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김훈 <자전거 여행> 책 머리에 중


 


백전백패할 것을 알고 또 만인앞에 공표하고 그럼에도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설 것을 약속한 사람을 쉽게 저버릴 수 없음을 나는 안다. 삶이 치사하고 남루하고 던적스러움을 눈물을 흘리며 응시함에도 결국 남은 시간 사랑과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하는 초로의 사내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형해이다. 결국 그렇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그의 언어들은 읽는 이를 무장해제 시키고 만다.

생명은 결국 긍정이다. 실존적 고통은 무한한 낙관주의와 긍정을 저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헤어나올 수가 없다. 지금 아프지만 우리는 또 노래하고 꿈꾼다. 김훈은 그걸 고약하게도 너무 잘 안다. 건조하고 예리한 그의 단문들에 자꾸 쓸리우는 듯한 환각은 무언가를 너무 적나라하게 들키고 만 것 같은 낭패감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썰물처럼 쓸려 나가고 해안가에 남은 그의 연필 자국들은 내가 이미 밟아 놓은 흔적과 앞으로 밟고 지나가게 될 삶 그 자체다. 사실 우리 삶이 뭐 그리 드라마틱하겠는가. 누군가가 나의 삶을 기록하게 된다면 어쩌면 날카로운 회한과 망상과 소망의 어휘 몇 묶음이 고작일런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꾸 이야기를 찾아 읽고 서사에 집착하는 것도 결국 그게 아닌 것임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삶이 드라마틱한 여정과 정교한 플롯으로 채워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삶은 생각보다 지루하고 비상식적이고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 결을 쓰다듬으며 부조리와 모순을 하나 하나의 언어로 차례차례 걷어내다 보면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체념을 위한 설득의 얘기에 가까워진다. 여기에 반하는 행위는 도발적이고 매혹적이다. 그게 문학이고 예술이다.


<내 젊은날의 숲>에서는 유독 서사가 휘하다. 민통선 안 국립 수목원 전속 세밀화가인 ‘나’는 언뜻 김훈 그 자신을 연상시키듯 주변을 냉연하고 관조적으로 읊조린다. 말단 공무원으로 뇌물을 공공연하게 받아 상사에게 상납하다 구속된 아버지가 서서히 시들어 가는 모습과 자폐아 아들을 둔 싱글파더 수목원 연구실장이 꽃이 제 색깔을 내는 그 필연성을 설명하고자 그 무위의 시도를 계속하는 모습이 이제 곧 사회로 첫발을 내디딜 학군단 장교의 모습과 서로 교차하고 비껴가는 모습이 나를 통과하여 펼쳐진다. 세상으로부터 겉돌고 헤매는 자들의 메마름, 황폐함을 얘기하는 것은 ‘내’가 도저히 종이 위해 온전하게 옮겨 놓을 수 없는 개별적 생명의 현재성을 지난하게 찾아 헤매는 일과도 같다. ‘나’는 끊임없이 한계를 확인하고 그것에 쓸리우며 멀고 무관한 삼인칭인 ‘그’를 내 눈앞의 이인칭인 ‘너’로 바꾸어 놓고자 한다.

복수초의 노란 꽃 안에서도 오십 년 전 ‘아’와 ‘피아’의 구별이 무너졌던 전장에서 죽어가며 상추쌈을 그리워했던 학군단의 백골 위에서도 안실장의 자폐증 아들의 빛이 내리는 머리 가마 위에서도 울리는 ‘쟁쟁쟁’ 소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안에 움켜쥐고 싶은 사랑과 희망에 대한 가능성의 울림이다. 그 ‘쟁쟁쟁’ 소리는 도저히 화폭에 옮겨 담을 수도 언어로 형상화할 수도 없지만 삶의 골조이자 생의 동인이다. 모든 불가능한 것들을 소망하게 되는 발원지이자 아름다운 것들을 꿈꾸게 되는 몹쓸 환각 지대다.

작가는 육십이 넘어 그 환각 지대에 발을 담궜다. 언어로 도저히 가둘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것들은 더 아름답다. 우리의 인식의 한계의 지평 저너머에 옹크리고 있는 그것들이 결국 우리 삶 그 자체를 지배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전 우주를 다 채우고도 모자랄 만한 것임에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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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1-2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진짜 멋지네요.. 라고 하면 안 되고, 블랑카님 페이퍼 댓글이 이모양이라 죄송하지만, 존나 멋있네. 라고 해줘야 할 것 같아요. ㅎ

blanca 2010-11-23 22:3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ㅋㅋㅋ 저 그 용어 좋아라 합니다. 이런 댓글이 더 좋은데요 ㅎㅎ

굿바이 2010-11-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교자는 오늘도 웁니다 ㅜ.ㅜ

blanca 2010-11-23 22:52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의 배교는 어떤 것에 대한 것일까요? 힌트좀 주셔요...혹 김훈 작가일까요?

2010-11-23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0-11-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저는 백일전백일패... 쿨럭

blanca 2010-11-23 22:54   좋아요 0 | URL
poptrash님, 저도 쿨럭. 저는 백전은커녕 한 십전하면 나가떨어질 깜냥입니다.

비로그인 2010-11-2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면서도 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미 뻔히 알고 있는데, 그 길로 가야만 하는 경우.

blanca 2010-11-23 22:55   좋아요 0 | URL
쥬드님...그런데 그건 머리로 알고 가슴을 따르는 일일까요? 아니면 가슴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머리를 따르는 일일까요....그 앎이 의외의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리기를 바랍니다...

