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주 웃긴 일이었다. 김영하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 공지가 떴다. 다다다 달려갔다. 세상에, 일착이었다. 그 순간 예리한 예감이 왔다. 따논 당상이구나! 

여유를 가지고 댓글을 작성했다. 다른 님과 함께 응모했고 당연히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알라딘을 십 년간 이용하며 책도 많이 팔아 주었고^^;;(내 기준) 딴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 한번 보게 해달라는데 관대하게 초대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주중, 게다가 집 근처. 양가의 거리를 감안해 볼 때 남편을 구슬려야 했다. 퇴근좀 일찍하고 세 살 아이좀 봐달라. 단 두 시간. 일생의 소원이다. 안되면 찍고 바로 오겠다. 남편은 슬슬 부아가 난다. 장담할 수 없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 등등. 그닥 잘 알지도 호감도 별로 안 느껴지는 남자 작가 한번 보겠다고 저자세로 나가는 모습이 더욱 얄미웠나 보다. 솔직히 싸웠다.--;; 그러니까 김영하 때문에 싸운 것이다.  

자, 자. 나는 준비에 돌입한다. 갑자기 카메라가 바꾸고 싶다. 이 디카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DSLR로 작가를 멋지게 가두어 두고 싶다. 지르고 싶어진다. 

왠지 파마도 해야 할 것 같다. 점점 도가 지나쳐 간다.
이건 김영하랑 단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한 착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둥....보기좋게 미역국 먹었다는. 

무리 안해도 되겠어. 떨어졌거든.
얼마나 나쁜 에너지를 쏘아댔으면. 

남편 은근히 흐뭇해 한다. 

괜히 미안해지는걸, 허허. 

나는 다시 나의 운을 저주한다. 나는 당첨되지 않는다. 절대, 네버!
(줄그었어요, 정말 그럴까봐^^;; 하반기에는 무언가 큰게 터지기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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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8-2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젠가 되지 않을까요? 절대란 말은 ...쫌..

blanca 2010-08-24 22:43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조언이 맞는 것 같아요. 괜히 그런식으로 단정짓다 더 운없어지면 안되니깐 수정했습니다.^^;;

순오기 2010-08-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미안해요. 블랑카님~ 보기좋게 미역국 먹었다에서 빵~~ㅋㅋㅋ
저자세로 나갈 거 없어요, 세살 딸내미 데리고 광주로 오세요~~~~~~
김영하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 만들어줄게요.^^

blanca 2010-08-24 22: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는 아직은 무리일 것 같아요. 넘 아쉽지만 순오기님 서울 오셔서 함께 창덕궁을 거니는 호사 정도는 꿈꿔 봅니다.^^ 가을 단풍 보면서요.

순오기 2010-08-25 01:09   좋아요 0 | URL
그러게 아직은 너무 어려서 떼어놓거나 장거리 여행은 무리죠.
가을단풍에 창덕궁을 거닐수 있을지 몰라고
원주 토지문학관에 가게 될 거에요. 소나무집님과 문학기행 하기로 했어요.
9월 11일 양재동 갔다가 시간되면 알라디너를 만날까 생각중...
13일 파주 출판단지에서 점심 약속이 있으니까 거기 갈거에요.

stella.K 2010-08-2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죠. 여기 문화초대석이 엄청 문지방이 높아요.
웬만한 사람 다 떨어트려 놓는답니다.
뭐 저도 일일이 다 응모하는 건 아니지만 10번 떨어지고 한번 당첨?ㅋㅋ
그렇지 않아도 전 최규석 신청했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저 9월 달 되면 그것도 하필 화욜날 듣는 강의가 있는데 되면 제끼고라도 간다고
신청했는데, 아마 안 될 줄 알고 신청이나 해 보자 하는 거랍니다.
이러다 떨거덕 되면 어쩌죠? 이것도 착각 맞죠? 블랑카님.ㅋㅋ

stella.K 2010-08-24 22:47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저 아는 분 중에 블랑카님 같은 분이 있어요.
그렇게 자기 다리 냅두고 남의 다리 긁는. 그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네~ㅋㅋ

순오기 2010-08-25 01:0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최규석 만남, 꼭 당첨되도록 압력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인 거 알아요?
한마음으로 기도해줄게요.^^

stella.K 2010-08-25 11:17   좋아요 0 | URL
오, 고마워요, 오기 언니!^^

blanca 2010-08-25 18:1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런 거였군요. 저는 쉽게 생각했었거든요. 오만했었나 봐요 ㅋㅋㅋ 왠지 스텔라님은 될 것 같아요. 저번에 박범신 작가 만남 후기도 넘 잘 읽었어요. 이번에는 최규석 부탁합니다. 남의 다리 긁는 ㅋㅋㅋ 그런데 중요한건 하여튼 좋은 기운을 넣어야 하는데 옆지기가 안되라고 빌었던 모양입니다. 안됐다니까 정말 해맑은 미소를 짓더라구요 ㅋㅋㅋ

stella.K 2010-08-25 19:11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말구도 여기저기서 할 것 같아요.
예를들면, 예스24나 뭐 그런데...
포기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분홍공주님 저라도 봐 드리고 갖다오시라고 말하고 싶네요.ㅠㅠ

꿈꾸는섬 2010-08-2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에게 위로를^^
ㅎㅎ정말 많이 가고 싶으셨군요. 이 글을 읽은 문화초대석 담당자 진땀 뺄거에요. 블랑카님께 죄송해서요.ㅎㅎ
블랑카님 다음에 더 멋진 작가 만남을 가지게 되실거에요.^^ 기대없는 삶은 너무 비참하잖아요. 우리 기대를 버리지 말자구요.^^

blanca 2010-08-25 18:1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ㅋㅋㅋ 둘다 한꺼번에...그런데 정말 신기한게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은 꼭 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중학교때 뉴키즈언더블럭의 막내 죠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십 대에 보게 되었답니다. 그때 완전 감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gimssim 2010-08-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네버'는 절대 안되요. '다음 기회에'로 바꿔야지요.
평균수명은 엄청 늘었구 이벤트는 많다...으흠...중전어록

blanca 2010-08-25 18:12   좋아요 0 | URL
중전님, 그래서 줄 좍 그었답니다.ㅋㅋㅋ 말이 씨가 된다고 해서. 옙, 수명은 길고 이벤트는 많다! 넘 좋은 얘기입니다!

pjy 2010-08-26 23:08   좋아요 0 | URL
평균수명은 엄청 늘었구 이벤트는 많다...에 저도 희망을 남겨두기로합니다^^

아시마 2010-08-25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난 예에에에에에에에 전에, 아직 한참 젊은 꽃돌이 김영하를 본적이 있지롱 용용용~!!!

