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키즈언더블럭의 열혈팬이었다. 학교 근처 레코드샵에서 크리스마스 캐롤 특판 앨범을 미리 주문했다 찾아오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말 그대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는 내 것이었는데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발가락이 저릿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그때의 흥분이란 그 순간에 고대로 온전하게 담아서 다시 가지고 오고 싶은 것이다. 단순했던 나는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그 순간의 희열감에 온전히 몰입했다. 지금은 너무 먼 풍경. 그 시간을 가져올 도리는 없다. 이제 순간 즐거운 일이 있어도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에 오히려 때로 더욱 우울해진다. 온전히 몰입할 수 없기에 항상 산란하다. 그때 아니고는 도저히 불가한 일들, 다시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나날들을 떠올렸다.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니 다시 한번 제대로 고쳐 산다면 그럴 용의가 있긴 하지만 스무 살을 복기해보기도 했다. "어느 찬비 내리는 가을 저녁 무렵..." 지은이가 헌책방에서 맞닥뜨리게 된 전집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는 일본 전후 세대의 청춘의 사연이지만 그것은 이미 조로한 그래서 어쩐지 좀 진짜 청춘 같지 않은 이들의 고백이다. 이념, 이상, 신념이 끝내 현실과 충돌하고 만연하는 생의 에너지는 언뜻 비치는 죽음들로 침해 당하며 결국 마침표를 품고 가는 이야기는 어쩐지 좀 비애로운 이야기다. 죽음을 전제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는 허위가 되고 말겠지만 항시 그것을 의식하는 생은 무겁고 늙어 있다. 이미 추락할 것을 아는 젊음의 고백은 때로 공허하다. 허무와 부재의 분위기는 인간의 심연과 만나 특유의 일본 소설들이 공유하는 느낌들과 만난다.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의 결말로 그 자체의 서사의 집을 세우는 작가의 필체는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짧게 덧붙여진 <록탈관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진공관에 집착하는 중학생 아이의 이야기는 어른이 되면 실제 만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던 나의 '뉴키즈'에 대한 열정과 만난다. 


그 시절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아름다움이라는 것이었다.

- 시바타 쇼 < 록탈관 이야기>

그 아름다움이 특별했던 건 그 지점에 공통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일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 시절 우리의 열정은 팬심은 공유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 무언가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일은 은밀했지만 공공연해서 신 났다. 그러한 시간에 대한 묘사가 눈부시도록 세밀하고 아름답다. 비록 소년의 록탈관 득템이 반사기로 판명났다고 해도 그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잊어버렸던 잃었던 아름다움에 대한 그 순전한 순진한 천착들이 떠올라 행복하게 아렸다. 


그시절...이미 사라져버린 시간들을 개별의 이야기에서 공통의 것들을 끌어내는 작가의 저력이 결국 이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나의 나날이 아니라 "우리의 나날"로 집약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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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0 1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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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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