2010-11-23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1-24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오랫동안 음미하고 갑니다^^

blanca 2010-11-24 22:34   좋아요 0 | URL
후와님 좋은 글이라고 하시니 진심으로 부끄럽네요...의욕만 앞서지 항상 너무 모자라요...

cyrus 2010-11-2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유만 있다면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0-11-24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했었어요...자전거에 몸을 싣고 몸전체로 대지 위를 굴러가고 호흡하고 싶은 소망. 하지만 저는 자전거 안장에 앉기만 하면 바로 앞으로 고꾸라진답니다. 겁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어요. 언젠가는 또다시 도전해서 신나게 가로수길을 달리는 꿈을 가져 봅니다.^^
 
죽음의 무도 -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제니퍼~ 제니퍼..."
초등학교 저학년 때 TV에서 방영된 한 편의 공포 영화로 나는 몇 날 며칠을 앓아야 했다.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외출했던 길 두 동생이 장난으로 잠든 언니의 운동화 끈을 서로 묶어 둔 것이 차량 사고로 인해 차체에서 불이 나고  혼자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는 사고로 이어진다. 그 후 그녀의 유령이 집안에서 출몰하는 괴괴한 영화였는데 침대 밑에서 동생 이름을 부르는 그 오싹한 목소리와 사악한 웃음이 내내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나의 눈과 귀에 달라 붙었다. 한 마디로 죽을 노릇이었다. 잠자리에서 몸을 뒤챌 때 내가 내는 소리마저 외부에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사각거림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나는 공포 영화를 더욱 찾아 보며 의도적으로 그 음습한 두려움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져 버렸다. 무서운데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성인이 된 이후로도 그러한 경향은 계속되었다. 전문적으로 공포,환상 영화, 소설의 계보를 꿸 정도로 제대로 된 장르팬이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극렬한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찾아 헤매는 한 마디로 속수무책의 괴이한 관람자였다. 그러던 것이 공포 영화를 단칼에 끊게 된 계기가 공수창 감독의 <알포인트>였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그 영화는 공포를 일으키는 실체를 슬쩍 숨기고 병사들의 공포감 자체를 영상 안에 가두는 방식으로 관객의 심리적 급소를 누르고 있었다. 사라지는 병사들. 남은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와 고립감 등이 절정에 치닫다 모호하고 열린 결말을 남긴 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던 그 스크린에서는 금방이라도 그 두려움의 실체들이 뛰어나와 내 몸에 엉길 것 같았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후 일주일을 나는 엄마와 함께 잤다.

이 책은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나의 과거를 다른 전문가로부터 해명받기를 원하는 마음 반, 스티븐 킹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범퍼가 없을 것 같은 기발한 재치, 익살의 직설화법에 대한 기대 반으로 출발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런 공포 영화들을 불편한 감정임에도 끊임없이 찾아 헤매었으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장르에 열광하고 있나,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조금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미 맛보았던 그의 명쾌하고 유머러스한 화법은 은근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그가 그런 가벼운 입담에만 의지하는 작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작품으로 증빙된 바 있지 않은가. <스탠 바이 미> 같은 자전적 유년 회고담 같은 소설은 그가 책을 너무 많이 팔아서 되레 적절한 문학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작이다. 사고로 죽은 아이의 시체를 찾아 떠나는 소년들의 좀 영악해 봬기도 하는 탐험기는 묘하게 이 책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죽음의 무도>는 공포스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그 심리적 유인을 탐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공포 장르의 계보를 스티븐 킹의 안내로 따라가 보는 여정에 더 가깝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공포 장르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다면(사실 있어도 제대로 계보를 꿰고 있기는 해야 한다) 그 수많은 공포 환상 소설 작가군들과 그들의 생소한 작품들, 미국 TV 시리즈물, 영화들의 고유 명사에 질식해 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다분히 전문적이고 장르적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가야 갑자기 중반부에서 미로에서 길을 잃고 만 것 같은 망연함에 맞닦뜨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길을 잃었다. 그것도 여러 번. 그럼에도 스티븐 킹의 간명한 직설화법과 독설은 길 잃은 양을 채근질해 목적지로 데려다 놓지 않고는 못 배길 만한 것이었다. 덧붙여 스티븐 킹은 결국 이 책에서 공포 장르에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도덕성 논란에 대한 해명과 공포 장르가 가지는 독자적 가치에 대한 강변에 목소리를 돋우고 있다.  

   
  우리가 괴물스러움이라는 개념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열망하는 질서의 재확인인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를 보고 공포 장르 책을 읽는 것은 그 가상의 체험을 통해 우리의 디오니소스적 면면에 대한 해방과 괴이한 상처를 절개함으로써 일상에서 더욱더 건강해지는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할 수는 없지만 무서운 이야기에 열광하는 우리들의 심리에 일견 변명거리를 안겨다 주는 면도 있다. 그러나 군데 군데 드러나는 그의 보수적인 정치 논객으로서의 면면과(베트남전을 선한 의도에서 나온 전쟁이라고 언급, 이란 지도자를 줄곧 조롱하는 대목 등) 팍스 아메리카나의 우월감을 묘하게 흘려놓는 모습은 거부감이 일었다. 게다가 코드가 맞지 않거나 스스로의 기준에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되는 다른 작가군들을 신랄하게 욕하고 비평가들에게 악담을 반복하여 퍼붓는 모습은  불편하기조차 했다. 호불호가 확 갈리는 성향인 듯 <화성연대기>의 레이 브레드버리는 신이 그를 창조하고 거푸집을 부서뜨려 버렸다고 극찬하고, 시드니 셀던 같은 작가는 똥멸치 피자와 균형 잡힌 피자의 차이점도 모른다고 비아냥거린다. (더한 얘기도 많다)

공포 이야기의 최대 관객은 어린이라는 그의 얘기는 그 두렵고 무서운 것들에 이끌려 상상과 실재를 뒤섞어 버리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이 책은 공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내면의 어린 아이가 주도했던 그 환상의 세계에 대한 복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어우러짐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다. <스탠 바이 미>의 소년들은 이 책에서도 뛰놀고 있는 것이다. 상상력의 근육이 나날이 굳어가는 어른인 우리는 스티븐 킹한테 끝장이라는 독설을 들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펀치를 한 대 얻어 맞아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의 저력이기도 하다. 욕쟁이 할머니의 식당에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모습 처럼. 

