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아기가 귀엽다느니 사랑스럽다느니 하는 찬사는 아기한테 퍽이나 무례한 표현 같다. 실제로 보니까 아기는 충격적일 정도로 용맹스럽다. 젖꼭지를 매서운 기세로 낚아챌 때 아기는 마치 설치류를 사냥하는 어린 맹수 같다. 침 묻은 젖꼭지가 미끄러워 생각대로 잘 안 물리면 성난 짐승이 따로 없다. 그때의 울음은 거의 포효에 가깝다. 그리고 젖빠는 아기 눈빛은... 아, 이 눈빛은 정녕코 사랑스러운 게 아니다. 이 눈빛! <여명의 눈동자>에서 목숨걸고 다급하게 도주하던 최대치가 습지에서 꿈틀대는 뱀을 산채로 건져올려 껍질을 벗겨먹을 때, 그 이글대던 눈빛과 똑같다. 줄거리도 가물가물한 수십 년 전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난데없이 떠오를 정도로 꼭 닮았다.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열심히 빨다가 배가 불러오면 속도가 점차 느려지면서 눈에 힘이 풀리는데 이건 또 <동물의 왕국>에서 저멀리 지평선 노을을 응시하며 얼룩말 넓적다리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아프리카 숫사자의 그 담담하고도 신산한 표정과 다를 게 뭔지? 최대치와 아프리카 숫사자를 감히 어찌 귀엽다고 할 수 있을까. 생에 대한 비장하고도 숭고한 열정 앞에서 그런 말은 차라리 모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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