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딸을 낳아라."

"싫어. 그럼 엄마도 나 같았겠네. 엄마가 나를 낳았잖아."

 

아... 내가 이런 진부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고작 여섯 살짜리를 붙잡고 하게 될 줄 몰랐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라는 그 당연한 명제를 가슴에 품으려고 애쓰건만

그건 머리로나 가능한 일인지

점점 아이와 입씨름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당연히 유치해지고 비논리적이고 되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때로 든다.

 

 

 

육아는 이론으로 타인의 사례로 조언으로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아이가 기고 아장 아장 걷고 혀짧은 소리로 세상의 사물들을 명명하고 자신의 느낌을 서툴게 표현했을 때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와 의사 소통이 되면서부터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읽은 책의 제목만으로도

당시 나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모성이 생래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절망하기도 하고

아이 때문에 나의 감정을 절제할 수 없어 미칠 것도 같았고 이러한 양육 방식이 아이에게 독이 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고. 가끔은 썩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하며 자족하기도 하고. 꽂혀 있는 책들만 보면 육아박사가 되어 있을 터인데.

나에게는 저 만큼의 허전함과 결핍이 있었던 것같다.

 

육아에서 아이에게 공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이로 내려가 자신의 심리 상태를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기억도 여섯 살 근처에서 시작되는 것같다. 세상은 엄청나게 크고 나는 엄청나게 작았다. 엄마의 팔은 나의 세상 전부를 덮는 커다란 우산이었다. 무서운 것도 많았고 못 견딜 것도 많았다. 예쁜 연년생 동생 옆에서 몸이 움츠러들었고 심술도 많이 부렸다. 나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가 아니라 심술맞고 당돌한 것으로 어른들의 관심을 받아보려 했던 것 같다.

키우기 힘든 아이였다. 엄마는 무뚝뚝했지만 나의 화와 짜증을 엄하게 다스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엄마라는 존재는 내가 세상에서 받은 그 숱한 좌절과 실망, 불만도 안전하게 풀어낼 수 있는 커다란 우산이 되어야 한다.

 

 

 

 

 

 

 

 

 

 

 

 

 

 

 

 

 

기네스 펠트로가 한창 예뻤을 때, 그리고  에단 호크가 아직은 대머리 징조가 안 보였을 때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녀가 분수대 근처에서 키스하던 장면이 이들이 아이였을 때 했던 서툴게 했던 키스와 오버랩되던 장면. 원작은 찰스 디킨스의 동명의 성장소설이었다. 사실 큰 재미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이의 심리 상태에 대한 섬세하고 적나라한 묘사가 절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작은 눈 앞에서 굴절된 세계는 어떻게든 희극적이다. 아주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아이였을 때 잊었던 그 숱한 두려움과 착각, 기대들에 대한 충실한 복기로 시작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어떤 상황을 온전히 이성적으로 제대로 세계화하지 못하고(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두려움과 절실함이 만들어 낸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양육자(주인공 핍한테는 누나)가 가지는 그 어마어마한 무게에 대한 고찰. 여기에는 각종 희극적인 어른들이 등장한다. 무기력한 매형도 누나가 초대하는 그 위선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지역의 유지들도. 핍한테는 그저 한심하고 때로 무시무시한 비정상적인 캐릭터로 재창조된다. 그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어른들은 가르치려 들며 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저만치 밀어내고 만다. 그러니 아이들과 어른은 영원히 소통할 수 없다. 그 격차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묘사. 그 안 어디쯤엔가 찰스 디킨스는 있다.

 

아이한테 나라는 엄마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내가 주문한 자그마한 트리가 아이한테는 불만이다. 이것저것 각종 장식 용품까지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기대하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서 주문했건만. 아이의 반응은 나를 유치하게 만들었다. 내가 보는 트리와 아이가 기대한 트리의 간극. 그것은 내가 강요로 메울 수 없는 공간이다. 다시금 제대로 다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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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0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요 블랑카님. 블랑카님이 보는 트리가 아이가 기대하는 트리와 다르다고 해도, 거기에 간극이 있다고 해도, 저는 괜찮다고 느껴져요. 물론 그 간극이 없다면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것은 다를수도 있구나' 하는것도 저절로 알게 되지 않을까요? 음, 이건 제가 여섯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걸까요?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저 역시 기대 이상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활짝 웃는걸 보고싶고, 행복해하는 눈빛을 보고싶고.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서 저도 블랑카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찰스 디킨스가 마구 좋아졌어요. 이렇게 아이의 눈으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일 거라는. 핍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집에서 먹을 것을 싸가고 하는 그 두려움들이 아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지잖아요. 아, 나라면 울음을 터뜨렸을거야, 하면서 읽었었어요.

blanca 2012-12-08 15:2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아, 맞아, 읽어야지, 했던 거예요. 그래서 고마워요^^ 아, 너무 재미나요. 아껴 읽는 중이에요. <호밀밭의 파수꾼> 저리 가라더라고요.

다크아이즈 2012-12-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보니 아이 키우던 그 때가 새록새록.
자식은 엄마 뜻대로, 엄마 성향 대로 커주는 게 아니라 오롯이 '지 뜻'대로 커가더군요.
그게 때론 서운할 때도 있지만 신기하기도 해요.
저랑 완전히 다른 성향을 지닌 딸아들을 키우면서(키웠다기 보다 지대로 컸군요.ㅠ)얻은 결론
자식 곁을 맴도는 엄마보다, 자식을 지켜보는 엄마가 자식 교육에는 훨씬 낫더라는...
밀착형 엄마의 회한기보다 방임형 엄마의 자책감이 조금 나아 보이는 요즘.

