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책과 함께 주문한 나가사키면을 밤 열한 시경 내리 끓여먹는 기염을 토하고, 주말밤마다 EBS에서 상영하는 명화들로 주를 항상 두통과 께적지근한 컨디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어젯밤에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봤다. 1960년의 흑백 영화로 화질도 성우들의 더빙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중간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여공들의 음악교사. 배우 김진아의 아버지 김진규가 연기한 적당히 느끼하고 매력적이고 결단력 없어 보이는 중산층의 가장이 임신한 아내를 도와 집안일을 할 하녀를 들임으로써 전개되는 일종의 스릴러 치정극이다.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고 쥐를 생포하는 엽기적인 팜므파탈을 연기한 배우 이은심의 연기가 놀라웠다. 당시 신인이었다는데 이 역할을 한 이후로 역할이 한정되어 결혼하여 은퇴하는 수순을 밟아 후기작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피아노를 배우러 집안을 드나들고 결정적으로 이 하녀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 배우 엄앵란의 통통 튀는 연기도 볼 수 있다. 짓궂은 아역으로 등장해 장애가 있는 누나를 괴롭히는 안성기의 소싯적 모습도 엿볼 수 있는 즐거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그 밖의 타인들에게 직간접으로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되는 남자의 욕망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긴박한 전개, 계단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을 적절히 활용한 모습,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투영되는 과장된 표정 들이 언뜻 히치콕 감독을 연상케 한다. 결말의 반전도 기대이상이었다. 관객들을 가르치려 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한 인간의 내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다양한 욕망들의 변주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 버전은 상대적으로 호평을 못 받고 있는 것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새벽 한 시 반. 그 욕망을 연기했던 배우들은 이미 죽거나 은퇴하고 늙어가고 있다. 하지만 욕망은 더 진화하고 더 젊어져서 삶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순간 <빨간 머리 앤> 전권 주문이 후회됐다. 그냥 왠지 그랬다. 왼쪽으로 돌아누우면 이 고민. 하늘을 보고 누우면 또다른 고민.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나, 또 한 살을 먹게 되는구나, 하면서 한숨 한 줌.  

침대에 누울 때마다 삶이 조금씩 더 줄어드는 것같다. 그리고 얼마간은 진실이다. 시간의 바로미터는 지척에서 요 바깥에 나가 배를 다 드러내고 쌕쌕대며 꿈나라게 가 있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결국은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이를 위한답시고 하는 행동들이 결국은 자신의 욕망의 분출 이상이 아닐 때도 많다.  

 

이런 류의 책에 대한 일종의 체념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한다는 말은 진부해서 더 많은 의미를 가진 얘기이다. 성장통은 사춘기만큼 아프고 뒤돌아 보면 훌쩍 커있다. 오른손에는 내 아이, 왼손에는 어릴 적 작고 아픈 나의 손을 잡고 아주 무거운 도움닫기를 하는 일이다. 한꺼번에 두 아이를 데리고 저만치 걸어가야 하는 일. 힘들지만 어느덧 셋이 이만큼이나 와 있다.  

나가사키면, 꼬꼬면은 쟁여두지 않으면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밤마다 어쩌다 보게 되어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들은 어찌 끊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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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것들... 그래도 [빨간 머리 앤] 전권 주문은 잘 하신 선택 같은데요? 저는 1권만 하나 책장에 꽂아놓았답니다 ㅎㅎ 이 책이 미래의 조카들 혹은 내 아이들에게 갈 생각을 하면 흐뭇해요. 밤 늦게 영화 보는 것도 좋지만, 다음 날을 생각하면 좀 주저하게 되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영화 보기에는... 뭔가 기분이 안 나고! 저도 [하녀] 흥미로웠어요. 기대 이상은 아니었지만 ㅠ ㅠ

blanca 2011-10-17 22:55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하여튼 밤늦게 무슨 일을 하는 것은 다음 날 아침 처절한 후회를 불러오더라고요--;; <하녀> 보셨군요! 저는 흑백영화고 성우 더빙이라 아예 기대 없이 봐서 재미있게 봤어요.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이 있더라고요.

stella.K 2011-10-1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가사키면 괜찮죠? 그런데 그것을 11시에 끊여 잡수시다닛!
아, 브랑카님 왜 그러셨어요?ㅠㅠ
그래도 신라면이 강해서 그것도 그렇고 꼬꼬면도 그렇고 신라면만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요.
점심엔 저도 라면을 끊여 먹어보고 싶군요.ㅎ
하녀를 다시 방영해줬군요.
저도 작년에 봤는데.
옛날 배우가 나오고 소품이 옛날거라 그렇지 디테일은 정말 뛰어나요.
진짜 히치콕을 연상시키기도 하구.
전, <료마가 간다> 반값에 나왔던데 사고 싶은 충동이 마구 생겨요.ㅠㅠ

blanca 2011-10-17 22:5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나가사키면 저는 기대이상이었어요. 그래서 한 팩을 일주일 안에 다 소화해버리고 말았어요. 신라면, 외국에 나갔던 친구가 외국인이 훔쳐가서 깜놀했다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신라면의 명성이 그 정도였다고요 ㅋㅋ아, 반값으로 나오면 저는 망설이다 결국 지르게 되더라고요. 저는 라면이 있으면 자꾸 밤에 끓여 먹고 싶어져서 아예 안 사다 놓아야 해요--

2011-10-1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10-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하더라구요. 보면서 이전 작품도 봤으면..생각했더랬어요. 엄앵란 씨가 나오는군요.

아..자식을 키우는 것도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에 심히 공감합니다. 아직 아가씨지만 저희 언니를 보면서, 그리고 조카를 보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그게 무엇이든지 욕망을 갈구하고 갈등하는 그런 일은 평생 내 곁을 떠나지 않겠구나, 싶기도 했구요.

