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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동화 보물창고 50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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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 새로 나오는 책들이 나를 끌어당기기 때문인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서, 그리고 한솔이가 어느 정도 글밥이 있는 책을 읽을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런 기회가 생기고 있다.

 

좋은 새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책들은 내 아이도 읽어야할 책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집 웹스터의 키다리아저씨를 새로 읽게 되었다. 아, 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어? 이런 이야기였단 말이야? 하는 소리가 계속 튀어나왔다. 그랬다. 주디가 키다리아저씨를 만나고 성장하는 과정, 대학생이 된 주디의 이야기...내가 이 책을 읽은 게 초, 중등때이니 그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많았던 것이다. 주인공의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 나이가 되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게 있다는 말이다. 그랬다.

 

주디는 키다리아저씨에게 편지를 쓴다. 이 책은 주디의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오로지 주디의 관점에서만 쓰여진 책이다. 주디의 입장이 되어 읽어도 괜찮고, 편지를 받는 키다리아저씨가 되어 읽어도 괜찮다. 대학에 가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혹은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세계를 알아가는 주디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배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문화를 같이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풍부하게 해주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한솔이에게는 조금 천천히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앨리스가 7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래도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주디의 이야기는 아무리 재미있어도 대학생이 된 주디의 삶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고등학생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다 큰 어른들에게는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맥 빠지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다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죠? 인생에서 인격이 요구되는 때는 큰 문제가 닥쳤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누구든 위기에 대처하고 참담한 비극에는 대담하게 맞설 수 있지만, 정작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웃으며 마주할 수 있으려면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갖추려는 게 바로 그런 인격이에요. 인생이란 제가 최대한 솜씨 좋게, 그리고 정직하게 해야 하는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만약 지더라도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웃어넘길 거예요. 이겨도 그렇게 할 거고요. 어쨌든 전 유쾌한 사람이 될 작정이에요." (p.59)

 

그래, 인생이란 큰 고비의 연속이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걸려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다. 그런 작고 사소한 일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뉴스에서 다뤄지는 심각한 문제들도 결국은 사소하고 작은 문제를 잘 다스리지 못해 크게 곪아버린 탓에 일어나는 것이다. 주디의 말에 공감하는 건 바로 그래서이다.

 

"아저씨, 전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친절하고 인정 있고 이해심이 많지요. 상상력은 어린 시절부터 반드시 길러야 하는 자질이에요.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는 상상력의 아주 작은 불씨만 보여도 즉시 밟아 꺼 버렸어요. 그 대신 오로지 의무감만 강조되었지요. 전 아이들이 그 의무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단어예요. 아이들은 뭐든 애정 어린 마음으로 해야 해요. (p.108)

 

뭐, 주디가 하는 말이 전부 옳은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의무라는 단어조차 알 필요가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어쨌든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지하거나 밟아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디의 상상력은 주디가 고아원에서 힘겨운 생활을 할 때 힘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새로운 사회를 만났을 때도 큰 힘을 발휘했다. 상상력이 터무니없는 공상과는 다른 말이란 걸 생각한다면 말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고, 알지 못하는 것과 처음 만날 때 그 두근거림을 기억할 것이다. 그 두근거림은 멋진 신세계를 만나게 하기도 하지만 좌절을 안기기도 하지만, 가능하다면 좌절보다는 신세계와의 만남이 되었으면 하는게 보통. 그럴 때 주디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그녀의 유쾌한 상상이 더해져 멋진 결과를 만들어낸다. 힘들고 어려운 시련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것도,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도 바로 그것 '상상'의 힘이 아닐까.

 

주디와 키다리아저씨와의 사랑의 결실이 (사실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 신분상승을 이루어낸 여자의 모습처럼 보여지지 않는 것은 주디가 그만큼 사랑받을 자질이 있는 여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아, 나도 저비도련님같은 사람이 팍팍 밀어줬으면 좋겠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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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9-2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디는 삶을 스스로 빚으며 누릴 수 있는 예쁜 아이라고 느껴요

하양물감 2012-10-03 12:4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지요? 저는 이 책을 새로 읽으면서야 그걸 알았답니다.
 