음음, 사진도 찍어봤고, 이메일도 주고받아 봤지롱, 용용용!

내 메일 박스에는 무려, 영하님하가 5년도 더 전에, 아직아직 꽃돌이였던 그 시절에 보낸 메일이 고대로 있지로오오오오오오오옹!!!!!







심란한 일도 있고 덥기도 하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데,

제가 왜 제 서재 놔두고 남의 서재와서 머리에 꽃달고 뛰어다니는 걸까요. -_-;;;;;;

blanca 2010-08-25 18:13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주고받은! 이 대목에서 완전 심장 벌렁 ㅋㅋㅋ 박완서샘한테 사진도 드리고 김영하랑 메일도 주고받고 대체 아시마님 정체가 뭐였단 말입니까! 진심으로 아시마님은 항상 부러워하게 되네요. 심란한 일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원해요. 이쁜 두 따님과 메일함에 김영하의 편지도 있다면 맘껏 행복해해도 된다구용~

2010-08-25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반기에는 대박날겁니다.
무슨 일이든 간에,,,,,, 진짜 기쁜 일 10가지 이상 생길거라니까요!!!

blanca 2010-08-25 18:15   좋아요 0 | URL
아아앙.이런 사랑스러운 댓글이라니, 저도 로또 2등 되는 건가요? ㅋㅋㅋ

穀雨(곡우) 2010-08-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김영하작가님께 간곡한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블랑카님 나름 슬픈(?) 소식에 빵 터져서 죄송하지만,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요....^^
하반기에는 대박의 여왕으로 등극하소서......^^

blanca 2010-08-25 18:17   좋아요 0 | URL
슬프고 참 코믹한 상황이죠. 아무도 델구 간다고 얘기도 안해줬는데 카메라까지 살 생각을 했으니 참 초라해집니다.ㅋㅋㅋ 카메라 사고 머리 파마하고 일부러 애때문에 친정까지 갔더라면 생각만 해도 비극적인 풍경입니다.--;; 곡우님의 댓글에 힘 받아 갑니다. 참, 곡우님 혹시 제가 달았던 댓글 중에 이제 뱃속 아기와 함께 하겠네요,라는 이 비슷한 댓글 기억나세요? 그 댓글도 참으로 무안한 것으로 결론나고 말았네요 ㅋㅋㅋ남자분께 ㅋㅋㅋ

비로그인 2010-08-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분, 알아요. 갑자기 잡힌 데이트 약속이잖아요. 물론 단둘이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설레는 일이 분명 있어요.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두근거리는 상황은 흔치 않아요. 그런데 그 모든 기대가 엇갈렸을 때 전 그저 사과 폭격을 받은 그레고리 잠자 마냥 엎어져 있곤 합니다. 속상하시겠어요..

blanca 2010-08-25 18:19   좋아요 0 | URL
Jude님...이해하시는군요. 대신 이 운발이 하반기에 뻗치리라고 기대하며 이겨 내겠습니다.^^;; 사과 폭격을 받은 그레고리 잠자가 무슨 얘기인지 궁금해요^^;;

비로그인 2010-08-27 10:09   좋아요 0 | URL
그레고리 잠자는요, 카프카의 변신의 그 그레고리 잠자 입니다. 어느날 벌레로 변해있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그나마 적응해 가려는데 아버지가 그의 등에 사과를 던지지요. 그걸로 상처가 나고 썩어 문드러져 가요.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요인 중 하나가 사과 폭격입니다. 물론 데이트가 어긋난 것과 사과폭격은 첨예하게 다른 문제일 거에요. 하지만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맞아버린 사과폭격은, 아, 얼마나 가혹한지요. 흐흑

blanca 2010-08-27 13:4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Jude님 제가 어제 책 읽다가 카프카의 그레고리 잠자라고 언급되어 있어 아~ 했어요. 전 변신을 독서 평설로 읽었다는 ㅋㅋㅋ 그래서 다 못읽었어요. 사과폭격이 그런 거군요. 이런 인용 넘 좋아요.^^

2010-08-25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다행이시네여~^^
디카는 나중에 바꾸셔도 될테고,파마는 잘못하면 아즘 feel나잖아여.
다음 번에 가자구여~
제가 지금부터 좋은 기를 만날때마다 축적해 놨다가...다음번에 불어 넣어 드릴게여~^^

blanca 2010-08-26 20: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양철나무님~ 너무 오버했나 봐요 ㅋㅋㅋ 꼭 그러면 일이 안되더라구요.

순오기 2010-08-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작가만남 당첨되고 싶으면 댓글만 적으면 안되고
페이퍼로 화려하게 작성하면 뽑아주던데... 다음엔 그렇게 해 보세요!!

blanca 2010-08-26 20:3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전 그냥 알라디너고 댓글 첨으로 달아서 ㅋㅋㅋ될 줄 알았다는 ㅋㅋ 저 진짜 단순하죠? 거기에도 공력이 들어가야 하는군요^^

yamoo 2010-08-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 둘쩨 주 인가 셋째 주에 김영하 작가 정독도서관에 왔었어요..시간과 장소 공지된거 보고 갈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약속이 겹쳐서 못갔어요..김영하 작가가 신작을 냈기 때문에 독자와의 만남을 자주 갖나 봅니다. 보면 또 있을 터이니 대형서점들을 기웃거려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김훈 작가를 서점에서 3번 봤습니다. 남한산성 신간 나왔을 때인데...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김훈 광팬하고 같이 가서 그 친구가 사인 다 받아 줬죠.

전경린 작가도 3번 봤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도 해 보고 사인도 받고 평소 궁금했던 점도 문의하고 그랬죠. 근데 자꾸 만나다 보니 좀 그렇다라구요..전경린 작가는 워낙 말이 없어서뤼..