블랑카님은 현명하니 잘 키우실 것 같아요. 따님 한 명인가요?

blanca 2012-12-08 15:28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제가 요새 느껴요. 저희 엄마가 좀 방임형 스타일이셨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내공이 필요해서 저는 잘 되지도 않고 혼란스러워요. 예, 딸 하나랍니다. 동생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지요--;; 자녀분이 얼마나 큰지 궁금해요.^^;;

노이에자이트 2012-12-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도 예전에는 어린이였을텐데 정작 어린이를 대할 때는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하거든요.그게 어른의 특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디킨스 소설 중에서 요즘은 <위대한 유산>의 인기가 최고더군요.저는 <올리버 트위스트>도 참 재밌게 읽었어요.완역본은 상당히 두툼하더군요.

blanca 2012-12-08 15:26   좋아요 0 | URL
아,<올리버 트위스트>요! 저도 기회가 되면 읽어볼게요. 다른 분 페이퍼에서 <미들마치> 번역이 진행되고 있다고 노자님이 댓글 다신 것 본 것 같아요. 너무 반가워서 기다리는 중인데 제 기억이 맞는지요?

노이에자이트 2012-12-08 20:32   좋아요 0 | URL
올리버 트위스트는 정말 추리소설 같아서 재밌어요.

미들마치 이야기 맞습니다.금성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이미 번역되었으니 도서관 중에서는 비치한 곳이 있을 겁니다.저도 도서관에서 빌려 봤어요.

프레이야 2012-12-0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엄마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욕구를 조절하는 법도 자연히 익히게 되어요.
엄마가 좀 모자라면 오히려 자율성도 생기구요. (저에 대한 변명 같아요.^^)
엄마가 앞서는 것보다 반 발 정도 물러나 따라가는 것처럼 뒤에서 지켜보는 게 좋다고 들었어요.
저도 집에 크지 않은 트리가 있어요.
아이들 어릴 때 쓴 건데 이젠 폐물이 되어 베란다방 구석에 처박혀 있다는..
그때 울딸들 그닥 내켜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ㅋㅋ 저 혼자 좋아라 했어요. 작은 만족 같은 것이었는데
아이들의 요구와는 간극이 있었겠지요.^^

blanca 2012-12-08 15:2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벌써 사춘기가 걱정됩니다. 아이가 엄마가 좀 모자라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산너머 남촌에는> 드라마를 꼭 챙겨 본다. <전원일기> 후속격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농촌 드라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해서 사람들이 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적도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보고 있으면 마음 한켠부터 데워지는 느낌이 좋다. 사실 쇠락하는 농촌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다루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대가족과 지척의 이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지속적으로 소재화하는데 농촌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주는 이점덕분에 이런 드라마들이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같다.

 

지난 주 바지락을 넣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장염도 아닌 것이 식중독도 아닌 것이 그 묘한 경계에서 무척 고생했다. 계속 오한이 나서 일단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드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친정 신세를 좀 졌다. 일요일 아침 모처럼 아침 준비를 좀 뒤로 하고 이 드라마를 봤다. 종갓집 종손은 이혼하고 두 번째 연애에서도 상대 여자에게 실연을 당한다.  직장 회식 자리에서 겉옷도 나둔 채 무작정 택시를 타고 연인이 일했던 유치원의 닫힌 문을 두드리며 절규하는 아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다독임이 감동적이었다. 이 한심한 자식아, 여자 하나 때문에 이게 뭐냐? 라고 면박을 주는 대신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를 안는다. 자신은 왜 매번 사랑에 실패하냐는 아들의 자학에 아버지는 "너는 인연을 실패라고 하냐."고 반문하는 아버지.

 

인연에 실패라는 말을 감히 갖다 붙이지 말라는 듯 책망하는 눈빛의 아버지의 모습. 갑자기 대학교 2학년 그 시간들이 떠.올. 랐. 다.

 

나는 과도한 수강 시청에 과도한 통학 거리로 매일 여섯 시에 기상해서 집에 오면 오후 일곱 시 가량이 되어 그 때부터 밤을 새우며 레포트를 작성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분량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과(무식하지만) 한번 레포트가 날아갈 뻔한 악몽 덕택에 플로피 디스켓에 이중 저장을 수시로 해가며 그러니까 종일 자판 두드리고 좀 자고 시간 쪼개어 지독하게 귀여운 초등학생에게 과외 교습을 하는 것이 대학생활의 태반이었다. 그 와중에 했던 소개팅에서 몇 번 만난 남자애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그 남자애는(물론 사귄 것은 아니었다) 몇 번 만나더니 슬쩍 예정되어 있던 어학연수 얘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뭔가를 해보려 했더니 뜬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몇 년을 만난 남자와 이별을 하는 것같은 절망을 느꼈다. 각박한 현실에 단비와 같았던 그 남자애에게 느꼈던 감정은 이제 정처 없었다. 그 남자애가 떠난다는 날, 나는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마음껏 슬퍼하고 대단한 사랑을 한 것처럼 과장되게 절망하고 싶었지만 쓰던 레포트를 마저 끝내야 했다. 마음의 결이 있다면 한 결, 한 결마다 피가 스미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슬퍼하고 힘들어할 상황도 아니었건만 그때는 미성숙한 식견과 요동치는 감정으로 세상 전부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열하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방문을 닫았건만 아버지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셨나 보다. 다음 날 아침 부은 눈으로 엄마 앞에 서니 엄마는 아버지가 출근하기 전에 잠깐 내려오라고 해서 내가 왜 이리 우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묻지 않고 엄마와 집에 있을 때 나의 상황을 알아 내려하지도 않고 조용히 밖에서 엄마를 일부러 불러내 나의 눈물을 걱정했다. 그런 은근한 관심과 지지가 고마웠다. 아마 아버지는 내가 왜 우는지 어렴풋이 아셨을 것같다. 무슨 청승이냐고 왜 우느냐고 닥달하지 않고 그렇게 넘어가 준 아버지.