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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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는 두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하나는 딸 다인이의 시선으로, 또 하나는 다인이의 엄마 숙희의 시선으로.

 

엄마의 문학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생애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된 다인이에는 몽골이라는 나라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곳이다. 그래도 해외여행 한 번 안 다녀온 아이는 제 또래중에 없다며 따라나선 다인이. 엄마의 친구들은 한때 문학소녀였고, 등단한 작가인 춘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젊은 날의 꿈과는 상관없이 현실에 떠밀려 살아온듯 보여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인이에게는 엄마친구들의 현재모습에서 고등학생이던 그 시절의 모습을 유추하긴 어렵겠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나 역시 한때 문학소녀로 살았고, 책을 좋아하고, 그렇게 고상하게 살아갈 줄 알았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것과 다르다. 현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할 때가 더 많다는 걸 나도 어느새 알았기때문이다.

 

소설의 앞부분은 다인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다인이는 야누스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야누스의 콘서트에 가야하고, 음원을 다운받아 외워야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한. 나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과하지만 않다면 이런 시절 연에인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도 괜찮다고. 때로는 그 연에인이 부모인 우리보다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연예인이기에 포장하고 만들 수 밖에 없는(혹은 그 연예인이 진짜 그런 사람일수도 잇다) 이미지때문에라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연예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못된 짓을 하는, 그런데 이게 꼭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한정된 것은 아니잖아.)때문에 우려의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다인이가 여행을 떠나면서 그나마 야누스의 지노오빠를 닮은 바뜨르라는 가이드때문에 나름 마음고생도 하고, 아이들보다는 아무래도 인생을 좀 살았다는 어른들이나 느낄 수 있는(그것도 예외는 있지만) 사막에서의 황량함을 상쇄시킨다. 다인이의 모습을 보면, 딱 그 또래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 잘 듣고 엄마의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오빠때문에 다인이는 언제나 약간은 뒷전이라는 생각도 품고 있다. 그런 것들을 이 여행을 통해 어떻게 풀어낼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인이보다는 다인이의 엄마 숙희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소설의 앞부분이 다인이의 소녀감성과 청소년기의 삐딱한 시선,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마음으로 가득차있었다면, 뒷부분은 다인이 엄마의 삶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숙희가 고교시절 부러워했던 대상은 춘희, 지금 유일하게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친구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꿈을 이룬(?) 춘희보다는 아들을 카이스트에 보낸 주희가 지금의 숙희에게는 그저 부러운 대상이다. 철저한 계획을 세워 남들이 다 알아주는 대학에 보낸 엄마인 주희가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의 꿈보다 이상보다는 자식의 입신양명을 꿈꾸는 엄마들의 공통된 생각일듯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어디에 가치를 두는가는 자신의 몫이고, 자신의 인생보다 자식의 인생에 모든 걸 건 엄마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숙희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 오히려 나는 자유로운 춘희의 편에 서고 싶다. 숙희가 고비사막이 있는 몽골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때문이다. 암때문에 소설이 무거워지는 일은 없다. 그냥 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것이 제시될 뿐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숙희가 춘희를 부러워했던 이유와 숙희의 삶을 죄던 엄마의 모습 등이 오버랩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물론 여행이 모두 끝나갈 즈음에야 그것을 깨닫지만.

 