빨간머리앤 전권은 욕심내도 될 부류 같애요. 히히. 저도 조카 보라고 질렀는데요. 아직 조카는 보지 않고 제가 여러 번 봤답니다. 다음에 조카가 더 크면 보겠지, 생각하면서 이번에 조카 방으로 옮겨놨습니다. ^^

blanca 2011-10-17 23:01   좋아요 0 | URL
아,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했었어요? 케이블이겠지요? 아쉽네요. 비교하며 볼 기회를 놓쳐서요. 저도 청소년도 볼 수 있겠다 싶은 책들은 아이 명분으로 지른답니다. 멀고 멀었지만요. 달사르님의 아가씨라는 어감이 참 이쁘네요.

icaru 2011-10-1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그제(금요일밤) 11시 나가사키면을 끓여 먹었는데... (그래서?) 그렇다구요~ ㅎ
전도연이 나오던 하녀는 봤었는데..호평을 못 받을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blanca 2011-10-17 23:02   좋아요 0 | URL
찌찌뿡! 저는 주로 그 시간 언저리에 꼭 라면 생각이 나서. 십 분 갈등하다 끓여먹은 직후 땅을 치며 후회하고 다음날 아침에 쓰린 속과 부은 얼굴로 일어난답니다.^^;; 아, 안 그래도 리메이크 버전 평들을 읽어보니 칭찬이 없더라고요.

잘잘라 2011-10-1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밀가루 끊었는데 라면,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날씨 쌀쌀해지니까 후후 불며 먹는 라면,이 생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너무나 그리워서..
아.. 그리움이 욕망으로 변하는 순간,이 가까이 아주 가까이, 거의 다 왔습니다.
라면 사러 휘릭~

blanca 2011-10-17 23:10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정말 밀가루 끊으셨어요? 사실 저야말로 끊어야 하는데. 라면은 정말 못 참겠어요. 저번 주 일욜날도 책상에 앉아 있으니 아랫층에서 어찌나 격렬하게 라면 냄새가 올라오던지. 당장 한 젓가락 거들고 싶더라고요^^;;

2011-10-17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7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10-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빨강머리앤]이 도착해서 [토지] 때처럼 블랑카님이 또 안 나타나시고 숨으실까봐(그렇게 겨울 나실까봐) 완전 걱정이예요. 히히히히히. 그럼 너무 보고싶잖아요.^^

blanca 2011-10-17 23:1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이리시스님, 저의 성향을 어찌나 그렇게 잘 파악하셨어요. 단권 아니면 푹 파묻혀서 겨울잠 자는 수준으로 가는 성향을 들켜버렸네요. 청소년대상 도서이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 보고 싶다,는 말이 참 좋아요.

2011-10-1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7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가방 2011-10-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이나 니코틴처럼 밀가루도 중독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요.
저도 야행성이라 한동안 야밤에 라면, 과자, 빵 이런 것들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먹었던 적이 있었지요.
아침이면 어김없이 속이 불편했구요.
그런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그런 습관이 사라졌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럴까요...????
한참 그런 게 땡길 나이가 있는걸까요..????
요즘은 오히려 속이 비어야 맘도 편해요.
그런데도 살은 안빠지고.. (다행히 더 찌지도 않아요..^^)

문득.. 뜨끈뜨끈하게 잘 끓인 멸치국수가 먹고 싶어졌어요... 어쩔...

blanca 2011-10-18 21:48   좋아요 0 | URL
저는 카페인이랑 밀가루 중독이에요. 위가 정말 안 좋아요. 빨리 고쳐야 할 습관인데 쉽지가 않네요. 뜨끈뜨끈하게 잘 끓인 멸치국수,라는 책가방님의 말씀에 또 그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게다가 저희 집 주변에 또 유명한 멸치국수집이 있어서요.

책가방 2011-10-19 11:41   좋아요 0 | URL
결국... 어제 애들이랑 멸치국수 먹고 왔어요..^^
항상 붐비는 집인데.. 곱배기랑 보통이랑 가격이 같아서 너무 좋아요.ㅋ
짜장면 곱배기는 느끼해서 다 못 먹어도 국수 곱배기는 먹어지더라구요.
집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거리라.. 걸어가면서 속을 비우고 먹고 걸어오면서 소화시켜요..^^
또 먹고 싶어요~~~~

감은빛 2011-10-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가사키면 좀 매운 느낌이던데, 물론 저는 매운라면을 좋아해서 잘 먹었지만,
아내와 큰애는 매운 걸 못먹어서 혼자 몰래 먹을 때에만 가능한 메뉴가 되겠네요.
장안의 화제라는 꼬꼬면은 아직 구경도 못해봤어요.
어디 파는 가게나 있기나 한지 궁금하네요.

저도 밤 늦게 라면 먹고, 영화보는거 좋아하는데,
아침이면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죠. ^^

blanca 2011-10-20 09:43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정말 먹는 순간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차라리 그래서 라면을 안 보면 나을 것 같아 보관함을 비워두었답니다.ㅋㅋ 하여튼 저녁 여섯 시 이후에는 주전부리 안 먹고 열두 시 전에는 취침하는 것이 다음 날을 위해 제일 건전한 행동인 것 같아요.

yamoo 2011-10-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녀의 감상을 블랑카님의 페이퍼에서 다 보네요^^ 이거 시나리오 쓰는 친구가 <하녀>의 시나리오에 대해 엄청난 상찬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이런 쓰릴러를 쓸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라웠다는군요. 저는 이 흑백 영화를 아직 못 보았지만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블랑카님의 짧은 글을 보니 마구 보고 싶어 지는데요^^

빨강머리 앤...이건 명작이라 후회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blanca 2011-10-23 22:11   좋아요 0 | URL
야무님, 저도 시나리오 좋다는 얘기만 듣고 정말 우연찮게 보았는데 물론 설정이나 대사 같은 것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면들은 있지만 히치콕 못지 않더라고요. 일단 아주 재미있어서 중간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답니다.빨간머리 앤 지금 읽는 중인데 3권부터 좀 지루하네요.-..-
 

알라디너분의 홍릉수목원 관련 페이퍼를 보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일요일 아이와 길을 나섰다.
집 처에 바로 고가도로가 지나고 있어 공기가 여간 안 좋은 것이 아니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환기를 한번 시키면
방바닥에 새까만 먼지가 가라앉는다.  숨쉬는 게 때로 꺼림칙하다.   

 

 

녹음. 구태여 피톤치드라는 거창한 용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때로 흙을 밟고 녹음 속에서 호흡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더웠다. 정수리에 내려앉는 햇발이 아직은 날카로웠다.
아이는 화장실에 가자고 보챈다. 