   
 

 맞다. 내가 작별 키스 대신 당신에게 남기고 싶은 것이 바로 그 단어인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우러러 보는 그 단어. 어른이 된 우리들이 이야기 속에서만...... 그리고 꿈속에서만 참된 의미를 재발견하는 그 단어.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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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1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공포이야기에도 저런 멋진 교훈을 심어주냐구여, 글쎄~~~~~
울 블랑카님은 천상 글쟁이야!
난 겁이 좀 심하게 없어서 10살때는 혼자서 불꺼놓고 '전설의 고향'을 시청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애 셋이 모두 나를 안닮고 겁많은 아빠를 닮았어요~푸히히~
뭐냐, 이 엉뚱한 댓글은?

blanca 2010-11-18 22:49   좋아요 0 | URL
전설의 고향, 하시니 갑자기 또 내 다리 내놔~가 생각나요--;; 저는 맨날 잠 못자면서 계속 보곤 했거든요. 마기님 대단하세요. 불까지 꺼놓고.. 애들 셋이 다 아빠를 닮은 거예요? 제 딸도 완전 겁 많은데. 제가 원래 겁 되게 많거든요. 롤러코스터 한 번 타고 펑펑 울었던 게 대학교 때였다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

감은빛 2010-11-18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이 리뷰가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저는 웬만큼 무서운 영화를 봐도 별로 감흥이 없어요.
언급하신 '알포인트' 역시 그닥 무섭지 않았습니다.
다만 훌륭한 '반전영화'로서 그리고 존재론적 화두를 던져주는 영화로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 이 책을 보고 조금은 관심을 갖긴 했는데,
블랑카님 리뷰를 읽고나니 제 취향은 아니군요.
관심을 끊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blanca 2010-11-18 22:51   좋아요 0 | URL
알포인트 안무섭다고 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제가 좀 겁이 많아서 더 무섭게 봤나 봐요^^ 그죠, 알포인트는 공포 그 자체보다 공포심에 초점을 맞춰서 그간 본 공포영화와는 좀 색다른 감흥을 주었던 것 같아요...저는 유달리 알포인트 보고 가위에 눌려서 주변 사람들도 다 놀리고 그랬답니다. 지금도 공수창 감독 영화 케이블에서 해 준 것 눈 감고 반도 못보고(무서워서) 궁금해서 죽으려고 하고 그렇답니다.--;; 저는 그 감독한테 약한 가 봐요. 이 책은 이 장르에 큰 관심이 있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0-11-18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으론 아무리 호러스러운 거라도 잘 읽어요.
스티븐 킹은 예전처럼 호러스럽다기 보다는 고딕스러워지는 것 같지만~
이 책 망설였었는데 말이죠,읽고싶어지는 걸요~^^

근데,영상으로 펼쳐지는 것엔 약해서...
오늘 초능력자를 보고 와서,못자고 이러고 있습니다여~ㅠ.ㅠ

blanca 2010-11-18 22:53   좋아요 0 | URL
초능력자! 안그래도 제가 가는 다른 온라인 까페에도 그 얘기가 있던데 무서운가 봐요. 고딕스럽다. 양철나무꾼님 안그래도 고딕소설에 상당히 많은 장을 할애했더라구요. 그죠, 저도 책은 그렇게 안 무섭게 느껴지는데 공포 영화는 얼마나 절절대며 본다구요. 일본판 링 보고 의자에서 미끄러졌답니다. ㅋㅋㅋ 그 화면에서 귀신 기어나오는 장면 보고...

2010-11-18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8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1-1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블랑카님, 서재에 한 번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호러 문학의 역사를 알 수 있군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다른 작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좀 그렇네요. 스티븐 킹이 비판했던 작가들의 작품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하지만
레이 드레드버리와 시드니 셀던을 심하게 까대다니,,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런 스티븐 킹의 서술에 익숙치 않을거 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0-11-18 22:57   좋아요 0 | URL
cyrus님 스티븐 킹이 미국 작가들의 화법이 대개 그러한 건지(에세이류에서) 굉장히 직설적이더라구요. 현존 작가나 영문학 교수들 중 몇을 아주 심하게 욕을 해서...저는 이게 영어라는 언어와 관련된 문제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식의 욕이 흔치 않으니까요. 문화적 언어적 차이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아주 진지하고 좋은 책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특히 장르팬들한테는요...

비로그인 2010-11-2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러는 제가 거의 보질 않는 장르이지만 스티븐 킹의 "It" 은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기준에는 마지막에 좀 요상하게 끝나는게 아쉬웠지만 이건 뭐 누가 뭐라할 수 없는 그의 스타일이겠지요.

책에 관해 올리신 글을 읽으니 묘하게 중첩이 이뤄지는 부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20대 초반에 보고 아직도 끊임 없이 찾게 되는 몇몇 영화들. 저는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잔인한 영화보다는 있을법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광기, 묘한 초자연적(초자연적이라 믿는 현실)인 소재를 다룬 것들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본 가장 무서운 장면을 좀 떠올려보면.. 트윈 픽스에서 카일 멕라클란이 마지막에 거울을 보던 장면, 샤이닝에서 똑같은 글자를 끊임없이 쓰던 장면, 엑소시스트에서 젊은 신부가 그 악마와 대면하던 장면들이네요..

으..오늘은 문 꼭 닫고 자야겠습니다. ^^


blanca 2010-11-22 20: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문 닫고 주무셨어요? 갑자기 학교 졸업반때 평상에서 무서운 얘기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 커서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던지 누가 혼자 화장실 가서 남자임에도 찬송가를 크게 불렀다던 얘기하면서 막 웃고 그랬는데...