 

자식의 사랑, 이성친구와의 결별, 혹은 짝사랑의 좌절. 이런 것이 자라고 나이 든 부모의 눈앞에서 폄하되지 않는 풍경이 눈물겹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의 실연은 사실 과소평가하기 쉽다. 게다가 그것이 나의 몸에서 나온 자식의 것이라면 그 상황 자체가 달갑지 않아 더더욱 질끈 눈감아 버리거나 바라던 자식의 배우자상에 대한 훈계나 교시의 계기로 삼게 되기도 한다. 꼬맹이가 자라서 어떤 사랑을 하든 그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지해 줄 수 있을까? 사실 인연의 어긋남은 그것이 다음 인연을 예쁘게 가꾸는데 자양분이 된다고 해도 겪지 않거나 조금만 아프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별은 언제나 너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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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2-01-1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이 아니라 '이 별은'이라고 읽었어요.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별' 가끔은 미치도록 슬프거든요.

blanca 2012-01-13 22:06   좋아요 0 | URL
L.shin님 댓글이 더 멋지네요. 갑자기 강경옥의 <별빛속에> 만화가 생각나요.

cyrus 2012-01-1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복통이 많이 나으셨는지요? 겨울에도 음식 관리 잘 해야될거 같아요.
연애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별은 슬프면서 아픈 것은 확실한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고백을 해봐서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거든요 ^^;;

blanca 2012-01-13 22:08   좋아요 0 | URL
cyrus님 졸업하시기 전에 연애는 꼬옥 해보셔야지요. 아픈 추억도 지나고 나면 좋았던 기억만 남는답니다. 복통은 다 낫자마자 또 커피를 마시니 다시 재발의 조짐이... 내일부터 다시 위를 다스려야 할 것 같아요.

블루데이지 2012-01-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편찮으신건 좀 괜찮으세요?
저도 <산너머 남촌에는> 친정가서 봤어요. 아빠 생신이셨거든요..
그날 참 가슴찡한 내용이었어요^^아버지의 모습이 더 가슴 아프더라구요~
근데 페이퍼 계속 읽다보니 그 드라마보다 blanca님의 그때 그이야기가 더 찡하네요~~

blanca 2012-01-13 22:09   좋아요 0 | URL
아, 블루데이지님도 친정 가서 보셨어요? 찌찌뿡^^;; 그죠! 저는 혼자 막 눈물까정 흘렸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 눈물 그렁그렁한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참 가슴 뭉클하더라고요.

stella.K 2012-01-1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블랑카님 같은 미인과 사귀기 쉽지 않을텐데
그 남학생 누군지 참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능.ㅋㅋ
그게 참 그래요. 사람 만나고 이별하는 것도 큰 시간안에서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뭐 과소평가라기 보다 그 시간을 건너면 별 것 아닌 것인데
너무 현재의 슬픔에 집착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블랑카님도 그 시간을 거쳐서 이만큼 살아오신 거잖아요.
<산너머 남촌에는> 이 드라마가 아직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ㅎㅎ

blanca 2012-01-13 22:1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 그런 건가요? 아, 그런 면도 있지요. 젊고 어릴 때는 딱 여기, 이것 위주로 보고 느끼다 보니 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신의 상황을 해석하기 힘드니까요. 그래도 저도 지나오고 느낀 것들을 그만큼 아이의 그것도 크고 소중하게 공감해 주고 싶은 소망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흑, 절대 종영하면 안 되는데 결방이 너무 잦네요.

moonnight 2012-01-1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집니다. 남자가 이게 무슨 꼴이냐. 하지 않고 인연을 실패라 하느냐고. 반문할 줄 아는 어른. 블랑카님의 아버님처럼,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는 어른이고 싶어요. 저도요.

blanca 2012-01-13 22:13   좋아요 0 | URL
이 드라마 작가에게는 놀라운 면이 있어요. 자주 메모하고 싶은 대사들이 있는데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껴본 사람 같아요.

비로그인 2012-01-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요, 블랑카님.
왜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 사람이 물리적으로 먼 거리로 떠난다고 하면
그것을 정신적인 관계의 종결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이 그대로 상생할 수 있다고, 한의학 종사자와도 같이 생각하는 저는
늘 의문이었어요.

blanca 2012-01-13 22:1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 땐 몰랐어요. 저도 바로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혹시 기다림과 마음고생을 지레 피하고 싶은 자기보호본능 때문은 아닐까요?

카스피 2012-01-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농촌 드라마가 남아 있었나요? 이름도 못들어봐서 좀 신기하네요.
그나저나 플로피 디스켓 안쓴지가 꽤 오래되었네요.제 컴이 2006년을 얻어온 것인데(나름 최신형이죠.램 126메가^^)
이 컴에는 플로피 드라이브가 달려있어요.근데 요즘 나오는 최신형 맥미니같은 것은 dvd도 안달린다고 하는군요^^

blanca 2012-01-13 22:1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저의 연식을 들켰군요^^;; 맞아요. 이제 플로피 디스켓은 과거의 유물처럼 되어 버렸지요.

프레이야 2012-01-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속 그 아버지의 대사가 참 찡하네요.
인연에는 악연은 없는 거라는 말로 해석해도 될까요.

블랑카님의 아버지, 그 큰 사랑을 읽으니까 저의 아버지도 생각이 나요.
내내 침묵하고 기다리며 지켜보다 한마디 묵직한 말로 구름이 싹 걷히게 해주시는..
영화 '정사'의 이미숙이 병실에 누워있는 친정아버지를 찾아가 웃으며 눈물짓던(마음속으로) 그 얼굴도 떠올라요.

blanca 2012-01-13 22:18   좋아요 0 | URL
구름이 싹 걷히게 해주시는 아버지. 그냥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프레이야님과 아버님의 단단한 끈이 느껴집니다. '정사'에 그런 씬이 있었군요... 요새는 자식한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나,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되어요. 하여튼 생각이 많아지는 연초예요, 프레이야님.

