일깨운 것이 그의 위업이다. 결국 융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는, 나는, 태어나 마땅했고 숨쉬고 꿈꾸고 사랑하며 어떤 더 큰 뿌리와 의미로 내달아 가도록 되어있는 숙명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가 얘기하는 숙명은 비극적이고 허무한 의미의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론적 진동과 닿아 있는 그것이다. 그의 유신론이 교화적인 것이 아닌 지점과도 겹친다.  

다름 사람들이 모두 모르는 것을 홀로 안다고, 생각했던 그는 실로 고독했다. 수많은 적들과 싸워야 했고 그럼에도 그들을 설득시킬 수 없음에 때로 두려워하고 절망하기도 했다. 그의 절망은 아집이나 오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노자가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이 흐리멍덩하구나''라고 했던 고백은 그의 노년에서도 유효했다. 그는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현상과 인간이라는 현상이 너무나 큰 것이 때문에.  

인생과 인간을 무한히 크고 의미있는 것으로 세우는 일이 이 시대에는 이단으로 취급받는다. 현세의 욕구충족과 악의 현신에 걸치적거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수단화하고 기계적인 것으로 치환하여 욕망에 비끄러 매는 것은 사실 삶과 존재의 의미를 흐리멍덩한 것으로 지워 버려야 가능한 일들이다. 생떼같은 젊은이들이 산재로 스러진 얼룩은 이미 우리가 터치하는 액정스크린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그것은 우리의 무의미와 다름 아니다.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하려는 매트릭스 안에 우리는 오늘도 갇혀 그 안을 자유의지로 활보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견딘다. 

그의 자서전은 의외의 마침표를 가지고 온다. 뭉클했다. 위대한 노심리학자, 의사는 어리광처럼 덧붙인다.  

내게는 "그런데 사랑이 없으면"이라고 한 바울의 조건문이 모든 인식 중에서 최초의 인식이며 신성 그 자체의 진수인 것처럼 여겨진다. <중략>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그리고 "모든 것을 견딘다"(<고린도전서> 13:7). 이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아무것도 덧붙일 것이 없다.

 

결국 사랑이구나....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0-19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0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0-19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도 이 책 읽으셨네요.
이 책 너무 어렵지 않아요? 나는 정리를 해내기 힘들었어요.
지금 블랑카님의 리뷰를 보며, 아 그렇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독특한 자서전이라는 점에 동감해요~

blanca 2010-10-19 19:07   좋아요 0 | URL
마고님 따라 읽은 거예요. 마고님 리뷰 읽고...저도 생각보다 너무 안 읽혀서 왜 별점이 그렇게 높나 했어요^^;; 정말 독특했어요. 너무. 후반부로 가니 왜 사람들이 그렇게 이 책을 좋아했나, 수긍이 가더라구요...그런 의미에서 마고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0-10-19 19:17   좋아요 0 | URL
근데 말이죠.........
나 블랑카님이 추천한 <사도세자의 고백> 읽는 중인데,
이 슬픔을 어쩌면 좋을거냐 말이죠! 자자, 책임져요!

blanca 2010-10-19 19:37   좋아요 0 | URL
지금 여기서 놀아요. 공주님께서 늦은 낮잠 중이라 오늘 밤 어떻게 될지--;; <사도세자의 고백> 마지막에 영조가 정조한테 왕위이양할 때 완전 대박눈물나요. 저 콧물,눈물 다 뺐잖아요. 오늘밤 읽으시면 너무 슬프실텐데요.. 낮에 읽으세요^^

프레이야 2010-10-1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또 장바구니행이에요.^^
일목요연하면서도 정곡이 읽히는 리뷰, 감동적으로 가슴 울리는 한 점, 고마워요.^^
무의미와의 악수를 오늘도 하나 더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존재의 의미론적 진동과 닿아있는 숙명, 그런 값진 생과 인간으로서 나는 소중하고,
그 소중함이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나만 가치있고 명석하다고 생각하는 현대판 나르시스들에 비해 노자나 융의 말은 의미가 아주 큽니다.

blanca 2010-10-19 19:3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를 너무 띄워 주십니다.^^;; 꼬옥 소장하고 천천히 읽어 볼만한 책인 것 같아요. 사실 초반부에 좀 지루해서 덮어버리고 싶은 욕구도 좀 있었지만 역시 많은 리뷰어들의 극찬이 맞더라구요. 프레이야님, 언제나 저의 서재를 방문하셔서 소중한 댓글 달아주시니 고마워요. 저 그 이쁜 사진 보고 말았잖아요^^;;

2010-10-19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0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0-1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융의 이런 면이 있었군요.