트윈픽스, 샤이닝, 엑소시스트 다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설명만으로도 괜히 오싹해지는걸요. 그리고 샤이닝에서 똑같은 글자를 끊임없이 쓰던 장면. 아 이 얘기만으로도 갑자기 그 고등학교 때 했던 귀신 부르던 장난 생각나고--;; 바람결님이 갑자기 저를 더 무섭게 하고 가시네요--;;

프레이야 2010-12-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이달의 2관왕 축하드려요^^
저도 공포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게 '알포인트'에요.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너무 무서웠어요.
공포감 그 자체에 대한 공포랄까, 섬뜩하니 소름이 확 끼치는 경험이었어요.

blanca 2010-12-13 21: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사드려요^^괜히 연말에 이사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져서 댓글도 늦어졌네요. 혹한에 이사 날짜가 잡혀 심란하기도 하지만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프레이야님 감기조심하시고 올 한 해 마무리도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스타벅스에서는 4100원짜리 카페라테가 팔리고, 역 앞 별다방서는 3천원에 하룻밤 잠자리를 판다,(한겨레21호 '방이 아닌 방에 살기')는 기사를 읽으며 며칠 전  라떼를 사들고 백화점 매대 판매 여직원의 뒤에서 마셔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리배치가 공교롭게 그렇게 되어 앉아서 서 있는 그녀의 생업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경험은 어쩐지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그것이었다.  

머리로 입으로 펜으로 대의를 지껄이고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척 하기는 비교적 쉽고 폼새 나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도 사회운동가도 정치인들도 종교인들도 정작 그들의 땀과 눈물, 냄새를 여실히 느끼고 손을 잡으라 하면 머뭇거리고 외면할지 모른다. 실제 자발적 노숙자 생활을 경험했던 조지 오웰도 그것에 익숙해지기는 힘든 일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사랑은 멀리 떨어져 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에서도 록펠러 평전에서도 업든 싱클레어의 <정글>은 20세기 미국의 정재계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경악,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르포도 기사도 아닌 소설가의 픽션이 대통령이 직접 조사관을 파견해 상황을 파악하게 하고, 식품의약품위생법, 육류검역법을 제정하게 하고 오늘날의 FDA를 설립하게까지 한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목가적 환경에서 시카고의 가축 수용장 지대로 이민 온 가족이 비숙련 노동자로 전락하여 파멸의 나락으로 치닫는 과정을 마치 르포르타쥬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최하층 노동자들의 삶과 절망, 패배감을 마치 끌로 새기듯 문장 하나 하나가 거칠고 예리하게 형상화하고 있어 백 년이나 지난 오늘 읽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무리 이건 소설이다,라고 자기암시를 넣어도 리투아니아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데리고 와 결혼하여 가정까지 이룬 청년 유르기스가 겪는 그 수많은 부조리들, 빈곤들, 패배들, 억압들이 속수무책으로 스며들어 와 독서 자체를 고통스럽고 처절한 것으로 그의 삶에 동화시켜 버린다.  

   
 

 그의 영혼은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는 그때 문명 세계를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그 세계는 바로 가지지 못한 자들을 예속시키기 위해 가진 자들이 만든 야만적 질서만이 중요시되는 세계였다. 그는 가지지 못한 자였다. 그에게는 모든 바깥 세상과 모든 인생이 하나의 커다란 감옥이었다.-p.377

 
   

그가 일하는 가축 도살장 지대의 생생한 묘사는 지난 광우병 파동 때에도 화제가 되었다. 소위 "다우너"를 몰래 도살대로 올려 보내는 특별 승강기에 대한 언급은 1세기의 시간 차를 무색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결핵에 걸린 소는 살이 쪄서 오히려 환대 받았고 '불고기 햄'을 각종 고기 찌꺼기와 부패한 부위들을 화학 약품으로 처리하여 만드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과연 그 공정이 오늘날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작가는 대중들이 이러한 대목들에 분노하여 먹거리의 위생 문제를 공론화한 것에 "나는 사람들의 심장을 겨냥했는데 위에 명중하고 말았다"라는 말로 정작 얘기하고 싶었던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사실 이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인간소외 문제라는 접점을 가지고 있다. 도살장의 톱니바퀴로 전락시킨 노동자나 그들의 손에서 인간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을 가공하게 한 것이나 결국 인간, 생명이 가지는 그 본연의 절대적 가치를 경시한 탐욕과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이러한 인간의 소외는 개선은 커녕 더욱 가속화되어가는 실정이다. 다만 그 방법이 더욱 고도하고 교묘하여 정작 소외되는 인간 자신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본주의의 부속품으로 스리슬쩍 끼워져 들어가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 안위하는 지경에게까지 이른 것이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닐까. 인산 비료가 풀풀 날려 온 몸의 땀구멍에 다 스며들어가는 대신 반도체 공장에서 온갖 유독 화학 물질에 서서히 건강한 세포들이 잠식되어 가고, 부패한 잡육이 뒤섞인 소세지나 햄대신(자신할 수는 없지만), 각종 유해 화합 첨가물이 교묘하게 들어간 음식들을 먹는 풍경으로 대체되었다.   

유르기스가 아내 오나를 잃고 결국 아이까지 진창 속에 빠져 죽게 되는 비극을 겪은 후 본인이 사기, 타락, 부패한 금권선거운동원의 일원으로 전락하는 과정은 아니러니하지만 슬픈 필연 같다. 그가 고통과 굴욕에 무뎌졌던 것처럼 다음에는 악덕에 무감각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마치 가장 나쁜 인생의 드라마를 근거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친구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해하고 감내하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그는 갑자기 사회주의에 투신하게 된다. 이 결말은 도식적이고 나이브하다는 평을 많이 받게 된다. 실제 번역자는 초역에서 이 결말을 생략해 버리는 모험을 감행한다. 작가가 갑자기 자신이 실제 경도됐던 이념을 교조적으로 주입하려고 하려는 대목은 지루하고 생뚱맞은 면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설의 사회적 역할론이야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 작품의 결말은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의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소설의 서사에 첨언처럼 간주한 것이 작품의 완결성을 높였다기 보다 완성도를 떨어뜨린 것같다. 