화장실은 강렬한 햇빛을 맞으며 작은 둔덕 하나를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고
자연발효식 재래식 변기였다. 

아이는 기겁을 한다.
솔직히 나도 적나라한 구멍을 보고 멈칫하긴 했다.
희한하게 주장대로 냄새가 하나도 안 나긴 했다.
참아 보겠다,고 해서 데리고 내려와 보니 또 화장실에 올라가 보겠단다. 

시범을 보여주었는데도 ㅋㅋ
역시나 무섭다고 싫단다.
순간 짜증이 올라왔다. 참지 못하고 구시렁구시렁 하나마나한 잔소리를 시작했다. 

엄마는 실망했다.
새로운 것들을 그런 식으로 두려워하면 세상 사는 거 재미었다,는 둥.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며. 그건 진짜 아이를 위한 훈계가 아니라
더운 날씨에 부려보는 치사한 신경질이었다. 새로운 것들을 두려워하며 재미없게 사는 건
정작 나면서. 조그만 꼬맹이는 입가를 실룩이며 울음을 참는다.
낯선 재래식 화장실에서 쉬 못했다고 야단치는 엄마 앞에서.

예쁜 싱그러운 연인. 팔랑거리는 꽃무늬 원피스에 짧은 커트머리의 아가씨는 
배시시 웃으며 연인과의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두 장을 각기 다른 구도로 찍어주며 한숨이 나왔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요즘은 과거가 마치 전생 같다. 아니면 거짓말 같은 이야기.

그리고 우사인 볼트
나는 그 청년이 좋다.
장난스럽고 좀 우악스럽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 청년 앞에서는 세상이 쉬워 보인다.
자신을 찾으려면 자메이카의 나이트 클럽을 찾으라던 너스레도 귀여웠다. 

그런데 그 모든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 것 같았던 우사인 볼트가 
부정출발로 실격 당했다. 출발선에서 뛰어 나오며 스스로도 바로 깨달은 듯
바로 윗옷을 벗어던지고 포효한다. 

음. 세상은 누구에게나 쉬운 게 아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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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세상은 쉬운게 아니예요. ㅠㅠ

blanca 2011-08-29 22:36   좋아요 0 | URL
아, 시국도 그렇네요--

페크pek0501 2011-08-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몇 번 들어온 곳인데, 댓글은 처음 남겨요. 오늘은 순오기님의 방에서 뵙고 오게 됐어요.

제목이 맘에 들어 댓글 남깁니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쉬운 게 아닌거야.'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요. 어젯밤 오세훈 시장은 잠을 푹 자지 못 했을 것이고,
오늘 시합이 있는 운동선수 역시 그랬을 것이고,
오늘 무슨 시험이 있는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고,
지금쯤 어느 장례식장에선 울음바다가 됐을 것이고,
화장터에서도 그랬을 것이고,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초등학생 저학년들도 자기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고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그럴 것이고...
부부싸움 또는 연인싸움을 한 사람들은 속이 좋지 않았을 것이고

다 그렇지요. 그래서 이렇게 불러 주고 싶군요. '가엾은 사람들이여!'라고. ㅋ

blanca 2011-08-29 22:3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예, 남들 문제보다 자신의 문제가 더 절실하고 크게 보일 뿐 다들 고만고만한 문제들로 고민하고 고통받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건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댓글이 마치 시 같아요^^

블루데이지 2011-08-29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사인 볼트 결승전보려고 tv틀었다가 실격되는 거 보고 주저 앉았네요^^
아~ 아까운 기회!!
인생이든 스포츠경기든 지나간 것에 후회하며 살지는 말아야할텐데...그 게 잘 안되요!!ㅋㅋ

blanca 2011-08-29 22:39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본인은 또 얼마나 허탈했을까요. 담대한 척 모션을 취해 봤지만 결국 우사인 볼트도 긴장하고 부담 느끼고 그랬던 것 같아요. 기록갱신을 보고 싶었는데 참 아쉬워요.

pjy 2011-08-2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시간대에 따라서 변화무쌍하더라구요~ 타이밍은 중요한거죠^^;

blanca 2011-08-29 22:39   좋아요 0 | URL
아, 요새 날씨는 다시 한여름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타이밍을 완전 잘못 맞추었어요. 정말 푹푹 찌더라고요.

노이에자이트 2011-08-2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아직 블랑카 님은 연인들을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하고 한숨쉴 나이는 아닌데...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blanca 2011-08-29 22:40   좋아요 0 | URL
노자님, 그럴 나이 맞아요 ㅋㅋㅋ 저보다 한 십 년은 어려 보이던걸요.

2011-08-2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9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8-2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어린 분홍공주 데리고 나들이 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그래도 피톤치드는 좀 마신거죠?

blanca 2011-08-29 22:42   좋아요 0 | URL
너무 조금 마셨어요. 또 마시러 가야 하는데 자기는 거기 안 갈 거라고 오늘도 두 번이나 다짐받듯 얘기하네요--;; 화장실도 무섭고 벌도 많대요. 에혀. 피톤치드는 또 집 근처 영휘원에 할머니처럼 혼자 마시러 가야 겠습니다. ㅋㅋㅋ

2011-08-29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8-3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막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 수목원은 재래식 화장실인가 봅니다.
어릴적에 꽤 오래 재래식 화장실을 썼어도 지금 다시 그렇게 쓰라면 전 좀 .. 이상하고 막 그럴듯 싶습니다
또 급해서 들어가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설명해주신 다양한 장면 생각하며 혼자 웃어봅니다. 씨익하고욥!!

blanca 2011-08-30 22:5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초절정 적나라한 재래식이었어요. 저도 사실 처음 보고는 놀랐답니다. 그래놓고 꼬맹이보고 해 보라고 했으니 얼마나 이기적이고 배려없는 마음인가요. 이래저래 제 컨디션 안 좋다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해 참 미안합니다.

2011-08-3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누구에게도 세상은 쉬운 게 아니라는 게, 못됐게도 위안이 되네요.