숙희도 다인이도 몽골의 사막에서 신기루를 경험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삶과 죽음의 단계에서 잘 만난다는 이야기 속의 신기루. 그들은 깨닫는다. 힘들고 지쳤을 때, 진짜가 아니란 것은 알지만 신기루를 봄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숙희에게도 다인이에게도 '신기루'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인생은 뜻하지 않게 공룡알 화석을 발견한 다인이처럼, 여행을 하다 만난 모르는 사람들과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춘희처럼, 세상에서 가장 말 잘듣는 아들이라 생각했던 형인이가 엄마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선언하는 것처럼, 습작하는 것조차도 알리지 않고 있다가 덜컥 등단을 하는 금란이처럼....인생이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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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원봉사 어떻게 할까? - 세상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일
백은영 지음 / 초록우체통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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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는 청소년 자원봉사는 물론이고, 성인, 어린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봉사에 의해 거의 운영된다. 매달 월례회를 통해 한달 동안의 봉사활동을 돌아보고, 다시 다음 한달을 준비한다. 어린이&가족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성인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유아나 어린이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년 2번의 자원봉사자 연수를 통해 어린이 자원봉사자들도 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봉사활동도 이루어지는데, 여간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한달에 한번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의 신청을 받아 봉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들을 만날 때마다 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와서 봉사활동보다는 시간떼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청소년을 만날 때면 더욱 그러하다. 2시간 봉사를 신청하고 온 학생들이 "여기서 봉사하면 몇 시간 줘요?"라고 묻거나, "책 읽다가 그냥 가면 안돼요?" 라고 묻거나, 약속시간보다 늦게 와서는 시간을 인정해달라는 청소년도 있다. 그럴 때면, 2시간 봉사하면 2시간 인정해 주고, 책을 읽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시간에 늦으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가 점수화된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해 온 학생들에게는 '보상'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짐'이 된다. 그래서, 이왕이면 이런 아이들이 봉사를 하러 왔을 때, '자원봉사'란 무엇인지,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봉사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참 반가웠다.

 

잘 알고 있지만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것들을 글로 풀어서 정리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의 마음가짐과 지켜야 할 일, 그리고 어떻게 하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봉사를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자신의 미래의 꿈과 직업에 다가가는 다른 청소년들의 사례를 통해 봉사활동이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실제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찾고,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해온 친구들보다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친구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이다. 요즘은 무작정 봉사하겠다고 찾아가는 청소년은 드물겠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 도서관도 두볼넷(청소년자원봉사 활동 정보 서비스)를 통해 봉사 신청을 받고 봉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내가 처음 봉사를 한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농총봉사활동을 갔던 때이다. 봄, 가을 대대적으로 농활이 이루어졌는데, 나는 일반 농활단으로 참여하거나, 문선대로 참여하거나, 학생회 임원으로서 인솔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봄, 가을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주말농활을 떠나기도 하였는데 그때의 경험이 내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국제대회나 지역의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하였는데 그때만 해도 자원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한 일을 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그때에 비하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고 봉사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해야 하는지, 봉사활동을 하고 난 후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람이라는 보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자신이 스스로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한다면 그런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봉사단체를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책이다. 중학생이 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 읽어도 좋은 도움이 되겠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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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아인슈타인
하인리히 헴메 지음, 김희상 옮김 / 청어람메이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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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내밀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재미난 표정이 인상적인 표지의 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물리학의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무조건 공식을 외고,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정답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나였지만, 그래도 물리, 화학 같은 과목을 좋아했던 것 보면 꽤나 매력적인 과목이 아니었나싶다. (수학에는 영 젬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알려주는 스토리 중심의 위인전 정도나 읽어봤을 뿐이지만 이렇게 그의 이론을 설명한 책은 처음이다. 아인슈타인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과학자들을 정리해서 설명해주고 그들의 이론이나 실험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과학이론의 흐름을 훑어볼 수도 있었다.

 

하나의 이론이 나오기까지 그 전에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과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반대 가설이나 기존의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을 보면서 왜 이런 공식이 나왔고, 어떻게 적용이 되며 어떤 식으로 실생활에 활용을 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수학공식이 많이 나오고 그 공식에 따른 계산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설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숫자를 대입해나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학생 때 학교 교육과정에 쫗기다보면 하나의 공식을 설명하기 위해 이 많은 이론을 알아볼 기회가 없고, 공식만을 달달 외울 수 밖에 없으므로 어렵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서 일을 하는 가운데 바쁜 시간을 쪼개 자신의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학계에 나가 발표를 할 시간이 없었고, 자신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다른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없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있어도 아인슈타인은 없었던 그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리고 그 시절에 그의 유명한 이론들이 모두 탄생했다는 사실이 나를 충분히 자극시키는 것 같았다.

