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릭 소원라이트나우 5
나윤아 지음 / 소원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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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릭≫은 다섯 가지의 중독(자해, 스마트폰, 도박, 알코올, 게임)에 빠진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청소년도서지만, 쉽게 읽어내지 못했던 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바로 그것때문이었다. 책장을 넘기자 '현실을 떠나 중독을 선택한 아이들'이라는 부제 아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섯가지 중독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중독은 '지나치게 과함에도 통제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중독'은 삶을 포기한, 혹은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한 '실패한 어른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가장 흔한 알코올, 니코틴, 도박 중독이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는,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인 청소년들에게서 중독이 유행처럼 번져간 것은. 자해, 스마트폰, 도박, 알코올, 게임.... 단어만 듣고도 아찔함이 밀려든다. 내가 청소년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집 아이에게 읽히기 위해서이다. 이왕이면 밝고 희망찬 이야기라면 좋겠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쉽사리 읽어내지 못했던 것은 그래서일 것 같다. 우리집 아이를 못 믿어서가 아닌데, 혹시라도, 아예 이런 세계를 모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 차라리 몰랐을 때는 하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텐데 굳이 이런 이야기를 읽혀서 오히려 호기심을 가즉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어쨌든, 아직도 나는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공이 울리면]은 자해 중독을 다룬다. 커터칼 하나로 자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건 바깥의 세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다) 하는 아이들을 보며 경악했던 적이 있다. 아이들끼리 사진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 소설에는 소꿉친구인 여소은과 강건우가 나온다. 다섯살때부터 친구라서 아는 거 모르는 거 없이 다 알고 지내는 친구인데 어느날인가부터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등학교를 가면서 서로의 진로가 달라진 것도 이유지만, 그것말고도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강건우가 우연히 자해를 하고 있는 여소은을 발견한다. 친구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설에서 강건우는 정말 모범 답안을 찾아낸 것 같다. 혼자 고민하지 않고 체육관 관장과 형과 의논을 하기도 한다. 여소은의 고민이 무엇인지, 무엇때문에 자해까지 해야 하는지, 그것을 그만 두게 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다. 결국 소은이는 건우로 인해 자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뗀다. 현실은 건우가 올라가 있는 링과 같고, 링 안에서는 어떻게든 3분을 버텨낸다. 맞고 피가 터지더라도 그 3분을 잘 버텨낸 사람만이 살아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세상을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텨야 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살면서 누군가는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텨내야 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물 흐르듯이 조용히 살아내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이 링 위에서 버티듯이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라면 난 너무 힘들 것 같다. 지금은 저 힘들고 고된 세상이 내가 살아야 하는 세상처럼 보이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괴물화 증상]은 스마트폰 중독을 다룬다. 스마트폰 중독이 어디 청소년만의 문제던가? 이제는 영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것과 달리 '스마트폰' 중독은 추상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약간 환상적인.

나는 의도적으로 폰을 꺼놓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의도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기 때문이다. 마치 집안에 있는 냉장고처럼, 세탁기처럼 특별히 이유를 대서 사야 하는 물건도, 이유를 대서 사용해야 하는 물건도 아닌 물건이 되어버렸다. 물건이라 칭하기보다 이제는 '관계'라는 말로 바꿔도 가능한 존재가 스마트폰이 아니던가. 학자들은 어린 영유아들이 스마트폰에 과몰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지만, 어른들이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서만 뺏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은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도구로서의 스마트폰이란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폰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가면서도,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도 폰을 본다. 뭔가 새로운 것, 그러니까 손안에 든 폰이 아닌 폰보다 더 진화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스마트폰만 보느라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좀 허무하다.

[불꽃]은 도박중독을, [고답이]는 알코올 중독을, [두 가지 세계]는 게임 중독을 그려낸다. 도박 중독에 빠진 시현이는 여전히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엄마의 알코올 중독때문에 늘 괴로워하고 외로운 보라도 결국은 알코올을 지나치지 못한다. 대부분은 그들의 주변 환경때문에 중독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게임중독이었던 한준우가 엄마의 화려한 꽃다발을 계기로 새롭게 달라질 수 있었던 것처럼 환경은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어되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군가는 이렇게 살지 않아야겠다 다짐할지도 모르겠다. 내 옆에 누군가가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현실'을 피하려고 들어간 '환상'이 나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오랜만에 하늘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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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상편 -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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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잘 결합하고, 수학이야기들을 재현하여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수학대중서이다. 유리수, 무리수, 식과 방정식, 수열과 극한으로 이어진다. 수학을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유리수에서 놀라운 QR코드를 소개한다. 최근 어떤 장소에 출입할 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큐알코드로 방문 인증을 하거나 안심콜로 통화를 하는 것이다. 예전엔 큐알코드가 생소했지만, 요즘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건을 산 후 셀프계산을 할 때, 그리고 먼저 말한 것처럼 방문 인증을 할 때,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 등등.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의 예를 많이 들고 있다. 그래서 위챗을 통해 생성하는 큐알코드를 설명한다. 큐알코드는 수학이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이다.