김영하 작가..저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데..작가와의 만남에 발벗고 만나러 갈 정도는 아닙니다. 뭐, 움베르토 에코가 온다면야...하루 종일 돗자리 깔고 기다릴 각오는 되 있습니다..ㅎㅎ

blanca 2010-08-28 21:20   좋아요 0 | URL
yamoo님 제가 좀 속된 말로 빠순이(죄송합니다)기질이 십대부터 다분했답니다. 좋아하면 아주 광적으로. 김영하를 아주 좋아했던 것은 아닌데 뭐라 그럴까 선망의 대상이기는 합니다. 그러다 단편 읽고 완전 몰입하게 되었구요. 에코를 좋아하시는군요. 똑같은 작가를 세 번이나. 좀 그렇다는 사연이 궁금합니다.^^ 전경린 작가 글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내성적이군요. 작가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세실 2010-08-2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미있네요.
음 그러보고니 저두 지난번 뮤지컬 이벤트 신청해 놓고는 당연히 되리라 생각하고 함께 못가준다는 친구에게 화를 내고, 누구랑 갈까 고민했다는..결국 미역국 먹었지요. 괘씸한 알라딘. ㅋ

blanca 2010-08-30 14:4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세실님도 그런 기억이. 저는 확신했기에 황당했어요 ㅋㅋㅋㅋ 근거도 없이 확신했었거든요.
 

층간소음으로 분란이 많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위아랫집 다 비슷한 또래들을 키우는데 멋쩍은지 서로들 도망질이다(사실 내가 항상 도망간다). 이유는 층간소음때문이다. 정말 들어서는 안될 소리들을 너무나 많이 듣게 된다. 아랫집에서도 인터폰을 한 번 받았고 윗집에도 인터폰을 한 번 했다. 아랫집은 또 그 아랫집에서 난리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는 아침 저녁으로 조회방송을 한다. 내용은 같다. 조용히 하라는.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서로 배려해서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자, 모 그런. 그런데 오늘은 윗집이 정말 국지전을 치르는 강도의 층간소음을 종일토록 가열차게 내는 것이었다. 둔감한 편인 내가 이렇게 사람이 층간소음으로 병원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밖에 내다보니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이사가는 정황이었다. 올레! 드뎌 해방되는 구나 싶었는데 웬걸. 이사가는 소음이라면 오후 세네 시 경이면 그쳐야 할 소리가 밤 아홉 시까지 주구창장인 것이다.  

온갖 의혹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사가는 것이 아닌 이사오는 것인가. 아니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절정의 층간소음을 만들어 내는 묘기를 부리는 것인가. 참다가 쓰윽 한번 올라가 볼까도 고민하다 그럼 너무 괴기스러울 것 같아서 관두고 경비실에 인터폰을 했다. 이사간건 맞단다, 이사오는지는 모르겠다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더한 강호가 출현한 듯한. 그럼 나는 떠날테다. 결혼당시부터 오 년이 경과한 지금 다 무지막지한 소음 방출 묘기를 부리는 윗집들을 꾸준히 감내하며 보낸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윗집을 이고 아랫집을 밟으며 사는 게 정말 삶이라는 건지. 회의가 든다. 누군가가 몇 시에 잠자리에 들고 부부싸움을 며칠에 한 번씩 하는지까지 챙겨듣게 되는 이 의도하지 않은 엿보기가 견디기 힘들다. 

모옴이 거품을 물고 욕해 댄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다. 힘들다. 인내가 필요한 독서다. 고등학교 때 우리가(우린 여고생들이 아니라 사내들과 흡사했다) 열심히 변태라고 놀려댄 문학샘이 줄쳐가며 읽은 소설이라고 극찬한 이 소설을 언제가는 맞닦뜨리리라고 결심한 터에 접하게 된 책. 다 읽고 감동에 머리가 멍해졌으면 좋겠는데.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으면 좋겠는데. (안나 카레니나! 정말 그랬다.) 안 넘어간다. 흑흑. 2권부터가 진짜라고 하니 1권 말미에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려고 한다. 정말 기똥차게 재미있고 감동 팍팍인 고전은 없는 것인지.  

아이가 자꾸 방문을 닫고 혼자 논다고 눙쳐서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는데 역시나 아빠가 담배끊는다고 한갑씩 원샷하는 목캔디 한 갑을 다 먹고 있었다. 암담했다. 냉장고에는 몇 모금씩만 먹고 넣어둔 맥주 캔 잔뜩. 흔적을 항상 이곳저곳 흘리고 다니는 아빠 덕택이다. 잔소리 하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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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8-1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층간소음, 정말 두렵죠. 저흰 아래층에 수험생이 있어서 쥐죽은 듯 살아야하는데 아이들이 그럴 수 있나요? 아래에서 올라오면 정말 무서워요. 이사가고 싶다니까요.ㅜㅜ

blanca 2010-08-19 14:1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도 인터폰 한 번 받았는데 아이들은 한다고 해도 참 통제가 안되잖아요. 알면서도 윗집에서 밤 열시에 우다다다 소리 나면 저도 참 힘들더라구요. 요새는 그냥 아랫집 할머니 만나면 한 소리 하실까봐 아이 데리고 딴데 가는 척 ㅋㅋㅋ 한다니가요. 괜히 찔려서. 저흰 강화마루라 뭐 하나 떨어뜨리면 완전 천둥이 친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이야 2010-08-1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사람들 봤지만 전 한번도 이런 경험이 없어서 행운인가요? ^^
잔소리 벼르고 계신 블랑카님^^
아이가 목캔디 한 통을 다 먹고 괜찮은지요? ㅠ

blanca 2010-08-19 14: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부럽습니다. 목캔디요. 아무렇지도 않고 아침부터 또 사탕을 요구합니다. 중독됐나봐요--;;

비로그인 2010-08-1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라마조프는 잡힐듯 말듯, 보일듯 말듯. 새벽 세시 억지로 선배들하고 술마시는 기분같기도 하고.. 첨에는 꼭 그러했는데 언제 다시 보니. 둥근 탁자에서 서너명 모여 불밝히며 좀 편히 술마시며 얘기하는 기분도 들고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층간소음. 저의 생활패턴이라면 민원으로 당장 쫒겨날듯 하네요. ^^

blanca 2010-08-19 14:1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정말 예리한 표현이에요. 아파트에서 음악 듣는것 참 힘들죠. 전 단독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어쩌다 컴으로 음악듣다 문열려 있었다는 것 깨닫고 혼자 괜히 막 떨고 그래요--;;