<인간과 상징> 에서만 그를 만났었는데.. 말이죠. 올려주신 글을 읽으니, 그의 눈길이 느껴집니다.

blanca 2010-10-20 21:4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저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융이 솔직히 비호감이었는데 대략 그의 무게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구요. 이렇게 내면에 줄곧 전 생애를 걸고 천착하는 것, 아무나 못하는 거잖아요...<인간과 상징>은 못 읽어봤어요. 정작 그의 저작은 읽어 보지도 못하고 아는 체 한 것 같아서 부끄럽네요..

양철나무꾼 2010-10-20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융은 융만으로 읽히지 않고,프로이트와 묶어 세트로 인식 돼요.
그래서 일까요?
그의 외로움이 자가당착이라는 생각이 들고,그가 말하는 사랑이 가식 같아서 말이죠~

그런데,이렇게 따뜻한 시선의 페이퍼라니...저도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걸요~^^

blanca 2010-10-20 21:4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안그래도 프로이트와 지지고 볶는 얘기도 나오더라구요. 프로이트가 성이론을 마치 신앙적 교리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다 마침내 그와 결별하고 마는 얘기. 융이 프로이트에 아버지를 투사했다고 고백하더라구요. 솔직히 저도 이 둘은 약간 비호감이었답니다. 그런데 자신의 한계, 무지,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노년이라니...이런 모습은 참 낯설고 대단한 것으로 뵈더라구요. 사실 노년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미화하고 윤색하고 자신의 이론,주장을 합리화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걸 뛰어넘은 모습이 감동적으로 느껴졌어요.

2010-10-20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0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10-2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제가 알기론 유럽쪽에선 프로이드나 융의 심리학은 이제 폐기처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프로이드 이론이 융 이론보다 그런 대접을 더 받고 있긴하지만 융 또한 이제는 그렇게 예전처럼 대접 받지 못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저 말,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다는 말은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본 듯해요.^^

blanca 2010-10-21 20:43   좋아요 0 | URL
제가 융의 이론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융의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자신의 꿈을 지나치게 예지몽처럼 과장하는 대목은 저도 상당히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정신과 치료에서 약물치료와 프로이트식 상담은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대목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기억의집 2010-10-22 09:29   좋아요 0 | URL
물론 저야 심리학에 대해선 개뿔도 몰라서 잘 모르겠지만.
제 친구중에 미국에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무지 친했어요. 고등학교 내내 붙어다녔으니깐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미국 가서 지금 미국 산지가 20년이 넘고 20년동안 한국에 종종 나오면 꼭 저랑 붙어다니다가 미국 가는 친구인데.

그 친구랑 이번에 어떡하다가 연락이 끊어졌어요. 이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그제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 친구도 저랑 끝나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 있는 자기 남동생한테 부탁하고 어쩌고 해서 제 핸폰으로 연락을 했어요.

2010-10-22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군가를 가장 쉽게 울릴 수 있는 화제가 있다.
어머니에 대한...
읽는 이를 속수무책으로 오열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아주 드물게... 

 

"너는 영웅이 될 것이다. 너는 장군이 되고, 가브리엘 단눈치오가 되고 프랑스 대사가 될 것이다!"  지팡이를 짚고 담배를 물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보석을, 모자를 팔고 때로는 시장에서 야채를 팔았던 이 늙은 유대인 어머니는 언제나 어린 외아들의 식탁 위에 비프스테이크를 대령하고 부잣집 도련님 부럽지 않은 입성을 갖추게 했다. 그리고 뭇사람들의 멸시와 비아냥거림 앞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며 예언처럼 아들의 미래를 읊조리곤 했다.  

그.리.고. 이 소년은 자라서 2차 대전 종전 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고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며(규정과 어긋나긴 하지만), 프랑스의 대사가 된다. 그는 물론 로맹가리다. <자기 앞의 생>의 에밀 아자르이기도 하며,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하여 시대의 아이콘이 된 배우 진 세버그의 남편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당치 않은 예언이 발포되는 순간이면 가장 어머니를 미워했다던 바다 같은 눈을 지녔던 소년은 그것을 몸소 구현해 냄으로써 생애의 걸작을 스스로 완성한 셈이 되었다.  

