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공주라 불리우며 깜찍한  공주 행세를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라는 진부한 표현은 뒤로 하고라도 벌써 아니 이제 딸은 사춘기 초입에 들어섰다. 외모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아침에 머리를 빗으며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잘 안풀릴 때마다 혼자 신경질을 내고 엄마에게 무언가 꼬투리를 잡아 불평을 늘어놓거나 여섯 살 아래 남동생과 승산 없는 말싸움을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흑, 정말이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때로 감정 절제가 안 된다. 아놔, 이런 풍경이 내 인생 속에 들어 있었을 줄이야. 사춘기 딸과 유치하게 말싸움 하는 엄마. 제3자가 본다면 저 엄마는 참으로 유치하고 옹졸하구나, 싶을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다. 속을 삭이며 집을 나서는데 어떤 분이 북플에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의 옛글에 '좋아요'를 해 주신 덕에 도저히 내가 쓴 것 같지 않은 낯선 글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마치 지금 내가 읽어야 한다고 상기시켜 준 것 같은 글의 기시감에 움찔했다. 



http://blog.aladin.co.kr/blanca98/7579867

















'시간'에 대한 이야기.  그것을 '삶' 속에서 어떻게 녹여내고 인식하고 쓸 것인가,에 대한 담론. 인생이 유한하다는 자각, 특히 아이의 양육, 아이와의 시간이 가지는 의미,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구나, 싶게 만드는 깨달음. 당연한데 항상 잊어버리기 때문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수시로 상기시켜줘야 말들이 아름답게 단상처럼 담겨 있던 이 책이 내게 적시에 다시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내 안에 아직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열두 살이 이 아이를 상대하고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 나에게 여전히 남은 상처들을 투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하루하루는 8만 6천 초가 넘는 작은 영원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다시 유념하고 난 여전히 질척거리겠지만 다시 마음을 되잡으려 한다. 넘어져도 또 다시 뒤도 돌아보고 삶의 지평선도 유념하며 걸어가야겠지. 결코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매몰되어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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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8-09-2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반 여자 애들도 대부분 사춘기에 돌입해서 정말 외모 가꾸기에 온정신을 쏟아 붓더군요. 남학생은 아직 사춘기 돌입한 애들이 몇 안 되는데... 여학생이 빨라요.

blanca 2018-10-03 06:49   좋아요 0 | URL
아침에 외모 치장하느라 늦는 모습 보면 귀엽기도 하고 ㅋ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래요. 그렇죠. 아직 또래 남자애들은 천진난만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