이 책은 1979년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채광석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으나 곧 판금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채광석은 그 자신이 민중적 민족 문학에 투신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절명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여전히 정글로 기어들어간다. 언젠가 반드시 우리 손으로 만든 정글에서 그 가시덤불에 뒤얽혀 우리도 절명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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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2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1-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톤 싱클레어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자본주의를 지키는 불독'이라고 해버렸지요.아주 화끈하게! 미국에선 프랭크 노리스와 함께 20세기 초 미국노동문학의 대표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싱클레어만 알려졌어요.

blanca 2010-11-12 21:59   좋아요 0 | URL
노자님, 이 책 그런데 묘하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싱클레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미워하면서 숭배한 것이 아닌가 싶게 결말까지 흡사하더라구요. 교조적 연설. 프랭크 노리스는 몰랐어요. 한 수 배웁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1-13 16:13   좋아요 0 | URL
사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도 그렇고 그의 작품이 반혁명적 반동적이잖아요...싱클레어가 그런 걸 싫어했지요.

정글에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통조림에서 사람손가락이 나온...으...공포영화 수준이었죠.

비로그인 2010-11-14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이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마음이 좀 쿡쿡 쑤시는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으려면 더 늦게 깨어 있어야겠어요..

blanca 2010-11-14 22:37   좋아요 0 | URL
맘이 아프시면 안되지요...괜히 어쭙잖은 페이퍼로 미안해지는걸요. 일요일저녁 기분 좋게 보내시라는 인사가 좀 무리일 수는 있겠지만 바람결님, 오늘밤 평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하기를....

후애(厚愛) 2010-11-1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세요~
감기조심하시고요.^^

blanca 2010-11-15 21:55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요. 감기는 심하게 앓고 난 후라 다시는 안 걸리려고 작심 중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여기 한국 지금 무지 추워졌어용--;;

마녀고양이 2010-11-1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런 책 잘두 읽네.

나는 요즘 우울해서여, 할리퀸 7권 외국 로맨스 2권 읽어치우고
다른 것은 손도 안 댔어요. 덕분에........ 수업 진도가 엉망이예요! ^^

blanca 2010-11-15 21:57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마고 언니, 근데 우울함 안 되요. 저는 감기가 나아서 그나마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지난 일 주간은 정말 세상이 검게 보이더라구요. 어질어질하고..이제 마고님과 저 이 감기로 이번 겨울 감기는 그만 걸리고 힘차게 즐겁게 한 해 마무리해요.(사실 저도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비로그인 2010-11-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겁고 슬퍼서 읽기 어려운 책이었을텐데...
블랑카님~~잠수하는 동안 아름다운 블랑카님의 글이 참 그립더라구요.
역시나 감동 이따만큼 받고 가요^^

blanca 2010-11-17 20:14   좋아요 0 | URL
그립다,는 말은 언제나 감동적입니다. 마기님....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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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의 총합이다. 적어도 마침표 앞에서는 그렇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에 대한 기억은 남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기억 안에  온전하게 가둘 수는 없다.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추억들도 사실은 수많은 틈새를 자의적으로 메우고 바랜 지점을 덧칠하여 꺼내 보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기억은 허술하다. 그리고 방약무인하다.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은 그 사람의 눈매는 흐릿해지고 맨홀에라도 던져 봉인해 버리고 싶은 그때의 수치스러운 장면은 제멋대로 떠올라 밤잠을 설치게 한다. 이 책에 인용되어 있는 체스 노테봄의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는 표현은 기억에 대한 기가 막힌 형상화다. 우리는 기억을 부릴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삶 전체가 응축되어 기억의 저장고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대면하는 허무함과 당혹감의 핵심일런지도 모른다. 결국 가장 힘이 센 것은 무자비한 시간의 화살촉이 과녁과 어긋난 곳에 꽂히자마자 떨어지는 기억의 부스러기들이고 가장 무력한 것은 그것을 보자마자 생의 뒷덜미를 붙잡히고 마는 우리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드라이스마의 이 책은 기억의 오류와 비대칭성, 데자뷰, 죽음을 목전에 두고 목도하게 되는 삶의 파노라마, 삶의 진행에 대한 주관적 속도감 등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학설이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고 저자가 때때로 조심스럽게 개입하여 그 균형점을 조율하여 주고 있다. 읽는 즐거움과 앎의 즐거움을 함께 가질 수 있다.  

갑.자.기. 기억이 되돌아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며 나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을 일부러 사서 먹어 보기도 했다. 작은 봉지에서 나온 조가비 모양의 엄지손가락 만한 빵은 기대와는 달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파티쉐의 환상에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언급되는 어린 시절의 프티트 마들렌은 작은 소품 정도로 동원되었던 듯하다. 프루스트는 차에 케이크를 적셔 먹다 콩브레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돌아옴을 느꼈고 나는 마들렌을 볼 때마다 건강하고 당찼던 삼순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후각은 기억 저장에 필수적인 해마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후각은 뇌와 특별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프루스트는 숙모가 그에게 주곤 했던 프티트 마들렌의 향을 음미함으로써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비내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가 후두둑 듣고 무언가 끼쳐오는 그 한없는 비릿함과 그리움이 느껴질 때면 스냅 사진처럼 몇 장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되돌아온다. 후각은 그리움을 몰고 오는 감각인 것 같다. 가장 원시적인 감각을 통해 느끼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순수의 원형인 것인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질긴 상념에 불과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왔음에도 예전에 와본 듯한 묘한 느낌에 감싸이는 데쟈뷰에 대한 설명은 지극히 과학적이다. 그건 하나의 환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잦은 데쟈뷰 현상의 경험은 병리학적으로 진단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정한 형태의 정신분열증과 간질의 전조증상으로 환자들은 흔히 데쟈뷰 현상을 경험한다고 하니 이제 홍차를 찰랑이며 데쟈뷰에 낭만적으로 몸을 맡기는 사치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챕터에서는 기억이 시간 감각의 핵심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 주간에 시간이 전광석화처럼 휙휙 사라짐을 느낀다. 그런데 막상 직장에 복귀하면 벌써 날짜가 이렇게 됐어? 라고 하며 역설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내가 경험하는 시간은 정작 짧게 느끼고 회고하는 시간은 길게 느끼는 이 역설이 결국 삶의 진행 속도와도 닿아 있다. 첫사랑, 첫키스, 첫직장, 첫출산 등 수많은 처음으로 점철되는 이삼십 대와 중년 이후 노년기의 비교적 단조로운 시간들의 길이는 주관적으로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고여 있는 시간은 경험할 때는 길고 회고할 때는 더없이 짧아진다. 시간을 길게 늘이고 싶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우라는 저자의 조언을 기억해 두고 싶다. 새로운 시도들, 관계들이 쪼그라들면서 우리가 기억할 거리들도 덩달아 줄어든다. 기억할 거리들을 질러주는 무모함이 휙휙 지나가 버리는 시간의 뒷덜미를 조금이라도 움켜쥘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행도 더 많이 가고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일도 더 많이 해서 차곡차곡 회상할 꼭지들을 집채처럼 모아두고 싶다. 자서전을 쓴다면 거의가 휘하게 뚫려 있다는 중년 이후의 삶들을 실팍하게 살찌우고 싶다는 치기를 부려 본다.    

