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일>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퍽퍽한 삶을 정말이지 피곤하게 그려냈다.
읽고 있으면 답답하고 사는 걱정에 숨이 턱 막힌다.
나의 삶과 그의 삶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목소리가 워낙 담담하기도 해서다. 그에게는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주인공에 몰입해 고단해하다가 잠시 정신을 차리면
그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야했나 하고 작가에게 야속함까지 느끼게 된다.
그것은 나에게 왜, 라는 조물주에 대한 원망과 다름 아니다.
<중앙역>
<9번의 일>을 읽으면서 김혜진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해서 집어들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읽은 책이었다.
보통은 한참을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데 그래도 이 책은 그때도 읽으면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인지
읽자마자 아, 읽었던 책이구나. 알게되었다.
그래도 내친김에 한번 더 읽었다.
역시나 다시 읽어도 너무 좋다.
<뉴키드>
그래픽노블. 아이들과 같이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어려워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청소년들에게 읽히면 좋을듯.)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계속 지속되는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
누구는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차별을 드러내고,
누구는 자신은 그런 적이 없으면서도 그런 세태에 죄의식을 느낀다.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오래도록 남을것이고 그렇게 되물림 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안락사라는 것은 소생의 희망이 없는 암 말기 환자들에게나 가능한 것인줄 알았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우울증으로(알코올 중독을 동반한)도 합법적인 안락사가 가능하다니!
삶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죽기를 원하는 주인공을 보며 가족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잘 모르는 안락사에 대한 새로움을 빼면 사실 별 재미는 없는 책이었다.
문장이 좀 더 좋았으면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이끌어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