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조중걸의 서양예술사 시리즈
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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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적 해명 시리즈의 축약본이라 해도 좋을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한권의책, 2013)에서 중세 건축의 고딕 양식을 유명론에 연결시키는 대목이 선뜻 납득이 잘 안 가고 다소 무리한 주장 아닌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지나치게 압축된 내용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책 중세예술편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그 해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간략히 적어보면

고딕 양식은 그동안 중세 스콜라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왔지만 스콜라 철학은 철학의 한 방법론일 뿐 그 자체가 이념은 아니다. 고딕은 실재론에 기반한 로마네스크 양식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신앙적 신비주의와 (유명론으로 대두되는) 지적 회의주의를 그 이념으로 갖는다. 실재론적 전통 신학에 대한 문제제기, 즉 이성으로 포착되지 않는 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유명론과 신비주의는 한 동전의 양면으로써 전자가 경험과 관찰을 통해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개별자들에게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후자는 영감에 의한 주관적 체험에 집중한다.

고딕 양식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유명론에 대한 것 만큼이나 새롭고 놀랍다. 고딕이 고대, 중세 로마네스크, 르네상스에 걸쳐 플라토니즘 이념 하에 있던 라틴 문명에 대한 서부 유럽 최초의 독립 선언이라는 것. 로마네스크와 고딕이 보여주는 양식상의 단절은 기독교와 개신교, 고대와 근대, 합리주의와 경험론이 보여주는 인식론적 격차 만큼이나 극적이라는 것.

고딕 건축의 이념을 규명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예술 장르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바흐 이전의 중세 음악이나 문학 분야도 골고루 다뤄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책에는 중세 고딕성당의 골조 모형 구석구석을 다각도에서 포착한 사진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금속공예가에게 부탁해서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이 모형 자체가 귀한 장관이다.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
90쪽 밑에서 9번째 줄: 도시 성당의 승리 선언 --> 도시와 성당의 승리 선언
119쪽 10번째 줄: 구원은 신에 대한 지식에 입각한 그들의 삶이 구성이었으며 --> 신에 대한 지식에 입각한 그들의 삶이 구원의 대상이었으며
140쪽 마지막 줄: 전락된다 --> 전달된다
167쪽 8번째 줄: 처리해야하는 --> 처리해야 하는
265쪽 밑에서 5번째 줄: 지상에 대한 존중과 감각에 대한 경멸 --> 개별자에 대한 무관심, 감각에 대한 경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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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3집 - 슈베르트 : 트리오 Op.99 & 100
Doremi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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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합니다. 녹음 상태가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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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조중걸의 서양예술사 시리즈
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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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예술편 읽고 나니 무려 석기시대가 친근하다. 신기한 체험이다. 밑줄 친 곳이 많다. 자연주의(=사유와 관념을 배제한 채로 이루어지는 감각적 응시)와 환각주의(=지성의 종합적 구성력)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양식을 고전주의로 규정하면서 구석기 벽화를 고전주의 양식의 예술로 평가하고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이행과 근대에서 현대로의 이행에는 세계관의 변화에 있어서 유비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 예술양식에 있어서 신석기시대와 이집트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이집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그리스 예술 고유의 자연주의적 성취에 주목하면서 여기서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관을 읽어내고 나아가서는 그리스 고전주의가 '침잠하고, 사유하고, 구성하고, 지성적이 되길 요구'하는 파르메니데스적인 세계관(규준과 절도를 갖추게 되고 초연함과 장중함을 드러냄)과 '참여하고, 느끼고, 해체하고, 감성적이 되길 요구'하는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관(자연주의적 활기와 경쾌 그리고 유연성을 지니게 됨)의 이상적인 균형과 조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하는 대목, 아울러 이렇게 조화를 이루는 형국은 일시적이며, 부의 유입에 힘입어 점차 자연주의가 득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일단의 양식은 결국 '해체'에 이르게 된다는 것,

헬레니즘 미술에서 근대의 바로크, 로코코, 낭만주의 사조에 대응하는 경향성을 포착하며 고전주의 몰락 이후의 공통된 풍경을 짚어내는 대목, 로마예술의 사실주의적 경향에서 철학적 이념으로서의 실증주의를 읽어내고 로마인의 스토아주의를 현대의 실존주의에 대응시키는 대목, 정면성의 원리에 입각해 제작된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 부조에서 로마의 군주 개념 변화와 함께 새로운 중세적 세계관의 등장을 읽어내는 것 등등.

다음의 전망은 의미심장하다. "억압된 지성은 결국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지성에 대한 실망은 새로운 독단을 불러들인다. (...) 현대는 자신의 이념에 관한 한 무정부 상태이며 절망과 자유의 시대이다. 현대는 언제고 그 피로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무의미에 지친 로마인들이 기독교라는 독단을 불러들이듯이 고달픈 현대는 새로운 독단을 불러들일 것이다."(193쪽) 어쩌면 수세기 후의 인류는 바야흐로 선불교적 영성사회로 침잠하게 될 것인가? 이 또한 하나의 독단으로서?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들숨과 날숨이 반복다는 사실 뿐이리라. 오탈자가 많다. 개정판 낼 때는 다듬었으면.


*
118쪽 밑에서 7번째 줄: 예술이 --> 예술의
199쪽 밑에서 3번째 줄: 티의 묘사에서는 --> 티의 묘지에서는
241쪽 밑에서 6번째 줄: 허장성제적인 --> 허장성세적인
452쪽 밑에서 6번째 줄: 재국말기 --> 제국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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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흐 :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 The Originals
바흐 (J. S. Bach) 작곡, 아르투르 그뤼미오 (Arthur Grumiaux) 연주 / PHILIP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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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하프시코드 소나타를 레오니드 코간으로 듣다가 이 사람 연주로 들으니 한결 따뜻하고 다정하다. 엄정하게 말고 노래하듯이 들려주는 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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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풍경 1 - 김정환의 클래식 이야기
김정환 지음 / 이론과실천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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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음악부터 현대음악, 오페라 등 광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워낙 사변적이라 읽기가 쉽지 않다. 음악을 향한 광포한(!) 식탐과 그 박학에 감탄하면서도 저자 특유의 뭐랄까 자아도취적인 배설과도 같은, 술 취한 인상주의풍의 '예술가적 문체'에 지친다. "음악의 총체성을 시적 총체성으로 전화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잠언과 에세이와 안내서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글쓰기를 지향하는지는 모르겠다만은 독자에게도 포용심의 한계치라는 게 있다는 걸 아시는지.

의외로 새겨들은 것은 하이든에 대해 강조하는 대목이다. "하이든이야말로 작품을 모두 들어야 할 음악사상 유일한 경우이다. 현 실정은 정반대이지만. 그의 작품을 모두 들으면 알리라. 중세와 세기말, 그 사이에 하이든의 음악이 아름답고 거대한 이성(理性)의 아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가 '멸망의 세기말'을 겪으며 하이든의 음악을 가슴에 새기고 스스로 공(空)의 위대함 속으로 깊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2권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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