꿈꾸는섬 2012-01-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직접 묻고 싶으셨을 때가 많으셨을텐데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주셨죠. 그땐 그게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인 줄 몰랐는데 돌아보니 그러네요.

blanca 2012-01-15 21:52   좋아요 0 | URL
재작년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작년부터는 부모님이 그런 묵묵한 사랑을 주셨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나이 드는 게 안 보인 것들을 하나하나 일깨우기도 하니 나쁘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oren 2012-01-1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었을 때의 사랑과 이별의 고통은 정말 '그 무엇에도 바할 데 없는' 것이었음을 blanca님의 글을 읽으며 새삼 떠올려보게 되는군요. 그런데 blanca님께서는 (비록 눈이 퉁퉁 부어오를 만큼 오열하셨다고 하더라도) 밤새도록 태연히 레포트를 쓰셨다고 하시니 정말로 '성실한' 대학생이었다는 걸 미루어 짐작해볼 수도 있겠다 싶군요. ㅎㅎ
* * *

연애란 엄숙하고도 뼈아픈 것으로, 큰 환락과 고뇌가 따르는 까닭은 종족에 관한 커다란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시인은 몇천 년 전부터 수많은 예를 들어 그것을 묘사했다. 이 주제는 종족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그밖의 어떤 주제도 더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즉 개인과 종족의 관계는 물체의 표면과 물체와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사랑은 옛날부터 다루어온 진부한 것임에도 언제까지나 고갈되는 일이 없다.

(중략)

자기가 극진히 사랑하는 사람을 단념하는 일이 어떤 희생보다 크게 여겨지는 것도 납득이 된다. 영웅은 일상적인 일로 비탄에 빠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만, 사랑의 비애에 대해서는 비탄을 억누르지 못한다. 이 경우 비탄에 빠지는 것은 본인 자신이 아니라 종족 자체이기 때문이다. 칼데론의 훌륭한 희곡 《위대한 제노비아》제2막에 제노비와 데시우스가 등장하여 데시우스가 말한다.
"아, 하늘이여, 당신이 날 사랑한단 말이지요? 그렇다면 나는 백 번이라도 승리를 포기하겠소. 적진에서 도망쳐버리겠소."
여기서는 여러모로 이해타산적인 명예가 무시되고 그 대신 사랑, 즉 종족에 대한 이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명예와 의무, 그리고 충성은 지금까지 유혹이나 심지어 죽음의 협박에도 저항해 왔으나, 종족의 이해 앞에서는 고분고분 양보하고 굴복해 버린다.
- 쇼펜하우어, 『인생을 생각한다』중 '사랑의 형이상학' 中에서

blanca 2012-01-15 21:56   좋아요 0 | URL
지나고 보니 그렇네요. 성실하려고 항상 노력은 했던 것 같아요. 쇼펜하우어는 개인적인 사랑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다 종족번식의 사회적 책무가 프로그래밍화되어있는데 자기들이 개인 의지와 정념으로 사랑에 빠진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쇼펜하우어가 사랑의 비탄에 대하여는 절절하게 이해하고 공감한 줄을 몰랐어요. oren님 댓글은 언제나 지적이십니다.^^

마녀고양이 2012-01-1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 남자분, 참 나쁘네요!
어학 연수 갈 계획이면서 소개팅을 하다니! 쳇.
그런데 말이죠, 저도 주드님이랑 같은 생각을 했어요... 어학 연수란게 기간이 긴 것도 아닌데
꼬옥 거리 때문에 이별해야 했을까? 머 이런..... 우린 어쩌면 이별을 사랑하는게 아닐까요?

흐흐, 엘신님의 말씀처럼, 이 별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구요!

blanca 2012-01-16 22:1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운 거예요--;; 이 별이란 말이 너무 좋아요!
 

그것 보려고요?

그럼 이걸로 봐요.

 

글자가 내 손톱의 반만한 활자로 그득차 있고 종이도 이미 누렇게 변해버린 <김약국의 딸들>을 내밀자 사서는 분주해진다. 바로 자리를 찾아 글자 크기는 두배요, 분량은 반에 삽화까지 있는 또다른 <김약국의 딸들>을 내민다.

 

원래 내가 읽으려고 했던 책은 이 책이었다.

 

 

 

 

 

 

 

 

 

 

 

 

 

 

결국 내가 빌린 것은 이 책이다.

무언가를 강력하게 권유해 주는 사람 앞에서 매몰차게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망설이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나는 교과서 한국문학 시리즈 <김약국의 딸들>을 읽게 되었다.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이 나이까지 와서 축약본을 읽는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고전들의 엉터리 축약본으로 허비한 시간들이 더없이 안타까운 터였다.

 

원래 책은 인물들도 서로 헷갈리고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이건 재미있어요.

 

재미있었다. 축약본이라도 나의 저질 기억력으로 인물들은 여전히 헷갈렸다.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 어떻게 안 헷갈릴 수가 있을까. 묘사나 설명은 사건의 긴박한 전개 뒤로 숨는다. 지루할 새도 없고 물론 음미할 여유도 없다. 장단이 있었지만 어렸을 때 나의 사념은 뒤로 하고 그저 이야기에만 한껏 열중할 수 있었던 독특한 즐거움이 돌아왔다. 부담스럽지 않게 무겁지 않게. 나는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다고 스스로에게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딸아이는 태어난 지 만 4년이 되었다. 딸아이가 젖먹이 때부터 함께 한 친구와 영화관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팝콘을 사고 콜라를 얻어 먹고 돌덩이 같은 소세지를 넣은 핫도그를 우겨 넣으며 당당하게 영화관에 입성했다. 물론 주어는 '나'다.

