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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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의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바둑을 소재로 한 <미생>은 인생을 '거대한 바둑판'이며, 또한 '그 위에 던지는 오늘의 한 수'라고 설명한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바둑만을 목표로 살아왔지만,

프로기사 입단에 실패하고 회사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종합상사의 인턴사원이 된 장그래.

그는 검정고시 출신에 어떠한 특기도 없지만, 정식 사원이 되기 위한 입사 P.T 준비에 나선다.

텅 빈 바둑판은 요염하게 빛나고 그 위로 폭풍전야의 정적이 흐른다.

외나무다리에 선 승부사들은 묻곤 했다.

그곳 망망대해의 어디에 나의 삶이 존재하는가.

이제 나는 칼을 품고 대해고 나가려 한다.

나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두 적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판을 응시한다. (15쪽)


<미생>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장그래는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바둑으로 길러진 승부사적인 기질이 있는 인물이다.

오 과장은 항상 눈이 충혈되어 있으며, 장그래가 속한 부서의 팀장이다.

일을 할 때는 모험적이고 직관을 믿는 편이지만, 평소 성격은 합리적인 편이다.

또한 김대리,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이끼>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얼한 인생을 담은 <미생>은 정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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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 심연에서, 거기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 가끔,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의 말들이 심연을 건너 당신에게 가닿는 경우가 있다. 소설가는 그런 식으로 신비를 체험한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신비를 체험한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작가의 말 중)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은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난 사실 김연수 작가가 쓰지 않은 그 이야기가 궁금해, 열심히 책장을 넘긴 독자였기 때문에 뜨끔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그리고 표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연애소설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마주한 것은 카밀라라는 이름의 낯선 입양아였고,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사람 사이의 심연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무관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카밀라 포트만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쯤 미국의 백인 가정으로 입양된다. 작가인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의 진남에 오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풍문을 찾아다니며 여러 일들을 겪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진남이라는 장소는 통영의 옛이름이다. 지명이 들어간 학교 이름을 쓰면서 안 좋은 소문과 연결시켜야했기 때문에 진남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카밀라, 지은, 우리’라는 3부로 나뉜다. 카밀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로 한국 이름은 희재다. 그리고 지은은 17살에 카밀라를 낳은 미혼모로, 그녀를 둘러싼 풍문들은 카밀라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 소설은 한국과 미국, 동남아 등 여러 장소를 넘나들고, 지은이 고등학생이었던 시절과 카밀라가 진남에서 친부모를 찾아다니는 현재를 오고간다. 마지막까지 꽤 흡입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툭툭 튀어나오는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산만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설의 한 줄기로 함축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시점의 변화가 잦은 편인데, 1인칭(카밀라), 2인칭(지은이 카밀라를 너라고 부름), 3인칭 또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모두 등장한다. 이 때문에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작가의 문장들이 놀라웠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을, 쓰지 않은 이야기에 대한 메시지들. 글쎄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라도, 그 메시지는 심연을 건너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하찮은 글 솜씨 덕에 그 감상을 표현하지 못해 답답할 따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 그 곳으로 가기 위한 날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지은의 그러한 기억이 카밀라를 존재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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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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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요리사' 로 유명하다는 박찬일 셰프의 책을 처음 읽게 되었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보통날의 파스타><소울푸드> 등 많은 책을 냈다고 하는데, 사실 요리는 먹는 것만 좋아해서 잘 모르는 분이었다. 요즘은 워낙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을 내니 그러려니 했는데, 약력을 보니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고 한다. 박찬일 작가는 30대 초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잡지 기자로 활동하던 중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3년간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는 그의 당돌함과 도전정신이 멋있게 느껴졌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병어, 짜장면, 짬뽕, 국수, 수박과 화채, 닭백숙, 돈가스, 만두, 도시락, 배추전, 마늘 등. 우리가 평소 즐겨먹고 익숙한 음식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특별함을 지니고 있을법한 음식들이다. 얼마 전 읽었던 <따뜻함을 드세요>라는 소설처럼, 각각의 음식에 담겨진 소중한 추억들이 사소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온다. 2부는 저자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과 여행을 하면서 맛본 이국적인 요리들에 대한 얘기다. 토마토소스, 소내장 요리, 달걀, 치즈, 랍스터, 햄버거, 토끼 고기와 초콜릿, 캐비아, 쌀국수, 나시고렝, 바칼라, 할랄 음식들 등. 익숙한 음식도 있고 아닌 것들도 있었다. 현지에서 맛보는 다양한 음식들을 대리만족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실제로 맛보고 싶었던 음식들도 있었고, 신기함으로 다가오는 것들도 있었다. 마지막 3부에는 저자가 읽은 책에 등장한 요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의 민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의 토마토, 성석제의 <소풍>의 냉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읽은 소설 속 음식의 또다른 변주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리타분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하고, 닭가슴살을 퍽퍽하지 않게 요리하는 팁 등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책을 좋아하는 이들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키아벨리의 인생지략 - '군주론'의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독한 인생 멘토링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박지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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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마키아벨리가 누구인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는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다.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군주론>이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마키아벨리즘이라고 불리는데, 이 마키아벨리즘은 인간의 본성을 악으로 보는 성악설에 가깝다. 마키아벨리는 승리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면 타이틀만으로도 굉장한 독설들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군주론>은 1532년에 출간되었는데, 피렌체의 권력자 로렌조 메디치에게 헌정하여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려는 목적으로 썼다고 한다. 실제로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수백 년에 걸쳐 읽히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나이토 요시히토 작가는 '전쟁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일생에 한 번, 반드시 마키아벨리를 만나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마키아벨리의 기본 사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확실한 성과를 내라’, ‘일은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 ‘나쁜 사람이 대접받는다’, ‘악행을 두려워 마라’, ‘본심을 숨기고 위장하라’ 등 참으로 독하지만, 나를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충고들을 담고 있다. 