마녀고양이 2010-08-1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랫집에서 의자다리에 붙이는 스티커 가지고 부탁한게 한번.
제가 윗집에 쫒아간게 한번.
서로서로 그렇죠. ^^ 아랫집의 아이들이 뛰어다닐 나이가 되자, 울 집으로 한번도 안 옵니다. 동병상련이랄까. ㅋ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읽으시는군요? 나두 읽어야하는뎅~

blanca 2010-08-19 14:1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ㅋㅋ 위아래로 가해자도 되보고 피해자도 되보고 하니 참 ㅋㅋㅋ 서로 괜히 좀 그렇고. 카라마조프는 정말 좋은 책임은 분명한데 재미는--;; 숙제하듯 읽고 있어요.

stella.K 2010-08-1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우리 윗집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왔다고 대놓고 참아 달라는데 어이가 없더만요.
그래놓고 새벽1,2시까지 난리를 뽀개는데, 나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울엄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는데 그런 페이소스가 없죠. 흐~
저도 기똥차게 재밌는 고전 좀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10년 전에 죄와 벌 읽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 책은 사 놓고 몇년째 못 읽고 있어요.ㅜ

blanca 2010-08-19 14:2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 요새는 미리 선수치더라구요. 좀 시끄러울테니 참아달라고. 카라마조프는 음 저도 사실 1권 조금 읽다 꽂아두려고 하다 참고 또 참아 종반부에 가니 속도가 좀 나더라구요. 그래도 3권의 두께보니 참 한숨나옵니다.

穀雨(곡우) 2010-08-1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겠노라고 턱 사들고 어찌 이리 지리하게 나아가는지 그래서 아직도 읽는 중...^^
층간소음은 정말 소름돋을 만큼 힘들어요.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콩콩 뛰는 그 소리가 밑에 집에 고스란히
전달될까 노이로제 걸릴정도라는....다행히도 윗집은 조용한데, 아랫집 눈치보고 사는 건...쩝
늘 뛰지마라를 달고 산다는....ㅠ.ㅠ 그나마 다른 집을 타고 넘는 소리는 잘 안들려요.
하지만 욕실에서 문 닫고 있으면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는 그렇더군요. 우와, 노래 디따 못한다...ㅋㅋㅋ

blanca 2010-08-19 22:14   좋아요 0 | URL
곡우님도 그러셨군요. 그래도 2권부터는 좀 진도가 나가네요. 저도 두 돌도 안됐을 때부터 조금만 뛰려고 하면 네가 뛰면 아랫집 할머니 머리가 아프다고 하도 주입시켜 놔서 ㅋㅋㅋ 누구는 아예 항의 오기 전에 아랫집에 인사갔다고 하더라구요. 애 데리고 인사시키고 너때문에 힘드신 분들이라고.^^;;

굿바이 2010-08-1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 신혼살림을 차렸던 빌라의 2층에.....일명 깍두기 머리를 하고 온몸에 동물원을 차리신 분이 살았습니다.
새벽에 들려오는 집단적인 소음을 다 참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했습니다.
아~ 다행이다. 내가 위층에 살았더라면, 나는 숨소리도 못냈겠구나. 까치발로 살았겠구나.... 엉엉

미치도록 재미있고, 파도처럼 감동이 밀려오는 고전은 저도 찾고 있습니다^^ 찾으면 바로 신고하겠습니다 :D

blanca 2010-08-19 22:15   좋아요 0 | URL
하하하...저도 그럼 절대 항의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 분들이 의외로 순박한 분들도 있더라구요. 고전이란....저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랑 몸의 달과 6펜스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대체로 다 상당히 지루하더라구요 ^^;;

따라쟁이 2010-08-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는 움베르트 에코가 그래요. 그 분 책은 일권도 아니고 백페이지만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좋다고 하던데, 백페이지가 이렇게 쉽지 않군요 ㅠㅠ

blanca 2010-08-21 15:03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그래서 저는 접근조차 안합니다.^^;; 사실 처음이 힘든 책은 대체로 다 읽어도 아주 흡족하진 않더라구요...

yamoo 2010-09-0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 좀 더 강력한 무기가 생기잖아요..우아함이라는..ㅎ 젊은 처자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아우라..ㅎㅎ
물론 젊음이 좋긴 하지만..그래도 앞으로 그렇게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1인 입니다요^^

거미여인의 키스..네요..읽지는 않고 갖고만 있는 책입니다~ㅎㅎ

blanca 2010-09-02 14:47   좋아요 0 | URL
yamoo님 지르셨나요? 거미여인의 키스 당장 읽어 보셔요! 이건 정말 천재가 쓴 것임에 분명하다고 감탄하는 중이에요. 우아함,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이 맛이 가고 있다.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여 조선 사절단처럼 신문물을 배우라는 어느 인터넷 까페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트위터에 팔로잉하는 게 어떤 건지 문자를 손끝으로 톡톡 쳐서 보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도 함 느껴보고 싶었다. 괜히 초연한듯 했지만 사실 스마트폰 유저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공급자가 소비자가 우위에 있는 그 생경한 느낌이라니. 내일 아이폰4출시 온라인 예약이 오전 여섯 시에 개시된다는데 서버가 다운될지도 모르고 정각에 접속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머리 산발하고 눈곱 띠며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 올리고 아이폰4를 경건한 맘으로 영접해야 된다는 건지. 참 그 분 대단하시기도 하다. 말란다,라고 말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사진기도 하이브리드라고 가벼운 디카와  DSLR 중간 단계가 나왔다는데 기백만 원이다. 허한 마음은 자꾸만 물욕으로 변질된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나에게는 사치이며 낭비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나는 찍어서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큰 건데 출사 나갈 여유도 없을 뿐더러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핸드폰은 어차피 죽어가고 있으니 스마트폰 정도는 괜찮다고 자위하지만 오늘 간 빵집 중년의 미인 아주머니 귀에 달랑거리던 그 검은 꽃 귀걸이가 또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통하는 얘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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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0-08-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핸드폰이 맛이 가서 내일 바꾸려구요.
대세에 따르지 않고 그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폴더폰 사려구요.
스마트폰이 스마트해도 내가 더 스마트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려구요 ㅎ

blanca 2010-08-18 11:49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그러니까 저는 귀가 정말 얇답니다. 저도 저랑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팔락팔락. 전혀 주관이 없답니다.--;; 요새 폴더폰 정말 이쁘게 나오더라구요.