무리수는 피타고라스 제자들에게 죽임을 당한 히파수스에 의해 발견되었다. 수학사에 있어서 커다란 위기로 기억되는 무리수의 발견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수학이라는 학문이 종교처럼 신성시되거나 추종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알렸지만 죽임을 면치 못했던 히파수스의 일화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화라경 선생이나 조충지 같은 학자들이 나오는데, 서양의 학자들에 비해 낯선 이름이다. 파이는 알아도 조충지가 불렀던 약율이나 밀율은 알지 못한다. 굳이 수학 식 외에는 알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파이 값을 계산한 수학자 중에 한국인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섭섭하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분명 다르게 학습하고 있을테니 수학사에 이름 올릴 아이들도 있겠지. 수열과 극한에서는 일본 여자 제곱술 같은 것이 나오는데 이건 또 무엇인지? 처음 보는 것들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책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사실 나는 수학포기자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학교를 졸업한 후 수학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런 나를 수학의 세계와 좀 가깝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가 아니라 "소름 돋는 수학"에서 여전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래도 수학에 관심을 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책의 부제는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게 하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스토리텔링수학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다양한 이야기를 곁들여 수학을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책이지만, 수학과 담쌓은 나에게는 그렇게 호감가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 책을 협찬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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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동화집 재미있다! 세계명작 1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종진 옮김, 이상권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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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독서모임에서 은근히 자주 읽게 되는 작가가 바로 톨스토이이다. 그만큼 대작도 많고, 워낙 유명하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혼자서는 쉽사리 읽으려는 생각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독서모임에서 모처럼 짧지만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는 책을 골랐다.

'톨스토이 동화집'이라고 해서 이 책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하여 11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자녀들이여. 우리는 말로나 혀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합시다. (요한의 첫째 편지 3:17~18)"

구둣방 주인이 농부들에게 받을 돈을 받아서 몇년동안 사려고 벼뤄왔던 모피코트를 사려고 했지만, 겨우 20코페이아밖에 돌려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다 교회 옆에 벌거벗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신이 입을 모피코트 하나 제대로 살 수 없고, 아내와 함께 먹을 빵도 넉넉치 않은 세묜은 그 남자를 못 본채 지나치려고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의 아내는 그런 세묜과 남자를 보고 화를 내지만, 결국은 그를 받아들인다.

사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남을 돕기란 쉽지 않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면면을 보면 자신도 그리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없는 사람은 없는 자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들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아마도 이 구둣방 주인 부부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나도 가난하고 당장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바로 그들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랑의 이름은 '동정'이기도 하고 '연민'이기도 하고 순수한 '인간애'일 수도 있다. 이름이야 어떻든 톨스토이는 그것을 '사랑'으로 보았다.

구둣방 주인에게서 일을 배우고 그들과 함께 살면서 천사 미하일은 하느님이 낸 문제를 풀어간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어서 사랑으로 살아간다. 다만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모자란 것을 보완한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동화집에 수록된 11편의 이야기에서 교육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이야기로 읽히는 것은 톨스토이가 지닌 문학적 능력 때문일 것이고, 민간 전승되어 살아남은 이야기의 구조와 내용이 보편적인 인간에게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읽히는 맛이 있다.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지만 과하지는 않다. 톨스토이의 대작이 겁난다면 이 동화집으로 친해져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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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음 창비청소년시선 36
이병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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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넘어오면서, 엄마의 독서도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의도와 주도로 이끌 수 있었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주도" 혹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시기인 것이다.

나의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이와소통하기 위해 청소년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왕이면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책이면 좋겠다 싶어

이것저것 뒤져보다 이 시집을 보았다.

마스크 유행(인스타그램1)

마스크 쓰고 학교에 간다

코로나19때문에 어쩔 수 없다

마스크는 또 하나의 얼굴이 되었다

마스크 쓰고 여행을 가고

마스크 쓰고 시험을 보고

마스크 쓰고 극장에 가고

마스크 쓰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마스크 쓴 얼굴보다

초록빛 명찰이 더 잘 보였다

마스크는 얼굴보다 이름을 빛내 주었다

이병일 시집 『처음 가는 마음』 中 「마스크 유행」 전문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을 잘 표현하였다.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 얼굴도 잘 모를 것 같다.

나도, 마스크 쓰고 처음 갔다가 지금까지 단골로 가는 미용실 미용사를

우연히 밖에서 봤는데 못 알아봤다.

사람들은 이제 얼굴이 아니라 이름으로 기억한다.

누가 그랬더라?

시인은 불명확한 것,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여 언어로 정의 내리는 사람이라고.

모호하고 어려운 시(詩)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오토바이 사고는 시인으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준 듯하다.

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간다.

어떻게 보면 가장 우울하고, 가장 어두운 시기를

위트와 밝은 생각으로 헤쳐나가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나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가

어둡고 무거운 자기만의 짐을 잘 부려놓길 원한다.