 

<작은  것들의 신>에서 여덟 살의 라헬은 접혀 있는 시트와 등받이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여 다리 사이로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그러니 고작 만 네 살의 아이는 아무리 노력하고 다리를 버둥거려도 계속 시트와 등받이 사이에 끼일 수밖에. 어린이용 쿠션을 올려 주어도 무게 중심이 안잡혀 아이의 의자는 수시로 접혔다. 반복적으로 오른손으로 의자를 눌러 주어야 했다. 여하튼 엄마는 신이 났다. 팝콘을 마시고 콜라를 들이부으며 아이들보다 더 웃어댔다. 크리스마스. 여섯 살 정도까지 믿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선물이 있었던 기억은 없었지만.

 

엘프들을 거느리고 최첨단으로 무장한 선물 배달 시스템에서 누락된 한 아이에게 선물을 제때에 전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아더의 이야기. 결국 아더는 이미 은퇴하고 퇴물 취급을 받는 할아버지 산타의 도움을 받아 미션 성공. 놓친 것들은 결국 다시 찾아야 한다고 한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다시 여섯 살이 된 걸까? 옆에는 이제 그 나이가 될 딸애가 짧은 다리를 버둥대며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인지 그저 친구와 영화관에 왔다는 사실에 감격한 것인지 신나게 웃고 있는데.

 

나도 누락되었던 한 아이 같은데. 긁적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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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0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축약본, 정말 싫은데....
지루하고 늘어져도 원본 그래도, 작가의 향기를 맡고 싶은데, 아마 블랑카님도 그러시겠죠?
그런데 말씀을 못 하셨단 말이죠, 아아 못살아.

아더 크리스마스 보셨어요? 블랑카님, 저는 겨울 방학 계획 신나게 세웠어요.
1월에 `장화신은 고양이` 개봉한다는데, 슈렉에 나온 그녀석이네요.
꼭 보러가야겠어요, 예고편 봤는데 그 초롱한 눈망울로 하는 앙큼한 짓이란!

blanca 2011-12-09 20:57   좋아요 0 | URL
마고님,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기분 한껏 느낄 수 있어요. 코알라양은 이제 진짜 친구처럼 함께 다니실 수 있어 공연도 보실 수 있겠고 여행도 같이 갈 수 있고. 겨울이 외롭지 않으시겠어요. 그런데 슈렉에 나온 그 눈망울 포스 짱인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는 거예요? 갑자기 그 고양이가 두 발 모으며 반짝반짝 눈 빛내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ㅋㅋㅋ

아이리시스 2011-12-09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0년전에 산 윗책 있는데, 어딘가에 박혀 있는데, 예전에 아침연속극으로 했을 때는 딸의 이름이 안헷갈렸거든요. 이젠 헷갈릴 것 같아요.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인지ㅋㅋㅋ 만 사년이면 생일이잖아요. 공주님께 생일추카 전해주세요.^^

blanca 2011-12-09 20:58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모든 소설의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 이름이 헷갈려요. 심각합니다.--;; 등장인물이 많으면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차라리 대하소설 같은 경우는 워낙 반복해서 나오니 더 기억이 잘 나는 것 같고요. 드라마로도 했었군요!

순오기 2011-12-1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약국의 딸들은 님이 보시려던 그 책으로 보셔야 해요.ㅜㅜ
다섯 딸들이 쫒는 것이 확실히 구별되는데도 이름은 헷갈리는군요.ㅋㅋ
돌림자 이름의 폐해라고 생각돼요.^^

분홍공주가 이제 다섯 살이 되었군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
누락된 아이~~~~~~~ 왠지 공감되는 느낌!^^

blanca 2011-12-10 21:50   좋아요 0 | URL
아, 축약본으로 읽어버리니 원전을 다시 읽게 될까 난망시됩니다. 이런 게 폐해군요. 요새 저는 인물이 많은 소설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도무지 쫓아갈 수가 없답니다. 분홍공주는 만 네 돌을 넘은지 한달이면 여섯 살이 되는 억울한 12월생이랍니다. 감사드려요^^

노이에자이트 2011-12-1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남에서 나온 것은 가로줄이라서 읽기 불편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다시 한 번 도전해 보세요.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세로줄에 나남 것보다 활자가 더 작은 걸요.

그리고 이 소설이 상상 외로 막장 드라마 같은 장면이 많아서 청소년용 삭제판으로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어요.

blanca 2011-12-11 22:32   좋아요 0 | URL
노자님, 맞아요. 이 소설이 오싹한 장면들이 많더라고요. 살해 장면도 있고. 청소년용으로 개작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게다가 중학생 대상책이었고요--;; 세로줄로 읽으셨다고요? 노자님은 우리 문학도 거의 다 섭렵하신 것 같아요. 대단합니다. 그리고 다 기억하신다는 것도요. 저는 제가 읽은 책도 제가 읽었는지도 모르는 지경이랍니다.

프레이야 2011-12-12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를 언제까지 믿느냐 하는 걸로 사람의 순수성을 좀 가늠해볼 수도 있을까요? ㅎㅎ
남중학생 조카는 아직도 믿는대요. 제 엄마와 암묵적으로 믿는 척하며 온기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늘 느끼는 거지만 만 4살이 된 분홍공주는 무척 영리한 아이일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큰딸도 연말에 태어났는데 이번 생일은 좀 특별할 것 같기도하고 뭐 그래요.^^

blanca 2011-12-12 21:59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따님도 연말에 태어났군요. 지금은 엄청 손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이 다 언니, 오빠들 같아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크면 상관없어지겠죠?^^ 크리스마스를 아직 믿는 중학생. 부러운걸요. 믿는 체로 그렇게 엄마랑 공모, 교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믿고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12-1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라서 기억하고 있어요.박경리 소설 중 히스테리칼한 분위기가 가장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참으면서 읽으니 세로줄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blanca 2011-12-13 23:40   좋아요 0 | URL
사건 위주로 축약하면 더 분위기가 음산해지더라고요. 저는 세로줄은 긴 막대 자 없으면 못 읽어요^^;;