... 2010-08-18 14:4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조, 존경합니다. "내가 더 스마트하다" 절대 명언이예요.. ==> 진정x진심 충격적인 한마디. 그럼요, 이매지님이 비교할 수 없이 더 스마트하시죠!!!


다락방 2010-08-18 14:42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이 반하셨다는 댓글이 뭘까 싶었는데 이 댓글이었군요! ㅎㅎ

그럼요. 스마트폰 보다도 이매지님이 더 스마트하죠.
그러나 다락방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스마트해요. ㅠㅠ

... 2010-08-18 14:52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아니죠. 다락방님보다 더 스마트하게 글 잘 쓰는 스마트폰은 없을 걸요?

꿈꾸는섬 2010-08-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블랑카님의 감성이 참 좋아요.^^

근데 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읽고 너무 실망했어요.ㅜㅜ

blanca 2010-08-18 11:5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래도 김영하 만남 당첨되시면 가실거죠?^^ 저는 하여튼 요새 가지고 싶은 것들이 넘 많아져서...큰일입니다.

꿈꾸는섬 2010-08-18 23:59   좋아요 0 | URL
ㅎㅎ당연히 가야죠. 무슨 생각으로 요딴 책을 내놓았나 궁금해요.

마녀고양이 2010-08-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저라면 아직 스마트 폰 하지 않을거 같은데요... ^^
한달에 5만원이 기본비인 것도 비싸고, 오류도 엄청 많고.
거기다 스마트 폰은 해킹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 하고.
하지만.........

새로운 문물을 누군가 접해서, 수많은 오류가 고쳐지고, 또한 저한테 가르켜주시는 이점도 있으니
바꾸시는 것도 좋을지도~ ㅋㄷㅋㄷ

blanca 2010-08-18 11:5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안그래도 제 남동생이 최소 한 달에 육만원을 내는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아깝긴 해요. 아이폰4 마루타 되는 건가요? ㅋㅋㅋ 사실 이래도 잘 몰라요. 맘만 그렇게 먹고 있어요. 누가 가지고 다니니까 폼나 보이니 나도 함 써 보자, 이런 아주 유치한 심리랍니다.^^;;

비로그인 2010-08-1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음이 허할 때 한 쇼핑 치고 성공한 쇼핑이 거의 없습니다.마음과 물질은 이상한 상관관계를 지녔죠.

전 별셋 회사의 휴대폰에 미친듯이 질려서(여섯 달 안에 세 번 고장, 이쯤되니 지치더이다) 홧김에 아이폰으로 바꿨더랬습니다. 그 전에도 아이폰이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기기 하나로 제 인생이 확 달라지진 않았어요. 뭔가 획기적인 기분전환을, 계속계속, 일평생 찾는 마음입니다.

blanca 2010-08-18 21:5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결심하고 주드님의 아이폰 관련 페이퍼를 정독하고 더 가지고 싶었는데요^^;; 기분전환은 헛된 꿈인가봐요. 오늘 예약도 안하고 해서 제가 올해에 가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맞아요. 이거 하면 뭔가 달라질거야, 하고 가 보면 또 거기에요. 그런게 참...그나마 여행은 기대이상이 가능한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0-08-1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지름신이 살짝 오신건 아닌지...ㅋㅋ
얼리어답터랑은 거리가 멀지만 늘 변두리에서 얼쩡거리는 저로써는 아이폰, 하이브리드카메라.
쥐락펴락의 시간을 오고 간답니다. 쥬드님처럼 홧김에 확...불싸버리고 싶지만 그게 또 한 웅큼만큼의
쾌락을 위해, 그리고 곧 몰려 올 후회때문에 그러고 있네요. 사고 나면 금세 시들해질텐데 말이죠..
그래도 지를 땐 과감히 쿨하게 질러 줘야 하는데....^^
조만간 블랑카님 손에 들린 아이폰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이 얼픈....^.~

blanca 2010-08-18 21:57   좋아요 0 | URL
곡우님도 그러세요? 저는 맨날 스스로 물욕이 크게 없다고 자위하다가(명품백 같은) 엉뚱한 데에서 더 큰 지름신이 와버려요. 그러니 물욕이 없다는 건 완전 착각에 허식이지요. 사진 찍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이런 건 좀더 고차원적이라고 포장해서. 그래도 역시나 조금 더 좋은 사진, 확 다른 생활을 해보고는 싶어요. 아이폰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stella.K 2010-08-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우리 윗집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왔다고 대놓고 참아 달라는데 어이가 없더만요.
그래놓고 새벽1,2시까지 난리를 뽀개는데, 나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울엄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는데 그런 페이소스가 없죠. 흐~
저도 기똥차게 재밌는 고전 좀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10년 전에 죄와 벌 읽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 책은 사 놓고 몇년째 못 읽고 있어요.ㅜ

따라쟁이 2010-08-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마트폰 유저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트위터에는 팔로잉 못하고 있구요. 전화받고 전화걸고 문자 받고 문자 보내고 이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기계가 스마트한게 문제가 아니고 유저가 얼마나 스마트 하냐의 문제인것 같아요.

blanca 2010-08-21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그리 되지 않을까 싶어요....트위터가 또 나름대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함 해보고 싶긴 해요. 대체 무언가 싶어서요^//^
 

육아의 맹점은 무언가를 내가 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는 거다. 특히 절제와 수긍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두 돌 반의 아이를 종일토록 상대한다는 것은 직장을 다녀서 종일토록 고되지만 그래도 하루를 마감한다는 개념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어느 것이 더 힘들다,는 경중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하루가 줄줄 늘어져서 뚝뚝 끊어지는 맛이 없으니 시간아 어서 가라, 어서 커라, 이런 식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예전에 온라인 카페에서 어떤 이가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고 무료하다,고 하자 하루하루를 그냥 때우지 말고 직장을 다니듯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함께 해줄까를 고민해 보라는 조언이 본 기억이 남는다. 머리로는 그래, 바로 그거야! 해놓고 또다시 나는 시계를 본다. 회사에 다닐 때는 다섯 시 이후 부터 이십 분 간격 정도로 시계를 슬쩍 슬쩍 보긴 했는데 이건 아침 열 시부터 시계를 보게 된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티나. 직장에 다녀도 아이를 키워도 하루는 여하튼 고달픈 것이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거야, 라는 도피처를 아예 불신하게 되었다. 어떻게 해도 하루는 곤곤하다. 그러니 되도록 지금이 전성시대라고 생각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혼자 다독이기로 했다. 