사춘기라는 터널을 씩씩하고, 즐겁게 뛰어나오길 원한다.

"나는 고통에 민감한 소년이고 싶다"(「분홍민달팽기」)거나

"시를 쓰는 흑심고래가 될거다"(「흑심고래를 찾아서」)라거나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검은 털 이야기꾼」)는 그는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그렇게 뭔가를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모르니까 더 행복한 그곳을 향해 가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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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09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사춘기를 향해가는군요. 전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는 더 이상 같은 책을 읽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냥 저는 원래의 독서로 돌아오고 아이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거나 안읽거나..... ㅎㅎ 그래서 요즘 청소년 소설이나 시집같은것들 본지가 한참 되었네요.

하양물감 2021-12-10 06: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 독서로 돌아온지 꽤 되었어요.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사춘기가 시작하려나봐요. 꽤 늦었죠?
나로서는 30년도 더된 과거라 가물가물해요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한지우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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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돌을 만나면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하고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칼라일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런 중에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그룹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런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혹은 언택트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주제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중세 유럽, 보수적이고 이성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던 그 시절 단테는 종교나 이성이 아닌 인간의 '감정'이 가진 잠재력을 믿었다.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당대의 사회문제를 포착해내었다. 단테의 영향을 받은 조반니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 중세유럽을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흑사병의 창궐로 죽음의 공포를 견디며 사는 사람들에게 보카치오의 책은 위안과 힘이 되어주었다. 단테와 보카치오가 강조했던 인간의 감성은 '르네상스'시대를 열었다.

페스트 이후 유럽은 신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문화로 변화하였다. 인문주의로 복귀하자는 도덕적 개혁 운동이 일어났다. 르네상스 시대에 화려하게 꽃을 피운 인본주의는 오늘날 인권의 발원지가 된다.

팬데믹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달라진 세상을 새로운 기준이라는 의미에서 '뉴노멀'이라고 부른다. 또한 사람들의 사고 구조도 바꿔놓는데 이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위기가 닥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미래 사회의 성격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는 리스크 소사이어티, 지속가능한 그린 소사이어티, 꿈과 이야기를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그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위험성이 높아진다. 롤프 옌센은 21세기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초고난도의 과학기술이라고 말한다. 즉 미래 사회의 격차는 인공지능에 의해 생긴다는 것이다. 타일러 코웬도 평균으로 대변되는 중간층을 소멸시켜 양극화를 발생시킨다고 하였다. 리스트 소사이어티의 위험성은 일자리나 인간의 유능함을 인공지능에게 빼앗기는 것 외에도 삶의 진정한 의미나 행복, 만족감, 즐거움, 성취감도 위험에 노출하게 된다.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는 편협한 사고나 편중된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속 가능'이라는 키워드는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시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들이 더욱 더 자연과 가까워지기를 원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이동과 집합을 금지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상 공간에서 모이기 시작했고 꿈과 이야기를 파는 감성 사회에 집입했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하고 주도하는 사람이 현대의 '르네상스형 인간'입니다. 스스로 정체성을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P.69~70

코로나19 이전에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기술혁신의 시대로 전환되는 것을 인정한다.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 19로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졌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프린팅 기술 등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이 가져 온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융합되면서 폭발적으로발전하는 기술 융합, 정보나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플랫폼, 그리고 국가나 기업 조직이 아닌 사람이 기술 혜택의 혜택을 누리는 일상성으로 대변된다. 팬데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혁신적인 기술을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시켰다. 온라인으로 하는 화상회의, 화상 수업, 인터넷 주문 등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사회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는 인공지능이 강력해질수록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진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인가? 저자는 이제는 기업들이 저임금의 노동력을 찾아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법이나 직원 복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로봇이 안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기계는 인간보다 효율적인 '노동'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공지능과 대결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죽음을 인식하는 존재라고 한다. 노동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미래에는 '권력'이나 '힘'보다 '즐거움', '행복함', '의미', '유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일이 가장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메타버스와 같은 최첨단 플랫폼은 사회 생활의 인식, 소유 관념, 일과 여가의 균형 등 삶의 주요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체성과 인식으로 삶을 구성해야 합니다. 결국, 놀이와 즐거움을 만들어주는 집단과 사람이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P.167

따라서, 저자는 인문학적 소양이야말로 기술 시대에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글로벌 기업이 가장 원하는 인재는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각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인문학적 소양은 자신의 의지 없이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꾸준한 자기 성찰과 독서와 토론을 통해 길러진다.

지금은 원인과 결과가 명확해서 선형적이던 가거와는 달리 원인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 비선형적인 세계가 되었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학, 심리학, 철학, 문학 등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도, 대체불가의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인문학의 힘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4장에서 읽을 수 있다. 3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을 이해했다면 4장에서는 인공지능에 대채되지 않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려준다. 2년 사이에 세상이 뒤집어지고 바뀌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까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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