과거가 전생같다니... 실감나는 표현!
모든 과거는 그런가 봐요.
그곳에서, 세월에 휩쓸려 너무 멀리 떠내려온 느낌이에요. 과거에 비하면 이 현재가..

blanca 2011-09-01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걸로 위로 받아요, 섬님! 섬님, <신화의 힘> 정말 너무 좋아요. 정말 고마워요....이런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주셔서...

yamoo 2011-08-3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사인 볼트가 좀 아깝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일터인데...
뭐, 순간적인 실수였겠죠...
200미터에서는 충분히 기량 발휘를 하겠죠?^^

blanca 2011-09-01 12:23   좋아요 0 | URL
야무님, 저는 한번 더 기회를 줬음 하는데 그게 논란거리더라고요. 상습적인 부정 출발로 경쟁자들 집중력을 흩뜨려 놓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그래도 너무 가혹해요. 그런데 200미터는 언제 하는지 모르겠네요.

비로그인 2011-09-0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blanca님! 저도 제목이 와닿아서 이렇게 덧글 남겨요. 정말이지 한 순간 한 순간은 사는 게 더럽게 힘들다 싶을 때도 있어요. 사소한 사건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 졸이기도 하고요. 그러다가도 또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마음이 금세 행복나라로 급변하고...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 오늘은 거리를 걷는데 문득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무서운 거에요.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는데, 혼자 공원 가서 산책하니까 자연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또 상쾌하더라구요. 진짜 인간 마음이 간사하죠? ㅎㅎ 아참 그런데 프로필 사진은 사강인가요?

ps. 육상 200m 결승 경기는 토요일 밤 9시 20분에 한답니다 :)

blanca 2011-09-02 22:42   좋아요 0 | URL
말없는수다쟁이님 반갑습니다.^^ 아, 예 저 맞아요 ㅋㅋㅋ 사강 맞아요. 한창 이쁘고 사랑스러울 때 모습이더라고요. 맞아요. 사소한 일 하나로. 기분이 나빠졌다가 좋아졌다가 해요. 특히나 인간 관계에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완전 유용한 정보입니다. 정말 고마워요.

순오기 2011-09-0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나 세상은 쉽지 않지만, 꼬맹이에게 재래식 화장실의 공포만 하겠습니까?^^
더운 날에 고생하셨네요~ 원래 가을볕이 더 따갑습니다. 그래야 나락도 익고 가을 과실도 단맛이 들거든요.

blanca 2011-09-02 22:44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님의 따가운 가을볕에 대한 이야기는 또다른 깨달음을 줍니다. 그럼 좀 잘 견디어 볼까요? 그죠. 여학생들도 무서워하는 곳인데. 지금도 거기는 절대 안 간다고 몇 번이나 그러네요. 너무 이쁜 수목원인데. 아쉬워요.--;;

소하아녜스 2011-09-0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우리 아이이야기 같아요^^

우리 아이는 결국 나무에 oooo했거든요..

ㅋ.ㅋ 새로운것을 쉽게 받아들이기엔 너무 다른 환경과 사회에서 커 버린걸요...

아마도 다음엔 용기를 낼 수 있을거예요.

그래도 한번 보기라도 했던 경험이니까요...

저도 어리적 시골에가면 너무 무서웠답니다.

blanca 2011-09-05 11:37   좋아요 0 | URL
혹시 소하아녜스님 세례명이세요? 그렇죠. 저는 커서도 재래식 변소에서 일 보라고 하면 망설였을 것 같은데 꼬맹이보고 새로운 것 운운하며 참,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입으로는 잘도 떠들면서 반대로 가고 있었어요. 소하아녜스님, 반갑습니다.
 

나는 수영을 아예 못한다.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한다. 번지점프는 그 단어를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육개월 전까지만 해도 운전을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운전대 앞에서는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모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장 생활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대인관계가 아니었다. 바로 갑자기 나를 던져 넣어야 하는 새로운 상황,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업무들이었다. 그러니 신입사원 때는 하루하루가 고행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사람들, 일들, 나는 금방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치고 수습할 수 없는 낭패를 당할 것만 같았다. 주변을 둘러 보면 할 수 없는 일들 천지였다. 나비의 날갯짓은 간지러움이 아니라 내 위벽에 생채기를 긋고 있었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뒷골이 땡겼다. 

나는 왜 이렇게 커버린 것일까? 자문할 새도 없이 나의 아이는 나의 새가슴이 그어 놓은 경계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니 아이도 물가에 내어 놓지 못했다. 새로운 환경은 항상 스트레스였으니 무언가 도전적인 모험상황은 저도 모르게 앞서 막아서고 있었다.  

떠밀리다시피 하여 가게 된 수영장. 유아풀은 발목까지. 핑크키티공을 들고 들어가니 갑자기 아이들이 나를 주목해 주며 공을 빌려 달라, 공놀이를 같이 하자,고 아우성이었다. 웬 인기? 하며 흡족해하며 그 아이들을 상대해 주다 보니 나의 꼬맹이는 점점 심심해지는 터라 성인풀을 계속 가리키며 들어가자고 한다. 아, 거기에는 여동생부부가 가슴까지 물을 찰랑이며 꼬맹이를 유혹하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너무 무서웠다. 경위가 아닌 것은 알고 있으나 그리고 차마 자존심때문에 입밖에 내어 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조카 튜브 좀 태워주면 안 되겠냐, 나는 여기에서 지켜보겠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나비의 날갯짓은 시작되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드디어 물이 허리를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짓궂은 사람이 수영하다 뻗은 팔이나 다리 때문에 내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떠올렸다. 꼬맹이는 야외풀로 나오니 흥분의 도가니였다. 물을 뒤집어쓰면 슬퍼하는 게 아니라 교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예상못한 상황이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큰지 몰랐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물을 뒤집어 쓰며 은근히 즐기고 있는 내모습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 나비들을 다 데리고 나가 버렸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잔뜩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런 즐거움을 모르고 산 지난날의 억울함을 떠올렸다. 수영을 당장이라도 배우고 싶었고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목까지 차오르는 물이 공포감을 주기 보다는 그 투명한 액체 속을 유영하며 잊고 살던 자유의 환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 등등.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를 투사시켰던 아이의 모습이 사실은 닫힌 유리병안에서 바깥을 응시하던 모습 뿐이었다는 것. 일곱살 때 수영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건져 주었던 커다란 오빠처럼 결국 누군가는 나의 손을 잡아 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시간들. 