죽음 앞에서 몇몇이 경험한다는 과거 삶의 파노라마의 향연은 결국 살아가는 일이 기억거리들을 쌓아두는 일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내가 하는 말, 상대의 눈망울, 상대가 돌려준 말, 그리고 때로는 나의 눈물, 웃음 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차창 풍경처럼 뒤로 밀려나가고 있다. 잘 봐 둘일이다. 아무데나 드러누울지라도 그것은 나의 분신이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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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07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리에 누우려다가.

제 마음에 오솔길 같은 흔적을 남긴 영화, <미스터노바디/MR. NOBODY> 가 갑자기 생각나서 댓글 남깁니다. 삶, 기억, 선택.. 영화를 보고 제가 머리에 담아 둔 느낌들과 blanca님이 쓰신 글의 분위기가 왠지 꽤나 비슷해서 말이지요.. ^^

흠. 출근할때 종종 들리는 빵집의 계산테이블에는 마들렌이 늘 자리하고 있는데요. 아마 언젠가 나이가 들어 마들렌을 먹게 된다면 그 빵집에서 풍기던 냄새와 상냥한 점원의 이미지부터 온갖 기억들의 나열이, 그 시기의 삶의 단편들이 펼쳐질 것 같네요 ㅎ

마치 푸르스트의 그 구절처럼, 오래된 책 속에서 메모 하나를 발견하고 거꾸로 시간을 감듯 말이지요..

blanca 2010-11-08 21: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그러셨군요. 미스터 노바디는 보지 못했지만 삶, 기억과 관련된 영화라니 반갑네요. 출근할 때 빵집을 들르시는군요. 저는 예전에 출장다니다 슬쩍 백화점 지하에서 처량하게 혼자 샌드위치 하나 사 먹곤 했었는데 ㅋㅋㅋ 그 땐 너무 고되서 그 여유도 참 고맙더라구요. 마들렌, 정말 진짜 같은 마들렌을 홍차와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월요일 시작이 너무 고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또한 상대적이라고 하잖아요?
결국 나에게 느껴지는 시간만이 진짜이기 때문에, 상대는 어떻게 체감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인가봐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보면,
지구 밖을 여행하는 조종사의 경우 빛의 속도에 근접할수록 늦게 늙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제3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거고, 결국 당사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산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느낌을 받았는데. 장엄함? 머 이런거. ^^

아, 나두 이 책 읽어야겠다, 잼나겠어요~ 역시.

blanca 2010-11-08 21:02   좋아요 0 | URL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코스모스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 결국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참 아름답고 신비한 이론이란 것은 알겠는데 쉬운 예시를 들어줘도 저의 굳은 머리로는 영 납득이 잘 가지 않더라구요.--;; 마고님, 이 책 꼬옥 읽으세요. 마고님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잼나고 유익해요. 이런 거 연구하며 사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2010-11-08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0-11-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내음과 어린시절, 공감하면서 저는 마당의 샘에서 흘러나오던 세숫비누향도 추가요.^^ 후각이 몰고 오는 그리움.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을 못 느끼듯 모든 감각에 앞서 가장 원천적인 모양입니다.

저는 점점 많이 버려야겠단 생각을 해요. 기억도 마찬가지로. 기억이 추억이 되는 건 노력이나 결심보다 어쩐지 우연의 요소가 많더라구요.

blanca 2010-11-08 21:06   좋아요 0 | URL
깐따비야님, 세숫비누향 하시니까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가 생각났어요. 비누향 나는 오빠 얘기가 나왔었던 것 같은데...그죠. 자꾸 기억을 붙들고 맴도는 것 그게 바로 노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 만들어 나갈 기억이 더 중요할텐데...저도 그러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2010-11-0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는 어느 시인의 詩를 보고 난 뒤, 뭐든지 흐르는 것만 보면 '세월'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계절적 mode에 빠져 지내는 요즘인데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보게 된 낙엽들-나뭇가지에 붙어 있을 때만 해도 아침 햇살을 받아 너무 찬란하게 빛나 보이다가 휙~ 하는 순간 사정없이 아스팔트 위로 나뒹굴자 말자 휭하니 부는 가을바람과 함께 뒤섞여 억지로 빠른 춤을 추듯이 총총거리며 어디론가 휩쓸려 가던-의 마침 행진을 보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몇 가지가 함께 떠올랐는데, 쌀쌀하고 쓸쓸한 날씨 만큼이나 인간 존재의 삶의 끄트머리를 겹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흐르느 시간의 엇갈린 방향'을 서로 지켜보느라 너무 슬펐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생각나고,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도 떠오르네요(세네카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답게 '철학'을 공부하면 짧은 인생을 길게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하더군요.).