잘잘라 2011-12-1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분명히 저기 맨 위에 나남 가로줄 사서 읽었는데,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현금 주고 사서 읽었는데, 아...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나요. 기억력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듯.. ㅠㅠ 아아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정말 사긴 샀던가? 읽긴 읽었던가?` 헤깔리기 시작했어요. 『보이지 않는 고릴라』 부작용인듯합니다요. 에구.. (찾아보니 책은 있어요. 제 책도 누~렇게^^;;)

기억에서 누락된 김약국의 딸들, 음, 다시 읽어볼까요? 긁적-

blanca 2011-12-15 19:54   좋아요 0 | URL
저는 요새 책을 읽고 돌아서면 아니 뒷부분에만 가도 앞부분 내용이 가물가물하답니다.--;; 아무리 고운 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속지가 누렇게 변해서 속상해요.

2011-12-1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5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2-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들릅니다. 아더 크리스마스 재미있나요?

blanca 2011-12-19 09:21   좋아요 0 | URL
saint236님 딱 크리스마스 주간에 봐주셔야 해요^^ 동심으로 돌아가 산타클로스에 대한 꿈을 마구 꿀 수 있답니다. 재미도 있어요.
 

집 앞 복지관에서 헬스를 시작한지 얼추 두 달이 되어간다. 헬스를 시작한 것은 체중감량 때문이라기보다는 저질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아이가 없을 때야 힘들면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하며 가끔 졸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면 되는데 아이가 생기니 엄마가 기본 체력은 있어야 적어도 기본적인 것 이상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긴 생머리에 귀엽게 생긴 여자 트레이너는 나에게 근력이 전무하다고 했다. 예상했던 바라 놀랍지도 않았다. 근력이 저조한 게 아니라 전무하다니.  

스트레칭 시간에 가보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는 동생을 만나 헬스를 한다고 애기하니 헬스 진짜 진짜 재미없지, 라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봤다. 기막히게 재미있을 턱이 없다. 다시 돌아와서 대부분 나이가 나보다 많은데 내가 제일 못한다. 삼십오 분, 고작 1킬로짜리 덤벨을 가지고 고군분투한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나가 버리고 싶은 순간 내 앞 육십이 넘은 할머니는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입술을 앙 다문다. 별것도 아닌 동작들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내가 매일 야구모자의 챙으로 반이나 얼굴을 가려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헬스를 시작하고 살이 찌고 있다. 얼굴은 핼쓱해져 가는데 허벅지는 더 두꺼워지는 것같다. 배가 너무 고파 꼭 야식을 먹어야 잠이 온다. 마의 열한 시 라면을 끓이거나 호빵을 찐다. 헬스 끝나고 복지관 앞 떡볶이집이 닫혀 있으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떡볶이집 아주머니는 수시로 문을 닫아 버리신다. 근 일주일 만에 가보니 열려 있다. 아주머니는 동년배 손님들을 붙잡고 부동산 업체들에서 오는 좋은 땅을 소개해 준다는 전화를 가지고 빈정거리신다. 그렇게 좋은 땅이 있으면 자기 가족한테 해 주지 나한테 돌아올 차례가 어디 있느냐고, 자기가 여동생이냐고, 가족이냐고, 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시며 떡볶이를 조렸다 포장 용기를 꺼냈다 하는데 야구 모자 쓴 허벅지 두꺼운 여자는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마치 후렴구 같았다. 반복할 때 조금씩 조사도 억양도 달라지는데 지겨운 게 아니라 전조로 듣는 노래 같아 듣기 싫지 않았다. 적당히 잘 조려졌어, 맛있을 거예요. 아, 아주머니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신다. 집에 와서 떡볶이를 다 마셔 버렸다.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수거함에 구겨 넣으며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탄수화물을 부르는 운동. 나는 근력을 키우고 있는 것인가, 지방을 축적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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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1-17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을 축적하고 있으며 근력을 키우고 있죠. 오늘밤 지방을 축적하고 다음날 근력을 키우며 지방을 다시 태우고 계신거에요. 블랑카님,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근력을 키우지 않고 또 지방을 태우지 않으면서 마의 열한 시에 라면을 끓여먹거나 떡볶이를 사먹는 1人이 여기 이렇게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까요. 제가 응원합니다.

blanca 2011-11-18 09: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다락방님, 저 위안 받아도 되는 거었어요? 밤참도 습관인 것 같아요. 참는 게 극기 수준이에요. 이러면 안 되는데....운동 오래 한 사람들 보니 날씬하다기보다는 탄탄하더라고요. 그냥 이대로 엉뚱이로 살려고요^^;;;

cyrus 2011-11-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글 읽고나니 저도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방학 때 운동 좀 해야겠는데요.
지금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할까? 아니면 개인적인 공부를 할까? 신중하게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
그런데 운동을 하게 된다면 작심삼일 될거 같아요 ㅎㅎ


blanca 2011-11-18 09:13   좋아요 0 | URL
cyrus님 저도 그런 고민했었는데. 결론은 4학년 1학기 여름 방학때부터 취업준비로 그만두기로 계획을 잡았었어요. cyrus님은 기본 근력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분들은 운동을 해도 기본이 다르니 금방 금방 달라지더라고요.