어제 밤에 인터넷 항해에 빠져 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극성이 아니라 성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감이 깨어 있을 지금 어떻게 책좀 보고 글좀 써볼 시간만 호시탐탐 노리며 아이를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오늘. 지하철을 삼십 분을 타고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 즉흥적으로.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물론 지하철 안에서 <백년의 고독>을 읽기는 했다.--;; 아이는 으레 엄마는 그러려니 하며 사람 없어 좋다고 에어콘 바람 쐬며 나름 즐거워했다. 

흐릴 거라 생각했던 날씨는 폭염에 햇빛 정조준이었다. 일단 식물원에 들어가 식물공부를 좀 하다 너무 예쁜 덩굴꽃을 봐서 이름을 기억해 두려고 이름표가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이 지경이다. 리아. 아...이젠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했는데 뒤돌아 보니 그것도 아닌 시점까지 와버렸다.

 

널따란  놀이터에서 줄서서 타지 않아도 되는 그네를 독식하며 즐거워 하던 따님은 맹수류에 잔뜩 호기심을 보이시며 내내 안고 관람하기를 주장해 주셨다. 극기 훈련의 시작이었다. 비오듯 하는 땀과 안기에는 큰 아이를 안고 표범과 퓨마우리를 지날 때마다 이게 호랑이냐! 호랑이를 보여달라고 주장해 대는 그 분의 비위를 맞추느라 그 큰 맹수 우리를 맴돌아야 했던 엄마를, 표범 보고 호랑이라 눙치려고 벼르던 그 엄마를, 한 큐에 나가떨어지게 해주시는 분. 그거 표범이다!라고 외치는 옆에 아주머니. 360도 돌고 오니 호랑이는 하늘로 올라간 것인지 코끼리가 맞아 주신다.  

호랑이는 없네.  

인공 냇가와 분수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그곳에 가보겠냐고 하니 시큰둥하다 막상 들어가니 재미있는 모양인지 목욕하듯 온 몸을 담그고 흐뭇해한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이제는 엎드려서 헤엄치는 시늉을 한다. 어떤 또래 아이가 재미로 한 번 밟고 지나가 주신다. 그 아이의 엄마가 혼비백산하여 뛰어온다. 정작 내 아이는 시큰둥하니 그냥 일어난다.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 길, 그저 몸으로 때운 시간들이 괜히 흐뭇하다. 내가 뭔가를 한 것 같고 해 준 것 같다. 그러니 또 <백년의 고독>의 그 허랑방탕하고 기묘한 저 세계로 들어간다. 스리슬쩍. 건너편에 아주머니가 아이를 쳐다 보는 것 같다. <백년의 고독>에서 아홉살의 소녀에게 반해 각시로 맞으려고 머리를 굴리는 남자 얘기에 빠져 있는 동안 아이는 사탕을 물고 옆 할머니에게로 쓰러져 잠들어 있다. 미안시러웠다. 그러니 또 그 땡볕 더위에 아이를 들쳐 안고는 그 끝이 안보이는 계단들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폭풍의 언덕 위로 도저히 또 올라갈 엄두가 안나 맞춤하게 오는 택시를 타버렸다.

꿈꾸는 섬님 서재에 갔다 우연히 어린이 대공원 탐방기를 읽고 작성하다. 뵐 수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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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7-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에게도 동물원에서 엄마를 극기훈련시키는 따님이 있으시군요..전혀 생각을 못했다지요.

blanca 2010-07-27 18:57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시간은 정말 잘 가더라구요...그리고 저도 조금 재미있었답니다.^^

꿈꾸는섬 2010-07-2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기훈련...맞아요. 전 낙타타는 곳에서부터 주차장까지 현수를 안고 업고 땀을 줄줄 흘리며 갔다지요.ㅎㅎ
그래도 아이가 즐거우니 우리도 행복하잖아요.^^
코끼리 옆에 사자, 사자 옆에 호랑이가 있는데 그걸 못 보셨군요. 아쉬워라. 다음엔 꼭 볼 수 있을거에요. 또 가셔야하는거 아시죠?

blanca 2010-07-27 18:59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아,,거기 가셨군요. 상상이 되서 또 갑자기 ㅋㅋㅋ 아이궁. 꿈꾸는 섬님도 힘드셨겠어요. 더위에 아이 데리고 야외 나가기 참 힘들지만 또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함께 할 수 할 수 있을까 싶어 자주 나가려고 해요.

물놀이 그게 참 잼나서 또 가보려구요...이번에 꼭 수건도 가져가려구요. 여벌옷만 입고 수건이 없어서 대략 낭패였답니다.--;;

비로그인 2010-07-27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필이면 서재 대문 사진의 괴테의 말이 어찌나 의미심장한지요. 그럼요, 그럼요. 감각은 우리를 속이지 않아요. 하지만 판단이 속일 뿐이지요. 때로는 친밀한 타인들(표범이다!), 때로는 냉정한 타인들(밟고 지나가 주신다) 사이에서 나를 온전히 알아내어야 할 존재를 책임지는 일은 얼마나 저릿한가요.