이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너무 좋은 글이네요.


blanca 2010-11-09 17:06   좋아요 0 | URL
oren님 댓글이 시 같아요. 이 책에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언급되어 있어요. 저는 보지 못했는데 봐야 겠다고 생각만 해 두고 있었는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함께 챙겨 보고 싶어집니다. 세네카의 좋은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요즘 낙엽을 보면 갑자기 시간의 경과를 확 느끼게 되더라구요. 소멸의 계절이 오니 허무감도 밀려오고 그런 와중에 oren님이 바람에 휩쓸려 가는 낙엽들을 춤춘다,고 얘기하시니 또다르게 낙엽을 보게 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oren의 발음이 오랜. 참 좋다,고 느꼈어요. 닉네임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지네요^^;;

프레이야 2010-11-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아무대나 드러눕곤 하는 기억을 되살려 다독이고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정말 그게 나의 분신이기도 한데 때론 그게 그리 미울 수가 없어요.
삶은 기억의 총합이니 분노한 개들의 총합이기도 하네요.
이럴수가 흑 ㅠ 명랑하고 행복한 개들의 총합이 되도록 기억을 잘 대해줄래요.
그동안 기억을 너무 홀대했어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사랑하는 한 사람^^

blanca 2010-11-10 00:1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갑자기 불현듯 엉뚱한 기억이 떠올라 회한에 젖어들 때가 있어요. 요즘은 더욱 그렇네요. 제가 기억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어요. 요새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을 많이 배워가는 중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며 깨달아 가고 잃어가는 것들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는 이 도시가 가진 제왕다운 풍모에 감탄하고 말았다. 자신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확실히 장식하고 있다는 걸 아는 데서 비롯된 당당함과 도도함, 즐거움과 위대함이 있다.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로마처럼 나이를 먹고 싶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러나 다시 한 번 로마에서 살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여행하러 오는 거라면 몰라도 사는 것은 이제 질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 먼 북소리>

 

 

 

 

 

 

 

 

이제 막 실패한 결혼과 길고 지독한 이혼 과정을 거친 후, 결국에는 가슴 아픈 실연으로 끝나버린 열정적인 연애 사건까지 겪은 삼십대 중반의 전문직 미국 여성은 로마를 찬미한다. 그녀에게 로마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이탈리어를 가르쳐 주기 위해 공모하고 터무니없이 ,가슴아프게, 어리석을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들로 넘쳐나는 요정의 도시다.  

이질적인 문화에 둘러싸여 고립된 생활 속에서 자신의 근원을 파내기 위해 로마로 들어선 일본인 작가는 차를 잠시 주차하면서도 카스테레오를 뜯어 들고다니며 어깨에 맨 가방까지 사수하며 주변의 모든 시선을 잠재적 사기꾼과 도난꾼의 그것으로 의식해야 함에 지치고 만다. 엉망진창인 공공서비스, 타인의 고난에 대한 무신경함, 날치기, 사기, 도난 등이 끈끈하게 엉겨 있는 그곳에서 하루키는 독자를 상대로 드잡이라도 할 태세다. 행간에 배어 있는 그의 분노, 억울함, 짜증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리즈가 아름다움의 창조와 감상에 스스로를 바치는 진지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상찬한 바로 그 로마인들을 향한 것이라니. 이건 마치 어느 한 사람을 두고 두 명이 번갈아 와서 쟤는 순 허풍만 떨고 불성실한데다 도벽까지 있대, 같이 놀지마! 라고 하고 다른 한 명은 걔 정말 활달하고 재미있고 섹시하지 않냐, 고 추어주는 격이다. 

그렇담 빨라죠 아이스크림을 세상에서 가장 눈물나게 귀엽게 핥아 먹는 공주님이 거닐던 그 광장의 이미지 한 컷으로 로마를 기억했던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그래, 너희들 얘기도 맞지만 내가 한 번 직접 만나 보고 판단할게, 라고 말할 수밖에. 하지만 조만간 가능할 것 같지는 않으니 계속 걔의 뒷담화를 좀 적나라하게 해보자, 라고 독려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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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하 blanca님. 이렇게 콕 집어내시다니... 너무 재미있잖아요!! 못된 것들 같으니라구. 하핫.
음, 저는 하루키의 손을 들어주겠어요.

blanca 2010-11-04 12:3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런 거예요? 이 둘의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이지 직접 가보고 제가 판결을 내려주고 싶은 심정이라니까요. 한 명은 줄곧 욕을, 다른 한 명은 기가 막히게 칭찬을 해대니 직접 만나 보고 싶을 수밖에요^^;;

... 2010-11-04 13:42   좋아요 0 | URL
로마는 최고예요. 뭐라 말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 곳에서 산다고 가정하면..... 하루키의 말이 옳다고 느껴져요. 무엇보다 전 "로마처럼 나이를 먹고" 싶지는 않네요. 로마대신 들어갈 수 있는 도시/장소가 얼마나 많은데... ^^ 아무튼 재미있었어요, blanca님.

하이드 2010-11-0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뜩 드는 생각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걸까요? 먼북소리를 그리스 로마 여행하면서 읽었어요. 엄살없는 하루키인데 이 책은 좀 어둡죠.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초긍정녀에요. 부러워요. 근데 이번 결혼해도 좋아에 앙코르 여행 나오거든요. 아주 힘든 상황에 여행하는 그녀는 제가.기억하는 앙코르와 다른 모습을 보고 오지요. 책만 독자와 작가가 함께.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도 장소와 여행지가 함께 만들어나가나봐요. 제경우에는 무지.아팠을때 여행했던 터키에 대해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blanca 2010-11-04 12:3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아 남녀의 차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스 가셔서 그리스인 조르바 얘기 하셨던 것 같은데. 그 때 정말 나도 하이드님처럼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페이퍼 보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나 봐요. 결혼해도 좋아,도 읽어보고 싶어요. 터키. 그렇군요. 맞아요. 그 때 그 심정, 마음과 장소는 묘하게 결합하는 것 같아요. 먼 북소리에는 어울리지 않게 하루키의 엄살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참 의외였어요...

양철나무꾼 2010-11-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귀여우세요,blanca님~^^
전 하루키는 읽었고,먹.기.사.는 못 읽은 고로...하루키 손을 들어주겠어요.
로마 여행이요?
전지금 에베레스트에 미쳐있어서 말이죠~^^

blanca 2010-11-04 12:37   좋아요 0 | URL
에베레스트라굽쇼?!! 우아. 저 귀여운 건 어떻게 아셨죠? ㅋㅋㅋ 양철나무꾼님의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관심사에 저까지 들썩입니다.

