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다들 건강히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작년보다 덜한 것 같긴 해도 한낮에는 35-6도까지 올라가고 새벽에도 27-8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니 


밤잠 설치시는 분들 많을 듯합니다. 말복이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으니 더위도 막바지에 접어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건강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9월 18일부터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 시작하는 "스피노자와 현대 정치학" 강의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규문의 홈페이지에 가서 알아보시면 되고, 


(규문: http://qmun.org/?mod=document&uid=3358&page_id=568)


강의 주제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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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강의 주제

 

이 강의에서는 스피노자와 현대정치학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스피노자 철학은 오랫동안 범신론 철학으로 알려져 왔으며, 정치철학이나 사회이론과는 무관한 은둔과 고독의 신비한 사상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1960년대 말 프랑스에서 마르샬 게루, 알렉상드르 마트롱, 질 들뢰즈 등과 같은 스피노자 연구자들이 이전의 스피노자 해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피노자 해석을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이 새로운 해석을 통해 스피노자는 역량과 해방의 사상가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된다.

 

더욱이 새로운 스피노자 해석은 1960~70년대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 피에르 마슈레, 앙드레 토젤, 안토니오 네그리 등과 같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의 혁신적인 마르크스주의 재해석 작업과 결합됨으로써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문헌학적 해석을 넘어서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새로운 흐름을 열어놓았다. 1980년대 이후 네그리와 발리바르 및 다른 연구자들이 각자 자신의 독자적인 스피노자 해석에 기반을 둔 정치철학 작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면서 이는 아주 뚜렷하고 풍부하게 입증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스피노자 인식론과 인간학, 심리철학에 대한 풍부하고 다채로운 연구, 정서 개념에 기반을 둔 문화연구와 경제학 및 사회학 연구, 페미니즘 연구에서 스피노자 철학의 문제설정을 도입하려는 시도 등이 어우러지면서, 오늘날 스피노자 철학은 과거의 다른 어떤 서양 철학자들 못지않게 활발한 연구와 응용, 변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강의에서는 10주 동안에 걸쳐 현대정치학을 중심으로 스피노자 철학이 현대 철학 및 사회문화이론, 페미니즘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역으로 이러한 작업들은 스피노자 철학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II. 강의 일정

 

1. 현대 스피노자주의의 기원

 

첫 번째 강의에서는 지난 196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스피노자 혁명과 그 철학적정치적 귀결을 다룬다. 마르샬 게루, 알렉상드르 마트롱, 질 들뢰즈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피노자 연구는 알튀세르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네그리와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정치철학 연구와 결합됨으로써 현대 정치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 구조인과성, 인식론적 절단, 이데올로기: 루이 알튀세르

 

2번째 강의에서는 스피노자 철학을 기반으로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하려고 했던 알튀세르의 작업을 살펴본다. 󰡔마르크스를 위하여󰡕󰡔자본을 읽자󰡕, 󰡔재생산에 대하여󰡕(1970) 등과 같은 저술에서 알튀세르는 스피노자의 존재론과 인식론, 상상이론을 바탕으로 구조인과성, 인식론적 절단, 이데올로기 개념을 이론화하여 스피노자-마르크스주의의 문제설정을 열어놓았다. 그의 작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성을 잃지 않고 있다.

 

3. 일의성의 존재론, 일반 행동학, 반파시즘의 정치: 질 들뢰즈

 

3번째 강의에서는 현대 스피노자 연구의 기원 중 한 사람인 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의 독창성과 효과를 살펴본다. 들뢰즈는 박사논문인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에서 표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스피노자 철학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들뢰즈 철학의 전반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은 진정한 내재성의 철학으로서 일의성의 존재론과, 역량의 윤리학으로서 일반 행동학, 반파시즘의 정치로서 소수-되기의 미시정치의 철학적 지반을 제시해준다.

 

4. 역량의 형이상학, 다중의 정치학: 안토니오 네그리

 

안토니오 네그리는 󰡔야생의 별종󰡕(1981)에서 스피노자의 형이상학과 정치학에는 다중’(multitudo)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함으로써 스피노자 정치철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어놓았다. 그 이후 네그리는 이러한 스피노자 해석에 입각하여 그의 제자인 마이클 하트와 함께 󰡔제국󰡕, 󰡔다중󰡕, 󰡔공통체󰡕 3부작을 저술하여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4번째 강의에서는 역량과 다중 개념을 중심으로 네그리 스피노자 해석의 특징을 살펴보겠다.