 

바쁘다는 것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 내가 지금 이렇게 저렇게 바빠서 뭔가를 못하고 있다고 불평을 하기 전에, 내가 하지 못하고 있는 그 일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정말 절실하다면, 내가 생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것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읽는 동안 어려웠지만 조금이나마 그의 이론에 대해, 그리고 그 연구결과와 정립된 이론이 우리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나 자신도 채찍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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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시는 거에요... ( '')~ 이 책 보니까 얼마 전에 과학 철학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 과학자들의 태도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 나네요. 과학자들도 자신의 이론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비판을 묵살하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는... 하나의 분야에 오롯이 열정을 쏟아붓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ㅎㅎ

하양물감 2011-10-12 15:24   좋아요 0 | URL
아이고...그래도 대부분 아이들 책이라 많이 읽는 것도 아니지요. 내 책을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려요^^

과학분야 책은 일부러 골라서 읽으려고 하는데 어려운 게 많아서 이런 청소년용을 찾아서 읽는 편입니다. 뭐든 미쳐야 제대로 한다고 하던가요? 그래요 미치기까지가 힘들지 그다음은 ^^
 
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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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컬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제법 오래 전이다. 일 때문에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관련 자료를 번역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컬링을 알게 되었다. 동계스포츠 종목 중에 생소한 게 한 두개일까만 98년, 99년 당시 컬링은 정말 처음 알게 된 스포츠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하거나 낯선 동계올림픽 종목들을 이제 하나 둘 알게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컬링은 컬링이고, "그냥, 컬링"은 또 뭐냐? 이 책 제목 참 묘하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그냥!'이라는 말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은 바로 '그냥'인 것이다.

 

으랏차, 며루치, 산적, 추리닝, 그리고 박카스...까지.. 이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있지만 내내 별명으로 불린다. 그러고보면 나도 학창시절에 내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주로 불렸다. 그게 자연스러웠고, 당연했다. 친구들끼리 부르는 별명은 어쩌면 그들간의 친밀함을 내포한다. 더불어 그들의 대화에서 배제하고 싶은 대상, 공유된 비밀대상도 별명으로 불려진다. 학창시절의 별명은, 그래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이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에게 치여 주목받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물론 그들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억울하기도 할 법하다. 그러나 으랏차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아이다. 어떤 사람은 최고가 되어야 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혹은 권력과 경제력의 활용)을 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간다. 그러나 으랏차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인생에 뚜렷한 족적 하나 남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조용하고 편안하게, 그냥 살고 싶다. 그런 그에게 산적과 며루치는 '컬링'을 하자고 다가온다.

 

하필 왜 컬링일까? 이 질문은 책에서도 계속 나오는 질문이다. 야구나 축구였다면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았을거라는 말이 묘하게 가슴을 콕 찔렀다. 지금 우리에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는 돈의 스포츠이다. 축구가 그렇고, 야구가 그렇고 골프가 그렇다. 피겨는 아닌가?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그들이 돈방석에 앉는 모습도 본다.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그 노력이 그들을 얼마나 화려한 자리로 올려놓았는지를 연일 떠들어댄다. 비단 이것이 스포츠에 국한된 것은 아닌 걸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주목받는 아이들을 알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이력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축구, 야구, 골프 같은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컬링 같은 아이들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런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이 선택한 스포츠가 바로 자신들과 똑 닯은 컬링이다. 열심히 비질을 해서 길을 닦아주면 스톤은 그 길을 따라 움직인다. 화려한 기술도, 관중의 환호도 없는,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면서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그런 스포츠다. 컬링을 하는 아이들에게서도 그런 화려함이나 열정을 볼 수는 없다. 다만 그걸 즐긴다. 그냥, 컬링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이들이 아닌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더 많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그 아이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으랏차의 동생 연화가 피겨 유망주로서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정신과 상담까지 받아가며 생활하지만 그녀는 삶의 의욕이 없이 살아간다. 자신의 목표이기보다는 엄마의 목표이고, 집안의 목표이며, 사회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남궁최강은 아버지의 권력과 경제력으로 최고의 야구선수로 살아가지만 그의 본 모습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다. 그가 저지른 죄를 덮기 위해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산적이 죄를 덮어쓰기도 하고,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닥칠 피해때문에 아무 말 하지 못하는 18번도 있다.

 

상위 5%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부러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처럼 되려고, 그들 속에 포함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럼 나머지 95%는 뭔가? 대다수의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그 95% 중의 하나니까.

 

* 이 책은 비룡소 연못지기 활동을 위해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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