내 안에서 생채기를 내던 나비들이 한 마리씩 다시 날아 들어오고 있지만 걔들을 내보낼 수 있다는 그 일말의 가능성을 엿본 기막힌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나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마구 접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그 바람을 한 움큼 먹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척척 운전해 갈 수 있는 그런 날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용감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번지점프하는 할머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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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
    from Value Investing 2011-08-16 01:53 
    어느 경제학자의 얘기대로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에 대한 '미리부터의 막연한 걱정' 때문에 괜히 스스로 기분이 우울해지는 때가 유독 올해 봄을 지나면서부터 점차 잦아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괜히 책을 읽는 속도도 조금은 더 느려지는 것 같고, 왕성한 의욕을 가지고 각종 취미생활에 쏟아붓는 시간들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드높았던 나름의 목표와 꿈과 그것들을 향한 노력과 열정까지도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느슨해지고 희
 
 
마노아 2011-08-1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가능해요. 믿숩니다! 당장 도전하세요. 파이팅!!!

blanca 2011-08-14 16:4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마노아님 수영하시는 모습 보며 너무 부러웠어요. 마노아님은 그래도 기초 정도 알고 시작하신 거겠죠? 아예 물에 안 떴던 사람은 모든 것이 늦다고 해서 망설임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8-14 23:16   좋아요 0 | URL
저도 기초부터 시작한 거예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당장 어떤 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했는데 그때가 여름이어서(작년 8월) 수영을 골랐던 거예요. 해보니까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었구요. 블랑카님에게도 신세계가 열릴 겁니다.^^

블루데이지 2011-08-1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수영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는데.....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자꾸 찔리는 제 마음...
저도 blanca님의 다짐과 믿음속에 저도 살짝 끼워넣고 싶오요~~ㅋㅋ

blanca 2011-08-14 16:46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ㅋㅋㅋ 그래도 자전거는 탈 줄 아시는 거죠. 자전거 못 타니까 어디 가서도 참 애로가 많더라고요. 다 커서 다른 사람이 발 구르는 자전거 뒤에 타니 계면쩍기도 하고 ㅋㅋㅋ 수영은 못하니 애한테 가르칠 수가 없어 또 아쉽고요. 이래저래 참 아쉽네요.

프레이야 2011-08-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지점프하는 할머니!! 와우~ 블랑카님은 꼭 이루세요. 전 못해요. 후덜덜..
수영은 저도 못하지만 자전거는 좀 타지요.ㅎ
결국 누군가는 나의 손을 잡아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시간, 그 순간이 저도 있었어요.
십년전의 일이지요. 수영을 못하는 내가 물에 튜브를 놓치고 빠졌는데 다가온 구원의 손길.
그때 처음엔 당황하다가 숨을 고르고 그냥 물위에 가만히 누워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았던 짧은 순간.
이국의 하늘이었어요.
블랑카님 매미소리도 짱짱한 여름아침이에요.^^

blanca 2011-08-14 16:47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그런 근사한 경험이 있었군요! 프레이야님 모자 쓰시고 원피스 입고 자전거 타는 풍경을 그려 봅니다. 아, 비랑 매미소리로 그득한 여름날이었어요.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창덕궁에 가려고요.^^

하이드 2011-08-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 마요...

- 수영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고, 고소공포증 있는 동갑내기(.. 아닌가?) 물귀신 하이드-

물론 나도, 지산 롹페의 델리 스파이스 공연 때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서 텀벙거리긴 했어요. 그 때 삔 손가락 몇 달 간다더니, 진짜 아직도 계속 뻐근 'ㅅ'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거에요. 스키랑 번지점프 수영 같은건 높은 곳과 물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안 맞는 스포츠라는걸 이제 알아요. 어릴땐 오기로 막 하긴 했지만, ^^

blanca 2011-08-14 16: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하이드님 동갑 맞아요. 하이드님이 수영을 못하고 고소공포증이 있다니! 무엇이든 용기있게 시도하고 진취적이고 그런 캐릭터로 저는 하이드님을 그리고 있는데요^^;; 하이드님은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거지만 저는 무서워서 안 하는 거라 안해도 항상 그 쪽을 막 부러워하기 때문에 문제예요^^ 지산 록페스티벌 진행이 그랬어요? 우아, 완전 신났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차 끌고 나와서 도로 상황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운전 안 하는 사람이 더 낫습니다.너무 위축되지 마십시오.
멋지게 헤엄치는 사진 한 장 올려주시면 어떨런지...

blanca 2011-08-14 16:51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김여사 수준은 벗어나서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착각 중이긴 합니다. 나중에 접영 하는 날 포토샵 프로그램 가동해서 올리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21:37   좋아요 0 | URL
포토샵을 해야 하나요? 음...궁금궁금...기대기대!

cyrus 2011-08-1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영이랑 자전거 못 해요. 수영은 못 한다치더라도 왠만하면 남자라면 두 발 자전거는 탈 수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잊으시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해보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

blanca 2011-08-14 16:52   좋아요 0 | URL
아니, 자전거를 못 타시는 거예요? 그래도 cyrus님은 지금 하시면 바로 배우실 걸요. 나이 들어 하려니 겁만 많아지고 능률도 안 오르고 그래요. 자전거가 위험하긴 하더라고요. 제 남동생은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다쳐서 시험 못 친 적도 있거든요.

다락방 2011-08-1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블랑카님은 아름다운 수필을 쓰는데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 그것을 극복하는 용기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살면서 사람들이 가끔씩 느끼는 이 사소한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 문학적으로 쓰실 수가 있을까요? 저는 이번 페이퍼까지 읽고나니 블랑카님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같은 소설을 충분히 써내실 수 있는 분이시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쓰신 페이퍼 만으로도 그런 책 한권은 뚝딱 나오겠는데요!

저도 여러가지 두려움이 있어요. 어떤것들은 말할 수 없이 챙피하기까지 한 것들이죠. 저도 그런것들을 극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나비들이 사라지는 그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요. 용감한 할머니가 되고 싶고 그리고 늘 사랑하고 사랑받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블랑카님, 블랑카님은 용기있는 할머니가 되실 가능성도 충분히 많지만, 글을 잘쓰는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실것은 확실해요. 그점을 저는 절대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blanca 2011-08-15 16: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지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특효약을 아주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힘이 떨어질 때마다 이 댓글을 기억할게요. 저는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배역 이름이 가물가물) 죽고 나자 로즈가 전통적이고 안전한 여성상을 거부하고 모험적이고 저돌적인 여생을 보내잖아요. 그게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고마워요.