무얼 한다고 했는데 뒤돌아 보니 그것도 아닌 시점이라는 말과 사진에서 저 blanca님에게 반해 버렸어요!(제가 왜 이런 것에 반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저를 반하게 하는 순간은 늘 이런 순간이어요)

blanca 2010-07-27 19:01   좋아요 0 | URL
쥬드님!! 그저 반해만 주신다면 감사하지요^^ 그 아주머니는 가르쳐 주신다고 하신 건데 그게 그만 저한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고 만거지요--;; 타인한테 대체 어디까지 개입해야 적절할까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대문글은...가끔 되뇌어도 고개를 그 때마다 끄덕이게 되어서요..사실 그게 아닌 걸 알면서 내 판단을 밀고 나가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요. 더운데 건강 유의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10-07-2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또 읽어보아요.
내가 경험한 적이 없는 아이와의 세계를.
온전히 어떤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거나 꼬맹이는 즐거운 하루였겠네요.

blanca 2010-07-27 19:02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제 여동생은 신혼인데 벌써 육아의 고통을 저를 통해 대리체험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휘모리님이 참 부러운 것도 사실이네요^^ 휘모리님은 제가 늦게야 깨달은 사회에의 책임감에 관한 의식도 가지고 계시니 더욱 부럽습니다.

2010-07-2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0-07-2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가끔 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했답니다. 저도 3, 5살 아이가 있어서 그 맘을 잘 알아요. 퇴근하고 집에서 시간이 나면 너무 아까워서 짬짬이 책을 들여다보고 했더니.. 어느 날 큰녀석이 그러드라구요. "엄마는 맨날맨날 책만 보고, 나랑은 놀아주지도 않고, 힝~!" 애들이 다 알고 있드라구요. 그래서 요즘엔 회사 점심시간에 책을 보는 진상?이 되어버렸어요. ㅠ..ㅠ

blanca 2010-07-27 19:05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반갑습니다. 맞아요....물론 안그러려고 하지만 책을 읽으며 건성으로 놀아주는 것도 엄연한 방치에 해당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독서하는 부모가 독서하는 아이들을 만든다지만 그건 분위기 조성 정도인 것 같아요. 점심 시간에 우아...저는 점심시간을 그런 식으로 활용하지 못했는데 대단하세요. 더위 조심하세요. 정말 너무 더워요^^

마녀고양이 2010-07-2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더운날 하필이면 동물원을 갔답니까.. 이긍이긍.
블랑카님 집에서는 강남쪽으로 휙 돌아서 LT 놀이공원도 있고, 삼성 어린이 박물관도 있고, LT 놀이공원 지하에 사람 모형 해놓은 장소도 있고.. 그제 뉴스 보니 아이들 위한 전시회가 또 있던데....
여하간 블랑카님 성격이 무모하단 말예여,,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나른한 한나절 보내삼~ ^^

고생하셨어여,,,,, 근데 웃긴건 아이 데리고 극기 훈련하는데 살두 안 빠지더란... 블랑카님은 어때여?

아 맞다.... 울 딸두 내가 시험 공부하는거 싫대여, 꼼짝않고 책 들여다본다구,, 아주 싫대여. ^^

blanca 2010-07-27 19: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제대로 극한 체험하고 이상스런 쾌감도 느끼고 왔습니다. ㅋㅋㅋ 너무 덥고 힘드니까 멍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삼성 어린이 박물관 너무 가보고 싶은데 지금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해서요. 지하철 타고 고고 해볼까요? 살이요? 오늘 엘리베티어에 비쳐 보니 참....팔뚝이 건장하더군요^^;; 아, 코알라 정도 커도 그러나요? 그렇군요...

stella.K 2010-07-2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극작가 누구더라? 그 사람은 자기 글 쓰려고 아들한테 피아노를 배우게 했답니다.
정작 본인은 글쓰는데 방해 된다고 음악은 듣지도 않고.
그래도 그 아들이 잘 자라 유명 피아니스트가 됐다지요.
그러니 너무 아이들 눈동자같이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블랑카님 책읽을 때 분홍 공주는 자기 나름의 일을 찾아 하잖아요.ㅋ

blanca 2010-07-27 19:0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도 벤치마킹좀 해야겠네요. 이게 참 딜레마에요. 스텔라님 댓글로 위안좀 받고 갑니다. 예. 자기 나름의 일을 뭔가 사고를 항상 치기는 해요 ㅋㅋ

pjy 2010-07-27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감질맛나는 리아는 뭘까요?ㅋㅋ

blanca 2010-07-27 21:43   좋아요 0 | URL
piy님 도통도통 기억이 단서도 없습니다. 아주 어렵고 긴 이름이었던 것만은 분명한데...방법은 다시 가 보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gimssim 2010-07-2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 살림, 독서, 글쓰기...정말 대단하세요.
지금은 젊으시니 최대한 일할 수 있는 분량을 늘려서 마음것 하는 것도 좋답니다.
어느 새 세월은 흘러 자꾸만 자꾸만 행동반경을 줄이고픈 때가 곧 온답니다.

blanca 2010-07-28 20:18   좋아요 0 | URL
중전님. 예..욕심과 의욕을 줄여나가는 것도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는 과정임을 명심하겠습니다.

비로그인 2010-07-2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가까이에 오셨었군요?

blanca 2010-07-28 20:20   좋아요 0 | URL
마기님! 제가 부러워하는 바로 어린이 대공원 근처에 유모차 끌고 나올 수 있는 엄마가 마기님이었군요? 막내도련님은 이제 괜찮은 거죠? 물놀이하게 되어 있는 곳에 데려가면 좋아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7-2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보이는 꽃이름은 부켄베리아에요.
마치 종이로 만든 꽃같죠? 분홍 다홍 색깔도 예뻐요!^^

blanca 2010-07-28 20:2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갑니다. 부켄베리아!! 안그래도 저 사진 올린 건 누군가가 저 꽃 이름을 알려 주기를 바랐기 때문인데..역시 순오기님입니다.!!

pjy 2010-07-2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역시 순오기님이닷^^

blanca 2010-07-29 15:12   좋아요 0 | URL
pjy님 저 꽃이름 안 잊으려고 칠판에 써놓았어요^^

아시마 2010-07-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시네요. 저도 매달 초입에, 매주 초입에, 매일 아침마다, 이번달은 이번주는 오늘은 책 좀 적당히 보자고 맹세에 맹세를 거듭하는데도 그게 잘 안되요. 책의 유혹은 너무나 막강하고,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긍정되는 행위라는 것이 오히려 더 치명적인 것 같아요. 책 읽는 엄마라니, 이건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너무나 근사하고 모범적인 모습이잖아요? 진실은. 음.