LAYLA 2010-11-0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ㅋㅋㅋ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곳은 어디라도 피곤한 면이 있는거 같아요. ㅋㅋㅋ

blanca 2010-11-04 12:38   좋아요 0 | URL
라일라님, 하루키 손 들어주시면 저 이탈리아 안 가봐도 되는 거예요?^^;; 사실 아주 가보고 싶진 않아요. 저 같이 소심한 인간은 날치기 한 번 당하면 그 자리에서 엎어져서 울지도 몰라요--;;

oren 2010-11-0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로마'에 처음 닿던 날의 감격을 잊지 못한 一人으로서 댓글 하나 남겨봅니다.
* * * * *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 괴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中에서

"어제 처음 로마에 도착한 사람도 하루만 지나면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로마에 살고 있었던 듯한 얼굴로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들을 맞는 로마 사람들도 그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

"베네치아와 피렌체에도 고대가 그림자를 떨구고는 있지만, 고대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다릅니다."
- 시오노 나나미,《황금빛 로마》 中에서

blanca 2010-11-04 12:40   좋아요 0 | URL
oren님 반갑습니다. 로마는 곳곳에 유적이 있어 건물을 지을 때 땅을 깊이 파지도 못한다면서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꼬옥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서둘러야 겠습니다. 과거가 현재처럼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서 로마를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프레이야 2010-11-0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에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는, 그러나 즐거운 페이퍼에요.^^
리즈는 천품이 밝은 여성 같았어요. 때론 우울에 점령당하기도 하지만 극복하는 과정이
책에서 참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타자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 크겠지요.
블랑카님 당장은 저도 어렵고 다음에 우리 가보고 얘기할까요? ㅎㅎ
가보기 전 상상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구요.
그래도 로마라면 오래전 첫사랑을 만나 실망할 일, 뭐 그 비슷한 일은 없을 거 같아요. 하하하.

blanca 2010-11-04 12: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두요 ㅋㅋㅋ 맞아요. 리즈 참 낙천적이죠? 본인은 아니라고 할 지 모르지만 참 건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한 몇 년이 흐르고 정말 로마기행을 함께 하고 공동 페이퍼를 작성해 볼까요? 떨립니다...

다락방 2010-11-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로마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두 책을 다 읽어본 사람으로서 하루키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싫어하기 때문에 사실 하루키 손을 들긴 했지만, 뭐, 편파적 애정은 누가 어떻게 할 수 없는거니까요. 하핫;;
먼 북소리에서였나, 로마(였나 아니였나) 우체국 가서 우편물 붙이던 에피소드가 엄청 기억에 남아요. 하나의 소포가 무게를 잴때마다 요금이 달라져서 하루키도 신경질 내고, 직원도 결국 여러번 달라진 요금의 평군을 내어 하루키에게 돈을 달라고 했던 일이요. 그게 근데 로마가 맞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요. 하핫. 갑자기 그 에피소드 생각이. 훗

blanca 2010-11-04 12:4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번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인상적인 대목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시는 능력이 놀라워요. 맞아요. 우체국 ㅋㅋㅋ 로마 맞아요. 저는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책 내용이 생각이 안 나는 수준이랍니다.--;;

비로그인 2010-11-0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리즈의 편을 드는군요.
이혼하고, 정신이 너덜거리고, 열중할 뭔가가 필요하고, 그런 여자라면 로마가 아니라 대구라든지 부산, 서울에라도 빠질 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결국 하루키 편이로군요.

blanca 2010-11-04 12:4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아아...그래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을 자꾸 되뇌게 되네요. 결국 하루키 편이라는 얘기도.

마녀고양이 2010-11-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먹기사 영화가 워낙 마음에 안 들었기에 무조건 하루키 편.. 이라고 하고 싶다가도
로마의 휴일 오드리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곰곰히................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물빛이 그리 이쁘다네요.
블랑카님, 우리 남편들 팽개치고 같이 놀러갈까요, 로마? 아하하.
위에 프레이야 언니두 간다 하시네... 큭

blanca 2010-11-04 12: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그 영화는 워낙 지루하다는 평이 ㅋㅋㅋ 물빛이요? 그 단어도 참 이쁘네요. 진짜 로마 기행 뜹시다. 가기 전에 오드리 햅번처럼 머리 자르고 가서 꼭 빨라죠 아이스크림 먹을 거에요. 플레어 스커트 입고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11-04 21:05   좋아요 0 | URL
로마계 하나 만들까봐... 아하하.

꿈꾸는섬 2010-11-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블랑카님 저는 로마에도 가보지 못했고 두 책 다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니 하루키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blanca 2010-11-04 12:4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근데 하루키랑 김영하랑 라이프스타일 완전 비슷한 것 같아요. 약간 작품도 그런 것 같고. 와이프들 성격도 그렇고. 신기했어요. 하루키도 좋아하시는군요. 전 담생에는 하루키 같이 살고 싶어요 ㅋㅋ

꿈꾸는섬 2010-11-05 10:12   좋아요 0 | URL
20대때 좋아하던 언니가 광팬이었어요. 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되었죠.
ㅎㅎ김영하랑 하루키랑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군요. 둘 다 좋아하는 작가에요.
하루키 같이 살고 싶다...꼭 그리 되시길...

2010-11-04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06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둘 다 맞겠죠?^^
세상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엘리자베스 길버트처럼 믿고 싶은 마음.

blanca 2010-11-07 16:3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맞아요. 그 양면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것 같아요.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 되고파요.

후애(厚愛) 2010-11-06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랜만에 놀러왔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blanca 2010-11-07 16:35   좋아요 0 | URL
후애님, 환영합니다.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신거죠? 검사를 이번 주말에 받으신다는 것 같았는데...결과가 잘 나와야 할 텐데요...

알로하 2010-11-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북소리는 읽었는데 저는 그리스부분만 기억에 남네요. 먹고 기도하고~도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blanca 2010-11-11 16:13   좋아요 0 | URL
알로하님, 반갑습니다. 먹기사,도 꼬옥 한번 읽어 보세요. 같은 장소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재미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