2011-08-1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1-08-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실 수 있어요.^^ 화이팅!!!

blanca 2011-08-16 21:45   좋아요 0 | URL
후애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8-1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예전에 무서웠던 것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도전하면
조금 쉬워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세요? 저는 그럴 때마다, 아마 머리 속 어디서 기억하면서 나름 적응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보다 앞서 자동차 끌고 다니기를 하시더니, 이젠 수영까지 하시려는군요? 저는 라식 수술로 인해, 각막이 민감해서 수영장 못 가거든요. ㅠㅠ. 수영장 가면 일주일은 눈이 빠질 듯이 아파서요.

머....... 날아가세요, 블랑카님. 단, 가끔 잡을 수 있도록 땅에도 들리세요. ^^

blanca 2011-08-16 21:4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의 동네 운전 실력을 과대 평가하시면 안 됩니다.ㅋㅋㅋ 아, 저도 그런 느낌 받아요. 참 신기해요. 하하하, 마고님 잡으시게 종종 땅에 내려올게요.^^

꿈꾸는섬 2011-08-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뭐든 용기를 내서 해보면 될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저도 자전거 못 탔는데 타보니 또 탈만 하더라구요. 물론 상채기 난 이후로 1년 넘게 자전거를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요. 수영도 처음엔 두렵지만 막상 배우면 그게 또 신나고 재밌어요. 블랑카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거죠.^^

blanca 2011-08-17 22:30   좋아요 0 | URL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말이 왜이리 기운차게 들릴까요. 참 좋네요. 우아, 꿈꾸는섬님 최근에 자전거 배우신 거예요? 꿈섬님은 제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꿈꾸는섬 2011-08-17 23:19   좋아요 0 | URL
저 작년에 자전거 배웠어요. 근데 다친 이후 잘 안타게 되지만 또 타면 타게 될 것 같아요 요샌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잖아요.

블랑카님은 제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을 잘 하시잖아요. 저도 늘 부러워하는걸요.^^

비로그인 2011-08-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하나. 딱 한 가지 이유. 그것이 아니었다면 난 수영장엘 가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다니던 수영장은 한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어요. 프렌치 윈도우 스타일이었는데 오후 너댓시가 되면 햇빛이 넘치도록 들어오고 물결은 더 반짝였어요. 각종 영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 나른하고 노곤하게 물 위에 누워 있다 오곤 했습니다. 햇빛은 나를 투과할 것 같았고 나는 아주 천천히 팔을 저어서 조금씩 나아갔어요.
지금도 가장 자신있는 영법은 배영이 유일합니다. 그것 하나 때문에, 그 수영장엘 갔어요. 다른 곳엔 가지도 않고.

눈치채셨겠지만 모두 다 과거형 문장이지요.

blanca 2011-08-17 22:31   좋아요 0 | URL
쥬드님, 상상해 보니까 너무 행복해져요. 저도 배영을 해보고 싶어요. 게다가 한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수영장. 쥬드님, 미래형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럼요. 저도 쥬드님도요.

순오기 2011-08-2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물이 무서워 수영도 못하고, 자전거도 못 타는데...
초등 3학년때 집채만한(?^^) 자전거를 안고 넘어져 두려움이 생겼고, 캠프에서 무방비인 나를 물속에 풍덩 던져버려서 아주 깊이 가라앉는 공포감에 허우적대며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누군가 나를 잡아주어서 정신을 차려 다리를 쭉 뻗으니 바닥에 닿고 물은 가슴께에 닿는 정도였어요.ㅋㅋ 10여년 전 우리동네에 수영장이 생겨 용감하게 배우러 갔는데~ 그만 물속에 들어가니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서 하루만에 쫑냈어요. 함께 갔던 언니가 '천하의 순오기가 물을 무서워 해!'라며 놀렸어요.ㅜㅜ
도전해야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blanca 2011-08-18 11: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 그 트라우마때문에 수영을 계속 못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유년시절에는 되도록 부정적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평생 남아서 시도를 주저하게 하니까요. 순오기님 얘기 들으니 저도 왠지-..- 자전거는 늦게 배우면 넘어지면 아주 크게 다치더라고요. 그래서 또 두렵고요. 자꾸 도전해봐야 하는데. 나날이 새가슴이 되어 갑니다.

yamoo 2011-08-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배영을 극도로 싫어하는 1인인뎅~ 왜..뒤집어서 수영을 할까 하는 의문점도 잠시...여튼 배우기 싫어서 배영만 안배웠네요..

수영은 배워두는 것이 좋아요. 물에 빠졌을 때 그래도 살 수 있는 확률이 좀 돼잖아요. 근데, 경험상 수영하고 농구는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사람도 배우면 꽤 잘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꼭 수영을 배워서 훗날, 물살을 시원히 가르는 우아한 할머니가 되셨으면 합니다~ㅎㅎ

blanca 2011-08-20 22:20   좋아요 0 | URL
이번 수해때 헤엄치는 차가 침수되어 헤엄쳐 나오시는 여자분이 있더라고요. 저라면 그대로 저 세상 갔을 상황인 것 같아 수영은 생존을 위해서다로 배웠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늦게 이르렀답니다. 수영이 운동신경과 크게 관련 없다는 얘기가 참 격려가 되네요.

야무님, 너무 오래간만인걸요. 반가워요^^
 

"나 원망하지 마라." 

부처의 포스를 풍기는 나의 아그립파 뎃생을 물끄러미 지켜 보신 턱수염 만발 미술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은 내 그림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출발이 그랬던 것은 아닌데 요리조리 개념없는 명암 효과 덧칠을 시도하다 보니 점점 로마의 장군은 동양의 석가모니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 학기 나의 미술 성적은 '미'였다. 타당한 일이었다. 

그런 내가 뽑은 역할은 '페이스 페인팅'이었다. 제발 이것만은 피했으면 했던, 역할이었다. 아이의 유치원 시장 놀이 엄마 참여 수업. 가슴이 옥죄어 왔다.(정말이다) 펼쳐진 도화지에도 제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내가 세워진 사람의 살갗에 그것도 실패가 엄청난 파국과도 직결될 수 있는 페이스 페인팅이라니. 아이들은 엄하게 된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울먹이며 나를 원망할 지도 모른다. 