저도 맨날 그래요. 맨날맨날맨날. 책만 읽고 있는 내가 짜증나고, 맨날 저녁에 애들 재우고 나면 아, 오늘도 애를 방치해뒀구나,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달력에 오늘 내가 무슨 책 봤나 쓰는 거 서너달전부터 관뒀어요. 한달이면 서른권에 육박하는 책들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방치했나 느끼는 거 싫어서요.

전 때때로 제가 책 중독이라고, 진심으로. 느껴요.

blanca 2010-07-29 23:03   좋아요 0 | URL
사회적으로 긍정되는 행위...정곡을 콕 찌르셨어요. 맞아요....예전에 제가 자주 가는 까페에 자아실현과 육아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신랄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요. 자아실현욕구가 강한 엄마일수록 아이를 방치한다는...너무 극단적이고 편협한 글이었지만 일말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어서 찔리더라구요. 저는 어린 시절 하도 책에 집착해서 외할머니한테 욕도 먹고 그랬어요. --;; 그런데 이게 말이에요, 아시마님. 저는 책이 없음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외국에 갈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앞에서 제일 두려운 게 책 공수 문제랍니다. 친구가 베네수엘라로 갔는데 결국 원서로 돌아서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그것도 너무 어렵고 구하는 문제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저도 매일 밤 반성해요. 그래서 요새는 아예 밖에 나가요. 야외 활동을 막 시키는 그 순간에도 책을 안 가져왔음을 아쉬워하니 병이지요. 흑흑...갑자기 우울해질라고 해요, 아시마님. 그래도 또 담주에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랑 박완서샘 책 주문할 거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어요^^;;

아시마 2010-07-30 12:12   좋아요 0 | URL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는 정말 근사한 책이예요. 그 책은 그 책 단독으로 읽어도 재미있지만, 그 이전의 작품들을 읽고나서 읽으면 그야말로 '오빠'가 돌아와서 아빠가 되었구나 싶었다니까요. 전 진짜로, 김영하가 그 책 이후에 아빠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마눌님하고 고양인지 강아지님을 데리고 살더군요. 흠. 하루키가 되려고 그러나. 자식을 기르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블링크가 하루키에게서는 분명히 느껴지는데 말이죠.

전 남편 발령 받았을 때 제일먼저 확인한게 알라딘의 해외 배송 정책이랑 가격이었어요. 요즘도 매일매일 시달리고 있죠. 해외배송 시켜 말어... 출장자 고생시키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흠...
 

어젯밤에 아이가 아빠, 너무해! 그건 얼굴하는 거야! 라고 소리지르길래
화장실에 가보니 내 클렌징오일을 바디샴푸로
쓰고 있는 그분을 발견하고 말았다.
아껴서 구입해서 단 두 번씩만 펌프질해서 쓰고 있는 그 오일을
안경 벗으면 눈앞 얼굴도 잘 식별못하시는 터라
눈을 찡그리며 그 오일을 바디샴푸로 생각하고
온몸에 칠하고 안헹궈진다고 불평하는
그 분.  내가 비난해 대니 뭐 그런 걸 가지고, 하며 겸연쩍어 하는 그 모습-..-

오늘 화장실에서 김남희의 <걷고 싶은 길:훗카이도>를 보며
연필로 가고 싶은 곳 줄치고 있다
연필을....변기에....그만....
참고로 작은 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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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아구~~~~
둘다 아구아구~~~~ㅍㅍㅍ

blanca 2010-07-21 21:30   좋아요 0 | URL
마기님...어제 오늘 참 그렇죠? ㅋㅋㅋ 이런 상황에서 마기님의 시 한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ㅋㅋ

stella.K 2010-07-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연필 막히지 않고 잘 내려갔을까 모르겠어요.
지극히 웃겨욧!ㅎㅎㅎㅎㅎㅎ

blanca 2010-07-21 21:3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죄송합니다. 건졌습니다.--;;

gimssim 2010-07-2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도 어제처럼 만만치 않은 무더운 여름날~~~
복지관에 운동하러 와서 잠깐 컴퓨터실에 들러 페이퍼 읽고 있는데,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 행복한 이 기분!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니까!(해량하소서!)

blanca 2010-07-21 21:30   좋아요 0 | URL
중전님~ 저 식겁했습니다. 순간...배도 엄청 아팠는데.. 더이상 말씀 안드리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07-2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어째요. 그나마 연필이니 다행이죠. 전 책을 읽고 물을 내리려다 옆구리에 끼워둔 책을 빠뜨린 적이 있어요.ㅠ.ㅠ(저도 그때 작은 거 아니였어요. 딱 죽을 맛이었어요. 어째 이리 더러운 기억을 들춰내시는가요? 너무하셔요.ㅠ.ㅠ)

blanca 2010-07-21 21:31   좋아요 0 | URL
책이요!! 연필은 껌이네요 ㅋㅋ

순오기 2010-07-2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변기에 빠졌다고 그냥 보내요?
이 정도는 돼야 지저분한 얘기죠.ㅋㅋ

blanca 2010-07-21 21:31   좋아요 0 | URL
당연 그냥 안보냈습니다. 보내면 더 큰 사단이 날 터라...^^;;

2010-07-21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7-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옷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그런 순간들이죠ㅠㅠ

blanca 2010-07-22 21:11   좋아요 0 | URL
쥬드님~이젠 화장실에 연필은 안가지고 들어가려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7-2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생에 경험 못해본 일인데...

blanca 2010-07-23 20:24   좋아요 0 | URL
노자님 앞으로 경험하실 수 있어요^^;;;

전호인 2010-07-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남자들이 원래 세제류나 화장품류에 둔감합니다.
글쎄요, 민감한 피부가 아니라서 그렇겠지요?
연필이 꽂히지는 않았겠지요, 뭐 ㅋㅋ

blanca 2010-07-23 20:25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그래도 기름을 바디 샴푸로 알고 온 몸에 문지르는 행위는 좀^^;; 며칠 동안 계속 몸이 미끄덩거린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07-2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분홍공주님이 "아빠, 너무해!"라고 외칠 정도의 나이군요.
곧 같이 박물관 가겠는데요... ㅋㄷㅋㄷ

blanca 2010-07-26 21:13   좋아요 0 | URL
저게 다 사실 제 화법이라 남편이 불만이 많아요. 너무한다,를 너무 많이 써서요^^;; 박물관...미술관도 가보고 싶은데 민폐 끼칠까봐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