<새벽의 약속>은 로맹가리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제 어머니를 잃고 바다 앞에 엎드린 마흔을 넘은 사내가 복기하는 어머니와의 유년, 청년기는 그 특유의 익살과 재치, 사물과 현상을 예리하게 꿰뚫는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장대한 서사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로맹가리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폴란드를 거쳐 프랑스의 니스에 정착하기까지 난민의 신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스물두 살이 될 때까지 이 늙고 병든 여자의 노동에 의지하여 성장하게 된다.   

나는 어머니의 부서진 얼굴을 볼 때마다 내 운명에 대한 놀라운 신뢰가 내 가슴속에 자라남을 느꼈다.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항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가지고 위험과 대면하였다.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과목마다 과외교사를 붙이고, 어린 아들이 위대한 작가로 성장했을 때를 대비해 멋들어진 필명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 극성 어머니의 거의 신앙 같은 아들에 대한 애정과 숭배는 로맹가리를 인간의 존엄과 정의에의 굳건한 신뢰와 인간됨의 명예에 대해 말하는 작가로 키우게 된다. 그것은 이토록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이 해피엔드로 맺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자 그가 쓰는 일을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영국의 비행 기지에서 새벽 서너 시까지 털장화를 신고 곱은 손을 호호 불며 중편이라도 쓰겠다고 버둥거렸던 그의 열정은 어머니의 헌신에 대한 하나의 의리였다. 그의 삶은 아들을 위해 비어내어 바스러지고 만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 삶에 대한 하나의 대리 재건이었다.  

그토록 어려서, 그토록 일찍, 그토록 사랑받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나쁜 버릇을 들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어디에나 다 있는 일인 줄 알고,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요구하게 된다. 바라보고 갈망하고 기다린다.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그 여명기에 결코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죽는 날까지 찬밥을 먹어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여자가 당신을 안아서 가슴에 품어준다고 해도 조사에 불과할 뿐. 우리는 버림받은 개처럼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무덤으로 돌아와 짖어대는 것이다. 

2차 대전 공군에 복무하던 그는 삼년 간 어머니와 편지로 대화한다. 프랑스를 대표하여 몸을 사리지 않고 언제나 전진하기를 독려하고 적들 앞에서의 굴복을 경계하는 어머니의 날선 조언, 충고들은 하늘에서 하나씩 사라지는 동료들을 목도하며 그 자신 죽을 고비를 수차례나 넘기면서도 언제나 고질병인 절망하지 않는 낙관으로 그를 버티게 한다. 

마침내 개선 장군이 되어 영토 해방 훈장과 레지옹 도뇌르와 무공 훈장, 메달들을 주렁주렁 달고 주머니에는 자신의 소설의 영어판과 프랑스어판을 담고 금의환향한 그를 맞아준 것은 어머니가 삼 년 동안 전장에 보낸 이백오십 통의 편지가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한꺼번에 써서 친구에게 맡겨 규칙적으로 아들에게 당도하도록 한 어머니의 슬픈 깜짝쇼였다는 소식이었다. 어머니는 이미 삼 년 전 아들과의 이승에서의 탯줄만을 남긴 채 용서받지 못할 반전을 준비하고 죽어버렸던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나는 살아냈다.'다. 로맹가리는 화자(어쩌면 그 자신)의 입을 빌려 자신이 죽은 뒤 하늘을 유심히 보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새로운 별자리. 어떤 신의 코를 이빨 전체로 악물고 있는 인간 개의 별자리를. 개개인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신의 낙관주의가 무너지고 난 마지막에 대한 자신의 답편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어머니의 해피엔드이기를 소망했던 그가 그 아름다운 결론을 마땅히 보아야 할 사람의 시선에 고정시켜 주지 못하고 마침내 권총자살로 자신의 삶을 맺은 것을 그의 결론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야 한다. 오리온 자리 옆에 결국 삶은, 존재는 의미롭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신 앞에 으름장을 놓으며 빛나는 마침표를 첨언한 로맹가리가 내려다보고 있을테니까.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0-12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0-1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blanca님!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저는 이 책 읽을때 지금은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로맹 가리가 히틀러를 죽일수도 있었지만, 어머니 때문에 죽이지 않았다는 부분이 엄청 좋았어요. 그 문장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당연하죠;;) 그 문장에 담긴 유머가 정말 너무 좋은거에요. 그러나 제가 로맹 가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유머보다는 그의 인생에 대한 쓸쓸함이에요.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같은. 단편집의 으뜸이죠.