누워 자는 식구들에다 수채 물감으로 낙서를 시작했다. 난망시됐다. ' 그 날'이 다가올수록 가슴 한 켠의 돌덩이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 날' 쏟아지는 빗줄기를 가르며 유치원으로 향했다. 페이스 페인팅용 물감, 하이라이트를 줄 반짝이, 물통. 나를 포함한 엄마 넷은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정직하다. 투명하다. 봐 주지 않는다. 이윽고 개시. 바로 일곱 살 아이들 부터다. 일곱 살은 다섯 살 엄마 앞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눈빛으로 앉는다. 나의 손은 덜덜 떨린다.(다른 엄마들도 그랬단다) 하필난이도도 높은 잠자리를 그려달란다. 무지 뚱뚱하고 좌우 비례가 안 맞는 잠자리가 완성된다. 하지만 해냈다! 사내아이는 벌떡 일어서서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고는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장난감 지폐를 내어 놓고 일어선다. 그림은 점점 발전해 간다. 되도록 손에 그리기를 유도한다.(얼굴보다 쉽다) 다섯 살 꼬마들은 좋아서 계속 그려달란다. 도안을 무시하고 곰돌이와 토끼를 주문할 때는 난감하다. 그래도 자꾸 그리니까 진짜 곰돌이와 토끼가 되어 간다. 콧물을 줄줄 흘리며 나의 옆에 계속 서 있는 여자 아이. 학기 초에 유치원 문을 들어서며 울먹이던 모습이 기억나 가슴이 저릿하다. 아이의 콧물을 닦아 주며 또 그려 줄까?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를 보면 모른 척 해달라고 주문했던 나의 아이가 와서 분홍색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혜로 두 개 그려준다. ㅋㅋㅋ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페이스 페인팅을 자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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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0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 이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필이에요, 블랑카님. 제 입이 아주 컸으면 좋겠어요. 그럼 고개를 끄덕이고 그 큰 입으로 블랑카님께 웃어드리고 싶어요.

blanca 2011-07-01 21: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는 이제 안젤리나 졸리랑 다락방님이 구분이 안 가요. 그래서 지금 안젤리나 졸리의 살인미소를 그려봅니다. 그 시원한 입매로 짓는 미소를요. 살아 보니깐요. 항상 삶은 제가 생각했던 경로를 아주 교묘하게 이탈하며 지나가더라구요.

감은빛 2011-07-0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 페인팅이라니! 너무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훌륭히 해내신 블랑카님. 정말 대단하세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수필입니다!

blanca 2011-07-01 21:52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훌륭하게 해 내지는 못했답니다. ㅋㅋㅋ 아이들이니 용서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하지만 다음 번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만은 분명해요. 그 느낌이 참 좋았어요.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 그 기분이요.

잘잘라 2011-07-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blanca님께 기꺼이 저의 크고 통통한 두 볼을 내어드리겠어요.
저는..해바라기꽃과 나비를 부탁드려요^^

blanca 2011-07-01 21:53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이 통통한 두 볼을 내어 주신다고 하니 갑자기 또 의욕이 불끈 솟네요 ㅋㅋㅋ 볼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 통통한 볼이 참 아름답다, 촉감도 너무 좋다, 고 생각했어요. 참 이쁜 부위예요. 해바라기 꽃과 나비라면 자신 있습니다.^^

pjy 2011-07-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활한 저의 볼에도! 전 잠자리를 쌍으로 부탁드립니다^^

blanca 2011-07-01 21:5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짝짝이 잠자리 두 마리 그려 드릴게요. 볼은 넓을수록 좋습니다.^^

프레이야 2011-07-0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분홍공주 깜찍해요.
아이들이 모두모두 즐거워 했겠어요.
블랑카님, 제 왼쪽 뺨에도 페인팅 해줘요.^^

blanca 2011-07-01 21:5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생각보다 참 재미나더라구요. 그러니 제대로 잘 그리시는 분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이것저것 다 잘 그릴 수 있으면 더 기쁘게 해줬을 터인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기회가 오면 집에서 연습좀 해서 ㅋㅋㅋ 그려 드리겠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7-0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 페인팅을 할 줄 알아서 엄마가 될 수 있나요?라고 블랑카님에게 묻고 싶었다.

ㅋㅋㅋ

blanca 2011-07-01 21:5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예체능에 경기하는 사람이거든요. 특히 미술과 체육. 대학에 들어가서 다 끝났다, 안도했더니 이건 이런 식으로 계속 제 발목을 잡네요. 다음에는 또 체육까지 해야 할까봐 걱정이랍니다. 저 달리기 20초잖아요--;;

아이리시스 2011-07-01 22:29   좋아요 0 | URL
할 줄 알아야,를 할 줄 알아서,라고 써서 의미가 좀 이상해지진 않았나요?
그리고 웃다가 빼먹고 갔나봐요. 블랑카님은 멋진 엄마예요. 저라면 그냥 안갔을 것 같거든요. 저도요. 미술과 체육. 경기해요.ㅠㅠ 저 달리기 25초일지도--;

순오기 2011-07-0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엄마가 아니었으면 손을 떨면서 감당하지 못했겠지요?
역시 엄마는 위대해요!^^
연습하면 된다는 걸 확인한 블랑카님께 박수~~~~~짝짝짝!!
분홍공주가 아는 척은 안했나 봐요~~~ 역시 분홍색을 써야 된다고 주문한 분홍공주 멋져요!ㅋㅋ

blanca 2011-07-01 21:5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칭찬해 주시니 완전 기분 막 업됩니다. ^^ 의외로 아는 척 안 하는 모습이 넘 웃기더라구요 ㅋㅋ 그러더니 슬며시 와서 자기는 분홍색으로 해야 된다고 어찌나 간섭을 해대던지. 역시나, 했어요^^

마녀고양이 2011-07-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 페인팅 하셨어요?
저는 잘 못 해서, 자원도 못 할건데.... 멋지게 해내셨네요?
분홍공주님은 아직도 분홍을 좋아하는군요? 아이, 예뻐라~

blanca 2011-07-03 11: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하시면 잘 하셨겠다, 생각했는걸요. 저는 뽑기를 잘못 뽑았어요. 제비뽑기는 항상 운이 안 따르더라구요. 그럭저럭 해 냈는데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어 참 아쉽더라구요.