마늘빵 2011-11-1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운동 안한 지 오래 됐는데, 그거 운동하고나면 식욕이 막 솟아서 이거저거 먹게 되는데 그러시면 몸이 불어나신다는... ^^ 그걸 참으면 성공인데 저도 잘 못 참죠. -_- 러닝머신 한 시간 해봐야 빠지는 칼로리는 한 끼 식사만큼도 안 되는데-한 400칼로리 빠지던가요-, 먹는 건 1000칼로리 순식간이에요. ㅠㅠ

blanca 2011-11-18 09: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시는군요. 벌써 1킬로 더 쩠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정말 견딜 수가 없답니다. 게다가 저는 덤벨하고 러닝 20분 뛰니 운동을 제대로 한다고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바로 먹어주고요^^;;

감은빛 2011-11-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여름에 결혼후 처음으로 예전 몸매에 가까운 상태까지 돌아갔었는데, 그래서 자신있게 소매없는 옷을 입고 다녔는데,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서 또 한동안 운동을 안하고 지내고 있네요. 몸은 결혼전 몸매가 아닌 작년 몸매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블랑카님의 운동을 응원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천천히 조급하지않게 가시길 바랍니다!

blanca 2011-11-18 09:16   좋아요 0 | URL
소매없는 옷이요! 우아. 예, 딴건 몰라도 확실히 덜 피곤하더라고요. 체력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끼니 계속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pjy 2011-11-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요? 저도 예전에 헬스했었는데요~ 뭐랄까 몸무게가 줄어드는 효과는 미미했고, 식욕은 하늘을 찔렀고, 다만 몸의 내부구조가 변신되는 경험이었습니다ㅋㅋ 근데요~ 허무한것이 헬스를 관두면 몸이 도루아미타불이더라구요^^; 운동은 꾸준히 계속 해야되는게 관건인가봐요-_-

blanca 2011-11-18 09: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죠, 그죠! 저도 그게 넘 무서워요. 그만두면 더 찐다는 얘기가 있어서요. 몸의 내부구조가 무언가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같아요. 점점 동작이 덜 힘들어지고 오후에 피로도가 덜한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양철나무꾼 2011-11-1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OO휘트니스 클럽 연간 회원권을 가지고도 안 다닌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고요~
지난 겨울엔 동네 헬스클럽 3개월 등록하고 첫날 딱 하루 갔었습니다, 끙~--;

근데 떡볶이 국물 조려주는 그 동네 어디예요?@@
넘 먹고싶다는~ㅠ.ㅠ

blanca 2011-11-18 09:1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안 그래도 다들 3개월 그것 한꺼번에 끊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첫날 하루는^^;; 여기는 동대문구랍니다. 완전 맛나요. 학교 앞이라 좀더 나가면 온갖 체인 떡볶이집들이 있지요. 그래도 여기 동네 아줌마 떡볶이가 더 맛있어요. 참고 또 참아 1주일에 한번씩만 먹으려고 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1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는 데는 흔히들 고기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탄수화물도 힘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그래서 보디빌더들도 시합을 위한 훈련이 아닐 때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죠.당연히 이때는 지방비율이 높아집니다.그러다 시합이 가까워 올수록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죠.

웨이트 트레이닝 교본에 훈련법과 함께 영양학에 대한 지식도 있습니다.하나 하나 공부해 나가면 좋죠.


blanca 2011-11-18 09:19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저는 탄수화물 섭취가 건강에 안 좋다고 자꾸 그런 식으로만 생각이 되었어요. 안 그래도 웨이트 트레이닝 교본을 좀 봐야 되나, 그런 생각하고 있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스클럽 끊고 안 다니고, 집안에도 온갖 운동 기구 갖춰놓고도 안 하고, 이번에 운동 DVD도 구매했는데
아직 뜯지도 않았답니다............ 흐흐.

마의 11시,, 그러게요, 딱 그 시간이 문제예요, 문제~

blanca 2011-11-18 09: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마고님, DVD는 어떤 건가요? 너무 궁금하네요. 저도 집에 실내사이클(옷걸이로)이랑 덤벨 세 종류 있어요. 이번엔 기필코 결단코 운동 오래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순오기 2011-11-18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쩔거야, 마의 11시!ㅋㅋ
나도 근력운동이 필요한데, 귀찮고 게을러서 운동을 못해요.
그렇지만 퇴근길 40분 걷는 게 체력향상에 많이 도움됐어요.
내 나이쯤에는 무리한 운동보다 걷기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체중을 줄이는 건 역시 먹는 걸 줄여야 하나봐요.
2~3킬로 빠진 후 한주일을 식생활에 따라 500그램이 올랐나 내렸다~~ 더 이상 안 줄어요.ㅜㅜ

blanca 2011-11-18 09:2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40분 걸으신다니 그럼 몇 킬로나 되는 건가요? 제가 저번에 1킬로 내외 거리를 걸었는데도 꽤 피곤하더라고요. 운동 제대로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운동만으로는 체중감량은 힘든 것 같아요. 2~3킬로라도 정말 많이 빼신것 같은데요. 저는 운동 시작하고 1킬로씩 체중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섬사이 2011-11-1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아요. (어느 책이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네요...)
유산소운동은 식욕을 억제시키는 반면 무산소운동은 피로감이 높고 식욕을 증가시킨다고 했어요.
유산소운동을 같이 하시면 어떨까요..
전 오늘로 헬스다닌지 딱 3개월 됐는데, 다른 건 몰라도 체력은 좋아졌어요.
(체중도 줄었어요.. ^^)

blanca 2011-11-20 11:36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제가 유산소운동을 너무 소흘히 했나 봐요. 어떨 때는 15분 사이클 타고나서 유산소 운동 했다고 자위하고 -..- 그러거든요. 조언 감사합니다. 체력은 정말 좋아지는 것 같아요!

2011-11-29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1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노빠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데에는 그 어떤 논리적인 근거도 없다. 그의 하회탈 같은 미소,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 금방이라도 손을 내밀 것 같은 수더분한 느낌. 그것 때문에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었다. 그의 가치관, 정치행보에 대하여 솔직히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언론이 그를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진보진영에서도 그를 변호해 주지 않았다. 퇴임즈음, 퇴임 이후, 그는 형편없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다.  