blanca 2010-10-12 21:2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읽으셨군요. 평이 확 갈리더라구요. 단편집은 아무래도 덜 친절하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로맹가리가 유머가 많긴 해요. 다락방님은 그의 인생에 대한 씁쓸함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왠지 다락방님은 읽었겠다, 싶었어요. 왠지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비로그인 2010-10-1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네요. 로자 아줌마의 시신에 온갖 향수를 뿌려주며 마지막까지 함께하던 모모... 그리고 여러 어머니들이 떠오르는군요. 카뮈의 어머니, 바르트의 어머니, 보르헤스의 어머니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품고 있을 만한 그런 평범한 자식처럼 여길 수 없었노라던 고은 시인의 어머니까지... 잘 봤습니다^^

blanca 2010-10-12 21:30   좋아요 0 | URL
후와님, 안 그래도 저도 로자 아주머니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역시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나 봅니다. 저는 사르트르의 어머니가 떠올랐어요. 스티브 킹도. 카뮈와 바르트, 보르헤스의 어머니들도 그랬군요.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는 모녀와는 또다른 그 어떤 절절한 끈끈함이 있는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10-1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로맹 가리의 엄마가 끔찍하게 느껴지네요. 자식에게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부모들의 열정을 뭐라고 해야할까요? 무서워요. 로랭 가리는 엄마의 끔찍한 헌신에 성공한 케이스죠. 대부분이 미치광이 헌신이 실패를 하는데.
로맹가리의 평전을 읽어보고 싶기는 해요. 특히나 진 세버그와의 관계에 대해서. 정말 그녀를 사랑해서 그녀의 뒤를 이어 자살한 것인지도 궁금하고.

blanca 2010-10-12 21:33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ㅋㅋㅋ 벌써 제 주변에 약간 그런 성향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긴 합니다. 저는 극성과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거의 게으른 수준이라 일부러 조금 자극을 받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며느리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런 모자 관계에 개입된 제3자가 느낄 박탈, 상실감. 진 세버그 넘 이뻐요. 기억의집님은 혹시 진 세버그의 영화를 보셨나 궁금합니다. 너무 보고 싶은데 사야 하나 생각중이에요. 진 세버그 때문제 죽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유서에 암시를 흘리긴 했는데 그 부분이 되레 더 진 세버그를 의식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평전 참 좋다는데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안 납니다.

프레이야 2010-10-1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블랑카님 페이퍼 오늘도 고맙습니다.^^
새벽의 약속,은 담아갑니다.
로맹가리의 저 흑백초상을 한참 들여다보게 돼요.
신앞에 으름장을 놓으며 빛나는 마침표를 첨언한, 이런 문장을 쓰는 블랑카님이 사랑스러워요.

blanca 2010-10-13 10:4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읽어 주시고 이런 댓글 주셔서 감사한걸요. 오랜만에 눈물흘리며 읽은 소설 같아요. 왜 사람들이 로맹가리,로맹가리 하는지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2010-10-12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3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3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3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고 싶어요. 제목이 많은 여운을 남기네요.
어머니가 참으로 좋은 영향을 끼쳤어요.
님의 맛깔스러운 글을 읽으며 오늘도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요즘 몸이 좀 피곤해요.

blanca 2010-10-13 10:54   좋아요 0 | URL
세실님...그러셨군요. 그러실 수 있고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몸이 피곤하셔서 어쩌지요? 운동은 하시는지. 저는 요가가 참 좋더라구요. 몸이 피곤할 때 하면 오히려 몸이 개운해지는 게. 강추합니다.

전호인 2010-10-1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리뷰만 보아서도 글을 짐작하게 하지만 새벽의 약속 보관함에 넣습니다. ^^

blanca 2010-10-13 21:58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그렇죠? 예, 보관함에 넣어두셨다 시간 나시면 꼬옥 읽어 보세요...후회 없으실 거예요.^^

양철나무꾼 2010-10-1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가장 쉽게 울릴 수 있는 화제는 어머니'라는 말에 공감을 했던 터라,
'읽는 이를 속수무책으로 오열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말도 믿어 의심치 않으나,
그래서 당분간 멀리 할려구요.