 

5. 대중의 공포, 민주주의의 역설, 시민다움의 정치: 에티엔 발리바르

 

5번째 강의에서는 알튀세르의 제자였으며, 현대 정치철학의 주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에티엔 발리바르의 스피노자 해석을 살펴본다. 발리바르는 네그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스피노자의 물티투도 개념을 대중들의 공포/대중들에 대한 공포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했으며, 스피노자가 한편에서는 보수주의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철저한 민주주의자였다는 역설을 스피노자 정치철학을 해명하기 위한 준거로 삼는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급진적인 재해석을 산출하며, ()폭력의 정치로서 시민다움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6. 스피노자와 권력: 들뢰즈, 네그리, 아감벤

 

스피노자 철학의 중심에는 역량(potentia) 개념이 존재하며, 이는 권력 개념을 새롭게 이론화하기 위한 중요한 철학적 기반을 제공해준다. 들뢰즈는 역량과 권능(potestas) 개념의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스피노자주의 권력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가 네그리다. 그는 󰡔야생의 별종󰡕에서 󰡔다중󰡕에 이르기까지 한편으로 역량/포텐샤 개념을 다중의 해방적 힘으로, 다른 한편으로 권능/포테스타스는 지배의 예속적 힘으로 이원화함으로써, 스피노자를 21세기 해방의 사상가로 부각시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감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역량/잠재력’(dynamis) 개념에 대한 급진적인 재해석을 통해 스피노자와 권력의 문제를 사고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았다. 6번째 강의에서는 한편에서는 이 철학자들의 통찰력에 기대어,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스피노자주의 권력론의 가능한 향방을 따져보고자 한다.

 

7. 스피노자와 권력 II: 푸코, 아감벤, 발리바르

 

스피노자의 권력론을 독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나 󰡔성의 역사 1󰡕에서 스피노자를 전혀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스피노자주의적인 권력론을 제시한다. 아감벤은 푸코를 원용하지만 푸코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권력 개념을 이론화하며, 메시아주의적인 ()역량 개념을 다듬고 있다. 발리바르는 스피노자와 푸코, 알튀세르와 아렌트에 대한 독서에 의지하여 역시 매우 독특한 권력론, 말하자면 힘을 덜어내는 권력이론을 사고한다. 이러한 권력론들은 주체화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8. 스피노자와 공화주의: 마키아벨리, 스키너, 페팃

 

스피노자 연구자들이나 현대 공화주의 이론가들에게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피노자와 공화주의라는 주제는 꽤 흥미롭고 매력적인 주제다. 이는 스피노자 당대 네덜란드 급진 개혁파들의 정치적 지향이 공화주의였기 때문이며, 또한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이 마키아벨리를 매개로 공화주의와 상당한 친화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피노자적인 공화주의는 퀜틴 스키너 및 필립 페팃 등이 이론화한 신공화주의 이론에서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8번째 강의에서는 스피노자 정치철학과 ()공화주의의 관계를 살펴볼 생각이다.

 

9. 정서의 인간학, 정서의 정치학: 브라이언 마수미, 프레데릭 로르동

 

9번째 강의는 스피노자의 정서(affectus) 개념을 다룬다. 정서 개념은 스피노자 철학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이며, 최근 영미 문화이론에서 각광받는 주제 중 하나다. 이 강의에서는 브라이언 마수미를 중심으로 현대 영미 문화이론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본 뒤, 이와 다른 각도에서 스피노자 정서 개념이 어떤 인간학적, 정치학적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10. 스피노자주의 페미니즘: 뤼스 이리가레, 모이라 게이튼스, 주디스 버틀러

 

마지막 10번째 강의는 스피노자주의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 주제는 가장 도발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스피노자가 여성의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정치론󰡕에서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본질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페미니즘 연구에서 스피노자 철학은 새로운 각도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이리가레의 비판적인 독해 이외에도 게이튼스의 페미니즘적인 스피노자 해석, 그리고 버틀러의 독창적인 작업을 통해 스피노자주의 페미니즘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 강의에서는 이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평주하면서 스피노자 철학과 페미니즘 이론의 연결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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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설솔술 2017-08-0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간 책으로도 묶여나왔으면 합니다. 소개만으로도 아주 흥미롭네요.

balmas 2017-08-08 08:04   좋아요 0 | URL
그럼요. 책으로 내기 위해 강의도 하고 그러는 거니 당연히 내야죠.^^

오즈의고양이 2017-08-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늘 이 글을 읽고 규문 홈페이지 갔더니 정원이 다 찼네요!! 선생님의 인기가!! _ b 전 책으로 나오면 봐야겠군요. 흑흑~~

balmas 2017-08-26 16:3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안타깝게 됐습니다. ㅜ.ㅜ

쌈장 2017-08-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피노자의 신학 정치론을 듣고 공부 하고 싶었는데...아쉽네요

balmas 2017-08-29 11:04   좋아요 0 | URL
ㅎㅎ 이 강의는 [신학정치론]을 직접 다루는 강의가 아니니 그렇게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