2011-07-02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3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7-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저두요. 님께는 제 볼을 내어드릴께요.
아이들 어릴적에 페이스페인팅 하려고 줄 서 있다가 문득 내 팔에도 그려달라고 할까? 했지만 이내 포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페이스 페인팅 하는 엄마, 따님이 참 자랑스러워 했겠어요

blanca 2011-07-03 11:10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 볼을 내어 주신다면 영광이죠^^ 아, 손목이나 팔에 그려도 참 이쁘겠어요. 헤나 같은 것도 요즘에는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구요. 그림을 잘 그려야 자랑스러워할 텐데 요새 딸아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참 답답하답니다.

비로그인 2011-07-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blanca님. 그림도 함 공개해주세욥.

다들 그걸 원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멋지게 잘 해내신거 들으니 기분이 막 좋아지려고 하네요!
울 분홍공주님 꽤나 오랬동안 뿌듯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D

blanca 2011-07-07 13:5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 그래도 사진이 있어 올릴까 했는데--;;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냥 저 혼자 보고 마는 게 낫겠다 싶어 안 올렸답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후애(厚愛) 2011-07-08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더위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blanca 2011-07-08 22:08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 여기는 계속 비가 그어서 그래도 시원한 편이에요. 장마가 끝나고 나서 올 더위가 너무 두렵네요. 후애님도요^^

2011-07-17 0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7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7-23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작가님과의 심야데이트 당첨됐더군요~~ 축하해요!!
은희경 작가님 새의 선물, 비밀과 거짓말은 정말 좋았어요~~ 최근작은 읽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데이트 후기 기대해도 되겠죠?^^

blanca 2011-07-23 21:2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정말 잘 얘기해 주셨어요. 저 깜빡 잊고 있었고 메일도 삭제되어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확인했네요. 마음이 급해집니다. 시간이나 장소도 전혀 모르겠고. 확인해 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7-26 15:38   좋아요 0 | URL
은작가님과의 데이트 확인하셨나요?
독서회 사진 추가했으니 봐주세요.^^

blanca 2011-07-27 21:14   좋아요 0 | URL
아, 아쉽지만 제가 시간이 안 되어서 못 간다고 말씀드렸어요. 다른 분에게 기회가 가겠지요. 머피의 법칙인가 봐요. 시간이 될 때는 당첨이 안 되고 시간이 안 될 때 당첨되고--;; 예, 사진 확인하러 갈게요.

2011-07-24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7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만구천 원짜리 티는 어이없게도 목 둘레에 오십 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을 달고 있었다. 입어보기도 전에 소스라치게 놀라 종이봉투에 다시 넣어 두었다. 

스페인의 중저가 브랜드인 그 옷의 환불 기한은 무려 한 달. 일이 주 내외인 여타 국내 브랜드에 비해 엄청 길다고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써먹을 데가 금방 생겨 버렸다. 똑같은 옷은 없고 마음에 드는 다른 옷들은 애초에 샀던 이 티의 가격의 두 배 정도였다. 삼 주 정도 지나 환불을 받아 버렸다.  

그리고 멕시코시티로 떠나 보낸 친구와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무심코 사탕 색깔 같은 나풀나풀한 옷들이 디피된 가게로 들어가 그 아이가 사무실용의 하얀 블라우스를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것을 봤던 그 가게를 또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인상적인 색감들의 착한 가격의 옷들 속에서 민트색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 이만구천 원을 환불 받았으니 만이천 원을 더 쓰고 그 원피스를 산들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터였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그 원피스를 샀다. 그 가게는 아주 묘하다. 곳곳에 막 흥분하며 이 신발을 신어보고 저 옷을 입어 보던 친구의 흔적들이 떠돌아 다녔다. 마치 꽃을 포장하듯 곱게 접은 옷을 미농지에 싸서 커다란 비닐백에 넣어 주는 점원은 내 친구를 기억할까?  

 

중년의 미국 여인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 시인답게 묘사 하나 하나가 정말 만져질 듯한 질감이다.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에 비길 만하다.  

그런데 위화감을 느낀다. 외국에 육백 평이 넘는 부지의 집을 사서 그것을 또 자신의 구미에 맞게 수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녀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는 것들은 자꾸 내 눈앞에 비늘을 만든다. 그러니까 나는 질투하며 책을 읽고 있다. 나의 인식의 한계는 사실 경험의 한계 안에 갇힐 테고 그것은 단연 나를 둘러싼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내가 보지 못한 것들, 모르는 것들이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들과 겹칠 때 밀려오는 감정은 사실 유치하고 적나라한 것이다. 

동생에게 꼭 창덕궁에 같이 가자고 했다. 창덕궁에 가고 싶었던 것을 너무 늦게 기억해 냈다. 예전에 애 업고 버스 타고 갔는데 마침 휴관이었던 그 창덕궁에 장마가 오기 전에 가기로 다짐을 받아 두었다. 먼저 볼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볼 참이다. 그 다음에는 꿈을 꾸어야지. 민트색 원피스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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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트색 원피스 입고 창덕궁에요!! 블랑카님의 민트색으로 창덕궁이 다 환해질 거에요.
요즘 원피스가 자꾸 입고싶어져서 친구랑 조만간 원피스 사러 가기로 했어요.
내게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원피스를 봐둔 데가 있다고 해서요 ㅎㅎ

blanca 2011-06-12 20: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한테 잘 어울리는 드레스가 궁금해집니다. 어떤 색깔일까요? 오늘 개시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디자인이라 잘못 보면 집에서 바로 나온 것처럼 보이네요--;;프레이야님, 이쁜 원피스 쇼핑 잘 하세요^^

2011-06-1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1-06-1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가게 어디인가요?^^
민트색 원피스~아 너무 이쁠 거 같아요!

blanca 2011-06-12 20:33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명동의 커피빈 맞은 편에 있어요. 정말 색감이 너무 이뻐서 누구나 충동적으로 뛰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옷가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사탕 색깔들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이 상큼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