이 가을엔 속수무책으로 오열하고 싶지 않아서요~^^

근데,글이 참 좋아요.
자꾸 들락거리게 되요~

blanca 2010-10-13 21:5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완전 처지는 책이랍니다. 게다가 요새 하늘 보셨죠? 이런 회색 하늘이라니. 이런 시기에는 되도록 밝은 유쾌한 얘기들을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자꾸 들락거리시면 좋잖아요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10-1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눈치오가 되어라...글쎄요...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긴 합니다만 선뜻 그와 같은 남자가 되고 싶진 않은데...왜 아들에게 다눈치오처럼 되어라고 했을까요...남자다운 애국심? 혹시 블랑카 님도 다눈치오를 좋아하나요?

blanca 2010-10-14 20:27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저는 다눈치오를 몰라요^^;;; 노자님이 한 수 가르쳐 주셔야겠는데요? 노자님은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정말 고전 분야에서는 모르는 작가가 없고. 저보다 어리신데도(맞죠?) 저보다 배로 더 성숙하고 박학하신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10-1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브리엘 다눈치오(1863~1938)는 애국주의 성향이 강해서 파시스트로 분류되지요.이탈리아는 크로아티아를 자기들 안마당이라고 여깁니다.크로아티아가 베네치아 공국의 영토이기도 했지만...여하튼 1차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가 패전국이 되어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의 영토가 각각 독립국이 되는데 크로아티아도 그랬지요.그래서 예전 베네치아 공국의 땅이라며 다눈치오는 특공대를 이끌고 피우메(현재 리에카)를 점령하여 이탈리아 애국주의에 불을 붙였지요.

그의 장편 <죽음의 승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어쩐지 일본의 미시마 유키오 분위기가 나는데, 시들시들 사느니 젊었을 때 불같이 사랑하다 애인과 함께 강물에 투신해 죽는 이야기입니다.이 소설은 일제 때 조선의 젊은 엘리트들도 좋아했습니다.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린 작가죠.물론 지금은 잊혀진 작가인데 이탈리아 파시즘의 역사를 언급할 때는 반드시 언급되는 독특한 작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외국작가는 국내에선 거의 애호가가 없습니다.

blanca 2010-10-15 17:55   좋아요 0 | URL
아, 베네치아 공국 안에 크로티아가 들어가 있었군요. 자세한 댓글 감사합니다. 노자님 얘길 듣고 보니 다눈치오가 지극히 파시스트로 보여집니다.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대체 어떤 작가일까요? 클라이스트 좋아한다고 하셨죠?

노이에자이트 2010-10-16 16:34   좋아요 0 | URL
극한의 사랑,극한의 아름다움 등등은 아무래도 퇴폐주의 아니면 파시즘이 되기 쉬운가 봅니다.<죽음의 승리>는 시중에서 구할 순 없고,예전 금성출판사 세계문학전집에 있었습니다.도서관에선 구할 수 있을 거에요.

클라이스트 작품선은 요즘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작품도 재밌거니와 괴테와의 미묘한 관계때문에 서양에선 많이 언급되는 작가지요.

2010-10-15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10-1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요즘 왜 이리 잠잠하신지요?

blanca 2010-10-19 17:4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이유는 간단하답니다.--;; 아이가 낮잠을 안잡니다. 밤이 되면 같이 쓰러집니다. 그리고 안쓰니 더욱 못쓰고 못쓰니 더욱 안쓰고 그렇게 되네요...

stillyours 2010-11-0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어제 KBS 북쇼에 갔다가 이 책 보자마자 블랑카님 생각이 났어요.
어서 읽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책 표지를 쓰다듬었답니다. :)
로맹 가리, 너무 좋아요. 멋진 그이.

blanca 2010-11-01 22:35   좋아요 0 | URL
moon님 북쇼에 가셨어요? 우아..이 책이 소개되었던가요? 저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책꽂이에 멀리 꽂아두지도 못하고 그냥 책상 옆에 눕혀 놓았어요^^;; 무언가를 보고 제 생각이 났다는 그 자체가 참 유쾌한 기분이 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