그의 죽음까지. 그에 대한 사랑 그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를 존경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좀먹었다. 이유는 내가 무식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그의 죽음은 꿈결처럼 들려왔다. 울면서 그를 다시 알아갔다.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내어 놓았던 각종 정책들, 마지막까지 꿈꾸었던 비전들.  

그는 우리를 꿈꾸게 했지만 그의 죽음과 이후 벌어진 상황들은 희망을 앗아갔다. 과연 정치라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 그 시도 자체가 무익하고 무용한 것이고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결국 인간은 자기 앞의 밥그릇 앞에서 대의를 걷어차도록 내몰리지 않는가?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고 자위하며 어제는 투표를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다. 기대가 유린당하는 과정은 학습된 무력감을 불러왔다. 그래, 안 할래.  

그 순간 문자가 왔다. 한창 아프고 힘들었을 때 그 아이는 나에게 밥을 먹게 해 주었던 아이다.
언니, 나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  

그 문자는 졸던 나를 내리치는 죽비 같았다. 일부러 아이를 데리고 투표장에 갔다. 정치에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대단하고 거룩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칸막이가 된 내밀한 공간에서 내가 오해로든, 이해로든 지지하는 사람에게 꾸욱 도장을 내리누를 수 있는 1분도 안 되는 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던가,를 잊었었다. 기권은 선택이 아니다.  

투표장은 근처 중학교였다. 운동장에서 사내애들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몰려 다니고 있고 하늘은 더없이 새파랗게 몸을 떨고 있었다. 작은 도서실은 주민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큰 기대 없이 그 도서관에 들어갔다.  

아, 그 도서관은 숲 속에 숨어있다 느닷없이 튀어 나온 작은 과자집 같았다. 중년의 명랑한 사서는 아이 손을 잡고 이리저리 자신이 만든 지도를 따라 그 집을 안내했다.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 왜 진작 몰랐을까 안타까웠다. 아이 책을 대출하려 서니 사서는 아이를 곁으로 부른다. 몸소 책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영광을 아이에게 하사한다. 핑크빛 회원증을 목에 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당신이 너무 부러워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나는 책이 너무 고팠다.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항상 의심했다. 돈을 의식했던 것도 아마 책과 관련된 결핍 때문이었던 것같다. 복지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욕구들에 바로 결핍과 돈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것. 그 여백에는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 그렇다면 정치는 유효하다. 무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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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0-2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권은 선택이 아니다. 기권은 선택이 아니다. 기권은 선택이 아니다..
메아리 칩니다. 너무 자주 기권,했던 접니다. 후회합니다.
이번엔 서울 시민 아니어서 기권,할 기회조차 없었지만요.^^;;

'중년의 명랑한 사서'를 만날 수 있어서 저도 싱긋- 웃어봅니다.
오늘 날씨 정말 화창합니다.^___^

blanca 2011-10-27 23:04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그 사서분이 눈에 밟혀요. 날잡아 또 가보려 합니다. 아이 책도 읽어 주셨는데 정말 저와 다른 시각에서 질문들을 던지면서 읽어 주시더라고요.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오늘 날씨 너무 아까워서 밖에 계속 있고 싶었어요...가는 가을의 날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saint236 2011-10-2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권도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장 비겁하고 가장 대가가 비싼 선택이지요.

blanca 2011-10-27 23:05   좋아요 0 | URL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하던 찰나에 문자 하나가 저를 투표장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다행이지요.

마녀고양이 2011-10-2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투표하셨어요,
어제 하루 흥미진진했죠... 머, 나름 기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아우, 책과 관련된 결핍, 어제 주문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언제 다 읽을까요? 미쳐.

blanca 2011-10-27 23:0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도 지금 책이 잔뜩 밀려 있어요. 보기만 해도 한숨이. 일단 앤을 다 읽어야 하는데 스티브 잡스 전기도 넘 보고 싶은데 천 페이지라면서요? 임꺽정도 보고 싶고. 무슨 숙제처럼 일단 있는 것 다 떨고 욕심 내보려고 합니다.

비로그인 2011-10-27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도 소중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저 자신에게 바라야겠어요.
내리치는 죽비에 번쩍 정신이 든 블랑카님, 책에 대한 허기는 늘 채워지지가 않죠? ^^;;

오늘은 신간 평가단에서 두 권의 책이 날아왔는데 아주 만족스럽고 충만한 느낌이 드네요.
이것도 금세 허기로 변하겠지만요 ㅎㅎ

blanca 2011-10-29 22:31   좋아요 0 | URL
그럼요. 아마 죽을 때까정 '나는 아직 배고프다' 이러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이 읽을 책이 주르륵 놓여 있으면 행복한 게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참, 알 수 없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0-3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님이 퇴임하고 나서 현 정부 집권 초기엔 인기가 많았죠.그때 방송에서 김해 고향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즉석연설하는 노무현 님을 방영해주고...대단한 인기였죠.그러다 1년이 안 되어 저세상으로 가버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특히 2009년 3월부터 박연차 사건으로 모든 언론에서 물어뜯을 때 그 마을 사람들이 그 어떤 언론사도 다 싫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blanca 2011-10-30 22:23   좋아요 0 | URL
언론이 양날의 칼인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진실을 외면하면 안 되는 것인데 이제는 언론에서 얘기하는 반대로 자꾸 받아들이면 되겠구나, 하는 체념이 생겨 서글픕니다.

sjoome 2011-11-2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나 언니 일기의 조연된거야?
우하하~~ 기뻐기뻐~~ 정말 기뻐!~
자꾸 언니랑 얘기하면 언니 일기의 주연도 시켜줄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