고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고전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어렵고 딱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인생지략>과 같이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이러한 내용을 읽어보고 세상살이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고 너무 팍팍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서브노트처럼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넣은 점이 공부하는 느낌도 들고 좋았다.



 
 
 
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
후나타니 슈지 지음, 이수미 옮김 / 아비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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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을 읽기 전에, 출판사 서평을 보니, 20만 독자를 변화로 이끈 일본판 '고도원의 아침편지'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자기계발서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고도원 작가처럼 넌지시 던져주는 인생 선배들의 조언들은 많은 부분 공감해 왔기 때문에, 기대가 됐다.

 


이 책을 쓴 후나타니 슈지 작가는 다니던 회사가 경영 파산에 이르자 퇴직, 새로운 회사를 차려 제2의 화려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가 차린 메일매거진 '헤이세이 진화론'을 통해 수많은 이들과 만나게 된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뭐라도 하면 될 일들도, 뭔가 꼼수를 얻고 싶은 생각에, 그리고 성공 비결을 알고 싶어서 책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은 더욱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느 집단이나 조직에 오랫동안 소속되어서 다른 세계와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면 점점 그 공동체의 상식과 내 상식이 같아지게 된다. 이런 경우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타인에게는 비상식일 가능성’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면 무언가를 판단할 때마다 그 집단의 상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식은 다른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판단을 크게 그르치거나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위험도 있다.(57쪽) 참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다닌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처음엔 불만족스럽고 답답했던 비상식적인 일들에 익숙해져 두려움을 느끼던 차였다. 상식적인 기준과 판단능력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경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당신이 망설이는 동안에도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간다. 당신이 위대해질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부디 오늘부터라도 무언가를 시작하라. 싫증 내지 말고 게으름도 피우지 말고 꾸준히 걸어간다면 1년 후, 수년 후, 십수년 후, 수십 년 후에는 유형, 무형의 멋진 재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194쪽) 거창한 것을 하기보다는 지금 이 현실에서 묵묵히 해나간다면 어느 순간 자라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하루 쉬면 어때라는 나태한 생각들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